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일본·중국, 제2의 가쓰라 태프트 조약 맺을까?
[심층분석] 일본·중국, 제2의 가쓰라 태프트 조약 맺을까?
  • 김상민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09.20 10:5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스스로 왕따’가 되고 있다. 반면 주변 4강과 북한은 서로의 이익에 따라 합종연횡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이 특히 흥미롭다. 한반도, 특히 한국을 놓고 모종의 모의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사카 G20 당시 아베와 시진핑

지난 6월 말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Summit) 때 한국과 일본은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10년 지기가 만난 듯이 친밀한 태도를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사카 G20 개막 전날인 6월 27일, 미리 일본을 찾아 아베 신조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내각관방장관 등을 만났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아베의 초청으로 방일한지 한 달여 만이었다.

당시 중국 국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 측은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일중 관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10개 항목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동시에 “일본과 중국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확인했다.

악수하는 아베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
악수하는 아베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

아베 내각과 시진핑 주석은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양국 관계를 구축하고, 서로 협력하되 위협하지 않고 조화롭게 경쟁하자”고 합의했다. 또한 두 정상은 일본과 중국이 ‘영원한 이웃 나라’라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동시에 아베 총리는 연말 이내에, 시진핑은 내년 봄에 서로 국빈 방문하기로 합의하고 실무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일본과 중국은 또한 ▲과학기술 혁신 ▲지적재산권 보호 ▲경제무역 투자 ▲재정금융 ▲의료 ▲에너지 절약 및 기후변화 ▲군축 ▲관광 등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은 다양한 지역을 잇는, 잠재력이 큰 구상”이라고 칭찬했고, 시진핑 주석은 “일본이 일대일로 계획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상을 가속화하고, 연내 ‘지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협상이 타결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이와 함께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대화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동지나해 무해통항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적절히 처리하고 갈등은 건설적으로 통제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일본과 중국 언론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도 “일본과 중국은 가까워지고 있는데 문재인 정권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일대일로·RCEP 참여

아베 내각이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참여한다는 소식은 국내에는 생소하게 들렸다. 그러나 일본은 RCEP 체제에는 이미 참여를 결정한 상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뒤인 2017년 1월 미국은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에서 탈퇴했다. 당초 TPP는 중국이 주도하는 RCEP에 맞서기 위해 미국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경제 블록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서 탈퇴하자 졸지에 일본이 맹주가 됐다.

TPP는 물론 RCEP에도 가입해 있던 일본은 이때부터 ‘미국이 없는 TPP’보다는 ‘중국이 책임지겠다는 RCEP’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2018년부터 중국·인도 측과 RCEP 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해 10월에는 “2019년 말까지 RCEP 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아베 내각이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여기서 그쳤다면 별 일이 아니라고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일대일로 계획’에 참여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중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월 20일 아사히신문은 “일본과 중국 정부가 오는 9월, 제3국에서 일대일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조정 중”이라고 보도했다. 회의에는 이즈미 히로토 총리 보좌관과 닝지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이 양측 대표를 맡기로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 회의는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아베-리커창 총리 간 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이라며 “아베 총리의 방중과 함께 이뤄질 양국 정상회담에서 성과물을 내놓기 위해 논의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의 첫 일대일로 공동 프로젝트는 태국 고속철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 정부는 2017년 7월 방콕에서 북동부 니콘라차시마를 연결하는 260km 구간에 고속철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일본과 중국이 공동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이 신문은 “이 구간은 일대일로 계획의 일부로, 쿤밍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 방콕까지 고속철로 연결한다는 게 중국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동참한다는 것은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 중심전략’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일본을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고 있다. 한국의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이후 보이는 태도와는 다르다. 이는 일본이 경제적 측면에서는 중국과 협력하는 모습이지만, 안보 분야에서는 철저히 미국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F-35 스텔스 전투기 147대 구매와 이즈모급 헬기 호위함의 항공모함 개조, 주일미군 훈련을 위한 부지 매입 등이다. 특히 미군 훈련지를 마련해주기 위해 가고시마현에 있는 무인도 마게시마를 160억 엔이나 주고 매입한 일은 화제가 됐다. 주일미군은 현재 일본 정부의 도움으로 도쿄와 요코하마 인근에서 야마구치현과 가고시마현 등의 인구 저밀도 지역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일본과 중국이 단순히 경제적 협력을 하는 것인데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현재 상황과 아베 내각을 지원해주는 세력들의 목표를 함께 생각하면, 이것이 나중에 한반도에 악영향을 끼치는 전조로 풀이할 수도 있다.

시진핑 주석은 현재 정치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중국 경제 위기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데다 2014년 9월 홍콩에서 일어난 ‘우산혁명’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점이 그렇다. 중국이 홍콩을 완벽하게 지배하지 못할 경우 마카오와 동남아시아 친중국가는 물론 신장 위구르 지역의 소수민족들까지 공산당에 반기를 들 수 있어서다.

