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논단] 탈원전에 매장되는 한국의 과학기술
[미래논단] 탈원전에 매장되는 한국의 과학기술
  •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승인 2020.09.09 09: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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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요한 3가지는 기후변화, 소행성충돌, 팬데믹(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대유행)이라고 말했다. 팬데믹은 현재 인류가 고통을 받고 있는 전염병으로 매우 심각하나 인류는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오랫동안 서서히 진행되고 있으며 석탄이나 LNG 등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인류 생존에 위협을 주고 있다. 원자력 발전(nuclear power generation)은 탄생된 지 60여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고, 값싸고, 안전성이 뛰어나고, 미세먼지 배출이 없는 에너지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인 셈이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전기의 kWh 발전단가(2020년)를 보면 에너지 자원별로 원전(57.5원), 유연탄(89.2원), 무연탄(90.3원), LNG(110.4원), 풍력(120원), 유류(231.3원), 태양광(237원)으로 원전이 가장 저렴하다.

발전 단가 이외에도 원전이 가장 바람직한 에너지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면 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일까? 그 배경을 살펴보자. 여기서 탈원전(nuclear-free) 정책이란 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하지 말자는 정책을 말한다.

탈원전에 대한 주장은 1956년 영국에서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가동할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원자력 발전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원자력 발전이 통제 가능한 근본적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위험한 에너지이고 대형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의 예로,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이 발생했으며 이런 사고는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에도 영향을 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16년 12월에 부산에서 원전 재난 공포영화 ‘판도라’를 관람한 후, 부산 인근 원자력 발전소 밀집 상황에 대해 “머리 위에 폭탄 하나 달고 사는 셈”이라고 평했다. 문 후보는 원전에 대한 개인적인 공포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후 19대 대선(2017년 5월) 때 문재인 후보는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후보는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중단,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등을 주장했다. 또한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에서 18%로 낮추고 LNG는 20%에서 37%로,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는 5%에서 2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한 후 2018년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탈원전 로드맵을 보면 <도표 2>와 같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원전 기술

국내에서 지금까지 폐쇄된 원전은 2017년 6월에 문을 닫은 고리1호기가 있다. 고리1호기는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해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이다. 설계상으로는 수명이 30년이었던 고리1호기는 1978년 가동이 시작되었는데 2007년 6월에 잠시 가동이 중단되었다가 정부의 승인을 받고 2008년 1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갔었다.

현재 국내 가동 원전은 모두 24기이고, 문 정부 이전부터 건설 중인 원전은 5기이다. 가동 원전은 2022년 27기로 정점을 찍고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줄고 2023년 완공 예정인 신고리 6호기의 60년 수명이 다하는 2083년이면 한국은 원전 제로가 되는 로드맵이다.

집권 이후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3개월 간 일시 중단시키고, 시민 배심원단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공사의 중단.재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나 공론화위원회가 재개를 권고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신고리 5·6호기는 수년에 걸쳐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 건설이 결정됐고, 종합공정률이 30%에 달했는데, 공사 과정이나 설비에서 전혀 안전성 문제가 없던 원전 공사를 일시 중단시킨 것은 심각히 잘못된 결정이었다.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2002년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이후 전문가들의 타당성 조사, 계획 수립,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15년만인 2017년 산업부에서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이 사업은 이미 설계공정의 48%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문 정부에서 에너지전환정책을 실시하면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7000억 원 이상의 비용손실이 발생하고, 관련 업계(한국전력, 두산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전력기술 등)의 원전 전문가들과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어가고 있다.

한수원은 예정에 없던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2018년 6월 15일)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해 2012년 운영허가가 끝났지만 5600억 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주민의 동의를 얻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2022년까지 10년 연장 운전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 이미 지역상생협력금으로 1047억 원이 집행되었다. 최근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부당한 결정’이라는 감사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자 여당이 최재형 감사원장 사퇴까지 거론하며 감사원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과 함께 원전 5대 강국으로 꼽힌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60여 년 전인 이승만 정부 때 1958년 원자력법을 제정했고 1959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설립했다. 같은 해 서울대에 원자력공학과(현 원자핵공학과)를 설립해 원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놀랍게 성장을 지속해 1978년 고리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현재 24기 원전이 가동 중이고 드디어 2009년 UAE에 원전 수출의 쾌거를 이뤘다.

이는 대한민국이 세계 여섯 번째로 원전 수출국이 되는 역사적인 일이다. 건설비만 24조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우리 과학자들이 원자력연구원이 설립된 후 50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 모델(APR1400)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미국 이외 국가로는 유일하게 공식 인증한 최고의 기술이다. 그리고 요르단에 판매한 연구용 원자로, 해수 담수화 원자로(SMART), 핵융합 실험로 KSTAR 건조 및 운영 등의 원자력계의 세계적인 성과를 도출해 원자력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UAE에 원전 수출을 계기로 사우디와 카타르 등도 한국 원전에 깊은 관심을 보여 원전으로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게 했으나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발표되면서 급격히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은 좌절을 겪게 되었다.

