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자리의 미래...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
[리뷰] 일자리의 미래...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7.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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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기존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일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책 《일자리의 미래(원제: The Job)》가 나왔다. 

현재 세계 경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일자리’다. 경제발전은 물론 개인의 소득과 정부의 세금은 모두 일자리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글쓰기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엘렌 러펠 셸 교수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의 상용화로 촉발되고 있는 일자리의 자동화가 특히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세계화와 디지털 경제가 자연스러운 지금,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어떻게 계층의 사다리를 걷어치우고 있는지 살핀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일자리 대란을 분석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일과 일자리가 갖는 ‘정체성’의 비밀을 파헤치고 일의 ‘보람’과 ‘의미’의 실체를 밝힌다. 이어서 과거에 교육 격차가 임금 격차를 낳는 과정을 탐구한 뒤, 이제는 단순히 대학 학위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는 노동시장의 안타까운 현실을 짚어낸다. 직업훈련에 매진하는 지역대학의 성과와 한계를 지적하고,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실직자 재훈련의 민낯도 그대로 보여준다.

고용창출의 해법을 찾고자 핀란드의 교육 현장과 스페인의 거대 협동조합 기업 MCC의 성공 사례를 들려주면서, 메이커(maker) 운동과 21세기형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근로소득세 개편, 기본소득제도 확립,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사회적·제도적 합의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도 촉구한다.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준비하고, 만들어내고, 유지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우리의 일자리를 조망하고, 미래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에 관한 공개적 논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자본의 수익률이 생산과 소득의 성장률을 넘어설 때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자동적으로 양산하게 된다.”
 
토머스 피케티(Thomas Piketty)가 《21세기 자본》에서 분석한 결과다. 1973년 이래로 우리의 생산성은 임금보다 약 6배 더 빠르게 성장했다. 결국 생산성 향상의 결실은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들에 더 많이 돌아갔다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 고작 1,600명의 사람들이 국민의 90퍼센트가 갖고 있는 재산을 모두 합친 액수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은 우리가 받는 임금 격차, 일자리 격차를 통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불해야 했던 정치·경제·사회·개인적 비용을 역사와 통계를 통해 탐구하며, 그동안 일자리에 얽매였던 우리 삶의 통제권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아본다. 또한 그 과정에서 “기본소득은 정말로 게으른 국민을 만드는가?”, “전통적인 제조업은 다시 부흥할 수 없는가?”, “자유시장에서 노동조합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가?”,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직업훈련을 시켜야 하는가?”와 같은 일자리와 관련한 몇 가지 핵심적인 질문에 대답한다. 

중산층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이유 

과거에는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직업의 사다리를 통해 중산층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일자리 증가가 빈곤율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고, 중산층 비율이 높아지지도 않았다. 그 대신 ‘디지털 경제’는 소수의 호사스런 고소득 일자리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저임금 일자리를 창출했다. 

“비극적인 점은 인간이 자신의 일을 대신할 기계를 발명하는 즉시 그의 일은 굶주림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말이 경종을 울린다. 기술의 발달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일은 이제 흔한 사례가 되고 있다. 요즘 영화관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직원에게 표를 사거나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계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창 각광받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사실 중 하나는 인간에게는 어렵지만 기계는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일이나 식당 테이블에 물 잔을 놓는 일은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지만 기계로서는 난도가 높은 작업이다.

이와는 반대로 부기, 회계, 법률 분석처럼 높은 수준의 논리 추론이 요구되는 일은 인간에게는 어렵지만 기계 입장에서는 쉬운 작업이다. 저임금 일자리보다는 나름의 기술역량을 요구하는 중간 수준 임금의 일자리들이 크게 감소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가 많아지면 다 해결될까?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의 미래 2018’ 보고서는 향후 5년간 세계에서 창출될 일자리는 1억 3,30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반면, 로봇에 의해 대체될 일자리는 그 절반 정도인 7,500만 개로 예상했다. WEF가 2016년에 향후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에 비해 낙관적인 전망으로 바뀐 것이다. 

일자리는 사람들의 생계와 정체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자리 수’ 증가와 감소에 따라 온 나라의 분위기가 바뀌고 금융 시장이 요동친다. 이는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선거 결과를 결정한다. 그 덕분에 미디어의 관심은 항상 얼마나 많은 일자리 ‘양’을 늘렸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가 많아지면 우리의 소득도 높아지고 삶도 좀 더 풍족해질까? 이에 대해 셸 교수는 일자리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을 적게 주는 일자리가 아무리 늘어나봐야 보통사람들의 생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에서는 연일 고용증대를 위한 노력을 홍보하고 자신들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더불어 기업들은 정작 필요한 기술역량을 갖춘 인력은 항상 부족한 실정이라는 한탄을 한다. 이른바 ‘스킬 갭(skills gap)’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일자리 시장 어디에서도 온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는 대학 시간강사와 농장 노동자 그리고 마늘 공장의 예를 통해 기업들이 말하는 ‘노동력 부족’의 속뜻을 밝혀내 비판한다. “가혹한 조건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자의 숫자가 부족한 게 아니었는가?” 

대기업, 일자리를 볼모로 잡다 

미국 텍사스의 어빙(Irving) 시는 아마존(Amazon) 물류창고를 유치하기 위해 총 2억 9,600만 달러에 달하는 세제혜택과 다른 특혜를 제공했다. 지역 주민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이른바 ‘훌륭한 일자리(great job)’를 얻기 위해서였다. 어빙 시민들은 아마존 계약직 임시직원으로 일하면서 시간당 8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아마존은 텍사스 주와 미지급 세금문제가 불거지자 미련 없이 어빙을 떠나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던 테네시 주 채터누가로 물류창고를 옮겼다. 

또한 채터누가도 아마존을 모셔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시의회는 모두 3,000만 달러에 달하는 특혜조치를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아마존에 32만 3,748제곱미터의 토지를 제공하면서 그곳을 정비하는 데 400만 달러를 더 지출했다. 이에 호응해서 아마존은 1,467개의 풀타임 정규직 직원과 2,400개의 기간제 계약직을 약속했다. 영구적인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람들은 시간당 11.25달러를 받게 되었지만, 임시직들은 용역회사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2013년 축구장 28개 넓이의 채터누가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감동적인 연설을 했지만, 곧바로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미국의 평균 시급은 24.57달러였다. 

이렇듯 고용률 높이기에 급급한 정부가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세금으로 대기업을 지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서야 하는 일자리 위기 

저자는 2,500년 전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Pericles)의 말에 주목한다. 

“우리의 임무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폐광만 남은 애팔래치아 산악지대로부터 녹슬고 텅 빈 공장이 가득한 러스트 벨트의 심장부까지, 매사추세츠의 선구적인 최첨단 의류회사에서 미네소타의 번창하고 있는 공유오피스에 이르기까지,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일과 일자리에 관한 편견을 깨고 ‘좋은 일자리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미래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고민하면서 기업과 정치권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소시지 생산자, 소방관, 동물원의 조련사로부터 부동산 중개사, 증권 브로커, 마케팅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나아가 경제학자, 컴퓨터공학자, 심리학자, 역사학자들로부터 일자리에 관한 진지한 통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보스턴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일자리 문제에 ‘낙수효과’라는 해법은 없다”고 못 박으며 기업, 정부, 교육계, 노동자, 일반 시민 등 당사자 모두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모두가 함께 ‘일자리의 미래’를 그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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