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근 선문대 교수 “같은 성향 사람들이 모인 유튜브 세상은 환상”
[인터뷰] 황근 선문대 교수 “같은 성향 사람들이 모인 유튜브 세상은 환상”
  • 인터뷰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7.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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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성향 사람들이 모인 유튜브 세상은 환상”

보수우파의 대안으로 역할을 해왔던 뉴미디어 플랫폼 유튜브가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을 거치며 떠오른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계기로 두동강이 나거나 유튜버 사이에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반목이 심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극단적 성향의 보수 유튜브와 절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미래한국>은 30년 이상 미디어정책을 연구해온 전문가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전 KBS 이사)와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황근 선문대 교수

- 요즘 보수 유튜버들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논란이 많습니다. 최근엔 선거 부정 이슈를 갖고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요.

선거 부정이 있었느냐 아니냐를 떠나 현재 선거 시스템이 문제라고 봅니다. 좀 단정적으로 말하면 선거 부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투표율에서 보듯이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여기에 있어요.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중간에 투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일 투표하는 유권자들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죠.

사전투표란 당일 투표가 힘든 유권자들에게 투표 기회를 부여하자는 의미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사전투표는 지지자들을 동원해 밴드왜건 효과를 노리는 일종의 선거 전략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즉, 선거캠페인 기간 중에 이뤄지는 사전투표는 당일 투표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처럼 사전투표 결과와 당일 투표 결과가 차이가 있을 수 있지요. 이번 총선 결과가 그런 경우죠. 그러다보니 야당을 지지했던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은 사전투표 결과를 인정하기 힘들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전투표가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그것은 아니에요. 일종의 선입견에 의한 착시현상이죠.
 

극단으로 가야 인기·돈을 버는 메커니즘이 치명적

예를 들면 선거 며칠 전 부천 소사구 차명진 후보자의 막말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 논란이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면 선거 당일 투표에서 당연히 졌어야 해요. 하지만 선거 당일 투표 결과는 도리어 야당이 더 높게 나왔어요. 이건 막말 논란이 아니라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 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면 사전 선거제도는 바꾸는 맞습니다. 그러므로 선거 부정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해야 해요. 모든 유권자들이 공정하게 동일한 환경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만드는 게 답입니다.

지금처럼 사전투표의 규모가 과도하게 커지는 것은 투·개표 과정에서 여러 변수들이 개입할 수 있고 또 공정성 의혹도 제기될 수 있으므로 잘못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현행 사전투표제도는 유권자들의 편의성 제고가 목적이 아니라 각 정파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해서 만든 정략적 제도 성격이 강합니다. 그러니 당일 투표는 늘리고 사전투표는 최소화시키는 게 맞죠.

- 사전선거 투표 당시 분위기는 여권이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야권은 당일 투표를 권장하는 분위기가 컸었어요.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사전투표가 일종의 각 정당의 선거 전략이 된 것이죠. 특히 여당의 당일 투표일이 낮았던 젊은 층들에게 사전투표를 강하게 독려했죠. 대통령까지 나서서요. 결과를 말씀드리면 여·야 모두 자기들 표를 가져간 것이라고 봐야죠.

하지만 늘어난 사전투표 때문에 선거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되고 선거 결과에 대한 순응도가 침해된다면 제도를 바꾸는 논의를 하는 것이 맞죠. 솔직히 지금처럼 여러 측면에서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 민주주의제도 자체가 붕괴되는 것이죠. 물론 부정선거 논란은 오래 전부터 패배한 정파들이 항상 제기했던 문제이죠. 하지만 이승만 정부 때처럼 분명한 증거들이 나온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여러 단편적 사실들은 꿰맞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실익도 없고 다수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도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전투표에서 여당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 이유는 젊은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참여한 결과예요. 실제 여당은 20~30대 특히 여성 투표율이 높으면 선거에서 이긴다고 판단했고, 사전투표제도를 잘 활용한 것이지요. 실제로 사전투표장에 젊은 층이 엄청 많았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러니 결과가 그렇게 나온 건 당연한 것이지요.