UAE 원전 완공 후 우리가 맡는 것이 확실했던 3조 원 규모의 장기 정비 계약이 공개 입찰로 바뀌면서 우리는 프랑스 회사 하도급으로 전락했고 원전을 건설하려던 많은 국가들에서 우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우리의 과학기술계가 쌓은 기술을 하루아침에 허물고, 국제시장에서 우리의 존재감이 사라지게 만들고 있으며, 원전과 연결되어 있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우리의 원전 기술은 안전성이 뛰어나고 국내에서 대형 안전사고가 난 기록도 없다. 공상적인 공포감으로 안전이 염려되어 탈원전을 해야 한다면 이는 비행기 타기와 자동차 운전에서 사고가 염려되어 타지도 말고 운전하지도 말자는 얘기와 같다.

탈원전으로 인한 국내 손실은 엄청나다. 7000억 원을 들여 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인한 7000억 원의 손실,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중단으로 인한 7000억 원 이상의 비용손실 등이 발생했다. 또한 한전은 매년 10조 원이 넘던 흑자가 적자로 돌아서고 두산중공업, 부품업체 등 원전 관련 회사들이 도산 직전으로 몰리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은 원전 전문가들이 떠나가고 원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어 차기 정권에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더라도 원전 기술을 원상태로 복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원자력공학을 공부하려는 미래 연구 인력이 줄어들면서 원전은 물론 핵안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24기의 원자로 중에서 월성 1, 2, 3, 4호기는 중수로 원자로이고 나머지는 모두 경수로 원자로이다. 중수로는 플루토늄과 3중수소가 만들어지는 고준위 폐기물이 생산되고 경수로는 저준위 폐기물이 생산된다. 플루토늄과 3중수소는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고가의 물질로 전 세계에서 미국, 캐나다와 한국만이 생산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이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없애기 위해 계속 월성 원자로의 폐기를 주장해 왔다.

원전 강국으로 가는 길

2018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원전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원전 정책의 방향은 <도표 3>과 같다. 탈원전을 추진하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한 5개국에 불과하고 유지 및 확대를 추진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탈원전을 추진한다”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잘못된 주장이다.

기후변화 대책과 관련해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주범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전은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기후변화 파리협약의 실효가 시작되는 2020년 시점에 대비해서 석탄이나 갈탄 발전보다는 원전이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국제적으로 원전 확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본은 원전이 42기로 원전국가이다. 그러나 일본은 2011년 지진에 의한 대형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경험한 나라로 잠시 원전 가동을 멈췄으나, 전기요금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2015년에는 결국 원전 재가동을 선언하면서 원전의 유지 및 확대 정책을 천명했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논의되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갈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인 성향으로 볼 때, 흔히 좌파 계열에서는 탈원전을 찬성하고, 우파 계열에서는 탈원전을 반대하는 성향이 있다. 좌파 측에서는 현재의 대체 에너지로도 원전을 대부분 대체할 수 있으며, 원전 사고 위협은 간과할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우파 측에서도 무조건적으로 원전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더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입증된 대체 에너지가 발견된다면 원전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대체 에너지라고 불리는 태양광, 조력, 풍력 등의 에너지가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원전 사고는 그 예방이 과학적으로 가능하며, 원전에 대한 공포심이 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영국은 탄소 무배출 목표에 따라 원전 10여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12기, 러시아는 6기, 인도는 7기 등 세계적으로 원전 53기가 건설 중이며, 앞으로 계획 중인 원전도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원전 시장에서 빠짐으로 인해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횡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12기 대부분을 동해안과 태평양 근처에 건설하고 있어 중국 원전의 안전관리에도 우리 정부가 각별한 주의를 요해야 할 것이다.

일찍이 1959년 이승만 정부는 어려운 국가 재정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설립하고 반세기 이상 원자력 분야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에 의한 각고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성이 뛰어난 원전을 만들고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원전 강국’으로 올려놓았다. 이런 뛰어난 과학기술 업적을 ‘판도라’와 같은 공포영화에 놀라 우리의 세계적인 과학기술 능력을 매장하는 행위는 매우 우매하고 잘못된 정책이다.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 탈원전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그것도 원전 생태계가 복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폐허화되기 이전에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우리의 과학기술 업적인 원전 기술이 유지되고 더 발전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박성현
미래한국 발행인·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노스캐롤라이나대 통계학 박사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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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지키미 2020-09-12 04:11:14
나라를 말아먹어 결딴을 내려고 결심한 놈이 있는한 도저히 회복 불가능한 현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