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 영화로 본 대한민국 검사와 공공의 적들
[사회비평] 영화로 본 대한민국 검사와 공공의 적들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4.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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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조국 일가와 윤석열 검찰을 연상시키는‘영 화 공공의 적2’ 포스터.
아이러니하게도 조국 일가와 윤석열 검찰을 연상시키는‘영 화 공공의 적2’ 포스터.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라고 한다. 야외활동도 가급적 자제할 것을 강조한다.

2월 19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벌써 두 달째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영화관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다 보니 자연스레 케이블방송을 보게 된다. 무심결에 영화 ‘공공의 적2’를 보고 있는데 귀에 ‘팍’하고 꼽히는 대사가 들어왔다. ‘나쁜 놈 인권 보호하다가 내 사람 피쏟는 거 저는 못봅니다.’ ‘못 돌아와도 좋습니다. 

나쁜 놈 잡을 수 없는 검찰이라면 다시는 안돌아옵니다.’ ‘저쪽(잡범)이 100배는 쉬워, 잡기도 쉽고 자백받기도 쉽고, 개과천선시키기도 쉽지, 그런데 많이 배우고 많이 가져서 도망갈 길이 많은 것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돈은 시퍼런 칼이 되어 돌아옵니다’라고 영화 ‘공공의 적 2’에서 열혈 검사 강철중(설경구 분)은 말한다.

권력과 연결된 힘 있는 사학재단 비리를 수사하자 검찰 고위층의 압박이 가해졌다. 평검사인 강철중(설경구)에게 “당신 지금 표적 수사하고 있다고 광고하는 거야?”라고 하자 강철중 검사는 이렇게 답한다. ‘이렇게 구린내 풀풀 나는 놈 못 잡으면 검사 안합니다. 쪽팔려서요.’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철중 검사의 수사를 방해하는 검찰 고위직의 모습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얼굴이, 그리고 강철중의 얼굴에서 윤석열 총장의 얼굴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이쯤 되자 무심결에 보는 영화가 아니라 아주 집중하면서 보게 되었다. ‘공공의 적2’에서 강철중 검사(설경구 분)가 파헤치는 범죄는 사학재단 비리다. 

비리 사학재단 이사장 한상구(배우 정준호 분)는 검사의 추궁에 이렇게 답한다. ‘한국 참 신기하지, 민주주의 자본주의 떠들면서 많이 가진 것들은 죄야. 못 가진 것들이 힘을 모아 부자들을 공격하면서 그것이 정의라고 부르짖기까지 하지.’ 그러자 강철중 검사는 답한다. ‘아버지 피땀으로 부자 놀이하는 애들 때문에 좋은 부자들까지 숨죽이고 사는 거야.’ 무심코 보던 영화를 자세를 바로잡고 보게 만든 ‘공공의 적 2’에 나오는 명대사들이다.
 

 ‘공공의 적 2’ 와 조국 동생

영화 ‘공공의 적 2’는 2005년 1월 개봉한 영화다. 사학비리를 소재로 다룬 영화다. 2004년 노무현 정권의 소위 ‘4대 개혁 입법’ 중에 사학법 개정과 맞물리는 영화다. 당시 노무현 정권은 사학재단을 마치 악의 소굴처럼 몰아가던 때다. 영화는 그것을 충분히 반영했다. 개봉 당시엔 충분히 ‘좌파성향’ 영화라 할 만했다. 노무현 정권의 정책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는 ‘좌파영화’라는 생각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우연히 케이블방송으로 보게 된 영화 ‘공공의 적 2’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현실과 이상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영화 ‘공공의 적 2’에 비리사학재단 이사장 역할로 나오는 배우 정준호를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은 조국 전 법무장관이다.

배우 정준호만큼이나 조국 장관도 페이스 만큼은 출중하다. 게다가 조국 전 장관의 동생은 웅동학원 비리문제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개봉된 지 15년이 지난 영화가 지금 와서는 마치 조국패밀리를 다룬 실사판 영화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현실 같기 때문이다.

