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염돈재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간첩 수사, 국정원 배제는 국가안보 위협”
[인터뷰] 염돈재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간첩 수사, 국정원 배제는 국가안보 위협”
  • 강시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02 10: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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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정원법 전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가정보원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원장을 교체한 후 고유 업무도 조정하고, 명칭도 변경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은 지금도 고도의 침투교육, 제3국 우회, 신분세탁, 가장, 사이버 침투 등을 통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이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대공수사권 폐지로 대공수사권 약화가 우려된다.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 1차장을 역임한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으로부터 국정원 명칭 변경, 대공수사권 폐지, 국회 정보위원회 통제와 감사원 감사 강화 등 국정원법 개정안의 문제가 무엇인지 들어본다.

염돈재 전 국가정보원 1차장

- 요즘 국정원법 개정문제를 놓고 많이 시끄러운데 국정원 개혁안의 골자는 무엇입니까?

첫째 대외안보정보원으로의 명칭 변경, 둘째 직무범위의 축소, 셋째 대내외 통제 강화, 넷째 정보공개 요건의 완화 등 네 가지입니다.

이번 국정원법 개정안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①불법행위의 근절, ②다변화된 대외위협 대처, ③국제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면서 국정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내용은 전혀 없고 국정원을 불구로 만드는 독소조항들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 직무범위 축소, 대내외 통제 강화, 정보공개 요건 완화의 구체적 내용은 어떤 것인지요?

국정원 직무 가운데 대공수사권, 북한과 연계되지 않은 안보침해 행위에 대한 정보 수집,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에 관한 정보 수집, 국정원 직원의 직무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권 등 네 가지가 폐지됐습니다.

대내외 통제 강화로 국정원의 과감하고 창의적인 업무 추진이 어렵게 됐고 보안누설 위험도 대폭 증대됐어요. 신안보 분야 정보수집 시 정보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국정원의 모든 업무를 감찰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독립적 정보감찰관 제도를 신설했는데 정보감찰관은 국정원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 정보위가 추천한 사람 가운데서 임명해야 합니다.

감사원의 자료요청 시 대북공작 등 극비사항에 관한 자료 요청도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고 정보위원 2/3가 요구 시 국정원의 조직, 소재지, 정원 등에 관한 정보도 정보위에 공개하도록 돼 있어 국정원은 이제 ‘비밀 없는 비밀정보 기관’이 되게 됐습니다.

간첩 수사 막는 국정원법 개정안

- 국정원이 정보기관인데 국내정보 수집을 폐지한다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요?

국내정보 수집 기능이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닙니다.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 조직에 관한 정보와 내란·외환의 죄, 반란죄 등에 관한 정보수집은 국정원의 직무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정보 수집 범위가 대폭 축소돼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와 관련되고 북한과 연계된 안보침해 행위에 관한 정보만 수집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따라서북한과의 연계관계가 밝혀지지 않았거나 파악하지 못한 반국가단체나 극단적 사회주의 세력에 대해서는 정보수집에 착수조차 할 수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상 안보침해 행위가 북한과 연계됐는지 여부는 정보수집이나 수사를 해 봐야 아는데, 북한과의 연계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혐의자에 대한 정보수집은 착수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 간첩이나 종북세력의 활동공간을 대폭 넓혀주고 이들을 고무해 대한민국은 북한 간첩이나 종북세력의 천국이 될 것입니다.

- 대공수사권이 경찰에 이관되면 무엇이 문제입니까?

