남시욱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 “미래한국이 미래를 위한 내비게이터 되어주길”
남시욱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 “미래한국이 미래를 위한 내비게이터 되어주길”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6.26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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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정리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사진 : 권도한 미래한국 인턴기자

미래한국 지령 600호을 맞이하여 남시욱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을 만나 미래한국의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범수 = 미래한국 지령 600호를 맞아 언론계 대선배이자 원로인 이사장님과 오늘의 언론 현실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크게 언론의 존재 당위성과 또 언론자유·표현의 자유의 문제, 보수언론의 과제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언론 탄압 논란이 자주 불거지고 있는데요.

이 시점에서 과거 이른바 독재정권 당시 언론 현실과 현재의 차이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언론의 자기 존재 당위성 측면에서 현 정부나 언론은 과거보다 언론자유가 더 확대됐고 권력 견제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은 합니다만 실제 체감과는 온도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특히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가 과거 보수 정부 때보다 상승했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언론 탄압 주장을 일축하기도 합니다. 이사장님이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남시욱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남시욱 = 언론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기본이자 요체입니다. 언론자유는 인간의 기본권 중 가장 기본권에 속하기 때문이지요. 언론자유가 없으면 민주주의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자유라는 것은 언론에 종사하는, 언론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자유가 아니라 전체 국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구분해야 합니다. 즉 언론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점에서 언론자유의 문제를 바라봐야 하지요. 그런 점에서 한국의 언론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봅니다.

그 위기 상황은 여러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이번에 한기총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면서 언론이 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일각에서는 “언론이 주사파에 장악돼 있다”, “박근혜 정권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중한 사태다”, “언론이 누구를 대변하고 있느냐” 고 말들을 해요. 저는 언론이 주사파에 장악됐다는 말은 과장된 이야기라고 봅니다. 또 어떤 분들처럼 모든 책임을 (언론)노조에 있다고 보는 것도 정확한 분석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언론자유가 위기에 빠졌다고 말할 때 정치, 사회, 경제 등 여러 사회적 요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언론 산업이 역대 어느 때보다도 지금처럼 구조적으로 침체돼 있었던 적은 없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우선 신문을 이야기해 볼게요. 인터넷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 인쇄매체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적인 추세이긴 합니다만, 일본 같은 경우는 유력지의 경우 아직도 몇 백만 부 부수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경영 위기에 처할 정도로 급속도로 줄고 있습니다. 이 현실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인쇄매체가 애는 쓰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취약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치, 안보 상황이 상당히 위중하지 않습니까? 언론이 독립적으로 생존하려면 자기 존재에 대해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경영위기에 처한 언론이 그런 확신이 없으니 말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겁니다. 권력이 그런 취약한 구조를 파고드는 것이지요.

그 다음 방송매체가 또 구조적으로 취약합니다.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공영화된 방송들이 새로운 미디어법에 의해 재편되고 종편도 나오면서 다양해졌습니다. 개인 미디어 유튜브까지 나온 상황으로 과당 경쟁 중입니다. 이런 상황이 언론에 경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지요.

특히 이전 보수정권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어요. 언론은 광고 매출로 먹고 사는데 종편수가 너무 많다보니 과당경쟁이 되어 규모의 경영이 어렵습니다. 권력은 교묘하게 항상 그런 점을 이용하죠. 정부로부터 3년마다 방송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권력에 취약한 이유입니다. 또 하나 노사 문제가 있어요. 과거 언론사들 내부에서 노사투쟁도 많이 했었는데요, 좀 나아졌다고 해도 요즘도 내부 노조의 투쟁이 셉니다. 미국도 길드가 있지만 우리는 더 세죠.

또 제조업 노조는 몇 시간 일하고 퇴근하지만 언론사 내부는 24시간 돌아가잖아요. 분야가 다르죠. 언론사 내부는 정치성이 상당히 가미돼 있어요. 이런 등등의 요인이 합쳐진 원인이 대한민국 신문방송이 대단히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게 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언론사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틈에서 구 소련 말기 때 지하 출판물이 많이 나왔던 것처럼 유튜브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유튜브가 그 틈을 상당히 침투해 들어가고 있지요.

