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분석] 중고생 수포자·과포자 급증,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전문가분석] 중고생 수포자·과포자 급증,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승인 2019.12.31 10: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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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포기자의 증가는 교육 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까지 어둡게 한다.
수학 포기자의 증가는 교육 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까지 어둡게 한다.

중고생 중에 수학 공부를 포기하는 ‘수포자’와 과학 공부를 포기하는 ‘과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미래의 한국을 위한 준비에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 양성에서 수학과 과학은 매우 중요한 과목이므로 수포자와 과포자 급증은 국가 미래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급증을 확인해 주는 자료가 ‘2019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나타났다.

교육부는 올 6월 전국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81만 1754명 중에서 약 3%인 2만 4936명(481개교)을 대상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시행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지난 11월 29일 발표했다. 이 평가는 1986년부터 시작되었고 초기에는 표집(標集) 평가로 실시하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전국 모든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로 치러졌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2017년)부터 일부 학생만 뽑아 평가를 실시하는 표집 평가로 다시 바뀌었다. 이 평가조사는 국어, 수학, 영어, 과학 과목의 학업성취도와 학교생활 행복도를 조사한다. 그리고 과목의 평가 결과는 우수학력(과목의 기본내용을 대부분(80% 이상) 이해한 수준), 보통학력(상당 부분(50% 이상) 이해한 수준), 기초학력(부분적으로(20% 이상) 이해한 수준), 기초학력 미달(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20% 이하) 수준)의 절대 평가로 네 가지로 분류한다. 2019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수학과 과학만을 우선 살펴보자.
 

<그림 1> 중3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 증가 추세

수포자의 증가

올해 평가 결과 중3 학생의 수학 교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1.8%로 전년(11.1%) 대비 0.7%포인트 증가했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5년(4.6%)을 기점으로 4년 연속 상승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고2 학생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9.0%의 높은 수준으로, 중고생 10명 중 1명꼴로 수학 과목 기초학력 미달자라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상당 부분(50% 이상) 이해하는 것을 뜻하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65.5%로 전년(70.4%) 대비 감소했다. 중3 수학 교과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지난해 62.3%에서 올해 61.3%로 약간 줄어 전반적으로 중3과 고2에서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표 1> 중3, 고2의 보통학력 이상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

과포자 증가

지난 12월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지난해 과학 과목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11.5%였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5년 6.5%에서 지난해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이에 비해 우수학력은 10.9%에서 5.3%로 배 이상 떨어졌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특히 높은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의 국가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걱정된다.

정부는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국어, 수학, 영어만 발표하고 중3만 치르는 과학은 내부자료라며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과학 수업을 50% 이상 이해하는 보통학력 이상 이해하는 중3은 지난해 47%에 불과해 국어(82%), 수학(62.3%), 영어(65.8%)보다 훨씬 떨어진다.

이런 현상은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서 국어, 영어, 수학은 필수 과목으로 사교육 도움을 많이 받지만 과학은 수능 선택과목이 되면서 갈수록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방자치단체에 좌파 교육감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교과 지식보다 체험, 토론 등을 강조하는 ‘혁신학교’가 확대되면서 과학 과목 학력 저하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림 2> 중3 과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 추세와 과목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2018

교육부가 지난 12월 3일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중고생의 수학 실력은 조사대상 79개국 중에서 5∼9위, 과학 실력은 6∼10위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년에 한 번씩 ‘수학·과학·읽기·삶 만족도’에 대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를 벌이는데 2006년부터 오차를 고려해 ‘범위’로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이 PISA 평가는 전 세계 79개국(OECD 회원국 37개국, 비회원국 42개국)에서 약 71만 명이 참여했으며 우리나라는 190개교 총 6876명(중학교 34개교 917명, 고등학생 154개교 5881명, 각종학교 2개교 78명)이 참여했다. 2018년 결과는 2015년의 결과(수학은 6∼9위, 과학은 9∼14위)와 큰 차이가 없고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실력이 2000년과 2006년 세계 1위에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하향 추세는 염려스러운 결과이다.

2018년 평가 결과 수학과 과학 분야 각각에서 동일하게 1위(중국), 2위(싱가포르), 3위( 마카오)가 모두 중국계로, 중국 중고생의 수학·;과학의 학업성취도가 놀랍다. 한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실력 하향추세도 걱정이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우리나라 중고생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평균 6·52점으로 OECD 평균 7.04점보다 낮아 조사대상 국가 71개국 중 65위로 하위권에 처져 있다는 것이다.

