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 2020 컨퍼런스, 한국에서 보수주의 청년운동 열리다
보수주의 2020 컨퍼런스, 한국에서 보수주의 청년운동 열리다
  • 조평세 미래한국 편집위원·트루스포럼 연구위원
  • 승인 2020.09.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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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국 보수에 큰 희망을 주는 사건들이 몇 있었다.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최고치 상승이나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처음 상회한 ‘데드크로스’ 따위를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국내 최초로 ‘보수주의’를 간판으로 내건 대학청년 대회가 잇달아 열린 것에 주목한 것이다. 이것으로 수십 년 후 2020년을 한국 보수주의 운동의 원년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감히 전망한다.

먼저 지난 8월 14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무궁화홀에서는 트루스포럼(대표 김은구)이 주관한 ‘보수주의 2020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노동자연대가 고려대에서 매년 ‘맑시즘’이라는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것에 대항하자는 취지였다.
 

8월 14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무궁화홀에서 트루스포럼이 주관한‘ 보수주의 2020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8월 14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무궁화홀에서 트루스포럼이 주관한‘ 보수주의 2020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처음 시작된 대학가 보수주의 운동

앞으로 매년 열리게 될 트루스포럼의 ‘보수주의202*’ 컨퍼런스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반성적 고찰에서 출발하고 미국의 건국과 성장을 통해 다듬어진, 인류사회에 보편적 가치를 제시한 성경적 세계관에 기반을 둔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대회다.

스타트를 끊은 이번 ‘보수주의2020’ 대회는 코로나로 인해 예정보다 많이 축소된 규모인 80여 명 정도를 예상했지만 현장등록 포함 무려 180명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워 분위기를 달궜다.

이강호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이 ‘프랑스혁명과 보수주의’를 주제로 첫 세션의 포문을 열었고 오후에는 황성준 K-Con 스쿨 연구위원이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을 주제로 한국 보수운동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특별 주제로는 ‘미국의 BLM운동과 1619프로젝트의 실체,’ ‘문화전쟁 101,’ ‘복음주의 생명운동,’ ‘도올 신학 비판,’ ‘중국의 미래’ 등을 보수주의적 시각에서 다뤘다. 또한 6명의 트루스포럼 청년회원들이 북한, 창조과학 등 다양한 주제로 ‘10분 자유발제’를 진행했다.

그외에도 방주혁 조각가와 최지인 조각가 등 보수주의 가치를 지지하는 예술인들이 작품 전시 설명을 진행했고 트루스포럼이 지난 3년 동안 대학가를 장식한 주요 대자보들과 북한인권 및 국군포로 사진들이 전시되었다.

18일 저녁에도 강남 코너스톤 스페이스에서 그라운드 C(대표 김성원)가 주최한 제1회 포럼이 성황리에 열렸다. 그라운드 C(Ground of Conservatism)는 국제정치 채널 ‘버크TV’의 김성원 대표가 지난 4월 새롭게 시작한 보수주의 유튜브 채널이다. ‘사회주의 대 캠퍼스’라는 주제로 열린 제1회 그라운드C 포럼은 “사회주의 광풍과 상대주의 사조가 문화, 언론,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와 캠퍼스를 위협하고 있는 흐름에 맞서, 올바른 보수주의 세계관을 탑재하고 자신이 속한 캠퍼스를 바꾸며 대한민국의 자유의 토대를 굳건하게 만들 청년들을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50여 명의 선별된 대학생 참석자들이 녹화 현장에 참여했고 수백여 명의 시청자들이 생방송으로 함께 했다.

이 포럼에서 특히 주목을 끈 것은 4명의 대학생들이 각자 캠퍼스에서 경험한 보수주의 운동을 나눈 것이다. 한국외대 재학 중인 김혜린 씨는 캠퍼스에서 보수주의자 친구를 찾아 공부 모임을 시작한 노하우를 전했다. 연주하 학생도 자신이 보수주의자가 된 계기와 친구를 ‘탈진보’시킨 성공담을 전해 주목을 끌었다.

또한 둘째 출산을 한 달 남기고 무대에 선 이채윤 청년은 자신의 ‘탈페미’ 경험을 통해 페미니즘의 모순된 논리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올바른 가정관이라는 진리를 설파했다. 또한 미국에서 온 서우진 학생은 미국 대학생들의 보수운동을 소개하며 한국 대학가 보수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 보수주의 청년운동의 교훈

작아 보일 수 있는 이 움직임들이 대한민국 보수운동에 큰 희망을 주는 이유는 첫째, 이들이 표방하는 보수주의가 ‘기득권 보수’나 ‘수구적 보수’가 아닌, 유대-기독교 가치관과 영미식 전통에 입각한 진짜 보수주의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유한성과 신의 섭리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 창조질서에 따라 책임이 수반된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인류 보편의 진리를 담은 세계관이다. 사실상 실패할 수 없는 가치관이다.