그러나 유튜브도 어떤 것은 상당한 고급정보와 해설로 유익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것을 허무맹랑한 것들이 있어요. 검증 없이 그대로 방송처럼 나가지요. 이런 것들이 섞여 홍수를 이루면서 기성언론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여야가 각박한 이념대립, 정치대립을 하다 보니 그런 경향이 강해집니다. 우리나라처럼 세기에 걸쳐 이렇게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국가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언론 상황이 굉장히 어렵고 신뢰성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지요.
 

남시욱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

정치적 컨센서스가 없는 한국의 언론

김 = 말씀하신 구조적 위기도 위기지만 정치적 이유도 크다고 봅니다. 현 정부처럼 이념과 지역, 세대를 극단적으로 갈라치기 해서 정권 차원으로 보일 정도로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가 과거에 있었나 싶습니다. 정도를 넘었다고 보입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이른바 군사독재 시절에는 언론이 권력에 아부하기도 했지만 권력의 횡포에 저항하는 정신은 살아 있었습니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당시에서 보듯 언론인들의 저항, 학생 시민들의 항의도 강했고요.

지금은 청와대가 칼럼이나 기사에 사용된 어휘나 어구를 문제 삼아도 별 저항이 없습니다. 그나마 보수언론이 비판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오히려 청와대를 편드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얼마 전 중앙일보 모 논설위원이 문 대통령 해외순방을 소재로 ‘유람’이라고 빗댔다가 청와대가 항의한 사건에서 보듯이 말이죠.

청와대가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의 칼럼에 대해 ‘정중히 요청’도 아니고 ‘엄중히 요청’ 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청와대가 논설위원의 주관적인 생각까지 공개적으로 따지니 언론사나 기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언론 현실이 과거보다 더 나아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남 = 그렇지요. 정치계도 그렇고 일반 사회도 마찬가지로 양측의 합의점이나 공통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떤 공통된 컨센서스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마당이 없잖아요. 운동장 자체가 옮겨지고 있잖아요? 언론이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고전적 일, 고전적인 역할 ‘억강부약(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를 도와주는)’이 파괴돼 버렸어요. 언론이 권력 편을 들잖아요. 어느 정도냐 하면 어떤 방송을 보면 (야당)고발프로를 만들어요. 그 방송이 나간 뒤에 검경이 수사를 한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수사를 하기 위해 미리 방송으로 띄우고 죄인을 미리 만들어버리는 거예요. 그런 의심이 드는 사건이 많지 않았습니까? 심각한 현상입니다. 또 보십시다. 권력이 모 신문사 사주를 집요하게 파고드는데 다른 언론이 그 역할을 대행하다시피 계속 방송하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누가 정보를 흘리고 있단 말이죠. 언론이 지금 그런 짓을 하고 있어요. 객관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사실을 구별하는 그런 정상적인 언론 기능이 마비돼 있다시피 하지요.
 

김 =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파장이 컸던 일들 가운데 막말 논란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막말이라기보다 자기들 생각과 다른 생각을 말하면 막말이 돼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헝가리 유람선 사고와 관련해서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골든타임 3분 발언도 사실을 말한 것인데 그런 발언조차 막말로 치부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옳은 말조차 무조건 막말로 치부되는데, 사실 그런 경우라면 언론이 무엇이 막말인지 분별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최근 언론은 그런 역할이나 기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보입니다. 언론이 한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져 특정 진영을 편드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요. 어떤 면에서는 언론이 권력을 대신해 싸움을 하는 모양새 같기도 합니다. 이사장님이 물론 언론의 위기 현상을 지적해주셨지만 특히 언론이 허물어졌다고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남 = 정계 분위기가 언론계에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고 봐요. 언론 자체 평가라든가 그런 용어를 쓰면서 자극적 결과가 나온 측면도 있겠고요. 언론이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 중에서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것 하나 예를 들어볼게요. 최근 김원봉 논란이 있었죠. 대통령이 김원봉에 대해 조선의용군을 이끌고 광복군에 들어갔고, 광복군은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고 이야기하면서 김원봉을 정당화했습니다. 이런 인식에는 큰 결함이 있어요. 대한민국은 어느 아프리카 종족 중 한 부족이 갑자기 만든 국가가 아닙니다.

