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준호 감독 마니아, 숭실사이버대 ‘봉덕후’ 제이슨 베셔베이스 교수를 만나다
[인터뷰] 봉준호 감독 마니아, 숭실사이버대 ‘봉덕후’ 제이슨 베셔베이스 교수를 만나다
  • 김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2.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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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이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로 외국어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새로운 오스카 역사를 쓴 가운데 평소 봉 감독과 끈끈한 친분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숭실사이버대 예술경영학과 제이슨 베셔베이스 교수와 만나봤다.

숭실사이버대 연예예술경영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제이슨 교수는 JTBC <방구석1열>에 출연해 봉준호 마니아임을 인정했으며 ‘살인의 추억’을 런던 극장에서 4번이나 봤을 정도로 한국영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머나먼 나라 영국에서 한국까지 날아온 제이슨 교수는 어떤 계기로 한국 영화에 푹 빠지게 되었고 봉준호 감독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

'Sight & Sound 매거진에 소개된 봉준호 감독의 기사를 설명하는 제이슨 베셔베이스 교수'

Q. 런던에서 서울까지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2003년 런던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아내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특히 한국영화를 많이 소개해줬었다. ‘집으로’, ‘공공의 적’과 같은 다양한 한국 영화가 있었고 모두 DVD 가게에서 빌려서 봤다. 그러다 한국영화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한 ‘살인의 추억’이 영국에서 개봉해서 보게 되었다. 2004년 9월에 개봉한 이 영화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처음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기생충’ 영화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정말 엄청났다. 살인의 추억을 계기로 점점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 영화에 대해 좀 더 집중해서 공부하고자 2011년 한국에서 박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런던에서 한국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Q. 한국에서 지낸 지 10년이 넘었는데 한국생활은 어떤가.

A. 한국에서 생활하는 건 상상 이상으로 재밌다. 솔직히 말해서 영국에서의 생활은 조금 심심하다. 반면 한국의 삶은 다이나믹하다. 한국의 ‘흥 문화’도 잘 맞고 빽빽한 스케줄 속에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 좋다. 병원 같은 편의 시설이 다 가까워서 살기에도 편하다. 시골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이런 사소한 점이 좋다. 특히 한국의 찜질방을 좋아한다. 아들과 편하게 같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 참 좋은 것 같다.

Q. 제이슨 교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별명 ‘봉덕후’다. 박사학위 논문도 봉준호 감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제이슨 교수에게 봉준호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A. 봉준호 감독은 매우 똑똑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보통 똑똑한 영화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영화관에서 별로 인기가 많지 않은데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똑똑하면서 재미있어서 인기가 많다. 봉준호 감독님이 만드는 영화는 스토리를 예측할 수 없고 기생충 영화처럼 놀라는 요소들이 많다. 정말 장르의 마스터다. 실제로 내가 만나본 봉준호 감독의 성격은 동네 형처럼 유쾌했다. 그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석사 논문으로 ‘살인의 추억’에 대해서 쓸 때였다. 봉준호 감독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마음에 그분께 이메일을 보냈었는데 3개월 동안 답장이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봉준호 감독에게 직접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되었다. 동네 친한 형처럼 편하게 대해주면서 인터뷰에 응해주었고 그 덕분에 봉준호 감독을 더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그 뒤로도 종종 둘이서 만나고 하면서 봉준호 감독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 거장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없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영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적극적인 분이다.

Q.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한국 영화에 주로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한류 영화에 대한 감상과 의견 부탁드린다.

A. 한국 영화에서 사회이슈를 다룬 영화를 잘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북한에 관한 영화 중에서 ‘스윙 키즈’나 ‘물고기’도 재밌게 봤고 사회적인 문제나 외교에 관한 것도 한국 영화로 다루기 좋을 것 같다. 또 한국 여성 감독들의 상업적인 영화가 아직은 많지 않은데 첫 블록버스터 영화도 기획하고 있는 것 같고 여성감독들이 점점 영화 산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Q. 숭실사이버대학교 연예예술경영학과 교수로 활동 중인데 학교에서는 제자들을 위해 어떤 강의를 하고 있나.

A. 온라인 학교지만 오프라인보다 학생과 교수 간의 교류가 많다. 학생들이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이메일로 질문도 많이 한다. 아무래도 집에서 공부하니까 교수한테 더 편하게 물어보는 것 같고 이 덕분에 교류가 잘되는 점이 너무 좋다.

Q. 숭실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가 있나.

A. 작년에 스토리텔링을 가르치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활동을 시킨 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와 줘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영화평론 수업 때도 영어가 힘들텐데도 학생들이 똑똑하게 잘 해내서 인상깊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A. 학생을 가르치면서 봉준호 감독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 원래 2년 전부터 기획해왔었는데 바빠서 미뤄오다가 이제는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북한에 관한 얘기나 영국과 한국을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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