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내 언론들은 외신을 인용,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소환장을 보내고,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증언자를 이미 확보했다. 민주당 측은 2주 이내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탄핵 절차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국내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의 원인이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사실은 중국 공산당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시작과 확산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결심하게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지난 9월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불거졌다.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에 대해 조사해 달라”며 예정돼 있던 군사 원조를 끊을 수도 있다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었다.
이를 두고 트럼프 안티세력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의 유력 주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음해하기 위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 백악관에서 “지난 7월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맞다”면서도 “부당한 압력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은 주로 우크라이나의 고질적인 부패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그 아들처럼 미국인이 우크라이나에서 부패를 만들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당시 통화 녹취록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뒤 언론들은 두 편으로 갈렸다. 한 쪽은 “이걸 압력이라 말하기는 애매하다”고 지적했고, 다른 한 편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을 조사하라는 직접적인 요청은 없었다고 해도 사실상 압력”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후자를 택했다. 이들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결정했다.
9월 26일 조셉 맥과이어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하원 정보위 위원들은 맥과이어 국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부당한 압력을 넣었는지, 그 사실을 정보기관들은 알고 있었는지,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알려진 내부고발자에게 정보기관 수뇌부가 압력을 가했는지 등을 물었다.
청문회가 끝난 뒤 이 일이 과연 탄핵으로까지 이어져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부자는 중국에서도 우크라이나 만큼 질 나쁜 일을 벌였다”며 “중국 정부도 이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미국 언론과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민주당은 탄핵 절차를 중단하기는 커녕 자신감을 갖고 탄핵 절차에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사 속도를 높이면 10월 이내에 탄핵 표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탄핵에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2014년에 시작됐다.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기업 ‘부리스마’의 임원으로 선임됐다. 1970년생인 헌터 바이든은 조지타운대를 졸업한 뒤 오레곤 포틀랜드에 있는 예수회 교회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이후 조지타운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1년 뒤 예일대 로스쿨로 편입했다. 여기를 졸업한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헌터 바이든과 우크라이나 스캔들
헌터 바이든은 로스쿨을 졸업한 뒤인 1996년 금융지주회사인 MBNA에서 근무하는 한편 부친 조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을 도와 정치적인 역할도 맡았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MBNA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클린턴 정부 말기인 1998년부터는 상무부에서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2001년에는 동료들과 함께 로비업체를 직접 차려 워싱턴 정가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2006년에는 조지 W.부시 대통령에 의해 ‘암트랙’이라는 회사의 임원을 맡았다. 암트랙이란 국립철도여객공사로, 반민반관 기업이다. 부친이 부통령이 된 2009년 헌터 바이든은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의 의붓아들 크리스토퍼 하인즈, 동료 데븐 아처와 함께 ‘로즈몽트 세네카 파트너스’라는 투자회사를 차린다. 헌터 바이든은 또한 유럽 벤처캐피털 업체가 설립한 ‘보이스 쉴러 플렉스너’의 고문 변호사도 맡는다.
헌터 바이든은 이 와중에도 해군 예비역으로 복무했다. 그러나 2013년 5월 코카인 복용으로 불명예제대 조치를 당했다. 이 사실은 뒤늦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런 사건이 일어난 뒤인 2014년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회사 ‘브리스마’의 임원이 된 것이다.
헌터 바이든은 2019년 4월 임기를 마칠 때까지 브리스마로부터 매달 5만 달러 상당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로 우크라이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8년 기준 3700달러다. 그러다 2016년 우크라이나 검찰이 브리스마 소유주를 부패 혐의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임인 포로셴코 대통령 시절이다.
이때 헌터 바이든이 브리스마 소유주를 보호하기 위해 당시 부통령이던 부친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10억 달러의 정부대출보증을 끊겠다”며 우크라이나 정부와 의회에 “브리스마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의회에서 탄핵을 당해 쫓겨나고 브리스마의 부패 혐의 수사는 유야무야 돼 헌터 바이든의 압력설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보다 심각한 중국 스캔들
이 내용을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브리스마의 부패 혐의를 다시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 보도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예산까지 배정된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볼모로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을 전했다.