보수 유튜브의 문제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말하면 부정선거를 제기하는 것이 일종의 노이즈마케팅 같은 것이죠. 정치적으로 자기 선명성을 드러내고 그것으로 극단적 지지층들을 가지고 클릭수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이게 이번 선거를 보수 야당이 패배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 유튜버들의 ‘이번 선거는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라고 일종의 근거 없는 확신 때문에 진 거죠. 인터넷 여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양극화(Polarization)되는 게 특징입니다.

한쪽 지지층이 열광할수록 반대편 지지층도 열광하는 일종의 동반효과가 발생하죠. 예를 들어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인 고성국TV나 이봉규TV에서 이번 선거 이긴다고 강하게 주장하면 할수록 반대쪽 김어준, 유시민 유튜브 지지층들도 마찬가지로 응집력이 강해지죠. 실제로 보수 유튜버들이 160석도 가능하다고 했을 때 유시민은 180석도 가능하다고 했잖아요, 실제로 그게 또 맞았고. 과거 ‘초원복집 사건(1992년 김기춘 당시 법무장관 등 여권 인사들이 부산 초원복집에 모여 14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영향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하자는 모의 등을 한 비밀 회동, 도청으로 드러나 파장이 컸다)’ 기억나세요? 그때 정주영 후보의 통일국민당이 ‘우리가 남이가’ 하는 발언을 터트리니까, 호남사람들 역시 ‘경상도가 뭉쳐? 그럼 호남도 뭉쳐야지’ 하는 양극화 효과가 더 심해졌죠. 마찬가지로 양쪽이 모두 결집했다면 선거 결과와는 무관하죠.

결과는 응집력이 더 강한 여권 지지층들이 이긴 거죠. 솔직히 진보나 보수나 다 마찬가지인데 현대정치에서 승패는 중도층이 가지고 쥐고 있어요. 그러니 결국 이번 선거 패배의 주된 원인 중에 하나가 보수우파 유튜버들의 근거 없는 확신방송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디지털 주변인’이었던 시니어들이 적극적인 유튜브 시청자로 주목받고있다. 지난해 4월 한 달 집계된 국내 5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의 유튜브 시청시간은 총 101억분으로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길었다. 보수 유튜브의 확증 편향의 문제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디지털 주변인’이었던 시니어들이 적극적인 유튜브 시청자로 주목받고있다. 지난해 4월 한 달 집계된 국내 5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의 유튜브 시청시간은 총 101억분으로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길었다. 보수 유튜브의 확증 편향의 문제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정부가 유튜브 규제하려는 진짜 목적

- 보수 유튜버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상파나 종편 등에서 퇴출된 분들이에요. 그후 유튜브 방송을 하기 시작했죠.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대안언론 역할보다 과도한 상업성 목적에 선정적으로 흘렀다는 지적을 합니다.

솔직히 이 정권 들어서서 이런 저런 압박으로 보수 평론가들을 퇴출시킨 것은 맞죠. 집권 초기에 보수 신문사들이 소유한 종합편성채널들은 재승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보수성향의 정치평론가들을 퇴출시켰습니다. 무슨 편향성, 막말 방송 등으로 심의제재를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거죠. 실제로 최근 TV조선과 채널A가 재승인심사에서 조건부 혹은 승인기간 단축 등의 제재를 받은 것이 이를 입증하죠.

그러다보니 종편채널들이 보수성향 평론가들의 출연을 스스로 제한하면서 유튜브로 이동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 50대 이상 유튜브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보수성향의 유튜브방송 구독자들이 늘어난 거예요. 더욱이 조국사건 같은 현 정권에게 불리한 이슈들을 지상파방송이나 일부 종편채널들이 소극적으로 보도하면서, 보수 유튜브의 인기를 더 올라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10만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유튜브의 특성상 온건하고 합리적인 방송을 해서는 주목을 끌 수도 없고 구독자도 늘릴 수 없지요. 한마디로 극단적이어야 클릭수도 늘고 상업적인 이득이 가능합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줬던 가짜뉴스가 대표적인 경우예요. 가짜뉴스를 처음 만든 게 마케도니아의 조그만 해안가에 살던 몇몇 대학생들이었어요. 이들이 장난삼아 미국 대선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트럼프에게 유리한 뉴스를 내면 구독수가 엄청나게 늘더라는 거예요.