삼국시대 이래로 국가를 계속 경영해왔지요. 국가가 존재했다면 당연히 국군의 뿌리가 있는 것 아닙니까? 대한제국 국군이 있었어요. 그 이전 조선조의 군도 있었죠. 조선조의 해군이라 할 이순신 장군이 있었습니다. 화랑도 있었지요. 화랑이란 것은 신라시대 때 예비사관 같은 것이에요. 지금의 육사와 마찬가지죠.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는 신라시대 화랑, 조선의 이순신 장군, 대한제국 안중근 의사 등이 우리의 뿌리이고 정신 아닙니까.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은 맥락도 정확치 않아요. 우리 대한민국 국군은 조선경비대 후신이죠. 대한민국 설립 후 바로 국군이 됐지요.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 정권은 1948년 9월 수립됐는데 북한 인민군은 이미 2월에 결성됐어요. 우리는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있으니 당연히 국군이 존재합니다. 대통령이 사실을 무시하고 대한민국 국군이 어디서 허가 맡아 조그만 나라 만들어보려는 것처럼…이런 점을 언론이 먼저 지적해줘야 하는데 하지 않아요. 또 어느 진보인사가 ‘섣부른 진보가 경제를 망쳤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는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 정부는 늘 색깔론 어쩌고 말합니다. 여러 의도가 있다고 봐요.

또 우리는 우리대로 통일방안이 있는데 현 정부는 임시정부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좌우합작정부 아닙니까. 연방제를 좌우합작 비슷하게 만들어보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러다보니 집권세력이 이념을 허무는데 이념이 확실치 않으면 엄청난 과오가 생깁니다. 족보도 없는 소득주도성장, 행복주도성장이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엉터리를 추진하다 보니 엄청난 후유증을 낳고 있는데 이런 것들도 언론이 다 비판해야 할 문제예요. 제대로 된 길을 제시해야지요.
 

언론인의 소명의식이 필요한 때

김 = 언론이 비판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꼭 실력의 문제뿐 아니라 국민들이 사고를 넓힐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론 스스로 편협한 사고에 매몰돼 국가적 아젠다 세팅이나 미래지향적 이슈 발굴에도 소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요.

그러다 보니 언론이 정치권을 대리해 이념, 정치 싸움에 매달리게 되고 세계의 조류를 제대로 못 보고 있다거나 시대적 역할과 책임도 방기하는 것 같습니다. 언론의 존재나 역할은 디테일면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근본적으로 같을 텐데, 이사장님이 보기에 과거 언론계에서 일할 당시 기자들이나 편집국 분위기와 오늘날의 그것이 좀 달라졌다고 느끼십니까?

남 = 우선 환경이 많이 다르죠. 우리 같은 사람이 현직에서 일할 때는 이슈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당시 시대적 요구는 민주화니까, 목표나 방향이 비교적 명확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얼마나 복잡합니까. 매우 복잡한 데 비해 대응하는 언론의 준비는 덜 됐지요. 언론이 공부를 많이 해야 됩니다. 시대적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지요.