이로 인해 탄핵 논란이 불거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꺼낸 반격 카드는 “헌터 바이든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15억 달러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 내용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도 소개됐다.
헌터 바이든은 앞서 언급했던 데븐 아처, 중국 사모펀드 투자자 조나단 리와 함께 2013년 사모펀드 ‘BHR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그런데 헌터 바이든은 같은 해 12월 부친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부친의 전용기를 함께 타고 갔다.
중국에 도착한 헌터 바이든은 부친의 숙소로 조나단 리를 데려가 부친에게 그를 소개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열흘 뒤 BHR 파트너스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펀드 허가증을 받았고, 뱅크 오브 차이나로부터 15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 돈이 정상적인 기업 등에 투자됐다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돈은 중국 공산당을 위한 사업에 적잖게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온라인 매체 ‘디 인터셉트’는 지난 4일 “헌터 바이든, 중국 내 무슬림을 탄압하는 앱(App) 개발에 투자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매체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설립한 ‘보하이 하베스트 RST’라는 회사가 스타트업 벤처 투자펀드인 ‘시리즈 C 투자’를 통해 ‘페이스 2+’라는 앱을 개발하는 업체에 4억 6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언론들은 중국 공산당의 소수민족 탄압용 감시체제 구축에 투자한 헌터 바이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주류 언론들이 헌터 바이든의 행태를 상세히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체에 따르면, 헌터 바이든이 중국 공산당을 도왔다는 내용은 지난 5월 8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가 발표한 보고서에 실려 있다. HRW는 “페이스 2+라는 앱은 중국 공산당이 신장 위구르 지역의 무슬림 소수민족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지역 무슬림 소수민족의 종교 활동, 혈액형 등은 물론 전력 사용량까지 개인의 모든 정보를 공안(경찰)에게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HRW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 2+는 신장 위구르 공안이 중국 공산당의 명령으로 구축한 ‘일체화 병합작전 평대’ 체계와 연결돼 있다. 즉 위구르 무슬림들의 거의 모든 개인 정보가 실시간으로 중국 공안으로 전달되며, 이들의 평소 행동 패턴과는 다른 이동이나 활동이 나타나면 곧바로 공안 사령실로 통보된다.
매체는 또한 헌터 바이든의 ‘보하이 하베스트 RST’가 중국 인민은행이 거느린 국영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았으며 이를 통해 자동화 기계, 로봇 산업, 광업, 중국판 우버(Uber)로 알려진 디디추싱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헌터 바이든 옹호에 나선 미 언론들, 바이든 공격하는 트럼프家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초순 재차 “중국은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일어난 일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보다 질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자 안티 트럼프 매체로 알려진 주류 언론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CNN은 ‘팩트 체크’를 통해 “바이든이 중국 정부의 돈을 받았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CNN은 바이든 부자의 스캔들을 처음 주장한 책을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인용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헌터 바이든은 부친이 부통령에서 퇴임한 지 2년이 지난 2017년 7월 BHR 파트너스 지분을 43만 달러에 인수한 것일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몰아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부자의 문제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볼모로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재미있는 점은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바이든 측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방어보다는 공격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트럼프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9월 하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싱크탱크 외교관계협의회(CFR) 좌담회에 나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협해 검찰총장을 끌어내렸다”고 말하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영상을 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이 2016년 3월 당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나는 6시간 뒤에 여기를 떠날 예정”이라며 “만약 (당신이) 검찰총장을 해고하지 않으면 너희 나라는 10억 달러를 못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힌다. 그는 이어 “그리고 나서 그 개새끼(탄핵당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을 지칭)은 파면됐다”며 “그리고 믿을 만한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말한다. 이는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중국에 걸려 넘어지나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되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뉘앙스의 보도를 계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폭스 뉴스를 포함한 일부 언론들은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국 스캔들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 사법부에 대한 압력은 사실상 일회성 사건이지만 중국 스캔들은 현재 미국을 위협하는 적에게 붙어 거액을 벌어들인 사건이라 미국인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는 게 폭스 뉴스 등의 분석이다.
한편 한국 언론도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주류 언론의 보도를 주로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조 바이든의 아들이 중국 공산당의 소수민족 탄압을 도와서 돈을 벌었다는 내용은 크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압력설’은 대서특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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