이는 전체 지지율은 낮지만 트럼프가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독자가 늘어나니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점점 트럼프에 유리한 극적인 가짜뉴스들을 더 많이 내보내게 된 겁니다. 같은 이치예요. 시시비비를 따지는 합리적 목소리는 봐주는 사람들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특정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저쪽도 잘못됐지만 이쪽도 잘못이 없는 건 아니야…”라고 얘기하면 “쟤 뭐야?” 하는 반응이 나오겠지요. 그렇지만 자기 유튜브 구독자들의 취향에 맞도록 점점 더 극단화되고 자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지요.

유튜브는 찾아가서 보는 방송입니다. 지상파 방송이나 종편처럼 채널 돌리다 보는 방송이 아닙니다. 그러니 유튜브에서 중도적인 그리고 합리적인 내용을 말하면 이 사람도 안 오고 저 사람도 안 옵니다. 선택해서 보는 방송이기 때문에 그래요. 특히 인공지능(AI) 메커니즘에 의해 맞춤형으로 콘텐츠를 연계·추천하는 유튜브는 더 그렇습니다.

실제로 유튜브 동영상을 따라가다 보면 점점 극단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문용어로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하죠. 그런데 만일 내용이 중간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다면 이 연계·추천 체인에 못 들어가는 거죠.

더 중요한 것은 유튜브는 1%의 경제학이라는 겁니다. 만 명의 유튜버 중에 열 명 그러니 0.1% 정도만 수익이 있고 나머지는 없어요. 그러니까 모두가 좋아하는 보편적 시청자가 아니라 극단적 지지자나 구독자 몇 명만 있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1만 명, 5만 명만 있으면 수익도 보장받으면서 그 체인바퀴 안에서 계속 돌 수 있는 거죠. 무슨 사이비 종교와 비슷하죠. 사이비 종교도 처음엔 소수 극렬 신도로 시작해서 점점 확대되어 나가잖아요.
 

유튜브 부작용도 결국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 언론정책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유튜브 부작용도 결국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 언론정책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 일부 인기 유튜브 추종자들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유튜버 안 모 씨 추종자들이 안 씨를 비판하는 다른 유튜버를 찾아가 위협한 사건이 벌어져 좌파언론이 보도, 논란이 되기도 했고요.

통상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채널에만 들어가죠. 그래서 자기 생각과 주위 사람들의 생각이 일치한다고 착각하면서 환상에 빠지게 됩니다. 일종의 편향된 사고의 버블이 오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 사회로 가는 출발점이죠. 그러니 다수에 의한 폭력 즉,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물리적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확신을 주게 되죠.

이게 바로 나치나 공산주의 국가들이 사용한 선전·선동 방법입니다. 헤겔을 낳았던 독일 사람들도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적 사고가 사회에 만연되면 폭력적 행동들이 스스로 합리화되게 됩니다. 지금 유튜브를 보면 물리적 폭력은 아니지만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정파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은 마치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그런 유튜버들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닐까요?
 

- 미래통합당 일부 인사들은 이른바 극우 유튜버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전쟁이라고까지 할 수 없지만 필요한 부분이라고 봐요. 지금처럼 기존 언론이 집권 여당에게 완전 장악된 상태라면 유튜브라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권을 비판한다고 해서 지금처럼 극단적인 내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 냉정할 필요가 있어요.

솔직히 지금처럼 몇몇 극단적인 보수 유튜브로 정권의 비리를 밝히고 정부를 비판한다? 제가 볼 때는 이것은 자멸이죠. 물론 보수가 궤멸하는 상태에서 또 집권 정당의 오만함과 비민주적 작태들이 뻔뻔히 자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냉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냉정하고 엄격한 자기검열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진영도 합리적인 유튜버들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잘 안 듣잖습니까.

집권 여당도 그렇지만 미래통합당이나 보수정당의 가장 큰 문제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목소리가 낄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게 유튜브에도 그대로 전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유튜브는 본질적으로 상업적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매체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돈은 마력일 수밖에 없어요. 언론계에서 자주 사용하던 용어가 있어요. 좌파상업주의라고요. 대표적인 언론이 일본 아사히신문입니다. 아사히신문은 사회당 지지 신문이에요. 아시다시피 일본은 공산당보다 사회당이 더 강한 좌파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좌파지지자들을 발판으로 수백만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죠. 일본뿐 아니라 영국의 가디언지나 BBC, 프랑스 르몽드, 미국의 CNN도 좌파적 논조를 바탕으로 대중언론으로 자리 잡고 있죠. 현재 우리나라도 좌파상업주의가 만연된 나라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어 KBS <저널리즘 토크쇼J>와 같은 프로는 거의 뭐 막가자는 프로 아닙니까?

