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안보의 기반은 과학기술이다
[전문가진단] 안보의 기반은 과학기술이다
  • 송치성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0.09.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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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통신과 AI가 결합되면 군사적으로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중국에 기술이 넘어가는 것에 미국이 예민해 할 수밖에 없다.
5G 통신과 AI가 결합되면 군사적으로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중국에 기술이 넘어가는 것에 미국이 예민해 할 수밖에 없다.

2020년의 사회적 화두와 국민적 관심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 문제, 코로나 사태와 이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 인터넷과 통신기술 발달에 기인한 4차 산업혁명을 들 수 있다. 코로나로 비대면 접촉이 실생활에 빨리 영향을 주고 4차산업 관련 과학기술이 금융, 외교안보, 국제무역에까지 적용된다.

인간의 편리를 추구하는 네트워킹기술 정착과 환경오염 해결, 경제활동 변화, 코로나 퇴치를 이루려면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지도력 있는 인재의 역할이 선행돼야 한다. 첨단기술이 도입된 산업생태계는 고용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코로나로 4차 산업혁명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고 비대면 접촉에 의한 의사교환이 활성화돼 온라인 교육, 재택 근무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5G 이동통신 발달로 원격의료는 물론 지역격차 해소와 함께 자율주행차로 인한 교통 및 운송수단의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환경, 군사기술의 활용, 교육, 활발한 거버넌스 이행에도 과학기술의 영향은 지대하다.

컴퓨터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첨단기술은 고전적인 산업 분야까지 융합해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킨다. 이에 따른 새로운 제도와 정부규제가 필요하다. 예컨대 국내 자동차업체의 경쟁 상대는 타국의 자동차업체가 아니라 IT업체와 융합하고 경쟁하는 구도가 되었다.

종래의 경우처럼 생산기술을 비교하는 시장이 아니라 인터넷과 기계공학이 결합된 5G 이동통신으로 자율주행을 유도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면서 인간의 편리와 안전을 증진시키는 새로운 산업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데이터 기반 합리적 결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컴퓨터가 대행해주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급격한 변화로 인한 새로운 생태계에서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변화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의 당면한 문제이다.

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른 첨단기술

우리는 코로나로 전시상태와 같이 격리와 봉쇄를 경험했고 생산현장이 셧다운 됨으로써 원자재와 부품 공급중단은 물론 산업생태계가 작동하지 못하기도 했다. 한일간의 외교 문제가 무역분쟁으로 비화했고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핵심 소재와 부품을 수출금지품목으로 지정해 산업생태계 유지에 영향을 줬다. 최근 화웨이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의 우방국들은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꾀하는 미국의 전략과 맞물려 첨단기술을 자국의 안보 차원으로 취급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는 군사동맹이 선행될 때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가 가능한 국제사회의 현실이 되었다. 미국이 중국의 화웨이 진입금지는 물론 세계 각국에 수출을 금지시키는 바와 같이 국가간의 이해충돌로 과학기술은 총구 없는 무기로 사용된다, 코로나 같은 전염병과 치료제, 백신조차 안보와 연관되어 있고 전시에 사용될 수 있는 소리 없는 무기와 같다.

또한 국제질서를 위한 국제기구의 역할이 한계를 보이고 정부가 자국민을 위해 공공서비스를 하는 역할이 개인과 사회를 위해 유용하고 국가의 위상과 국격을 결정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자국만이 가지는 특화된 기술과 원천기술이 산업 경쟁력과 협상력을 우월적인 지위에서 유지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되었고 자국민 우선이라는 국가이기주의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외교, 국방의 분야는 물론 전염병 치료와 기후변화 문제까지 과학기술은 국격을 높이면서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교통 통신 발달로 초연결 사회에서 국가의 경제, 안보는 정보와 기술 공유가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만큼 핵심요소가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무질서한 데이터는 초연결 사회에서 외교 안보 국방까지 지적재산이 되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인공지능분야에 활용되어 군사전략 및 정보기술로 활용된다. 전염병 통제에서 보듯이 국가 역할은 과학기술의 뒷받침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 경제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점점 짙어지고 있는 보호무역 추세, 코로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통상차질과 경기침체의 난제에 직면했다. 이와 같은 배경의 2강 구도에서 중국의 기술탈취행위는 기술종주국의 안위를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세계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에서 존재하는 듯하다.

미국은 분쟁해결 방식이 지나치게 중국에 친화적이라며 사실상 WTO를 보이콧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자국 핵심 업체 투자나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 기업을 제한하고 있고 첨단산업과 관련이 있는 중국 업체를 공개하며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도 대표적인 자국 기업이 해외 자본에 인수되면서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 규제 기준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주요국의 투자 규제안을 주시하며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다각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분야는 물론 기계, 에너지, 원자력, 조선 등 부품 소재 분야까지 전방위적 인력 영입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기술을 유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유출된 기술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설계도면, LNG선 건조기술 외 조선기술, OLED 등 디스플레이 관련 공정.제조기술, 2차 전지 관련 소재 및 제조기술(2차 전지 기술의 경우 기술유출사건이 일어난 이후 중국의 관련 기업(BYD 등) 연매출이 220% 성장), 엔진 관련 기술 등 한국이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주요 제조업 분야 기술이다.

