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양육비, 아동의 생존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이슈분석] 양육비, 아동의 생존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 이 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 승인 2020.08.2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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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78.8%가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아직도 78.8%가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아주 오래 전부터 심각하게 앓아왔던 문제이다. 개인 가정사의 문제로 했기 때문에 개인 대 개인으로 해결해야 했고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을 상대로 양육비를 받는다는 것도 양육자에게는 심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었다.

2018년 9월 양육비를 지급 받지 못해 경제적, 심리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부모가정의 양육 당사자들이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을 갖게 되면서 아동 생존권 보호의 핵심인 ‘양육비’에 대한 사회 변화 운동을 시작했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2018년 7월에 개설된 직후 사이트 자원 봉사자인 영원한 자유인(구본창)의 블로그를 통해 양육비 관련 소식을 접하며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피해자들의 절박한 마음이 모였고 단체를 설립해 자력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 활동은 2015년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 이행 확보를 위해 종합적인 지원을 하고자 출범한 국가기관의 절차 기간과 2018년 배드파더스 신상공개 사이트 개설에 연관성이 있다.

2015년 출범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양육비 청구와 이행 확보의 법적 절차 마지막 단계까지 한 사이클을 밟는 동안 평균 2년 4개월~3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기관을 통한 진행 마저 결과가 없어 좌절감이 팽배해진 상황이었다. 그 시기에 절차는 간단하고 강제력 있는 규제 수단이 된 신상공개 사이트가 개설된 것이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이행 확보에 실패한 원인은 기관의 문제가 아닌 강제력 없는 현행 법과 행정제도의 구조적 한계에 있었다.

현행법상의 단계별 절차를 모두 밟고도, 양육비는 받지 못한 채 종결 통보를 받게 된 양육자들의 경험은, 현재의 법과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양육비 미지급 상태로 10년, 20년의 세월을 보낸 사례자들과 같이 10년, 20년이 흐른 미래에도 대한민국 한부모가정 아동의 삶과 양육환경은 변함이 없을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하여 양육비 이행강화 개정법률안의 제정, 시행 절차의 간소화, 이를 담당할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권한 강화 그리고 집행력 있는 역할로 범위가 확대되기를 바라며 근본 해결책의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국회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경찰청 앞에서, 광화문에서 그리고 수많은 거리에서, “정부는 양육비 미지급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 “양육비 대지급제도는 대통령의 공약” “아동의 생존권 보호는 국가의 의무” “양육비 법안 심의 통과 촉구” 등의 구호를 수없이 외쳤다.

도저히 현행법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신상공개 사이트를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양육자들은 당시 합법과 불법 경계선에서 논란이 일던 신상공개 제보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도 컸고, 거리에 나와 미지급 해결 촉구 활동을 하는 것이 무척 참담하고 떨렸지만 시시각각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은 5월 20일 국회앞에서 양육비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양해원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은 5월 20일 국회앞에서 양육비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양해원

양육비 고의 미지급은 자녀 학대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국민참여재판에까지 오르며 사회에 주목된 배드파더스 사이트와 함께 사회 변화를 위한 단체의 여러 활동으로 양육비 미지급 실태와 입법의 필요성이 알려졌고, 아동 생존권 보호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 덕분에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 소속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양육비 지급이 불이행될 시 면허증 및 허가증을 제한, 정지, 취소하는 법적·행정적 조항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제재를 가할 것을 요구해 온 결과, 운전면허정지 처분의 경우 부당결부 금지의 원칙을 위반할 수 있어 추후 위헌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해당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내년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거리로 몰려 나왔던 양육자와 양육비 활동가들은 여전히 길고 지루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양육비 미지급자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의 양육비 지급 이행을 위한 제도 개선으로 다소의 성과는 있었다고 평가되고 있기는 하나, 한부모가정은 여전히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아직도 78.8%가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고 한번도 받지 못한 가정이 73.1% 라는 실정은 현행 제도의 혁신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양육비 지급에 대한 고의적 회피’와 ‘자녀와의 관계 단절’의 고통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 양육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거짓으로 읍소하는 미지급자의 SNS에는 외제차와 골프, 해외여행과 각종 명품 사진들로 넘쳐난다. 이를 보고 분노한 양육자가 미지급자의 거주지나 직장 근처에 가서 양육비 이행촉구 1인 시위나 집회라도 할라치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각종 폭언과 폭행, 협박, 명예훼손 고소 등으로 양육자는 또 다른 고통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양육비 미지급자인 무책임한 부모는 양육비 지급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아동 학대에 이르는 경제적, 신체적, 교육적 방임 유기는 물론 정서적 학대를 서슴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자녀에게 “정신병자”라고 하거나 어린 자녀에게 “너를 자식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라며 막말과 욕설을 퍼부어 정서적인 큰 상처를 입히고도 나몰라라 하는 비정한 아빠들도 있다. 심지어 “나는 죽었다고 전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부모 자식과의 인연을 끊고 자녀의 성장에 일체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회원의 양육비 미지급 사례와 사연 몇 가지 얘기하겠다.

양육비 미지급 친권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오른 대학병원의 간호사 직업을 가진 한 엄마가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첫돌을 넘긴 때 헤어진 이후 한번도 아이를 찾지 않았고, 매월 6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도 지키지 않았다.

