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논단] 4대강 사업 논쟁을 바라보며... 과학과 정치의 싸움을 끝내자
[미래논단] 4대강 사업 논쟁을 바라보며... 과학과 정치의 싸움을 끝내자
  • 원영섭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0.08.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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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낮 12시 50분께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변 마을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 연합=전북소방본부 제공

연일 계속되는 장마로 전국 곳곳이 홍수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춘천 의암호 선박사고로 7명이 실종되는 등 가슴 아픈 비극들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시행된 ‘4대강 사업’의 효과가 정치권의 논쟁으로 확대되었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여부를 분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며 논란에 가세하고 있다.

치수(治水)는 국가의 근본이다. 고대 농경시대의 치수는 국가 경제의 전부나 다름없었으며 현대 사회에도 농업뿐만 아니라 안전, 발전(發電), 식수 공급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아울러 치수는 과학기술의 영역이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 4대강 사업이 과학기술로 이해되기보다 정치의 영역으로 윤색되는 과정에서 발전적이지 못한, 아니 오히려 국가의 발전을 후퇴시키는 소모적인 논쟁이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 1990년 강원도 지역에서만 160여 명이 홍수로 사망했다. 요즘의 수해 사망자 수와 비교도 안 되는 많은 인원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댐 건설 계획을 지시하는데 그 댐이 바로 동강댐이다. 이후 환경단체들은 끊임없이 환경 문제를 지적했고 인근 수몰 주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얽혀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강댐을 백지화한다. 그러나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와 장마로 다시 홍수가 발생하고 노무현 정부와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동강댐 건설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환경 극단주의에 눌려 10년간 큰 댐 못짓는 나라”라는 사설을 쓰고, 문화일보는 “동감댐을 저지시킨 환경 탈레반을 적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했으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같은 논조를 유지했다. 적어도 이때까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치수(治水)에 있어 진영으로 갈라지는 문제는 없었다.

위 동강댐 사례가 시사하는 주요한 포인트는 요즘 시대에 댐을 짓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소양강댐이나 팔당댐 같은 대형 댐들은 과거 개발주의 시대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환경단체의 진영 논리를 감안하더라도 생태계 파괴나 문화 역사유적의 수몰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수몰민들의 보상과 이주 대책이 연결된 이해관계는 더 복잡하다. 공사비가 아닌 수몰에 따른 토지 보상비용은 대형 댐의 경제성을 떨어뜨리며 이는 대형 SOC(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문제이다.

댐이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는 치수의 핵심 역할을 하는 이유는 거대한 물받이 그릇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대형 댐의 건설이 쉽지 않은 현 시대에 ‘수몰’ 문제를 최소화하고 하천의 단면적을 넓혀 하천 자체의 물받이 그릇 역할을 확대시킨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다. 강은 자연 상태로 두면 상류에서 내려오는 흙, 모래 등이 이동하면서 강바닥에 쌓이게 되고 이런 퇴적물들에 의해 강바닥의 높이가 올라가면서 강물이 옆으로 넘치는 ‘범람’이 발생한다.

아무리 강 옆으로 제방을 쌓아도 강바닥의 퇴적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근원적인 해결이 될 수 없고 강 인근 지역은 상습 수해지역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강을 자연 상태로 둔다’는 말은 치수를 하지 않고 홍수를 방치하겠다는 말과 같다. 환경단체들이 예찬하는 모래톱은 홍수 때 수위를 상승시키는 강바닥 퇴적물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 바닥은 낮아 비가 조금만 와도 넘쳤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하천 바닥을 깊게 파내면서 물 저장 공간을 크게하여 하천 범람을 막는 것이다. 섬진강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되면서 피해가 집중되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 바닥은 낮아 비가 조금만 와도 넘쳤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하천 바닥을 깊게 파내면서 물 저장 공간을 크게하여 하천 범람을 막는 것이다. 섬진강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되면서 피해가 집중되었다.

4대강 사업을 폄훼하려는 궤변

4대강 사업은 준설 작업을 통해 하천의 바닥을 더 깊게 파고 하천 가장자리의 퇴적층을 정리했다. 물받이 그릇의 능력을 늘린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과 댐은 완전히 동일하다. 물론 한 번의 준설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는다. 강이 흐르는 동안 퇴적물들은 계속 쌓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강바닥을 준설해야 하며 그 준설 과정이 용이하도록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의 ‘보’들은 개폐식 수중보로 하천의 단면적을 넓히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우선 보는 미니 댐처럼 물을 가두거나 내보내는 역할을 하며 하천의 수량을 유지한다. 다음으로 퇴적물이 하류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 하천의 바닥이 높아지는 현상을 방지한다. 이 과정에서 보에 걸려 있는 퇴적물을 정기적으로 준설하는 것은 필수다. 이렇게 준설된 퇴적물들은 건설자재로 재활용된다. 보를 상시 개방하면 퇴적물들이 그대로 하류로 흘러가 쌓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하천의 단면적은 유지하자고 주장하면서, 보가 홍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4대강의 보를 없애자는 일각의 주장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하천 정비 방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서울의 한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지금의 목동, 강남 지역은 상습 침수 지역이었으나 잠실과 행주대교 쪽에 두 개의 수중보를 설치하는 등 한강 정비 사업을 통해 서울의 홍수 피해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4대강 사업이 홍수 방지 능력이 없다는 주장은 같은 원리의 댐이 홍수 방지 능력이 없다는 말과 같으며 아울러 한강 정비 사업으로 서울의 홍수 피해가 줄어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2월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홍수 위험 지역 중 93.7%가 홍수 예방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에 해당 지역은 극렬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에 해당 지역은 극렬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2018년 7월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예방 가치는 0원이라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 발표는 50년간 한 번도 홍수가 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산정되었고, 그 이유를 지난 4년간 홍수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이 발표 이후 2년 만에 지금의 홍수가 발생함으로써 50년에 한 번 꼴로 홍수가 날 것을 전제로 한 가치 산정이 무용함을 드러냈다.

최근 낙동강 수계의 상주, 구미, 칠곡, 함안 등에 200-300mm의 폭우가 내렸고, 지금도 장맛비가 계속 내리고 있지만 기존의 상습 수해지역에 범람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착공되어 2016년에 완공된 영주댐은 최근 집중호우로 1억4000만여 톤의 물을 담수하면서 그만큼의 홍수 방지 효과를 거뒀다.

이번에 창녕군 이방면에서 발생한 낙동강 본류 제방 붕괴 및 침수는 창녕 장천배수장의 배수문이 고장났기 때문이지 보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섬진강을 포함한 홍수 피해는 4대강 사업이 미처 진행되지 못한 지역과 지류, 지천에 집중되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7일 4대강 지천 사업비용을 정부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고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와 강운태 광주시장도 찬성했다.

지방하천과 소하천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기에 그 예산도 지자체 예산으로 사용해야 하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조 정도의 중앙정부의 예산을 투입해서 지자체 예산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지류와 지천 정비사업을 진행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지천 및 지류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된다.

치수(治水)는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는 문제다. 대표적인 치수 사업인 4대강 사업이 과학이 아닌 진영의 논리로 매도당한 결과는, 막을 수 있었던 ‘또 다른 피해의 발생’일 뿐이다. 어느 정권이 행한 사업이냐를 볼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을 위한 사업인지 여부만을 판단해야 할 때이다.

원영섭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중앙대 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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