경찰 이관이 아니고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가 정확합니다. 경찰은 이미 대공수사권을 갖고 대공수사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최근 북한 간첩의 90%가 제3국을 통해 침투하고 있어 대공수사를 위해서는 국내정보와 해외정보를 통합 활용해야 하고 정보수집과 수사가 긴밀한 연결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해외 정보망도 없고 외국에서의 정보·수사 활동이 금지돼 있습니다. 외국에서 경찰의 정보·수사 활동이 노출되면 주권 침해로 큰 문제가 돼요. 경찰이 해외에서 수집한 증거는 독수독과(果) 이론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결국 문제는 간첩 잘 잡는 국정원은 간첩수사를 못하게 하고, 간첩수사 능력이 떨어지는 경찰만 대공수사를 맡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러면 경찰이 못 잡은 간첩은 영원히 잡을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은 아예 간첩을 잡지 못하게 하고, 북한 간첩과 종북세력의 천국을 만들겠다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 경찰의 대공수사 능력이 어때서 그렇습니까?

경찰의 대공수사 업무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직원들의 기피 대상 1호 업무가 됐고 2001년 3100명이던 보안경찰 규모가 2008년에는 1860명으로 줄었습니다. 지금은 훨씬 더 줄었을 것입니다. 또 간첩 수사에는 해외정보와 국내정보, 공개정보와 비밀정보, 인간정보와 기술정보, 첩보망과 정보협력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야 하나 경찰은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간첩검거 실적만 봐도 그렇습니다. 2000년부터 8년간 검거한 간첩 총 60여 명 가운데 경찰 검거는 10명에 불과합니하다. 베테랑 대공수사요원 양성에는 최소 10-15년이 소요되므로 앞으로 10여년 간은 대공수사에 큰 공백이 예상됩니다. 북한의 대남공작의 대폭 강화가 예상되고 종북세력의 활동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는데 대공수사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이 나라를 김정은에게 바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 대공수사기관이 여럿 있어야 견제와 균형이 이뤄진다고 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7월 말 당정청이 발표한 소위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편 계획’은 권력기관의 권력을 분산시켜 견제·균형을 통해 권력남용을 방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정원과 경찰에 분산돼 있는 대공수사권을 경찰만 갖게 하는 것이 무슨 권력분산이고 견제·균형입니까? 그리고 지금 국정원은 권력기관이 아닙니다.

일반 국민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간첩, 반국가행위자 수사만 하는 게 무슨 권력입니까? 권력기관 개혁을 명분으로 국가정보원을 식물정보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될 수 없습니다.

-개혁안이 감사원 감사를 받도록 했는데 그전에는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았는지요?

감사원 감사를 받기는 했으나 국정원법 13조에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밀사항에 대해서는 사유를 밝히고 자료제출이나 답변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주요 기밀사항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세부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치적 목적의 개혁은 국가 안보체계 위협

-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되면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정보활동 위축과 보안누설 위험 두 가지입니다. 정보업무는 비정형적인 업무, 성과예측과 비용편익 분석이 어려운 업무이고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이 중시됩니다. 그런데 법규준수 여부, 목표달성 여부, 효율성 여부, 회계 및 증빙자료의 정확성 등을 중시하는 감사원이 세부감사를 하게 되면 창의적이고 과감한 정보활동이 위축되고 보안누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국정원 개혁안을 추진하는 정부 여당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것이 그 부분입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안보 태세와 대내 보안체제 강화가 중요한데 정보기관을 무력화시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고무하고 종북세력의 활동공간을 넓혀주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흑역사 청산을 위해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긴다는데 이근안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최근의 탈북녀 성폭행 사건 등 ‘찬란한 흑역사’를 가진 경찰에 대공수사권을 넘기는 것이 무슨 흑역사 청산이고 무슨 개혁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평화는 군사력을 통해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지켜진다는 문 대통령의 평화관에 따라 북한이 가장 원하는 국정원 해체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 사이버전쟁,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오히려 정보기관이 갖춰야 할 것이 있을 텐데 어떤 것이 있을지요?