조국 일가는 1985년 5월 23일 조변현(조국 부친)이 웅동학원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연을 맺게 되었다. 현재는 조국 전 장관의 모친이 이사장을 맞고 있다. 앞으로 있을 재판에 조국 일가가 사실상 차례로 법정에 서게 될 것 같다. 정경심 씨와 조권(조국 동생)은 이미 구속 재판 중이다. 조국 전 장관의 모친(박정숙)도 재판의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모습을 나타낼 듯하다.

3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 동생 조권 씨의 공판기일에서 웅동학원 이사장(조국 모친)을 증인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사학법인 웅동학원 관련 허위 소송 및 채용 비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장관 동생 조모 씨가 채용 비리를 주도했다는 취지 법정 증언이 나왔다. 조국 동생에게 불리한 증언이다.

증언에 나선 박모 씨는 조 씨(조국 동생)의 지시로 채용 비리에 가담했음에도 자신을 주범으로 몰았다며 분노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조 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먼저 접근해서 채용 비리를 제안해 진행했다고 밝힌 것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비참함을 느꼈다. 억울해서 잠도 못 자고 정신마저 피폐해졌다”라는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상) 영화 기생충에서 재학증명서를 포토샵으로 위조하는 장면.(사진 하) 인주가 묻어나지 않은 표창장. 2019년 9월 조국 장관 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전 장관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보는 모습.
 영화 기생충에서 재학증명서를 포토샵으로 위조하는 장면.

이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증인은 조국 동생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는 보도도 있다. 조국 전 장관의 부친인 고(故) 조변현 씨가 운영한 고려종합건설의 당시 경리부장 A씨 증언에 따르면 조국 전 장관 동생이 웅동중학교 하도급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도급 공사도 하지 않고 공사대금을 청구하면서 ‘허위소송’을 벌여 115억 원가량의 손해를 입혔다는 검찰 측 주장과 배치된다. 물론 다른 증언자는 조국 전 장관 동생이 웅동중학교 공사 하도급을 받은 적이 없다는 증언도 있다. 법정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대목에서 영화 ‘공공의 적 2’ 대사 한 구절이 또 오른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져서 도망갈 길이 많은 것들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4·15 총선에 모든 뉴스가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다. 조국 일가의 범죄나 비리 혐의는 세간의 이목에서 잊히는 듯하다. 그런데 15년 전 영화를 통해 조국 일가 문제를 다시 보게 된다. 노무현 정권의 사학법개정을 편드는 모양새였던 영화가 지금 와서는 조국 일가의 비리 문제를 들춰보게끔 한다. 한마디로 아이러니다. 마치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단어 ‘조적조’가 영화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런데 또 하나의 영화가 더 있다.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이다. 국내 관객 1000만을 돌파한 흥행작이다. 그러나 나는 왠지 이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가도 그렇고 봉준호 감독을 보면서 왠지 좌파성향 영화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영화 ‘기생충’을 보게 했다. 부자를 비꼬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웬걸 부자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 같은 사람들의 ‘꼼수’가 파멸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인주가 묻어나지 않은 표창장. 2019년 9월 조국 장관 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전 장관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보는 모습.
인주가 묻어나지 않은 표창장. 2019년 9월 조국 장관 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전 장관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보는 모습.

우리 집 인주는 안 묻어나요

물론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 전에 벌써 국내에서는 한 차례 이슈가 되었다. 그것은 조국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건과 맞물려서다. 영화 초반에 보면 PC방에서 대학재학증명서를 위조하는 모습이 나온다. 포토샵으로 아주 쉽게 만들어 버린다. 대학 총장의 직인을 덧붙이는 장면이 크게 클로즈업된다. 당시 언론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 조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위조 과정이 영화와 똑같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4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진행된 정 교수에 대한 공판이 속행되었다. 이날 검찰은 정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 발급 당당 직원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통화 내용에는 정 교수가 담당 직원에게 “집에 수료증이 있는데 내가 딸보고 찾아서 인주가 번지는지 봐라. 이렇게 물어봤는데 ‘안 번진다’라고 해서 그렇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담당 직원은 “지금 나가는 모든 상장은 그 인주로 된 도장을 다 찍어서 나간다”라고 답했다. 담당 직원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통화 당시에는 이상하다고 생각 못 했는데 지금 보니 정 교수가 말한 수료증이 최근 문제 되고 있는 표창장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진술했다.

