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레오나르도가 펼치는 경이로운 요리의 세계 이야기
[서평]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레오나르도가 펼치는 경이로운 요리의 세계 이야기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7.0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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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고 만지아빌레? ‘먹을 수 있는 끈’이라는 뜻이다. 이게 무얼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든 신개념 국수로 오늘날 스파게티의 원조다. 

‘최후의 만찬’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증언하는 그림 속 요리는? 잘게 썬 당근을 곁들인 삶은 달걀, 풋참외꽃으로 장식한 검둥오리 넓적다리, 자잘한 빵, 뭇국, 장어요리라는 걸 아는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혁신적인 요리사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요리법은 물론, 주방도구와 조리기구에 대한 레오나르도의 호기심과 탐구정신은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초에 담근 새 요리, 구멍 뚫린 돼지 귀때기 요리, 꿀과 크림을 곁들인 새끼 양 불알 요리, 빵가루 입힌 닭 볏 요리, 온갖 발가락 모둠 요리, 양 머리 케이크, 뱀 등심 요리 등 요리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엽기발랄한 요리들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요리와 사랑에 빠진 한 천재의 은밀한 취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요리에 대해 쓴 짤막한 글들을 『코덱스 로마노프Codex Romanoff』라는 소책자에 모아두었다. 이 소책자에서 알 수 있듯이 주방, 조리기구, 요리법, 식이요법 등에 관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세심한 관찰은 전문 요리사를 무색하게 만든다. 레오나르도의 천재적인 식도락가의 면모는 새로운 요리법을 제안하고 기존의 조리기구를 개선하는 면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의 노트에 요리에 대한 생각을 꼼꼼하게 정리하던 시기(1481~1500) 밀라노를 포함한 이탈리아 전역의 요리는 그야말로 끔찍한 것이었다. 종달새 혓바닥, 타조 알 스크램블, 살아 있는 개똥지빠귀가 가득한 돼지 요리 등이 그 시대를 풍미했다. 화려했던 로마제국의 진수성찬은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당시의 먹거리는 풍요 속의 빈곤이었다. 부자들은 네 발 달린 짐승이나 날개 가진 짐승의 고기를 시도 때도 없이 즐길 수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폴렌타(polenta, 죽의 일종) 따위의 희멀건 죽으로 겨우 허기를 때우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지중해에 가득한 철갑상어 덕택에 캐비어는 수시로 즐길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 노트를 작성할 당시 그는 스포르차 가문의 궁정 연회담당자로서 부잣집 요리라면 유감없이 음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당시에 서민 음식이었던 캐비어 요리는 당연히 그의 노트에 등장하지 않는다. 레오나르도는 캐비어 요리를 폴렌타보다 더 못한 요리로 여겼던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일단 읽어보면 알겠지만, 레오나르도의 요리나 인물에 대한 평가는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인물을 평가하는 데 대단히 인색하고, 심지어 아주 조롱조로 말하기도 한다. 음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추어올리는 말인지 깎아내리는 말인지 모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점 염두에 두기 바란다. 

둘째, 요리하는 데 사용되는 재료의 양이다. 여기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요리는 거대한 만찬에 올릴 것으로 서너 사람을 위해 요리하는 일반 가정 요리와는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가 묘사한 요리법을 그대로 따라하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셋째, 이 역시 양에 관련되는 문제인데, 한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양을 알 수 없다. 몇 그램, 몇 리터, 큰 숟갈, 작은 숟갈 하는 구분이 도통 안 간다는 것이다. 눈짐작으로 적당히 알아맞힐 수밖에 없다. 

넷째, 조리기구에 대한 것이다. 그 당시에는 조리기구가 오늘날처럼 세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통 냄비, 솥, 프라이팬 등으로만 얘기할 뿐 특정 요리를 위한 특정 조리기구를 세분하지 않았다. 음식의 양이나 재료에 따라 짐작해가며 읽기 바란다. 

다섯째, 재료의 성격 문제다. 500여 년 전에 해먹던 음식들인지라 재료가 요즘과는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개중에는 실로 ‘엽기적인’ 재료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옛날 어려웠던 시절임을 감안하여 읽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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