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논단] 노조도 이제 사회적 책임 실천해야
[미래논단] 노조도 이제 사회적 책임 실천해야
  •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
  • 승인 2020.06.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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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노총등 기업 노조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노총등 기업 노조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노동 정책으로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아마도 가장 혜택을 받는 조직 중의 하나일 것이다. 특히 대기업노조들은 조합원의 이해관계만을 옹호하면서 높은 수준의 임금과 권익을 누리고 있으며 이들의 상부기관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세계적으로 지속되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기업의 생존과 일자리가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친노동정책을 펴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압승하고, 코로나로 인한 국가 재난 상황인 지금,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민주당-노조는 나라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정책과 노사관계를 바꿔놓을 아주 좋은 기회가 도래했다고 볼 수도 있다. 노사가 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 참고, 나누고, 소통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우리나라는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노사관계 대전환의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수십 년 된 적대적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우리 사회를 위하여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관계로 전환되려면 기업과 노조는 각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할 때이며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고찰해 보고자 한다.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조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기업이 존속하기 위한 이윤추구 활동 이외에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자(종업원, 주주, 지역주민, 협력업체, 소비자 등)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을 말한다. CSR은 이미 1977년 OECD가 ‘다국적 기업에 대한 OECD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부터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 규범화가 시작되었다.

그 후 1997년 유엔 산하에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란 조직이 탄생되면서 기업의 경제성과, 환경적 건전성, 윤리성 등에 대한 실천성과를 투명하게 정리해 기업의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표하도록 권장하면서 CSR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게 되었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 활동은 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조직(정부, 공공기관, 민간단체, 노조 등)에도 해당되므로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10년 CSR을 SR(사회적 책임)로 바꿔 ISO 26000이라는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을 제정했다. 이 표준에는 조직이 경영에서 핵심주제로 다뤄야 할 7가지 주제(조직 거버넌스,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 운영,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37개 이슈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수가 2018년 98개로 국내 상장회사 2111개에 비하면 아직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에 대한 인식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최근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책임경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이들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관련 추진 부서를 설치하기 시작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Union Social Responsibility)은 미국 로욜라대학 교수인 세드릭 도킨스(Cedric Dawkins)에 의해 이론적으로 발전한 개념으로, 노조가 조합원의 기득권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존속하고 발전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노조만을 위한 민주노총 등의 강경 투쟁 노선이 오랜 기간 지속돼 오면서 우리나라의 노사협력은 열악한 상황이다. 세계경제포럼(SE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인적 자원 경쟁력 지수(GTCI; The Global Talent Competitiveness Index)’에 따르면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볼 수 있는 노사협력지수에서 한국은 2019년 120위를 기록해 최하위 수준이다. 국내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기업에 따라 유(有)노조와 무(無)노조로 구분돼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고, 노조 내부에서 계파 갈등이 복잡해 권력 투쟁이 심하고, 노조의 강경 투쟁이 지속되어 온 것 등이 우리나라에서 노사협력을 어렵게 하는 구조이며, 이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노조 역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USR을 실천해보고자 하는 노조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10년 1월 LG전자 노조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선언했다. 그 당시 LG전자 박준수 노조위원장은 “노동운동도 사회의 흐름에 맞게 혁신과 변화과정을 거쳐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말하고,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4가지 실천지침을 선언했다. 이 선언은 다른 기업의 노조들에도 귀감이 될 만한 지침이므로 여기에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생명공동체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생태적 온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②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국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한다.

③ 노조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회사의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촉진한다.

④ 현장 경영자로서 업무현장의 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LG전자는 USR 활동성과를 공유하고 이행 방안을 점검하기 위해 매년 ‘USR 컨벤션’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컨벤션에서는 USR 활동을 국내에서 해외 법인으로 확산하기로 선포하고 빈곤국가 구호 활동, 품질개선 활동 해외 전파, 세계 환경이슈 동참, 우수 노사문화 해외 전파 등을 실행과제로 정했다.

LG그룹의 LG이노텍 노조도 2012년 국내 부품업계 최초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선포하고 사회 이슈 해결에 나서고 있다. 최근 2020년 4월 코로나 사태에서도 LG이노텍 노조는 자발적으로 자체 사업장들 방역을 실시하면서 “노조의 자립적인 방역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의 코로나19 극복 노력에 힘을 보탤 것”이라며,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윤리, 노동, 인권, 환경, 사회공헌 등 다양한 분야에서 USR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귀감이 되는 USR 활동이라고 하겠다. LG전자나 LG이노텍의 USR 활동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노조로서 품질경영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조활동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 노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특히 대기업 강성노조들은 기업의 품질경영에 동참하기보다는 이에 역행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 활동은 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조직(정부, 공공기관, 민간단체, 노조 등)에도 해당된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 책임 활동은 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조직(정부, 공공기관, 민간단체, 노조 등)에도 해당된다.