정 교수의 문서 위조를 강력하게 시사하는 부분이다. 정 교수 측은 아직 표창장 원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마디 거들었다. 진 전 교수는 4월 9일 페이스북에서 정경심 교수가 검찰의 요구에도 표창장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데 대해 “인주가 묻어 있지 않았을 테니 제출하는 순간 위조라는 사실이 바로 드러날 테니 사진만 찍어 두고 원본은 없애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프린터로 언제든지 출력할 수 있도록 저장된 파일만 있기에 상장 원본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검찰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따로 스캔해 보관하고 있던 총장 직인을 옮기고 완성된 파일은 프린터로 출력해서 ‘사본’이라는 이름으로 딸 조모 씨의 2013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과 2014년 부산대 의전원 지원 때 제출됐다는 것이다. 즉 원본은 있을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영화 기생충에서는 어떤 모습이 그려지고 있을까? 아들과 딸이 위조해서 가지고 온 재학증명서를 보면서 아버지 기택(송강호 분)은 이렇게 말한다.

“이야...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거 없나. 기정이 얘 수석입학하겠다.”

“아들아 아버지는 니가 자랑스럽다.” 그러자 아들 기정은 “아버지 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라고 말하자 기택(송강호 분)은 “넌 계획이 다 있구나.”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거 없느냐는 송강호의 대사는 정경심 교수의 재판을 규정짓는 말처럼 들린다. 자식들이 위조해 온 서류를 보면서 ‘너희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너희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모습은 마치 조국수호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조국을 연호하던 조국수호대는 어쩌면 여전히 조국패밀리가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허위와 위조 그리고 꼼수의 결과는 파멸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그렇게 그려진다.
 

대한민국과 기생충들

‘공공의 적 2’와 ‘기생충’ 두 영화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국 일가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영화다. 부자를 ‘악’으로 보는 시각에는 위선과 기생충 같은 심리가 깔려 있다.

현실의 기생충과 영화의 기생충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사실 차이가 없다. 기생충은 근본적으로 생산을 하지 못한다. 생산하는 숙주에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생충과 바이러스가 너무 번성하게 되면 생산을 담당하는 숙주가 죽어버린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죽는 것과 같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우파가 일으켜 세웠다. 생산을 통해 이 자리까지 왔다. 그러나 좌파코드에는 생산이 없다. 생산을 못 하면 결국 기생충처럼 빌붙어 먹고 살거나 뜯어먹고 살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좌파코드가 창궐한 상태다. 수많은 기생충이 득실거린다. 온갖 구실과 편법 그리고 합법을 가장한 각종 명목으로 정부 지원금을 타내는 것도 기생충 같은 행위다. 선의로 포장된 각종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대한민국도 기생충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야금야금 뜯어 먹히고 있다. 

결국 기댈 곳은 강철중 같은 검찰일까? 선거도 끝났다. “구린내 풀풀 나는 놈 못 잡으면 검사 안합니다”라는 영화 대사처럼 윤석열 검찰은 나쁜 놈 잡는 검찰로 돌아와야 한다. 조국 일가 관련 비리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봐도 나쁘다. 게다가 상상인저축은행과 라임사태는 또 다른 권력개입 범죄 냄새를 짙게 풍긴다.

윤석열 검찰이 파헤쳐야 할 과제다. 영화속 강철중 검사처럼 권력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그런 검찰을 기대해 본다.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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