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신간]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3.21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생의 무게 앞에 내 삶이 초라해질 때, 그때야말로 시가 필요한 순간이다”
고된 일상 속,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소환하는
정재찬 교수의 시로 배우는 인생 수업

저자 정재찬은 15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시를 잊은 그대에게: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로 대중 곁에 다가와, 시 읽는 기쁨을 가르쳐준 우리 시대의 시 에세이스트. 시는 물론, 인문학, 예술,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풍요로운 콘텐츠로 구성된 그의 강연은 늘 즐거움과 감동의 세계로 청중들을 이끈다.

JTBC 〈톡투유〉, 〈양식의 양식〉, tvN 〈어쩌다 어른〉,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다양한 방송과 매체 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시심의 씨앗을 뿌리는 데에도 애써왔다. 시의 힘과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 사회에 공감과 소통, 치유가 이루어지길 그는 꿈꾸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여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모든 이를 위한 아름다운 시 강의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시다”

학업과 취업의 관문을 거쳐, 밥벌이하며 애써 가족을 돌보고, 나이 듦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생의 모든 과정은 말 그대로 고해(苦海)와도 같다. 그 혹독한 인생의 과제들을 해쳐나가는 동안 어느덧 사랑, 자유, 고귀함 같은 마음속의 빛나는 말들은 점점 사위어가고, 이력서 스펙이나 연봉 실수령액처럼 손에 쥔 숫자들만이 내 삶을 점점 더 초라하게 비출 때, 우리는 무엇으로 삶을 더 채울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 정재찬 교수는 나지막히 되묻는다. 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으로 우리 인생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정재찬 교수의 인문 에세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인생의 무게 앞에 지친 이 시대의 모든 이를 위하여 자기 삶의 언어를 찾도록 이끌어줄 열네 가지 시 강의를 담았다. 이 책은 밥벌이, 돌봄, 배움, 사랑, 건강, 관계 등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관한 지혜를 60여 편의 시에서 찾아 우리에게 들려준다. 시는 인생에 대한 통찰과 성찰을 담은, 아니 그 자체가 삶을 응축한 또 하나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2. 박목월, 이성복, 황동규부터 방탄소년단까지, 60여 편의 시로 듣는 섬세한 인생의 단어들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을 되살리는 것이 바로 시의 힘 아닐까”

스핑크스 앞에 선 오이디푸스의 숙명처럼 인생의 관문에는 늘 수많은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정답을 알 수 없기에 인생은 살 만한 것. 정재찬 교수는 이 책에서 시(詩) 소믈리에가 되어 정해진 답이나 위로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인생의 맛을 되새기게 만드는 가슴 뭉클한 한 편의 시를 건넨다. 지친 우리를 늘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은 듣기 좋은 구호나 허울 좋은 통계가 아니라, 마음에 품은 작은 희망이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헤아릴 수 없는 열정과 그리움 들이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바로 그 가슴 뜨거운 시의 순간들이 모여 이룬 한 권의 아름다운 인생론이다.

이 책에서 정재찬 교수는 독자가 직접 강의를 듣는 듯 느끼도록 차분하고 담담하게, 유머러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입말을 사용하며, 시가 안내하는 인생길의 경관으로 독자들을 친절하게 이끈다. 그가 펼치는 열네 번의 시 강의는 박목월, 신경림, 이성복, 황동규, 문정희, 나희덕, 김종삼 등의 시 60여 편에 달하는 주옥같은 시 작품들뿐 아니라, 인문학, 영화나 가요 등의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풍요로운 콘텐츠로 가득하다. 이문세의 〈옛사랑〉같은 흘러간 가요나〈어린 왕자〉, 알랭 드 보통 등의 명저들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배우고, 방탄소년단의 〈페르소나〉나 영화 〈기생충〉등 신드롬이 된 대중문화를 통해 내면 깊이 들여다보며, 고려가요 〈청산별곡〉과 TV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고독의 가치를 되새기는 등 인생의 맛을 다채롭게 음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문학연구자의 내공과 통찰, 그리고 일상의 순간조차 시적 언어로 섬세하게 그려내는 미문(美文)은 이 책에 깊이를 더한다.

3. 일곱 개의 테마와 열네 개의 프리즘, 

소통과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만나는 시의 적절한 사유

이 책은 아이러니하고 복잡다단한 우리 삶의 본질에 더 깊이 다가서기 위한 장치로서 일곱 가지 테마에 각각 두 개의 코스, 모두 열네 가지 인생 여정으로 이끈다. 밥벌이, 돌봄, 배움, 사랑, 관계, 건강, 소유를 각각 생업과 노동, 아이 돌봄과 부모 돌봄, 교육과 공부, 열애와 동행,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몸과 마음, 가진 것과 잃은 것으로 나누어 깊이 들여다본 것이다.

이러한 구성 안에서 먹고사는 일이란(1장 〈밥벌이〉) 땀 흘리며 몸의 소금을 내어주고 소금을 받는 로마 병정의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하는 기쁨을 누리며 사는 신화 속 헤파이스토스에 비견된다. 비정규직 청년의 심정을 다룬 시 최지인의 〈비정규〉와 40대 가장의 힘겨운 삶을 그린 〈중과부적〉을 함께 읽으면서, 현실 속 세대나 계층 간의 수많은 갈등을 뛰어넘어 비로소 공감과 치유, 진정한 이해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출산과 양육을 통해 부모를 성장하게 만드는 ‘아이’, 그리고 그러는 사이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늙여버린 ‘부모’의 편으로 나누어, 돌봄을 주고 돌봄을 받는 인생의 순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의 프리즘 같은 구성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생의 깊이를 음미하도록 관조의 시간을 선사한다.

세상에 널린 갈등과 혐오와 경쟁의 말들 속에서도, 여전히 뜨겁게 사랑하고, 가족을 꾸려 서로를 돌보며, 밥벌이를 위해 종일토록 수고하고 땀 흘리며 살아가는 우리들. 이 책은 숱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와 가족, 그리고 이름 모를 타인들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자 시대의 언어로서 시를 만나보기를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잊고 지낸 혹은 새로운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인생의 언어와 인생 시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