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는 뉴노멀 경제학
[리뷰]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는 뉴노멀 경제학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7.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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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랜디 찰스 에핑 Randy Charles Epping는 25년 넘게 국제금융 전문가로 일하며 런던, 제네바, 취리히에 있는 유럽과 미국 투자은행에서 임원을 역임했다. 노트르담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소르본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예일대학교에서 국제 관계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스위스에 본사를 둔 국제 컨설팅 기업인 IFS Project Management AG의 임원이자, 유럽 및 전 세계 경제 협력 증진을 위한 중앙유럽재단(Central Europe Foundation)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인 《초보자를 위한 세계 경제 안내서(A Beginner’s Guide to the World Economy)》는 20개 이상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고, 공장은 폐쇄되었으며, 주식시장이 휘청거린다. 아마존 나비의 작은 날갯짓 같은 아주 사소한 사건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거대한 태풍을 불러일으킨다는 ‘나비효과’처럼, 멀리 떨어진 외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예상치 못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세계 경제의 복잡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요인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즘, 기존의 경제학 이론과 수식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대형 투자회사들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매일 수조 단위의 자금을 세계 이곳저곳으로 옮긴다. 그렇지만 이런 강력한 컴퓨터를 갖춘 투자회사들조차 왜 증시가 여러 곳에서 동시에 폭락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2010년대 중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이라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전 세계 증시가 붕괴 직전까지 폭락했을 때에도 이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럽의 투자은행과 국제 컨설팅 기업 등 유럽 금융의 중심부에서 25년 넘게 활동해온 금융 전문가 랜디 찰스 에핑은 이러한 오늘날의 경제를 ‘융합경제(fusion economy)’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핵융합 과정에서 수소 원자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듯, 오늘날의 세계 경제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에너지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이나 이탈리아의 정권 교체 같은 한 나라의 일은 어떻게 세계 증권 시장에 영향을 미칠까? 미국 증시가 폭락하는데 왜 달러 가격이 오를까? 외국 자본이 어떻게 나의 대출이자를 좌우하는 걸까? 이처럼 전혀 관련 있을 것 같지 않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또 우리 생활과 직결되기도 하는 것이 오늘날의 세계 경제다.

이토록 거대하고 복잡해 보이는 세계 경제이지만, 세계 경제의 기초를 이해하는 것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 《초보자를 위한 세계 경제 안내서(A Beginner’s guide to the World Economy)》(국내 출간 제목은 ‘세계 경제 기본 지식 81’)에서 이미 간결하고 명쾌한 설명으로 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던 랜디 찰스 에핑은 신작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경제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 경제경영서의 가장 큰 흐름은 ‘돈’이다. 경제가 불확실하고 일자리와 소득이 불안정해지자,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 재테크로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어디 부동산이 오른다’, ‘어느 주식이 유망하다’는 주장들이 독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수학의 기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처럼, 세계 경제의 작동 방식을 모르는 사람은 해외 직구나 펀드 투자도 무작정 따라 하다 손해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인터넷과 인공지능으로 세상이 더욱 촘촘하게 연결되는 오늘날에는 세계 경제에 대한 이해가 슬기로운 경제 생활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핫머니(hot money)’를 예로 들어보자. 핫머니는 시장 상황과 이자율이 변할 때마다 가장 수익률이 좋은 곳을 찾아 움직이는 해외 자금을 말한다. 대규모 해외 자금인 핫머니는 내 일상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인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시장의 경우 핫머니 투자자의 결정에 따라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핫머니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득을 얻기 위해 한국 같은 신흥시장 주식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한다. 한국의 펀드매니저는 이 돈을 지급하기 위해 운용하던 주식의 일부를 팔아야 하고, 그러면 한국 정부는 통화 가치의 급락을 막기 위해 이자율을 높일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의 자영업자가 은행으로부터 변동금리로 대출한 돈에 대한 이자를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은 환율과 무역협정 등 세계 경제 기초 지식부터 그린뉴딜 같은 미래 경제 트렌드까지, 꼭 알아야 할 세계 경제의 핵심을 명쾌하고 생생한 사례로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지금 세계 경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래에 경제적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사건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랜디 찰스 에핑은 ‘세계 경제는 거대하고 복잡한 일이니 정치인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많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할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유권자들이 스스로 경제에 밝아지는 것은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일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더 낫게 만드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경제의 기초는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국내 경제와 비교해도 크게 복잡하지 않다. 우리는 가전제품을 더 싸게 사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길 건너편에 있는 더 먼 가게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팔기 위해 국경을 넘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 책은 경제 개념을 일상 경험과 연관 지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는 시장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위해 마트에서 몇몇 물건의 가격표를 들여다보는 것과 비슷하다. 차입매수(레버리지)는 지렛대를 떠올리면 쉬워진다. 지렛대를 이용해 무거운 물건을 힘들이지 않고 들어올리듯, 빌린 돈을 활용해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기법이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뉴스레터 형식으로 일러스트와 함께 본문을 구성해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각 장의 뒤에는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자주 접하는 경제 용어를 수록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래프나 수식 없이 경제의 기초 개념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이 책은, 경제를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사람들이 일상을 지배하는 경제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영향력 있는 시민이자 소비자로 거듭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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