김 = 제가 느끼기에는 요새 기자들이 사명보다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왔다 갔다 하는 경향이 커 보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과거 언론의 역할이라는 게 민주화라는 시대적 사명의식과 목표가 분명했지 않습니까? 그 당시 언론인들은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가면 됐는데, 지금은 가치의 혼란, 목표의 다분화로 언론의 시대적 역할이란 점에서 조금 모호해지고 복잡해졌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 = 그 부분은 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대목인데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아무리 민주정치가 발전되어도 소위 제4부로서 언론의 위치는 변하지 않지요.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졌기 때문에 대응의 방법은 좀 달라졌겠지요. 하지만 시대적 상황이 달라졌을 뿐 제4부로서 언론의 역할은 똑같아요.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 어떤 사람들은 흉악한 독재정권이라고 말합니다만, 그래도 언론은 할 말은 했습니다. 또 사람들은 그 뒤로 외환위기도 오고 나라가 위기였을 때 “언론은 무엇을 했느냐”고 질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도 일부 언론이나마 외환위기 사태를 안이하게 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단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언론이 시대적 상황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 =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권력과 언론의 유착 문제를 말하거나 또 어용언론이란 용어를 쓰면서 언론을 많이 비판했습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 들어 좌파독재라는 말을 쓰는데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언론과 정부의 관계 면에서나 언론 탄압 측면에서 좀 다르다고 느끼십니까? 어떠신가요?

남 = 그때는 군인들이 하다 보니 성격이 급해 그냥 잡아가지 않았어요? 간단하게 얘기했어요. 그런데 지금 권력자들은 굉장히 지능적으로 급수가 높게 합니다. 그런 차이가 있다고 봐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언론의 구조적 취약점이 있고요. 그런 점들을 교묘하게 파고들어가지요.

김 = 권력이 언론을 이용하고 탄압하려는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보시는군요.

남 = 원래 권력자는 그렇게 언론을 대하는 속성이 있어요.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겉으로는 권력이 언론을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그런 일은 없지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혹시 언론이 자발적으로 권력을 이용하는 것 (권력에 이용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김 = 보수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언론 탄압이 심하다고 느끼는데 이사장님은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남 = 글쎄요. 그런데 이런 면도 있어요. 최근 잘 나오던 유튜브 방송이 어느 날 안 나오고 삭제됐다는 그런 일들이 있었지요. 그런 경우들이 단순히 우연일까요? 사실 언론들이 그런 의혹을 파내야 해요. 언론이 무엇이 사실인지 추적해 보도하지 않고 추측만 하다 보니 오만 가지 얘기만 돌 뿐이지요.

김 = 언론의 위기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말씀, 언론 위기에 있어 구조적인 여러 원인을 지금까지 진단해주셨습니다. 제가 언론계 현장에서 직접 일하다 보니 최근 들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언론의 미래, 단기적으로는 미래한국이란 매체의 미래를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적자생존의 치열한 정글 속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고민이 깊습니다. 언론은 어떤 문제의식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할지 이사장님이 해주실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남 =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에요. 독자가 변하고 시청자가 변하겠죠. 일단 거기에 따라가야겠지요. 요즘 독자와 시청자들이 얼마나 똑똑합니까. 또 이들의 교육 수준도 높잖아요. 과거처럼 언론이 독자와 시청자를 계도한다는 말은 이제 쓰지 않지요. 어떤 언론학자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언론은 내비게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일종의 안내 역할이죠. 저는 그 지적이 일리 있다고 봐요. 요새 사회 현상이 얼마나 복잡합니까.

충실한 안내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고 봐요. 국가의 기본 문제부터 시작해서 인간 삶의 기본조건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역할은 분야별로 특화돼 가고 자연스럽게 제 각각 역할 분담을 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언론사는 ‘네버 다이’라고 절대 안 죽는다고 했어요. 언론은 부도를 안 해줬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다르지요. 언론이 해결할 문제는 최우선이 권력 감시를 통한 신뢰 회복이에요. 또 언론에 있어서 만고의 전통인 ‘억강부약’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남시욱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사장

미래한국, 그리고 보수 언론이 가야 할 길

김 = 이사장님 말씀에 백번 공감하게 됩니다. 신문방송 주류가 진보좌파로 넘어간 상황에서 특히 미래한국과 같은 이른바 보수언론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척박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보수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무엇을 지표로 삼아 앞으로 나가야 할지 답답한 상황입니다.

남 = 국가와 사회를 운영하는 데 있어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항상 갈등합니다. 서로 상충하는 가치이지만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어요. 지금 보수와 진보 언론을 막론하고 소홀한 것이 바로 북한인권 문제이지요. 통일부 공식 통계에 의해 북한은 다섯 개의 정치범 수용소에 8만 내지 12만 정치범이 갇힌 채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재판도 없이 끌려가 나오지도 못합니다. 세계가 걱정을 하는데 우리만 그들 인권에 아주 냉담해요.

