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회장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 내겐 특별한 기쁨이죠”
[인터뷰]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회장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 내겐 특별한 기쁨이죠”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1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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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회장·진원무역 대표

“만난 지는 2년 넘었죠. 나이 들어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요?” 오창화 진원무역 대표(50)는 김미애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 대표는 4월 총선에서 김 의원 지지 선언을 한 전국입양가족연대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아버지 고(故) 오영훈 진원무역 회장의 뒤를 이어 동생과 함께 과일 수입·유통업을 하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 기업으로 바나나 농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김 의원과는 입양이라는 연결고리로 2018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미혼인 김 의원은 조카 둘과 함께 입양한 딸을 키우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지난 6월 공식 발족한 ‘저출생대책특위’에서 김 의원은 특위 위원장을 맡았고 오 회장은 보육(양육) 문제를 다루는 아이중심 분과에 참여하고 있다.

오 회장은 자신들의 특별한 가족들을 소개했다. 그는 1970년생 동갑인 부인 유금지 씨와 1998년 결혼했다. 스물두 살과 스물한 살 아들 둘에 열세 살 딸, 그리고 열 살 쌍둥이 여자아이 모두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 쌍둥이 막내가 바로 오 회장 부부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이다.

“결혼하자마자 첫째 둘째를 연년생으로 잘 낳았습니다. 원래 자식을 최대한 많이 낳자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었어요. 여덟 살 터울의 셋째 딸을 낳았고 또 넷째까지 낳게 되었는데 조기태반 박리로 출산을 1주일 앞두고 산모와 아이 모두 위독해져 급하게 아이가 나오게 됐죠. 하지만 30분 동안 산소 공급이 안 돼 온유(태명)는 24시간만 살고 천국에 보내게 됐습니다. 아내가 무의식 상태에서 깨어나 먼저 아기를 찾았고 아내와 함께 병원 통로를 걸어 아이를 보러 갔어요. 이미 숨을 멈춘 아기를 호스를 빼줘서 안았는데 사람의 몸이 옷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기독교인인데 처음으로 꼭 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와 천국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쌍둥이 손녀 안고 입양전도사가 된 부친

아이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오 회장 부부는 셋째가 생기기 전 잠시 입양을 생각했다고 한다. 다시 입양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넷째 온유를 천국에 보낸 뒤 출산이 더 이상 어렵게 된 후였다. 걸림돌은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였다.

“저희 부모 세대는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죠. 이미 낳은 아이들이 있는데 왜 입양을 하느냐고 아버지가 극심하게 반대하셨습니다. ‘호적에서 파겠다’고 까지 하셨어요. 저희 집은 매주 주일 저녁에 동생 가족까지 모여 온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데, 그때마다 기도 제목을 ‘하느님 저희가 입양을 해야 할 텐데요’로 시작했죠. 그렇게 1년 반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한 날 입양에 대한 얘기를 다시 꺼냈더니 아버지가 ‘멋대로 해라 XX야’라고 화를 내며 나가버리셨어요. 그러고 나서 바로 아내에게 전화해 허락을 받았다고 했죠.”

오 회장 부부는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게 아니었지만 이미 입양을 마음속으로 결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했다고 한다. 딸을 입양하기로 하자 딸이 둘이어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쌍둥이 입양을 추진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딸 쌍둥이는 드문 경우라 힘들 거라고 했다. 오 회장 부부는 그렇게 결과를 기다리다 정말로 “진짜 딸 쌍둥이가 왔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담당자로부터 듣게 됐다고 한다.

“막상 전화를 받으니 무섭더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짜 쌍둥이라고 하니 셋도 버거운데 다섯을 어떻게 키울 것이며, 아이들을 홈스쿨링으로 키우는데 다섯 명이 가능할 것인지 두려웠어요. 아이 하나 입양하는 것도 허락받기 힘들었는데 쌍둥이를 아버지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이 됐습니다. 전화를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용기를 얻어 열흘 만에 쌍둥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2011년 8월 27일이었는데, 아이들 생일이 6월 27일이니까 태어난 지 두 달된 아이들이었어요.”

오 회장 부부는 쌍둥이를 데려오고 토요일에 부모님 댁에 갔다. 오 회장의 아버지는 아예 집에 안 들어오셨다고 한다. 그다음 주에 갔더니 이번에는 TV만 보지 아기를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

“3주 지나니까 아버지가 밤잠을 못 주무시고 쌍둥이가 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어머니가 전해주셨어요. 그다음 주에 집에 가니 그때부터 손에서 아기를 내려놓지 않으시더군요. 나중에는 친구분들에게 ‘자식 중 난임 가정이 있으면 입양하라’는 말씀까지 하셨어요. 그렇게 반대하던 분이 입양 전도사가 되신 거죠.”