유출 주요 경로는 ①기술력이 있는 회사의 M&A, ②고연봉 제시를 통한 인력의 유출, ③산업스파이를 통한 USB 자료 반출 등이다. 국가핵심기술은 국가의 안전보장 및 경제.사회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로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원자력, 정보통신, 우주, 생명공학, 기계·로봇 등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은밀하게 인재 영입을 지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그저 세계의 생산기지였다. 고부가가치 첨단기술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것이었고, 저부가가치 제조를 중국과 아시아가 맡았다. 과거 저임금 노동력이 중국의 경쟁력이었으나 급격한 기술 추격과 함께 통신,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 선도를 동시 병행으로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이미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주도자다. 중국은 이미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부문에서 가장 앞선 나라이고 선도국가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국가간의 무역단절과 격리, 봉쇄 경험은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생산체계가 ‘중국을 위주로 한 아시아 국가에 믿고 맡길 만한가, 자국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가간의 분업에 따라 지속가능한 발전과 함께 협력이 가능한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한 전 세계에 펼쳐진 글로벌 생산체계는 지속 가능한가, 세계의 생산 공장을 중국과 아시아에 맡겨도 될 것인가.

중국 굴기를 가장 경계한 나라는 미국이다. 코로나가 계기가 되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방관하던 여러 나라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례로 아베 전 일본 총리는 중국 등에 나가 있는 일본기업 생산시설의 국내 복귀를 요구했고 심각한 피해를 본 유럽에서도 동조하는 흐름이 엿보인다.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의 본산인 국가들이 올해 일어난 바이러스 공격에 자국의 경제와 안보가 취약했다는 사실로 인해 향후 기술과 산업안보의 강화가 더욱 더 엄격해진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해 초 “유럽 나라들이 칩과 배터리 셀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혁신국가 비전을 가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유럽 정상들이 생산기지의 유럽 귀환 및 산업 르네상스를 추진하기 위해 유럽국가 간의 단합을 호소했다.

세계 주요국의 첨단산업 굴기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미·중 양강의 기술전쟁은 격화하고 기술력이 강한 나라들은 산업의 요새를 더 높이 쌓을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관세 조정, 지식재산권 수호와 기술유출 제재 선두에 나설 것이다. 중국은 지식재산권 같은 방어막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에서 치고 나갈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주도자다. 양국간의 기술패권 경쟁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주도자다. 양국간의 기술패권 경쟁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중국 굴기를 가장 경계하는 나라, 미국

이러한 세계 지형 가운데 국가간의 분업이나 기술의 공유는 퇴색되었고 화웨이 사태에서 보듯이 기술 냉전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국가는 초연결 사회에서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할 것이며 첨단적이고 원천적인 기술 공유는 기피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는 원격·비대면 서비스가 부상하고,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산업혁신이 활발해질 것이다. 각국이 전략물자 국산화를 장려하거나 필수물자 확보를 위해 자국만의 기술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무역은 물론 무력까지도 동원해 기술이전을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중공업분야와 에너지분야에 이용되는 플랜트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기술종주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무기로 지적소유권에 대한 보복은 언제든지 제기될 수 있으며 자국의 산업과 안보에 위협이 되면 화웨이 사태에서 보듯이 다른 산업에도 얼마든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미일간의 안보 공조는 기술동맹이라는 새로운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발전한 이면에는 한미간의 군사동맹으로 기술, 경제, 인력 교류가 원활했고 동맹이라는 안보 협력에 편승해 종주국의 묵인과 협조가 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원자력의 경우에도 원천기술은 대부분이 미국의 군사기술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금까지 국제 표준은 미국의 안전기준을 표준으로 택하고 있는데 역시 미국의 협조와 기술적, 안보적 묵인과 보완이 없으면 언제든지 예측불허하며 수출도 불가능한 현실이다.

조선, 화공, 원자력, 군사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부분의 원천기술이 미국과 관련이 있으며 국제상거래에서 미국의 기술기준에 따라 계약이 이뤄지는데 무역에서 기술적인 판단과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조선은 물론 에너지 화공 등 산업 전 분야에서 안전과 관련이 있는 기계류, 부품의 시험평가 및 품질기준은 물론 정부규제에 대응한 인허가 분야까지 미국은 종주국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나 조선산업은 물론 석유화학을 망라해 플랜트 분야의 원천기술을 우리 것으로 소화해 한국형 모델을 만들었다고 해도 거기에 적용되는 기술표준과 규제와 관련된 법규정은 미국의 제도를 활용해야만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규제를 통과해 수출하고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강대국의 패권이 과학기술 분야까지 안보적인 차원으로 작용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우리나라는 향후 무엇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바로 안보와 기술 선도 전략의 병행이고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한 기술동맹을 새롭게 구축해 국제사회 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원하는 우군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산업에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작년 일본은 우리나라의 핵심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피해를 주기 위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시켜 소재, 부품, 장비의 공급체인에 충격을 줘 이 여파를 이용해 자국의 외교안보는 물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런 교훈을 토대로 산업의 핵심기술은 언제든지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우방국들과 안보적 차원의 기술동맹과 협조를 긴밀하게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반도체·5G 통신 등 첨단산업의 선두를 유지하고 바이오·인공지능·핀테크·우주 산업 등 유망 산업에 첨단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을 위주로 한 외교적인 동맹의 인식과 선린우호 관계가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의 발전에 긴요하다. 코로나 대응 모범국가로 부상한 우리나라가 그 물적 기반이 될 혁신 강국의 꿈도 이루기를 기대한다.

송치성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서울대 기계공학 박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펠로우
전 한국기계연구원 원자력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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