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포스트 팩트 시대의 팩트와 데이터
[신간] 포스트 팩트 시대의 팩트와 데이터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12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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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 이 사회를 구축하고 설계한 사람들,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들,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호기심일 것이다. 인간에게 호기심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문명은 개척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이기도 한다. 호기심을 해소하는 방식이 팩트에 기반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아쉽게도 요즘 사람들은 정보와 증거를 기반으로 세상을 보기보다는 기호에 따라 세상을 보려는 경향이 있다. 포스트 팩트-탈진실-의 세상에서 지식은 조롱거리가 되었고 팩트는 옵션이 되어간다. 그러나 진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은 팩트와 데이터로 무장한 진실을 추구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진실이 ‘고양이를 죽이는 호기심’을 이길 거라고 믿는다.

이 책은 나름대로 호기심과 증거, 그리고 이성의 편에 서기로 한다. 이 책은 이코노미스트에 실렸던 기사와 도표들로부터 도출한 깜짝 놀랄 만한 설명과 팩트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흥미로운 일련의 사례들을 동원해, 세상을 지금처럼 돌아가게 하는 감춰진 메커니즘들을 밝은 빛 아래로 끌어내는 데 논리와 데이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미션이다.
 

스파게티가 사하라 사막을 건너간 이유

사하라 사막은 오래 전부터 무역상과 밀수꾼들의 길목이었다. 밀매꾼들은 사하라의 모래밭을 건너 북쪽으로 사람과 마약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남쪽으로 돌아오는 트럭을 빈차로 들여올 수는 없으니 무언가를 실어와야 했다. 이 문제의 가장 흔한 답이 ‘스파게티’였다. 사하라 사막과 밀매꾼들에 대해 잘 아는 어떤 이들은 사람 말고 사하라 사막을 통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상품(무게로 따졌을 때)이 바로 스파게티일 거라고 말한다. 마약 밀매와 무기 밀매가 수익은 훨씬 크다. 그러나 많은 밀매꾼들이 화물을 다양화해서 심심치 않게 스파게티를 실어 나른다. 왜?

일단은 북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는 스파게티에 보조금을 준다. 예를 들면, 알제리에서는 해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280억 달러를 쓴다. 리비아에서는 식품에 보조금을 적용하기 때문에 파스타 500g의 가격이 0.15달러에 불과하다. 리비아에서 남서쪽으로 백여 마일 떨어진 말리의 오래 된 도시인 팀북투에서는 같은 양의 파스타를 사려면 250CFA(쎄파: 서부 아프리카 몇몇 나라에서 쓰이는 화폐단위), 달러로 0.50달러를 써야 한다. 세네갈이나 말리의 수도인 바마코의 부촌에서는 800CFA, 1.50달러를 주어야 파스타 500g을 살 수 있다.

스파게티를 밀수하는 또다른 동기는 서아프리카에 있다. 이 지역 관세동맹 에 따라 파스타 수입에는 20%의 관세와 15%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따라서 파스타를 밀매하는 밀수업자들은 합법적인 공급자들보다 이 세금만큼 싸게 물건을 팔 수 있다. 이집트의 싱크탱크인 경제연구포럼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파스타는 알제리에서 사하라를 건너 말리로 가는 주요 상품으로, 전체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이 밀수업자들이 20-30%의 수익을 챙겼으리라고 계산했다.

스파게티 밀수꾼들은 사하라 남쪽의 국가에서만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 다. 사막 자체에도 흔적을 남긴다. 거래를 위해 움직이는 많은 밀수꾼들이 길표 시로 스파게티를 사막의 모래에 꽂아놓으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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