얼굴도 모르게 자라며 엄마의 존재를 그리워하는 5살 아들에게 바로 얼마 전 나타난 엄마의 모습은 TV 속 ‘유명 럭셔리 카드의 화려한 광고 모델’이었다. 광고를 본 양육자가 카드사에 민원을 제기하자 ‘해당 모델이 법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내용을 확인했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무겁게 인식 및 정서적 관점을 고려해 광고물 집행 중지를 결정하고 모든 광고물에서 빠르게 삭제 조치’ 했다. 현재 양육비 미지급자인 엄마는 양육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한 상태이다.

‘양육자의 문제 제기로 해당 카드사 쪽에서 사실확인 요청이 들어온 것과 배드파더스 신상공개’가 이유라고 한다. 이렇듯 양육비를 지급하기는 커녕 오히려 명예훼손이라는 법을 악용해 양육비 문제를 고소 분쟁으로 끌어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만큼 양육비가 자녀 생존권의 핵심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 아동 생존권 보호라는 어른들의 의무가 우리 사회의 규범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매일 느끼고 있다.

이 또한 양육비 채무를 개인사로 다뤄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우리나라의 법이 너무나 관대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한부모가정의 양육자는 아동의 생존권보다 어른들의 명예를 중시하는 분쟁의 현실과도 싸워야 한다.

암 투병 중에 이혼하고 홀로 두 아들을 키워 온 우리 단체 한 회원이 있었다.

남편의 폭력과 방관을 견디다 못해 2015년 이혼하고 매월 50만 원씩의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전 남편은 처음 한번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았다.

작년 12월경 그녀는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일을 할 수도 없었고, 말기암 판정을 받고 더 이상의 치료가 어렵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마지막 남은 시간을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자택에서 아이들과 보내기로 결정했다. 전 남편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니 아이들과의 생활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양육비 미지급은 사인간 아닌 사회적 문제

항암 투병 생활 중에도 가발을 쓰고 직장을 다니며 아들 둘을 키웠고 아빠의 빈자리를 메워 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그녀에 비해, 전 남편은 아이들 양육비를 왜 안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은행에 나갈 돈도 있는데 양육비를 어떻게 주냐.

거지 같은 XX들 많은데 왜 나한테 그러느냐” “나도 살아야 될 거 아니냐”라는 등 죽음을 앞둔 양육자의 상태를 알면서도 이기적인 행태로만 일관했다. 두 아들의 엄마인 회원은 몸이 아픈 와중에도 본인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양육비 제도 개선을 위한 운동에 우리와 함께 했고, 엄마 없이 남겨질 아들들을 걱정하며 양육비 이행강화 발의 법안이 통과되기를 절절히 바랐다.

그녀가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을 한 지난 5월 6일은 20대 국회의 양육비 이행강화 개정 법률안이 여가위 심사를 통과한 날이다. 기쁜 소식을 전하며 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미루도록 붙잡아 끌었고,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기를 바랐지만 그토록 바라던 법안 의결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하고 눈이 시리도록 하늘이 푸르던 지난 5월 12일 열한 살, 열 살의 두 아이만 남긴 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세상을 떠나는 당일까지 남겨질 두 아들의 양육비를 받게 해주기 위해 양육비 미지급 실태를 알리고 투쟁해야 했던 이런 안타까운 사례를 막으려면 양육비 문제를 더 이상 사적 영역으로 두지 않아야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녀를 양육하고 보호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양육자를 두고, 비양육자의 ‘양육비를 지급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의 변명에 면책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당한 사유의 명확한 근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국가가 비양육자의 양육비 이행의무를 강화하고 강제할 방법 등의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해 많은 안타까운 사례들이 있고 그중에는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미지급자들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양육비를 미지급했을 때 가장 과중한 처벌은 고작 감치이다. 반면 OECD 회원국 중 다수는 양육비 미지급 시 구금이나 징역 등의 형사적 처벌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행위를 형사법으로 다루고 있다.

양육비는 아동 생존권의 핵심 내용이고 아동의 권리 보호는 국가의 의무이다. 양육비 채무를 사인 간 채무가 아닌 아동의 안정된 성장을 위해 적시에 변제되어야 할 공적 채무로 인정해 공익의 목적으로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할 때이다.

그동안 여러 국회의원들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공개 및 출국금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해당 조치는 형사처분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양육비는 사인 간의 채무이자 이혼 가정의 ‘민사’라는 이유로 법무부 등 정부가 반대해 왔다. 아동의 복리와 생존이 국가로부터 외면당한 채 시간만 가는 사이 아이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더 이상 정부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와 외침에 눈과 귀를 막지 말고 발의된 법안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

전주혜 의원이 양육비 이행법안을 발의한 이유

‘양육비 문제’는 미성년 자녀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양육비는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현행법은 미성년 자녀를 직접 양육하는 부 또는 모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상담 및 법률지원, 제재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양육비 채무자가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운전면허 정지 처분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되어 내년 시행 예정이다.

그러나 2019년 기준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된 전체 건수(1만6073건) 대비 실제 이행 건수(5715건)인 ‘양육비 이행률’은 35.6%로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어 양육비 이행을 강화하는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전주혜 의원이 대표발의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러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출국 금지, 명단공개 도입, 양육비 지급 이행을 강화하기 위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부모에 대한 제재 강화를 통해 양육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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