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배우는 ‘맛있는 문장’ 쓰는 47가지 규칙
[서평]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배우는 ‘맛있는 문장’ 쓰는 47가지 규칙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8.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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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구니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밝혀낸 규칙에 따라 매력 넘치는 문장과 말의 특징을 자신의 문장에 적용해서 작가가 되었다. 자신이 발견한 하루키 문장의 비밀을 적절한 인용과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가지고 당장 따라 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다.

단순한 줄임말이 신조어로 고유명사가 된 ‘소확행’은 하루키의 기묘한 덧셈 조어법(A+B=AB)으로 탄생했다. ‘작다’와 ‘확실한’이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새로운 세계관까지 만들어낸 것은 역시나 하루키식 조어의 힘이다. 전 세대가 하루키가 만든 ‘소확행’의 세계관을 자신의 일상에 녹여내고 있지 않은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하루키의 장치 중 하나는 ‘혹은’이라는 접속사다. “소리를 없애든지 뽑든지 혹은 보드카 라임처럼 휘휘 젓든지”와 같이 ‘A 혹은 B’ 식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장을 ‘혹은’이라는 접속사로 이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독자들이 상상하게끔 한다.

하루키 문장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일상의 디테일에 있다. 세탁, 다림질, 요리, 청소와 같이 단조로운 집안일도 다채롭고 특별한 이야기로 되살리는 문체의 힘이 바로 디테일한 표현이다. “매일 바닥을 쓸고 3일에 한 번은 창문을 닦고 일주일에 한 번은 이불을 햇빛에 말리는”, “걸레를 6장이나 사용해서 아주 꼼꼼하게 왁스칠을 하는” 청소에 주인공의 어떤 세계관이 들어 있는 듯 느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구체적인 지명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면서 허구의 작품 속에 자신의 실제 생활을 드러내 독자들이 하루키의 일기를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SNS에서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과 같다.

그 밖에 수수께끼 같은 긴 제목으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암시를 주는 법, 구체적인 연도로 독자들의 기억력을 상기시키는 법, 강한 키워드로 독자의 상상력을 소환하는 법, 색으로 감정과 이미지를 표현하는 법, 명작을 인용해 격조를 높이는 법 등으로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읽으면서 글 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하루키의 문장을 배우는 것은 맛있는 요리의 레시피를 익히는 것과 같다. 접속사 하나, 즐겨 사용하는 재료를 문장과 이야기 속에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설탕 1/2티스푼, 밀가루 10그램 차이로도, 재료를 넣는 순서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듯이 하루키의 문장은 정교하다. 정교한 것일수록 규칙을 띤다.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면 같은 맛을 낼 수 있다. 그다음에는 나만의 방법과 재료를 덧입혀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내가 만든 요리에 독특한 제목을 붙여보자. ‘코카콜라를 부은 핫케이크’, ‘마침 집에 있던 재료로 만든 스파게티’, ‘결국 먹지 못한 햄 스파게티’과 같이 신선하고 인상적이며 뭔가 의미 있는 듯한 요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매력적인 제목을 붙이는 방법,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노력, 망상을 확대하는 방법 등등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의 매력을 뼛속까지 느끼고 문장을 써보는 즐거움을 만끽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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