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고장난 총, 고장난 안보....북한의 총격 도발이 남긴 것
[전문가진단] 고장난 총, 고장난 안보....북한의 총격 도발이 남긴 것
  • 송대성 미래한국 편집위원·한미안보연구회 이사
  • 승인 2020.06.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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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비무장지대(DMZ) 우리 측 감시초소(GP)에 총격 도발한 것으로 추정하는 북한군 14.5mm 고사총
5월 3일 비무장지대(DMZ) 우리 측 감시초소(GP)에 총격 도발한 것으로 추정하는 북한군 14.5mm 고사총

지난 5월 3일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우리 측 감시초소(GP)에 북한군이 고사총탄 4발을 명중시킨 북한의 무력도발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안보정책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노정시킨 극명한 사건으로 부각된다. 이 사건이 의미하는 국가안보 차원의 심각한 문제점과 대응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총격 도발 사건 관련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지난 5월 3일 07:41 비무장지대 한국 측 GP 외벽에 섬광과 총격 음 발생 속에 북한군 14.5mm 고사총탄 4발이 GP 관측실 방탄 창문 아래(1∽2m 구역)에 집중적으로 명중되었다. 08:01 출근 중인 GOP 대대장의 지시로 아군 측 K-6(*북한 측 고사총과 유사한 기관총)에 의한 대응 사격을 시도했으나 원격시스템 고장으로 즉각적인 대응 사격에 실패하고, 그로부터 32분이 경과한 08:13 연대장 지시로 5.56mm K-3를 동원 15발, 그리고 수동으로 K-6를 사용 15발 총 30발을 대응 사격했다. 그 후 북한은 그들의 무력도발에 대해 ‘의도적인 도발’인지 아니면 ‘우발적인 사고’인지 2주가 지난 5월 19일 현재까지 단 한마디 해명도 없다. 한편 한국의 국방부는 북한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 본 도발을 ‘우발적인 사고’라고 주장하면서 북한 비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을 통해 부각된 현 정부의 안보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가 문재인 정부 안보정책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문제점에 대한 본원적인 원천임이 증명된 셈이다. 2018년 9월 19일 남북한 국방장관이 서명한 ‘군사분야 기본합의서’(총 6조 22항)는 북한이 합의에 상응하는 실천을 하지 않거나 북한 정권이 질적인 변화를 하지 않으면 한 마디로 북한의 사술에 유인된 혹은 남북 정부가 합작해 한국의 군사력만 불능화시키는 이적성 합의라는 것이 합의 당시부터 안보전문가들이 분석한 결론이다.

그래서 평생을 국가안보 분야에 종사했던 415명의 한국의 육·해·공·해병대 예비역 장성들(그 후 대수장: 대한민국수호 예비역장성단)은 2018년 11월 21일 국민대토론회까지 개최하면서 “9·19 군사분야 남북합의서 폐기”를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었다.

이번 북한의 총격 도발 사건 관련 가장 직접적인 군사분야 남북합의서 전문에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함이 평화를 보장하는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본 합의서를 합의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북한의 객관적 실체를 정확하게 알면 허구성과 기만성을 금방 알 수 있다. 70여 년 남북분단사에서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 상태는 거의 100%가 북한 도발로 야기되었고 한국군이 대북 도발을 하여 긴장 상태를 야기한 경우는 0%다.

북한은 1940년대 북한의 영월발전소 폭파기도, 1950년대 6·25 전쟁 남침, 1960년대 해군 당포함 격침, 1·21 사태, 울진.삼척 공비 침투 사건, 대한항공 격추 사건, 1970년대 국립서울현충원 폭파 미수 사건, 박정희 저격 미수사건, 남침용 땅굴 굴착,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1980년대 아웅산 묘소 폭파사건, 대한항공 폭파, 1990년대 강릉 무장공비침투 사건, 제1연평해전, 2000년대 제2연평해전, 2번의 핵실험, 2010년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3번의 핵실험과 수많은 미사일 실험 등 무려 6000여 건의 크고 작은 대남도발을 해 온 한반도 분쟁과 도발의 주범이다. 이러한 한반도 도발 주범 북한에 대해 책임과 질책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한국 안보정책의 문제점

향후 더 이상 도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다 구체적인 조치사항도 언급이 없었다. 그 조치사항들이 실천이 안 되는 경우 구체적인 실천을 촉구하는 어떤 내용도 없었다.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 마치 남한 군사력인 것처럼 남한군사력만을 불능화 시키는 합의서였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이 합의서를 서명한 이후 진정한 평화가 한반도에 온 것처럼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고 대화와 협상으로 평화가 유지되고 있으며 북한이야 어떻게 하든 합의서 내용들을 남한이 철저히 실천하면 평화가 유지된다”는 인식을 한다는 점이다. 합의서 서명 후 북한은 신형 4종 세트 탄도미사일 시험 되풀이 등 합의서를 위반한 많은 도발을 하고 있음에도 항의 한마디 없이 역사상 유례없는 대북 굴종적인 안보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북한은 총격 도발까지 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무시하는 상황이 되어 있다. 북한의 총격 도발의 원천은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다.

