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라스바드의 ‘인간 경제 국가’
[서평] 라스바드의 ‘인간 경제 국가’
  • 전계운 Students for Liberty Korea 고문
  • 승인 2019.07.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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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행동학을 바탕으로 세상을 봐라. 자유주의 고전서

대표적인 자유주의 학자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두 사람에게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학자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머레이 라스바드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리버테리언 사이에서는 그를 논하지 않고는 현대의 자유주의와 경제학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한 인물이다. 그의 여러 저서 중에서 무정부적 자본주의로 표현되는 그의 이론을 경제학적으로 풀어낸 책이 바로 『인간 경제 국가』이다. 이 책은 이미 2006년에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된 적이 있으나, 배움을 갈구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수요 때문에 통합본으로 재출간되었다.

『인간 경제 국가』는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수학자이며 동시에 정치철학자이자 역사가이자 현대 자유주의의 시스템 빌더인 머레이 라스바드에 의해 쓰여진 시장경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의 스승이자 위대한 자유주의 학자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뉴욕대학교 세미나 참석자 중 한 명이었는데, 미제스의 역작인 『인간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이 책은 『인간행동』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스바드는 『인간행동』의 발간으로부터 40여 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을 줄이고 이론적인 보완을 위해, 그리고 윌리암 볼커 기금의 제안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시장경제 입문서를 쓰게 되었는데 『인간 경제 국가』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 경제 국가』는 오스트리아학파의 학풍을 고스란히 녹여낸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오스트리아학파의 학풍이란 창시자인 칼 멩거의 주관주의에서부터 뵘바베르크의 시간선호, 그리고 미제스의 인간행동학까지의 흐름을 뜻한다.

『인간 경제 국가』는 인간행동학을 바탕으로 연역법을 사용해 개별 경제주체의 행위를 관찰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주류경제학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미제스의 『인간행동』의 주된 내용인 ‘모든 인간은 목적의식적인 행동을 한다’는 행동논리학과 주관주의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정부의 폭력적인 간섭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의 계획경제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의 간섭이 없는 완전한 자유시장경제에서는 가격 독점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고자 했다.

『인간 경제 국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효용에 관한 것과 한계효용의 법칙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라스바드는 효용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순위를 매기는 것은 가능하지만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계산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그날의 상황에 따라 치킨과 피자의 효용의 순위를 마음속에서 매길 수 있다. 축구나 스포츠경기를 관람할 때는 치킨의 효용이 마음 속 0순위가 될 수 있지만, 어떤 날에는 피자가 0순위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를 수치화 할 수 없으며, 정해진 기준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효용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계효용의 법칙은 ‘한계효용 하락의 법칙'을 통해 분명히 했는데, 재화의 단위가 동일하다면 각 단위의 한계효용은 재화의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식사를 할 때 밥을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먹을 때마다 한계효용이 하락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또한 독점을 다룬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독점을 나쁜 것으로 여긴다. 특히 시장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독점을 꼽기도 한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 가격담합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라스바드는 이와 같은 독점에 대한 통념을 깨주고 있다. 우선 독점을 다르게 정의했다. 독점은 정부가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권력을 사용하여 개인이나 기업에게 부여하는 특권 또는 특혜로 정의된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인위적인 장벽으로 인해 소비자들과 생산자들 모두 자유롭게 상품을 생산하거나 선택할 수 없는 해악의 상황을 일컫는 것이다. 즉, 정부가 강제적인 방식으로 만든 진입장벽의 유무를 중요한 기준으로 두었다.

책보다는 유튜브에서 손쉽게 지식을 얻는 요즘 같은 시대에 1,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책을 읽는 것은 아마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간 경제 국가』는 미제스의 『인간행동』과 쌍두마차로 거의 유일한 오스트로 리버테리언 경제학의 기본 서적이라는 점에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겠지만 대학가에서 가르치는 주류경제학이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다고 느끼는 사람,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싶은 사람, 시장경제에 대한 공부를 깊이 하고 싶은 사람, 『인간 경제 국가』를 통해 새로운 연구의 발판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한다.

전계운 Students for Liberty Korea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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