일본 동경대학의 모 교수가 이렇게 말했잖아요. “아니, 인권변호사 출신이 대통령이 됐는데 어떻게 북한인권에 저렇게 소홀할 수 있는가” 외국 인권단체가 우리보다 훨씬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정부는 작년부터 북한인권백서를 아예 출판도 안 합니다. 그 다음 가장 기본적인 문제로 북한과 협력에 있어 정부가 계획이 서 있어야 하는데,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연방제로 돌진하려고 합니다. 저는 그게 굉장히 위험하다고 봐요. 지금도 우리 대통령은 연방제 안한다는 말 안합니다. 지난 번 취임 2주년으로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KBS 여기자와 대담으로 끝냈잖습니까. 사실 기자회견을 해서 제대로 물었어야죠. 북한과 연방제 할 건가 안 할 건가 이런 질문처럼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질문해야지요. 이런 기능을 언론이 해야 합니다. 권력에 경고도 하고 예방 역할도 해야 하는 겁니다.

또 이념, 지역, 세대별로 분열돼서 국가가 혼란스러워요. 언론이 그런 갈등을 완화시키는 데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 하나 위험한 촛불만능주의에 경고하고 정치인들이 인기정책, 포퓰리즘으로 쏠리는 것을 경계하도록 이성적으로 가려주고 선전선동을 분별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요. 제대로 된 정보를 공급해 국민이 투표를 똑바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드루킹과 같은 엄청난 여론조작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또 횡행하는 여론조작에 휩쓸리지 않도록 국민이 분별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국가 정상화를 위해 언론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요.

김 = 이번 호가 특별히 미래한국 지령 600호입니다.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미래한국이 걸어온 길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2002년 6월 창간돼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정의와 진실 수호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에게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노무현 정부 초기 2003년에 있었던 반핵반김 행사를 시청 앞에서 크게 하면서 보수시민사회 앞 선에 서서 언론이면서도 운동성을 갖고 나름대로 최선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사장님이 오랫동안 미래한국을 지켜보셨는데, 소감과 조언의 말씀 들려주시죠.

남 = 미래한국을 이야기하기 전 미래한국을 있게 한 고 김상철 변호사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시민운동에서 선구자로서 탁월한 공로가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려는 걸 막았습니다. 제 기억에 2003년 시청 앞에 엄청난 국민이 모인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개정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을 막은 그 힘이 김상철 변호사와 그 동지들이 조직한 힘에서 나왔어요. 그러한 역할이 좀 더 발전하고 확장돼서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미래한국이 탄생한 것입니다. 그런 창간 정신을 가진 미래한국이야말로 우리나라 보수언론으로서 (수구가 아닌 변화하되, 지킬 것은 지키자는 진정한 보수주의 가치를 지키자는 것) 모범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전통 문화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지요. 그 전통이란 자유민주주의 공화제와 시장경제를 말합니다. 그러나 가치를 지키는 데 미래한국이 역할해주기 바랍니다. 또 첨예한 이슈인 퀴어축제나 낙태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창간 정신에 맞게 보존할 것과 없애야 할 것을 구별하여 독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줬으면 합니다. 구한말 황성신문 ‘보수주의로 진보하자’는 사설을 떠올려 보십시오. 매우 모순된 말인 것 같지만 이 의미를 잘 새겨 미래한국이 한국적 보수주의의 굳히는 데 역할을 해주기 바랍니다. 미래한국 600호 축하드립니다. 지식인들과 학생들에게 좋은 가이드, 내비게이터가 되도록 애써 주시기 바랍니다.

김 = 가치를 지키며 진보하라는 말씀 다시 되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언론 현실에 있어 가장 필요한 조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울러 미래한국이 국가 발전에 있어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묵묵히 주어진 길을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사장님 조언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며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와 미래한국 창간 정신이기도 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지키는 데도 앞장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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