둘째, 한국안보역량의 심각한 정치화가 큰 문제이다. 한국의 국방부와 합참 그리고 한국군은 오직 적 진영만을 응시하면서 적의 도발을 차단하고 적의 도발에 대해 즉각적인 보복을 해야 한다. 군이 정치화되면 군은 적 진영을 응시하면서 대비 태세에 몰두하기보다 정치체제의 정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적의 도발에 대해 즉각 대응보다는 정치 정서에 대한 판단 때문에 실기하거나 적합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군은 늘 군다워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군이 적의 도발을 놓고 정치인들 생각을 하면서 머리가 복잡해지면 안보 차원에서 합리적인 군사역량 발휘는 어렵게 된다.

오늘날 한국군은 적의 도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군다운 대응인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를 실천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때문에 도발해오는 적을 목전에 두고도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도 없고 4발이나 정확하게 GP에 명중된 북한의 무력도발을 놓고서도 북한을 옹호하는 것 같은 “우발적인 사건” 운운하는 주장을 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이 정치화되면 군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안보의 원칙대로 주장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어려움이다.

셋째, 국가안보역량은 크게 차단역량(Deterrence Power)과 보복역량(Retaliation Power)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차단역량은 미래에 다가오고 있는 재앙을 실제로 재앙이 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역량이다. 그리고 보복역량이란 적이 도발한 재앙에 대해 더 이상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되받아치는(resilience) 안보역량이다. 현재 한국의 안보역량은 본 두 가지 역량 모두가 심각한 문제점을 보유하고 있다.

제일 좋은 안보역량은 적의 도발을 미리 간파하고 그러한 도발을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안보역량이다. 이러한 안보역량이 되기 위해서는 여하한 경우에도 적과 관련된 정보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한국의 차단역량은 심각한 문제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총격 도발 관련 한국군은 적이 무슨 의도를 갖고 도발을 했는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음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확보 관련 가장 강력하게 강조하고 있는 점은 “남북한 간에 대화와 신뢰로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 간에 진정한 대화와 신뢰가 있었더라면 북한이 왜 군사적인 도발을 하는지 정확한 정보를 보유함은 물론 그러한 도발을 사전차단하는 대화와 신뢰가 있었어야 했다.

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점은 사전대화는 커녕 도발 이후 ‘의도적인 도발’인지 혹은 ‘우발적인 사고’인지 전혀 대화도 없고 정보도 갖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한국 안보역량의 실태였다. 문재인 정부의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확보 주장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평화확보 방안임이 증명된 셈이다. 북한은 향후에도 남한과 전혀 대화나 정보교류 없이 얼마든지 일방적으로 무력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의 안보역량 중 보복역량은 더욱더 심각한 문제점을 보유하고 있다. 보복역량을 발휘하는 일반적인 절차는 <제1단계: 적의 공격 세밀한 분석>① 적 공격의 원인+적 공격의 성격 분석, ② 적 공격으로부터 받은 피해 규모 정밀분석, ③ 적 성격 + 적 능력분석 등 업무 수행 →<제2단계: 적 공격에 대한 결단> ① 시기를 놓치지 않는 군사적 조치 결정, ② 필요 시 동맹국과 협의 →<제3단계: 군사적인 보복단계> ① 정교함+확증파괴력이 동원된 보복, ② 아군의 보복에 대해 적(敵)은 전율과 공포 + 적은 자기들 도발에 대한 후회 + 향후 적의 공격 의지와 능력을 상실케 하는 보복 등이 적의 군사적인 도발에 대한 정상적인 안보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안보 차원의 조치원칙이다.