이번 국정원법 개정안에 신안보위협 대응에 관한 규정이 포함돼 있지만 사이버전쟁, 산업스파이, 코로나 사태 같은 것은 이미 20~30년 전부터 대두돼온 소위 포괄안보, 신안보 문제이며 국정원이 상당히 대비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북한의 사이버 공격 대응을 위해 민간기관의 사이버보안 태세를 점검하려 하면 직권남용이 되고 북한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하다가는 감옥에 가야 하니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정이니 빅데이터 분석, 정부기관 간 실시간 정보공유 체제 구축, 정보요원 교육 강화 같은 더 중요한 문제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그동안 국정원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국정원에 오래 근무하신 전문가로서 진정으로 개혁한다면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어떤 개혁을 해야 하는지는 모두들 잘 압니다. 그보다는 어떤 방법으로 개혁할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한풀이를 위해 과거 지향적, 벌주기식 개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정보기관은 사명감과 자부심을 먹고 사는 조직입니다. 업무가 무척 위험하고 어렵기 때문이에요. 국정원에 있는 보국탑에는 52명의 위패가 봉안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법 개정안을 보면 참담해요. 검찰청법, 경찰법 등 소위 권력기관 법 가운데 자기기관 직원들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감사원법 제51조 2항뿐인데 대외안보정보원법 27개조 가운데 6개 조항이 국정원 직원 처벌조항입니다.

벌칙도 더 강화됐다. 정치관여죄, 직권남용죄, 불법감청 및 위치추적 죄는 징역 7년에서 10년으로 강화됐고 제일 약한 정치 관련 목적 정보수집죄가 징역 3년입니다. 정치관여죄와 불범감청죄의 공소시효는 20년입니다. 사형해당 범죄 공소시효 25년 다음이고 무기징역 범죄 15년보다는 훨씬 높아요. 국정원 직원을 사형범죄자 비슷한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런게 무슨 개혁인가 싶습니다.

- 국정원 명칭도 변경한다는데요.

맞습니다. 국정원 명칭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뀝니다. 흔히 정부기관의 명칭은 그 기관의 업무와 지위를 명확히 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같은 업무를 하는 기관이 여럿일 때는 각 기관의 지위와 역할도 나타내줘야 합니다. 재정경제부·여성가족부, 국가보훈처·서울지방보훈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등이 그렇습니다.

국가정보원이라는 명칭은 국내외 정보를 모두 담당하고 각 부처 정보기관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 정보기관임을 나타내 주는 좋은 이름이고 국제사회에서 세계 8-12위권 유수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된 이름입니다. 북한정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정보자산이 우수하지만 우리는 미국 정보자산 일부를 지원 받는 데다 인간정보, HUMINT 능력과 분석능력이 더 우수합니다. 이 때문에 세계 많은 정보기관들이 국정원과의 협력을 원합니다. 국가정보원이라는 명칭은 이제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의 일부로서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이름입니다.

이런 우수한 브랜드를 없애고 이상한 이름으로 바꾸려 합니다. 대외안보정보원이라는 명칭은 그 기관이 국내정보도 취급한다는 점, 국가최고의 정보기관이라는 점을 나타내 주지 못합니다.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은 국정원을 세계 유수의 정보기관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과거사를 파내서 무슨 사생아 같은 이름으로 바꾼다니 비참하고 황당합니다.

지금은 정보기관을 무력화시키고 국가안보 체제를 허무는 그런 개혁을 할 때가 아닙니다. 이런 점을 국민들이 잘 알아 바른 개혁으로 인도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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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운 2020-09-12 10:25:15
과학기술을 악용하여 첩보용이어폰, 지령, eeg기술, 무단감청, 비밀강요 등의 사악한 기득권화가 어찌 방첩인가요?
국정원은 방첩이아니라 반국가활동을 하기위해 사악한 기득권적 행태에 집중한다면 그 내막을 살펴볼수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겉으로 착한척 코스프레 떠는 사악한 정보기관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공산주의도 아니고 국민들에게 비밀을 강요하고 기밀을 빌미로 온갖 범죄를 덮고 합리화하고 테러하고 약점 등을 악용한 부패한 범죄자들의 천국이 되어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