이 점수는 “요즘 자신의 전반적인 삶에 엄마나 만족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0점(전혀 만족하지 않음)부터 10점(완벽히 만족함)의 척도로 응답한 값의 평균이다. 중고생의 삶의 만족도가 나쁜 것은 학생들이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며 이는 학업 성취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문제점 진단과 대처 방안

중고생의 수학·과학 과목의 기초학력 저하는 미래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에 심대한 영향을 주므로 이대로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어떤 대책이 가능한가? 세 가지만 제안하기로 한다. 첫 번째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2025년 시행), 혁신학교 확대 정책 등에서 나타난 교육부의 교육 평준화 정책은 교육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면서 학력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고교육 컨트롤 타워를 장악한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의 ‘탈(脫)경쟁, 무(無)시험’ 코드 교육이 학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전국 42개교 자사고는 정부 지원금 없이 독립된 재정과 독립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사립학교로 학생들의 학력이 우수하고 이 학생들은 학교에서 거의 모든 공부를 하고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 이런 자사고를 고교서열화 해소라는 이유를 내걸고 폐지하겠다는 것은 자율적으로 다양하게 우수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사립학교의 의욕을 꺾고 국가에서 모든 교육을 장악(?)해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고 획일적으로 교육 하향평준화를 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 결과는 기초학력 저하로 나타날 것이다.

혁신학교는 2009년 진보 성향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시작한 학교로, 2010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6곳(서울, 경기, 광주, 전남, 전북, 강원)에 모두 혁신학교가 생겼다. 올해 6월 현재 혁신학교 수는 전국 초·중·고 1만 1631개교 중 1525개교(13%)이다. 이 학교들은 입시와 경쟁보다는 자발적으로 함께 배우는 교육을 지향하면서 토론과 체험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시험.학업의 강도가 일반학교에 비하여 약하다. 취지는 좋으나 혁신학교들은 담당 교사와 교장.교감의 능력과 열정에 따라 학생들의 학력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 고교생 중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이 전국 고교 평균 4.5%보다 높은 11.9%로 나타난 조사 결과를 보면 혁신학교가 학생들의 기초학력 증진에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교육부 성과관리시행계획’에 따르면 혁신학교 비율을 현재의 13%에서 올해 150개교 이상 추가 지정해 14%로 비율을 높인다고 한다.

따라서 수학, 과학 등의 기초학력 저하를 막는 대처 방안은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정책을 폐기하고, 차라리 사립학교들에 더 많은 자사고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사고들이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증진시키도록 장려하고, 정부는 혁신학교를 폐지하고 일반 중고등학교들을 과감하게 지원해 전체적으로 교육 상향 평준화를 시키면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증진되고 결국 수포자·과포자 비율도 줄어들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문제점은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65위라는 하위권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사교육의 극성, 지덕체(智德體) 교육에서 덕체(德體)가 소홀하게 취급된다는 점, 소위 ‘코드 교육’이 혁신으로 포장되어 ‘쉬운 수학’, ‘쉬운 과학’을 내세우는 역주행 교육으로 학생들이 공교육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공부가 재미없어지고 삶의 의욕도 저하되고 기초학력미달자가 양산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는 공교육을 강화해 학교에서 체육도 많이 하고, 덕을 함양하고, 예능도 배우며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 충분히 질 좋은 교육을 시키면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갈 필요도 적어지고, 학생들 간의 친목도 강화되어 삶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다.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면 학생들이 공부에도 더 많은 흥미를 갖게 되어 수포자와 과포자가 줄어들 것이다.

세 번째 문제점으로는 수년째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현재 전체 학생의 3%에 해당하는 ‘표집조사’만 하고 있으므로, 누가 기초학력미달자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포자·과포자를 식별해 이들을 집중적으로 도와주고 싶어도 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2017년부터 시작된 표집조사를 폐기하고 다시 전수조사로 돌아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모든 중3, 고2에게 실시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학생이, 어떤 학교가 기초학력에서 특히 떨어지는가를 알 수 있고 그 개선책도 마련될 것이다.

교육에는 시험, 경쟁, 서열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이를 좌악시하거나 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 정보를 악용해서는 안 되며 이를 선용(善用)하여 전반적으로 학력을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수학력의 인재가 필요하며, 기초학력과 기초학력 미달자가 확 줄어들고, 우수학력과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바란다.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를 올리고, 수포자와 과포자를 줄이는 정책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 정부와 모든 국민이 합심하여 이 문제에 도전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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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HANG 2020-01-06 15:07:14
자료 분석에도 할 말 있지만 그건 생략하고...
첫째 제안, 자사고 사교육비가 없다는 뻔뻔한 헛소리는 대체 어떤 낯짝으로 할 수 있나?(https://news.joins.com/article/21689982​)
자료에 따라 혁신학교 줄이자고 하는 건 맞지만, 자사고를 살려야 하는 이유는 대체 뭔가?(외고 살리니 수과포자 줄어든다? 오비이락?)
둘째 제안은 어불성설. 지덕체 중에 덕체가 소흘하다면서 쉬운 수학, 과학으로 공교육의 흥미를 잃는다고 하면 '지'는 강화해야 하는 건가? 약화해야 하는 건가? 결론은 학교를 재미있게 하자고 한다...헐
셋째 제안은 탁상공론. 그럼 그 잘난 이명박 때 일제고사 벌여서 맞춤형으로 개선되었나?
전문가칼럼이랍시고 아무말대잔치 벌이면서 선동질할거면 똑바로 좀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