그런데 좌파상업주의라는 게 유튜브에서는 더 잘 먹히죠. 극단적으로 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 1만~2만 명이 들어오니까요. 이렇게 나와 성향이 같은 사람들만 모이면 환상에 빠지게 되죠. ‘내가 이렇게 인기가 있네? 돈도 되네?’ 그런데 사실은 이게 착각이고 환상이죠. 올바른 언론 환경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비판하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발전하는 것입니다. 지금 유튜브는 나하고 같은 편끼리 모여 우리끼리 놀자가 된 거예요.
 

- 현 정부가 유튜브 규제정책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왜 현 정권이 유튜브를 그렇게 규제하려고 안달일까요? 그 이유는 정치적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존 언론사들의 경제적 이유가 더 크다고 봅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작년 매출액이 1조2000억 원 정도입니다. 올해에는 1조 이하로 떨어질 게 거의 확실해요. 제일 잘 나갈 때는 3조가 넘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유튜브 광고는 거의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어요. 이처럼 지상파방송에서 광고가 왜 빠져나가느냐?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지상파방송 광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합니다.

시청률이 3%가 나와도 도달하는 대상은 10대부터 50대까지 여러 계층으로 분산됩니다. 물론 가장 많은 시청층은 50~60대이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100만 명이 보는 유튜브는 동질적인 알짜배기 이용자들이죠. 그러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15~30초 짜리 1회 광고에 수천만 원이나 드는 지상파방송의 1/10~1/30 밖에 안 되는 유튜브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실제 유튜브 광고는 싼 것은 몇 십만 원 정도니까요.

기업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유튜브를 택하겠죠. 지금은 전통적인 광고제작회사가 아니라 시청자를 모아주는 미디어랩이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죠. 이제는 잘 만든 광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타깃을 모아주는 즉, 인터넷이든 신문이든 잡지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회사들이 돈을 버는 것이죠. 옛날엔 몇 십억 들여 광고 잘 만들면 KBS에만 나가도 30%가 봤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유튜브 등으로 광고가 쭉쭉 빠져나는 것이지요.

그러니 지상파방송 입장에서는 참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죠. KBS 같은 경우는 올해 상반기 적자만 680억 원이라고 합니다. 하반기까지 가면 1000억 원이 넘겠죠. 그동안 지상파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대기업들이 왜 지상파방송이나 조중동 신문사들에게 광고를 줬겠어요. 좀 심하게 말하면 일종의 보험이죠. 결정적인 순간에 대비한 보험성 광고말이에요.

하지만 시청률이 10% 이내에서 오락가락한다는 말이에요. 그러니 이들 언론사만 입 막으면 됐던 시대는 가고 이젠 불가능하죠. 인터넷 포털,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다 나가요. 지상파방송에 광고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거죠.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물론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지상파방송 입장에서는 더구나 정권과 크게 유착된 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사 입장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충성하는데, 먹고 살게 해줘야 할 것 아냐?’ 이럴 거 아니에요.

언론학에서 말하는 권력과 언론간의 후견인주의(clientelism) 시스템(정치인과 유권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표를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선거 때 조직화된 노동자에게 집권 후 혜택을 몰아주는 복지정책을 쓴다는 의미)이 작동하는 것이지요. 저쪽(유튜브 등)으로 가는 광고 좀 막아줘야지.

또 규제도 해줘야지 하는 요구가 일종의 후견인주의에서 나오는 규제 시스템이죠. 그런 맥락에서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 KBS 수신료 인상 같은 후견정책들이 하반기에 이어질 가능성이 높죠.

제가 볼 때 유튜브 노란딱지도 구글이 자발적으로 한 것 같지만 현 정권이 세금 물리겠다고 하고 내용 규제도 하겠다고 하니까 알아서 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종의 자발적 규제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렇게 해서 유튜브가 규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산입니다.