시진핑 세력은 여기에 일대일로와 같은 정책을 통해 환율시장 개입과 외환보유고 조작을 통해 거액의 외화를 마련, 제3세계와 동남아 지역에 대규모 차관을 줘 친중 국가로 만들려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다.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미국과 EU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없으면, 제3세계에 퍼다 줄 외화를 마련하지 못한다. 그런데 미국의 관세 부과로 벌어들이는 돈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 정확하게는 아베 내각과 이들을 지원하는 세력이 손을 내민 것이다.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NO아베를 외치는 반일 시위 모습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NO아베를 외치는 반일 시위 모습

아베와 시진핑의 공통 목표

아베 내각을 지원하는 세력이 일본회의라는 사실은 이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회의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야 하는지를 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800만 개에 달하는 신사 측에서 후원하는 일본회의는 ‘제2의 메이지 유신’을 꿈꾼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막부와 번주가 통치하던 체제를 타파하고 천황이 모두를 지배하는 유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현재의 일본 정치체제를 군주가 통치하는 신정일치체제로 바꾸자는 뜻이다.

일본의 국교는 신도(神道)다. 그 신도의 최고 제사장이 천황이다. 일본회의는 천황이 지금과 같은 ‘무늬만 입헌군주제’가 아닌, 최소한 벨기에처럼 국왕이 국회와 함께 입법권을 발휘하게 만들고자 한다. 일본회의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먼저 일본도 군대를 가질 수 있게 만들려 한다. 징병제까지는 무리라 하더라도 병력과 군사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확장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일본회의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일본의 개헌 조건은 중의원과 참의원 중에서 3분의 2가 개헌에 찬성해야 한다. 그렇게 양원을 통과한 개헌안은 국민투표를 거친다. 국민투표에서는 유효 투표수의 절반 이상이 개헌에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일본 사회의 분위기는 개헌과는 거리가 멀다. 절대 다수의 일본인이 자신들의 권리를 천황에게 양도하기를 거부하고 있고, 특히 개인의 신체자유권과 관련해 징병제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위대 문제다.

자위대의 문제는 예산이나 장비가 아니다. 인력 부족이다. 일본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몇 백 대 도입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자금이 있지만, 사람이 없어 사지를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본 자위대 병력은 2016년 말 기준 24만 명을 조금 넘는다. 그런데 자위대에서 필요한 전체 인력은 최소한 27만 명이다. 이렇게 필요한 병력의 15% 이상이 모자란 상황은 이미 10년 넘게 계속됐다.

일본 정부는 이 때문에 정년을 1~5년 연장하는가 하면, 퇴직한 자위대원을 다시 고용하는 정책까지 펴고 있다. 자위대에 지원해 4~5년 근무하면 한국 돈으로 2억 원에 가까운 돈을 마련한다고 광고하지만, 여기에 지원하는 젊은이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회에서도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어서다. 2017년부터 북한 김정은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일본에서도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아직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주일미군이 멀쩡하게 버티고 있다 보니 젊은 세대들에게 ‘일본군’ 이야기는 여전히 환상에 불과하다.
 

한반도가 ‘힘의 진공’ 상태가 되면 누구에게 이익일까?

그런데 이런 일본회의의 목표, 시진핑과 그 지지 세력들의 권력 강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한반도의 ‘힘의 진공’ 상태, 즉 무정부 상태다. 만약 한반도에서 한국의 군사력이 무력화되고 주한미군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경우 남북이 연방제 통일을 한 뒤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까지 확장되면 어떨까.

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 사실상 유일한 미국의 대리자가 된다. 특히 한반도 부산과 대마도는 불과 49.5km 떨어져 있어 일본 사회에도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되면 일본 내에서 개헌과 함께 부분적 징병제를 실시할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 위기 상황에 유독 민감한 일본인들이라면 국방예산을 확대해도 반발이 거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위기를 느낀 일본 사회 여론에 따라 재일교포를 비롯한 재일 한국인들을 모두 내쫓으면, 일자리도 더 생긴다.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입장은 어떨까. 국내에서 잘 말하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가 중국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중국은 현재 북한을 완충지대로 취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별의별 이상한 주장을 펴도 감싼다. 그러나 만약 남한이 무력화되면, 중국은 북한을 자신들의 충복으로 삼고, 남한을 완충지대로 만들면 된다. 쉽게 말해 중국과 북한이 함께 관리하는 ‘제2의 홍콩’처럼 취급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중국과 북한이 무력화된 남한에서 각종 선전선동을 통해 ‘반일정서’와 ‘반미정서’를 고조시키면, 한국군을 모두 없애지 않아도 알아서 일본과 미국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수도 있다. 특히 일본에서 쫓겨난 재일교포나 재일 한국인들의 반발과 분노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길동수 2019-09-20 23:02:49
주한미군 철수 절대로 없습니다. 미국 하원의회에서 미군 2만명 이하로 줄이는거 금지법 통과됬다네요. 그리고 일중이 가쓰라 테프트 밀약? 허무맹랑한 소리입니다. 21세기는 국가의 소멸을 전제로 하지 않기에 과거처럼 한 나라가 사라지는게 쉽지 않다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