오 회장 부부는 입시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을 키우기가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을 명동 화교학교에 보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아이를 국제적으로 키우고 싶은 한국 엄마들이 아이들을 많이 보내 기대와는 달랐다고 한다. 대안학교도 고려해 봤지만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학교에 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싫어 결국 아이들이 초등학교 1, 2학년 때 그만두고 그때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홈스쿨링을 통해 잘 자란 아이들은 이들 부부에게는 특별한 기쁨이자 선물이다.

오 회장은 공개입양에 대한 주관이 확고했다. 애를 낳을 수 없는 부부가 아이를 감쪽같이 데려와 자기 친생자식처럼 키우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공개입양운동을 한 지 20년이 지났고 아이들에게 입양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공개합니다. 선진국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지금은 그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좋은 성공 사례가 되고 있지요.”

오창화 회장은 현행 입양특례법이 미혼모의 낙태와 아기 유기를 더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연합
오창화 회장은 현행 입양특례법이 미혼모의 낙태와 아기 유기를 더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연합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입양특례법

그는 또 현재 입양특례법이 입양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2년부터 개정, 시행된 ‘입양촉진·절차에 관한 특례법’(입양 특례법)은 미혼모가 아기를 입양 보내려면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했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는 입양기관에 맡길 수 없게 했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베이비 박스’에 신생아를 놓고 가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고, 입양 가정이 아니라 보육시설에서 자라게 되는 비율도 높아졌다고 한다. 오 회장은 보육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 겪게 되는 개인적, 사회적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1999년부터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던 스티븐 모리슨이라는 분이 한국입양홍보회라는 것을 만들어 공개입양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 해에 1000명 넘게 국내 입양이 이뤄질 정도로 인식이 달라졌어요. 그런데 2012년 입양특례법이 생기면서 그 숫자가 크게 꺾였어요(2019년 기준 국내 입양 387명). 연예인 중 입양 가족으로 유명한 차인표·신애라 씨도 입양특례법 이전에 하셨고 저희도 특례법 전에 입양을 했습니다.”

오 회장은 입양특례법의 가장 큰 문제로 출생등록제를 꼽는다. “가장 안타까운 것이 출생등록제예요. 미국에서는 노네임·노블레임·노셰임이라는 원칙이 있어요. 아이를 버린 엄마의 이름을 묻지 않고, 비난하지도 않으며,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는다는 것이죠. 아이가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부모가 완벽할 수 없잖아요. 엄마가 나서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현재 입양제도는 무조건 엄마 호적에 올려야 입양이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신분이 노출되기를 꺼리는 엄마는 낙태를 하거나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넣게 되는 것이죠. 결국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 낙태 통계가 없어서 알 수 없지만 입양이 줄어든 만큼 낙태가 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 회장은 이러한 현상이 입양정책에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좌파적 시각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입양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생모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애를 빼앗는 학대행위’라고 규정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온 입양 관련 법안들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법안들을 주도한 분들은 어떻게든 친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미혼모라도 말이죠. 그래서 입양을 최대한 어렵게 해 어떻게든 직접 키우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현실을 잘 모르는 법안이에요. 결국 법안 때문에 버려지는 아이가 늘어나고 시설에 가는 아이가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입양특례법 이후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아이가 급증한 데서 알 수 있어요.”

지난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 가족 대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오 회장이 관련 입법과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현실과 동떨어진 입법이 이뤄지면 당사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이 그만큼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입양가족인 김미애 미래통합당 의원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전국입양가족연대 주관으로 진행했다. 입양가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행사였다.

오 회장은 지난 해 6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국 기업 간 간담회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쟁쟁한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초청돼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한 식품 유통기업은 롯데·신세계·CJ·SPC·농심·동원 등으로, 한 중소기업 대표가 중요한 자리에 초청받은 사실 자체로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오 회장은 이날 트럼프 정부 측 고위당국자들에게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미국 입양인의 시민권 문제에 관해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오 회장의 진원무역은 ‘착한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사회적 약자도 돌보고 있다. 그는 선친인 고 오영훈 회장이 작은 바나나가게로 시작한 진원무역을 크게 성장시키면서도 보육원 지원 등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경영철학을 지켜왔다. 2018년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오 회장은 2018년 제13회 입양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입양문화 정착을 위해 기여한 공로로 수상했다.
 

쌍둥이를 통해 위로와 기쁨을 얻었다는 오 회장에게 입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자식을 직접 낳기도 했고 가슴으로도 낳았습니다. 필요에 의해 입양을 했고 아이들로 인해 행복을 느꼈기 때문에 특권을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이를 구했다거나 그런 느낌은 전혀 없어요. 하지만 혹시 아이들이 시설에서 자랐을 때 어떤 경험을 했을지를 생각해본다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시설에 계신 분들이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돌보지만 그것은 수많은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나뉠 수밖에 없잖아요. 유아기와 유소년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일방적인 사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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