국제적 표준으로 볼 때 노조 역할의 대전환을 통해 노사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ISO 26000에 명시되어 있는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따르면 된다. 노조도 하나의 조직이므로 노조의 범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의 7대 원칙과 7대 핵심 주제를 실천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ISO 26000에 명시되어 있는 사회적 책임 7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설명 책임 (accountability): 이 원칙은 조직의 의사결정과 활동에 영향을 받는 것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조직이 적절한 수준의 감시를 받아들여야 하고 이러한 감시에 대응할 의무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2) 투명성 (transparency): 이 원칙은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의 의사결정 및 활동이 투명해야 함을 의미한다.

(3) 윤리적 행동 (ethical behavior): 이 원칙은 조직의 행동은 정직, 평등, 성실함에 대한 윤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이해관계자 이익 존중 (respect for stakeholder interests): 이 원칙은 조직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존중하고 고려하며 대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5) 법률 존중 (respect for the rule of law): 이 원칙은 조직이 법률을 존중하고 따라야 함을 의미한다.

(6) 국제 행동 규범 존중 (respect for international norms of behavior): 이 원칙은 조직이 법률 존중의 원칙을 따르면서 국제행동규범을 동시에 존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7) 인권 존중 (respect for human rights): 이 원칙은 조직이 인권을 존중하고 인권의 중요성 및 보편성을 인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위의 7대 원칙을 기반으로 노조가 실천해야 할 7대 핵심주제의 과제들을 적어보면 <표 1>과 같다. 이 과제들은 국내 노조들이 USR을 실천해보고자 할 때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치려면

우리나라는 1970년대와 80년대 산업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면서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컸으며 그 노력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87년 성과 분배에 대한 노동자 대투쟁이 있은 이후 30여 년이 흐른 지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고 노조의 조직화가 급속히 증대되었다. 이러한 투쟁과정에서 대기업을 악덕 기업으로 몰기, 파업을 일삼는 강경투쟁 노선, 생산성과 품질향상을 도모하려는 기업 경영의 발목 잡기, 노조 내부의 권력 투쟁 등으로 노조활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국민에게 준 것도 사실이며, 심지어는 조합원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강성귀족노조’라고 부르는 일부 대기업 노조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조합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노조활동과 문재인 정부의 친노조 정책은 노조가 사회적 책임 활동을 구상하는 데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흐름인 ISO 26000에 근거한 CSR과 USR 활동을 우리 기업들과 노조들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우리 사회(기업, 노조, 정부, 민간단체 등)가 추진했으면 한다.

①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의 10위권에 속하는 선진국에 속한 나라인 만큼 조직의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인 ISO 26000을 따르며 이를 개발도상국에도 전파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먼저 이 국제표준이 널리 알려지고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들이 이 표준을 따르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다.

②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포함해 우리 기업의 노조들은 코로나 사태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인식하고 그동안의 조합원 위주의 이익을 위한 노조활동에서 벗어나 기업도 살고 노조도 살며 우리 사회의 경제가 다시 일어서는 방향으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기업의 노조들이 이러한 USR 활동을 펼칠 때는 그동안 기업과 노조 간의 갈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하던 노사관계가 대전환을 이뤄 ‘코리아 프레미엄’으로 작용하여 상생하는 노사관계의 모범국으로 대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③ USR을 확산하기 위해 정부 부처(노동부, 산자부, 기재부, 중기부 등)는 USR 실천을 잘하는 기업 노조를 선정해 격려하고 이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이에 노조의 사회적 책임, 노조의 내부적 혁신, 공정노동질서 등을 확립하기 위해 국회는 노동 관련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④ 우리가 겪는 코로나 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위기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기업들은 생존이 가능한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고, 노조는 휴직과 임금감소를 감수하면서 참아내고,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하는 기업들을 최대한 지원해 이 어려운 코로나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코로나 위기를 돌파해 나가기 위한 기업과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다.

⑤ 공기업이든 민간 기업이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때 일자리도 창출되고 나라에 세금을 내 국가재정이 탄탄해질 것이다. 기업이 지속가능 성장을 하려면 CSR 차원에서 기업 경영이 이뤄져야 하며 노조도 USR을 제대로 실천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정부도 기업과 노조가 각각 CSR과 USR을 잘 하도록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것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측면들이 기업, 노조, 정부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업과 노조가 CSR과 USR을 지속적으로 하도록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작성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올해 정부의 가장 중요한 3대 경제정책은 ‘혁신 성장, 포용성장, 공정경제’이다. 이 중에서 정부는 혁신 성장을 가장 중요시하며 이를 실천하고자 하고 있다. 진정한 혁신 성장을 이루려면 기업과 노조의 CSR, USR이 건전한 인프라를 조성할 것이다. 혁신 성장은 정부 주도로 달성될 수 없으며 이는 기업과 노조에서 그 힘이 나와야 한다. 올해 기업과 노조가 CSR과 USR을 제대로 하고 정부의 각종 행정적 지원정책과 R&D 예산 지원을 통해 기업의 혁신 성장이 제대로 이뤄져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하다. 또한 제대로 된 CSR과 USR을 통해 우리나라의 노사협력지수가 2019년 120위에서 올해에는 20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
노스캐롤라이나대 통계학 박사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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