몇 개 콘텐츠 막는다고 어마어마한 인터넷 개미들을 막을 수 있을까요. 비록 국회가 새로 구성되어 다시 발의해야겠지만 집권 여당이 추진하는 유튜브·OTT 같은 인터넷매체 규제 법안들이 여러 개입니다. 어쩌면 180석이라는 전무후무한 의석수로 세계 최초로 인터넷을 내용 규제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로 유튜브 숨 좀 죽이고 광고 빠져나가는 걸 막아달라는 것이지요. 물론 정권 입장에서 보수성향의 유튜버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고요. 그러니까 <저널리즘 토크쇼J> 열심히 해야 하고, 김어준 지금보다 더 열심히 떠들어야 할 거예요. 그래야 중간광고도 허용해주고 수신료도 올려주고 MBC에도 수신료 배분해 주지 않겠어요? 유튜브를 규제하겠다는 현 정권의 의도는, 유튜버가 문제 있어 규제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같은 편인 지상파 방송 등으로부터 “우리를 위해 뭔가 해줘야 하는 것 아냐”라는 압박 때문이 아닐까요.

유튜브 부작용, 규제보다 탈정치가 우선

- 결국 유튜브 부작용 현상도 기존 언론정책의 문제에서 기인했다고 봐야겠군요.

정치나 언론이나 모두 작용과 반작용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똑같습니다. 역설적이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유튜브 규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나중에 독이 되어 자기들에게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지금 정권을 보면 옛날 군사정권이 하던 양태와 비슷해요. 아니 오히려 여론의 지지를 엎고 더 심한 것 같아요. 군사정권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잖아요. 언젠가 정권이 바뀌면 ‘너희들도 했는데, 우린 왜 못하느냐’ 결국 이렇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한국 사회는 영원히 수렁에 빠지는 거예요.

정치민주화도 그렇지만 언론민주화는 권력을 쥔 자가 양보했을 때 답이 있습니다. 또 다른 대안은 30년을 미디어정책만 연구해 온 제 철학이기도 한데, 언론민주화는 탈정치화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미디어는 너무 정치적이에요. 하지만 현 집권 여당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야당에 이런 조언을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미래통합당이 먼저 KBS 이사나 방송문화진흥회 이상 추천 권한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하는 겁니다. 혹자가 공영방송을 집권 여당에 통째로 내놓는다고 비판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별로 손해 볼 게 없어요. KBS 시청자층이 주로 55세 이상인데, 이들은 이미 정치적 신념이 굳어진 사람들이에요. 솔직히 보수적인 사람들이 더 많고요.

전체 평균 시청률 3% 내외에 젊은 사람들은 거의 보지 않는 방송 집권하더라도 장악할 이유가 뭐가 있지요? 솔직히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50대 이상이 아니라 30대 40대에서 이겨야 하잖아요. 제가 볼 때는 미래통합당이 “우리는 안 갖겠다, 너희들 다 가져가라”라고 선언하는 게 별로 문제될 게 없어요. 도리어 방송을 탈정치화하려는 노력을 국민들이 더 지지할 것입니다.

이게 하루아침에 고쳐지지는 않죠.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신념에 찬 시장주의자였습니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이 좋다’고 했던 그가 대통령직을 마치고 나서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언론 때문에 못해먹겠다고요.

닉슨 대통령은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 언론과의 전쟁에서 졌다고 말했죠. 대처 영국 총리 시절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에 포클랜드 전쟁이 있었지요. 이때 영국의 BBC가 제3자적 시각에서 전쟁을 보도했고 심지어 양국의 장관을 동시에 연결해서 대담방송을 하기도 했지요. 영국 총리가 발끈해서 15년에 한 번씩 발부하는 ‘칙허장(Royal Chart) : 허가장은 아니고 왕실재산인 BBC 이용 전권을 부여하는 것’을 주지 않을 것을 검토하라고 했나 봐요. 영국은 마르코니가 무선주파수기술을 왕실에 팔아 왕실재산이고 그 관리를 당시는 내무부 장관이 하도록 돼 있었어요.

지금은 영국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는 것으로 바뀌었지만요. 하지만 실무자들은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가 BBC 방송을 듣고 작전을 짰다는 일화를 들면서, 그때도 적에게 전황을 그대로 알려줬으니 칙허장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정신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네요. 위대한 정치인은 언론의 비판을 견뎌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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