이들의 운동이 한국 보수에 큰 희망이 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들이 청년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들의 뒤에는 보수 어른들의 아낌없는 물적, 지적 후원과 전폭적인 지지가 있다. 하지만 역사 속 모든 운동은 청년들이 주축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 동력과 활력을 얻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20세기 전반 이승만의 ‘협성회’부터 우리나라의 독립이 그러했고, 20세기 후반을 정말 멋들어지게 장식한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시작에도 대학가 청년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뉴딜 거대정부에 대항한 하이에크 등의 고전 자유주의자들의 반란과 커크의 정치철학적 버크식(Burkean) 보수주의 정립은 결국 1950년대와 60년대 미국 2,30대 대학청년들에 의해 그 운동력을 얻었다. ‘미국 근대 보수주의 운동의 아버지’라고 여겨지는 윌리엄 F. 버클리는 대학을 졸업하던 1950년 20세 나이에 자신이 다니던 예일대의 세속화를 고발하는 <God and Man at Yale>을 썼고, 5년 후 보수주의 정론지인 <내셔널리뷰>를 창간하기 전 최초의 보수주의 학생단체인 ‘Intercollegiate Society of Individualists’(현재 Intercollegiate Studies Institute, ISI의 전신)를 창립해 미국 전국의 대학에 보수주의 스터디 모임을 조직하고 지원했다.

이후 1960년에는 24개 주 44개 대학에서 90명의 대학생들이 버클리의 샤론 저택에 모여 ‘Young Americans for Freedom(YAF)’을 결성했고, 이들은 4년 후 좌경화된 공화당을 재탈환해 Mr. Conservative 라고 불렸던 배리 골드워터를 대선 후보로 내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해 결국 골드워터는 패배했지만 그 패배는 오히려 이들의 운동을 더 결집시키고 전문화(professionalize)해 결국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위대한 보수주의자 대통령을 배출시켰다.

사실 기억을 되살려 보면 수년 전 본지 <미래한국>에 황성준 편집위원이 이런 미국 보수주의 운동사를 매회 잘 정리해 한국에 접목시켜 보수 운동의 방향을 제시해줬던 기록이 있다.

당시 연재된 ‘황성준의 Book & World’ 코너는 <유령과의 역사투쟁>과 <보수주의여행>이라는 두 단행본으로 엮이기도 했다. 특히 그중 2012년 마지막 날 발간된 <미래한국> 통권 437호에는 “2013년을 한국 보수주의 학생운동의 원년으로”라는 기고 글도 있다.

여기서 이미 황성준 위원은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교훈을 따라 Young Koreans for Freedom을 조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설파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혹시 그때 한국 보수가 대학청년들을 일으키고 조직했다면, 정말 2013년이 “보수주의 학생운동의 원년”이 되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체제 위기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돌아보면 당시 보수주의 청년들이 대학가에서 일어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보수진영이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은 보수의 위기의식을 잠재웠고 청년 보수주의자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또다시 망각하게 했다. 무엇보다 지금 같은 절체절명의 절박함이 없었다.

보수는 승리가 아닌 절망과 좌절을 디뎌야 비로소 고개를 든다. 미국 보수주의 운동 초기에도 보수진영 절반은 전망에 비관적이었고 절반은 그저 “역사의 광풍을 막아서는” 정도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에 청년들이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어난 것이다. 지난 만 4년, 한국 보수의 처절한 바닥치기는 역설적으로 비로소 청년 보수운동이 시작될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

8월 18일 서울 강남 코너스톤 스페이스에서 그라운드 C가 주최한 제1회 포럼이 성황리에 열렸다.

한국의 레이건이 나오기까지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이 그랬던 것처럼 이 길 끝에는 우리에게도 레이건혁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미국은 대략 25년이 걸렸다. 그 길에는 치열한 공부를 통한 보수주의 정신의 재정립과 뼈를 깎는 논쟁, 그리고 분열도 있었다. 불확실성을 수반한 천문학적인 투자와 지루한 행정업무도 있었다.

수많은 전략의 실패와 후퇴도 있었고 소소한 성과와 진일보도 있었다. 좌익과 진보주의자들은 몇 마디의 선동과 구호로 군중을 통해 기존의 것들을 무너뜨리면 그만이지만, 보수주의자는 각자 개인이 자기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려야 하는 것이 그 주어진 천명이다. 그렇게 헤리티지재단과 리더십인스티튜트, 미국보수연합(ACU)과 보수정치행동대회(CPAC), 그리고 복음주의 기독인들의 모럴매저리티 등이 세워졌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미국의 ‘자유보수’ 운동사를 등대 삼아, 이제 본격적으로 막을 연 한국 보수주의 운동도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사회주의 광풍 역사에 맞선 자유와 신앙 수호를 계속 전개해야 한다.

트루스포럼은 이제 매년 ‘보수주의202*’ 컨퍼런스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대학가 보수주의 공부모임과 사상투쟁 및 인재 발굴 등의 싱크탱크 역할을 감당해 나가고, 그라운드C도 앞으로 더 많은 대학생들과 다음세대에게 접근성 높은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개발하고 캠퍼스 소모임을 조직,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의 ‘보수주의 전도사’인 황성준 위원도 K-Con 스쿨을 통해 탄탄한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무장한 제대로 된 진짜 보수주의자들을 배출할 것이다.

외에도 여러 보수주의 기독인들의 각성과 다양한 세계관 운동이 묵묵히 각계각층 적소에서 전개되고 있다. 청년에 대한 투자는 언제나 자체로 불확실성과 불완전함을 수반한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불완전함을 떠안고 한걸음 내딛는 것, 리고 그 속에서 믿음을 발휘하고 소망을 만끽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의 정신이 아닌가.

이제 렇게 진정한 한국 보수의 미래를 그리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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