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레이트 컨버전스.... ICT 혁명은 세계화를 어떻게 변모시켰는가?
[신간] 그레이트 컨버전스.... ICT 혁명은 세계화를 어떻게 변모시켰는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9.2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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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리처드 볼드윈 Richard Baldwin은 영국 런던에 있는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경제대학원(GIIDS)의 국제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글로보틱스 격변The Globotics Upheaval』이 있고, 공저『유럽 통합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European Integration』, 『경제 지리학과 공공정책Economic Geography and Public Policy』등이 있다.

ICT 혁명은 세계화를 어떻게 변모시켰는가?

19세기 초 증기기관의 보급과 세계 평화가 정착됨에 따라 상품의 이동비용이 낮아지면서 세계화가 등장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정보통신기술로 지식의 이동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또다시 세계화가 이루어졌다. 저자는 이것을 각각 1차 세계화, 2차 세계화라고 부른다.

1차 세계화로 인해, 4천 년 동안 세계경제를 지배하며 누려온 아시아와 중동의 오랜 문명국 지위를 현재 부자 나라들이 두 세기도 가기 전에 가로챘다. 역사가들은 이를 ‘대분기(Great Divergence)’라고 부른다. 그러나 한 세기 이상 등등했던 부자 나라들의 기세가 1990년부터 급격하게 꺾이기 시작해 20년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

최근 20~30년간 두드러진 이런 경제 현상을 대분기에 빗대어 저자는 ‘대수렴(Great Convergence)’이라고 한다.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제조업 부문에서 일어났다. G7으로 불리는 현재 부자 나라들은 1970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1990년부터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걸었고, 그 반대 효과가 I6로 불리는 6개 개발도상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3차 세계화를 앞두고 있다. 저자 리처드 볼드윈은 텔레프레즌스와 텔레로보틱스의 발달로 사람의 이동비용이 낮아지면서 곧 3차 세계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세계화 20만 년 역사’에서는 이 책의 구성 원칙인 생산-소비의 결합과 분리 개념을 활용해서 세계화의 긴 역사를 간단히 살펴본다.

제2부 ‘세계화 서술의 확장’에서는 3단계 제약조건의 관점을 더 자세히 소개하고, 2차 세계화에서 현실적으로 새로운 내용이 무엇인지 한 걸음 더 들어가 살펴본다.

제3부 ‘세계화가 초래한 변화’에서는 우선 세계화를 위한 경제학 입문서를 펼쳐놓고 이 정보를 활용해 세계화의 영향으로 왜 첫 번째 분리와 두 번째 분리 사이에 그렇게 급격한 변화가 있었는지 설명한다.

제4부에서는 정책 입안을 위해 2차 세계화의 의미를 다시 살펴본다. 세계화의 성격 변화가 세계화정책에 던지는 의미를, G7과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각각 살펴본다.
제5부 ‘전망’에서는 세계화의 미래에 관해 추측한 몇 가지 내용을 제시한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세계화의 발전 유형을 이해하려면 세 가지 형태의 ‘분리비용’, 즉 무역비용, 통신비용, 대면접촉비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첫 번째 분리는 19세기에 상품의 이동비용이 급락하면서 시작되었고, 세계화의 두 번째 분리는 20세기 말 지식의 이동비용이 급락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 분리는 사람의 이동비용이 급락하면서 벌어질 것이다.

세계화 이전 세계에서는 사람과 생산물이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으나 상품 이동비용이 하락하면서 사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을 촉진한 운송 기술은 다시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으며 크게 향상되었다.

운송비용이 갈수록 낮아지는 동안, 지식과 사람의 이동비용은 그보다 훨씬 적게 하락했다. 분리비용이 이렇듯 제각각으로 줄어든 탓에, 마침내 현재의 선진국(약칭 ‘북’)과 현재의 개발도상국(약칭 ‘남’) 간에 엄청난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 우선, 시장은 전 세계로 퍼졌지만 산업은 특정 지역, 즉 ‘북’에서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이러한 ‘북’의 산업화는 ‘북’의 혁신을 촉진했으며, 지식의 이동비용이 워낙 높아 ‘북’의 혁신은 ‘북’에만 머물렀다. 그 결과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성장이 ‘북’에서 더 일찍 그리고 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불과 몇십 년 만에 성장 격차가 남북 간의 엄청난 소득 불균형을 낳는 바람에, 오늘날까지 세계의 경제 지형으로 굳어졌다. 요컨대, 대분기는 낮은 무역비용과 높은 통신비용의 조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ICT 혁명으로 지식의 이동비용이 대폭 낮아진 1990년 무렵 세계화는 다시 질주했다. 급격히 향상된 통신기술 덕분에 복잡한 원거리 활동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해외이전이 실현되자, 첫 번째 분리 기간에 생겨난 남북 간의 임금 격차로 인해 ‘북’의 수익성도 높아졌다. 생산단계가 저임금 국가로 이전되면서 세계화의 성격이 변했다. 일자리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부자 나라 기업들은 해외로 옮겨간 생산단계와 국내에 남아 있는 단계가 완벽하게 맞물리도록, 마케팅·경영·기술의 전문지식까지 함께 옮겨갔다. ‘글로벌 가치사슬 혁명global value chain revolution, GVC’으로 불리기도 하는 두 번째 분리로, 결국 지식의 국경이 다시 그어졌다. 현재 산업 경쟁력의 형세를 나타내는 것은 국제적 생산 네트워크지 실제 국경이 아니다.