합리적인 보복을 하자면 제1단계에서 북한이 왜 도발을 했는지 정확한 분석을 해야 했는데 6발 중 4발이 정확하게 아군 GP에 명중이 되었는데도 ‘우발적 사건’ 운운하면서 극히 비과학적·비합리적인 분석을 한 셈이다. 제2단계에서 적 공격에 대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군사적인 조치를 결정함에 합리적인 의사결정 단계도 보이지 않았고, 보복에 대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대응이라는 차원에서도 K-6의 고장 난 사항도 알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K-3를 대용하여 대응 사격을 하면서 32분이라는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왜 총격 도발을 했는지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정확한 대응 사격의 목표물이 무엇인지 애매한 상황 속에서 30여 발의 사격을 한 셈이다. 보복의 목표인 적에게 전율과 공포는 커녕 적의 병사들은 헬멧도 쓰지 않고 우리 군 사격에 대해 관심도 표명치 않았던 보복 조치가 되었다. 보복역량을 사용하는 목적은 적에게 그들의 도발에 대한 후회와 향후 그러한 도발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데 오히려 향후 상습적으로 더 많은 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신념을 심어준 셈이다. 한국군의 보복역량은 현재 심각한 문제점들을 보유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대응사격에 나선 아군 K6 중기관총은‘ 공이’ 파손으로 사격을 하지 못했다.  사진은 GP에 설치된 동종의 K6 중기관총
국방부에 따르면 대응사격에 나선 아군 K6 중기관총은‘ 공이’ 파손으로 사격을 하지 못했다. 사진은 GP에 설치된 동종의 K6 중기관총

한국의 심각한 안보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지막으로 한국의 안보역량 중 가장 강력하고 신뢰성 있는 안보역량은 한미연합방위체제다. 그러나 사실상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선언 이후 중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전부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지금 전문가들은 한미연합방위체제의 군사력이 사실상 불능화되어 있는 군사력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다. 한미연합방위체제가 불능화되어 있지 않고 한미간에 긴밀한 공조체제가 이뤄지고 있었더라면 금 번 북한 도발과 관련 좀 더 구체적이고 좀 더 합리적인 대응조치들이 취해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종전과 같이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들을 상호공조하고 있었더라면 이번처럼 북한의 도발을 우발적 사고 운운하는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두 번의 합참브리핑은 없었을 것이다. 현재 한미연합방위체제 안보역량도 실제로 전투할 수 있는 안보역량인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북한의 고사총 도발과 관련 노정된 심각한 한국의 안보정책의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수정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과감한 수정과 보완이 있어야 한다.

첫째, 조속한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를 폐기해야 한다.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를 북한은 이미 실천하지 않은 지 오래다. 북한은 오직 남한군사력과 한미연합방위체제 안보역량을 불능화 혹은 폐기를 위해 9·19 남북군사분야합의를 최대로 악용하고 있다. 북한의 합의서 이행이 없는 한 남한의 안보역량만 일방적으로 불능화시키는 군사분야 남북합의는 폐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 합의서를 남한 혼자 부여잡고 실천함은 분명 한국의 안보역량만 붕괴시키는 이적성 합의다. 이 합의서가 한국의 안보역량을 불능화시키고 있는 만악의 근원이다.

둘째, 한미연합위체제의 안보역량을 조속히 복원시키고 미국과 진정한 안보 차원의 공조를 해야 한다. 한미연합위체제가 불능화된 상태에서 그리고 미국과 진정한 안보 차원 공조가 없으면 대북한 정보수집과 그 대응책 마련 등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노정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안보역량은 한미 결속을 전제로 그 막강함을 보장하는 안보역량이다. 한미연합방위체제가 활성화되고 그 역량이 회복되면 북한의 군사적인 도발을 사전 차단할 수도 있고, 도발을 받은 이후 적합하게 보복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출 수 있다.

셋째, 한국의 안보역량 중 차단역량을 조속하게 보완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정보기관을 전문성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구 기무사는 북한의 군사정보 수집 및 분석과 사용에 대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많은 잠재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던 군정보기관이었다. 더 이상 군정보기관을 정치적인 사건들에 연루시켜 붕괴시키지 말고 순수한 군정보기관으로서 활성화 시켜야만 한다.

넷째, 한국의 안보역량 중 보복역량을 크게 보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대화와 교류협력에 의한 한반도 평화확보도 안보역량이 뒷받침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이번 북한이 군사적인 도발을 한 후 한국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일언반구 반응도 없이 오만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의 안보역량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미연합방위체제가 불능화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으면 그 대화를 할 수 있는 카드(Bargaining Card)로서도 한국의 안보역량은 필수적인 요소다. 한미연합방위체제 복원도 문재인 정부의 대화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 미흡한 안보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북한 정권은 협상의 파트너로 보지 않고 종북을 위한 하나의 상대자로 취급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도발과 관련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서 실천 차원에서 책임을 구체적으로 추궁해야 한다. 북한이 무성의하게 나오면 합의서 폐기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단호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협상력 제고를 위함이고 대한민국 안보를 위함이다. 그것이 진정한 국민들의 신뢰를 획득하는 일이다.

송대성 미래한국 편집위원·한미안보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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