ICT로 가능해진 해외이전은 G7국가의 전문지식을 개발도상국의 노동과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산업 경쟁력을 창출했다. 이렇듯 첨단기술과 저임금의 결합으로 엄청난 성공이 기대됨에 따라, 비교적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지식, 즉 첨 단기술에 관한 전문지식이 ‘북’에서 ‘남’으로 대량 흘러갔다. 2차 세계화가 1차 세계화와 다른 점은 바로 지식의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 있다.

세계화의 세 번째 분리는 이미 시작되었다

사람의 이동비용 하락에 따른 세 번째 분리는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와 텔레로보틱스(telerobotics)가 그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다. 텔레프레즌스 기술을 활용하면 해외 공장으로 가지 않고도 현장에서 회의하는 효과를 거의 그대로 낼 수 있고, 텔레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하면 한 장소에 있는 사람이 다른 장소에서 과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텔레프레즌스는 머리를 쓰는 서비스를 교환하려고 같은 장소에 있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에게 매우 훌륭한 대체물이 될 것이고, 텔레로보틱스는 몸을 쓰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이동하는 사람에게 매우 훌륭한 대체물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기술을 통해 노동자는 다른 나라에 가지 않고도 자기 나라에서 서비스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에 있는 호텔 방을 필리핀의 마닐라에 앉아 있는 가정부가,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필리핀 출신 노동자가 제어하는 오슬로의 로봇이 청소할 수 있다. 미국 쇼핑몰의 보안요원은 페루에 있는 보안요원이 작동하는 로봇으로 교체될 수 있다. 아니, 페루에는 10여 개 원격조종 로봇의 도움을 받는 한 명의 인간 보안요원이 있을 수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다 가능하다.

노동 서비스의 원격 제공은 양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일반적인 추세는, 개발도상국 출신 저숙련 노동자가 부자 나라의 업무를 받아 자기 나라에서 컴퓨터로 재택근무하기 위한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노련한 독일 기술자는 독일에서 중국 공장에 있는 정교한 로봇을 제어하면서, 중국에 있는 독일산 자본설비를 수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세계화의 다음 단계에서는, 한 나라에 있는 노동자가 다른 나라에서 현재는 사람이 현장에 실제로 있어야 하는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급격한 변화가 벌어질 것이다. 분리라는 주제를 활용한다면 세계화의 세 번째 분리란 노동 서비스가 노동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된다는 뜻일 것이다.

텔레프레즌스와 텔레로보틱스를 통해 대면접촉의 제약이 완화되면, 노동자의 물리적 실재와 노동 서비스의 물리적 실행을 분리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이로 인해, 두 가지 기념비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첫 번째 변화는 실제로 다른 나라로 가지 않고도, 앞으로 더 많아질 다른 개발도상국에 자신의 재능을 판매하는, 개발도상국의 노동자와 관리자에게서 비롯된다. 글로벌 가치사슬 혁명의 범위가 넓어지면, 더 많은 개발도상국이 급속한 산업화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이로 인해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재점화될 뿐만 아니라 대수렴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자기 나라를 떠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부자 나라에서 발휘하는 가난한 나라 노동자에게서 비롯된다. 이는 제조업 부문에서 하나의 혁명이다. 부자 나라 기업이 저임금 노동을 이용하려고 생산단계를 해외로 내보내는 시대는 끝나고, 개발도상국 노동자가 부자 나라에 남아 있는 공장의 업무를 자기 나라에서 재택근무로 처리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서비스 부문의 영향은 더 혁명적일 것이다. 많은 서비스 부문은 첫 번째 분리와 두 번째 분리의 영향을 간접적으로만 받았다. 아예 거래할 수 없는 서비스만 판매했기 때문이다. 거래할 수 없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서비스 공급자와 서비스 구매자가 물리적으로 반드시 같은 장소에 동시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단히 값싸고, 안전하고, 언제 어디에나 있는 텔레프레즌스 및 텔레로보틱스 기술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거래되지 않았던 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두 번째 분리로 인해 이미 제조업 부문에서 벌어졌던 일이, 세 번째 분리로 인해 서비스 부문에서 벌어질 것이다.

내일의 세계화는 오늘의 세계화와 전혀 다를 것이다

20세기 세계화는 부문별로 국가의 전문성을 강화했지만, 무역비용이 낮아짐으로써 모든 경제 부문과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도움을 받기도 하고 해를 입기도 했다. 이에 반해 21세기 세계화는 부문별이 아니라 생산단계별, 직무별로 이루어져 세계화의 영향을 예측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저자는 몇 년 안에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의 세계화는 우리 아버지 세대의 세계화와 다르다. 또한 내일의 세계화도 오늘의 세계화와 전혀 다를 것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추진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0세기 말까지는 주된 추진력이 증기혁명으로 촉발된 상품 이동비용의 하락이었으나, ICT 혁명이 닥쳐오면서 주된 추진력이 지식 이동비용의 경이로운 하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미래의 주된 추진력은 가상현실 혁명으로 촉발된 텔레프레즌스와 텔레로보틱스 비용의 혁명적인 하락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제 각국 정부와 기업이 먼저 세계화의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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