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LG의 5G 화웨이 고집, 국가 재앙 부른다
[이슈분석] LG의 5G 화웨이 고집, 국가 재앙 부른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09.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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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5G 28㎓ 대역에서 화웨이 장비를 고집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5G 28㎓ 대역에서 화웨이 장비를 고집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3.5㎓ 대역에서 LTE와 혼합한 비단독방식(NSA)을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늬만 5G'라는 품질 불만이 있었다. 초고속·초저지연이라는 5G 강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28㎓ 대역은 3.5㎓ 대비 10배 넓은 대역폭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국내 통신사들은 연내 28㎓ 대역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고 정부는 28㎓ 대역 사업을 위해 6500억의 투자 예산을 배정했다.

여기에 LG유플러스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 기존의 3.5㎓ 5G 통신에 사용하고 있는 중국 화웨이 장비를 28㎓ 대역에서도 사용할 것인지 결정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국내 통신사 중 화웨이 장비 비중이 제일 높다. 전국 24만 개 LTE 기지국 중 9만6000개 정도가 화웨이 장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선은 물론 무선 통신망, 특히 차세대 통신망인 5G 장비까지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SKT와 KT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산 네트워크 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밝힐 때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가 삼성이나 노키아, 루슨트 등의 장비에 비해 30~40% 저렴하며 5G 통신을 실용화한 것은 화웨이가 처음”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언론은 물론 국민들의 반발과 비난이 빗발쳤지만 LG유플러스 측은 2018년 7월 권영수 부회장이 직접 나서 “여러분들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화웨이 장비 도입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LG유플러스, 화웨이 고집할 시 공공사업에서 배제해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미국이 직접 LG에 경고하는 상황을 맞았다.

지난 달,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공식 화상 브리핑에서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에게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기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어 차관보의 발언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언급과도 일치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SK텔레콤과 KT를 ‘깨끗한 업체’로 콕 집어 거명하며 다른 통신사들에게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LG가 5G 28㎓ 대역에서 화웨이 장비를 고집할 경우 상황은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먼저, 정부의 국내 4차 ICT융복합산업 계획에 차질이 올 수 밖에 없다. LG가 화웨이 장비를 28㎓ 대역에서도 고집할 경우 ICT 공공사업에서 LG유플러스를 사업에서 배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달 5G 상용화 1주년을 맞아 열린 범부처 민·관 합동 회의에서 5G 전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약 6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5세대(5G) 이동통신 28㎓ 대역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28㎓ 대역을 활용한 5G 정부업무망을 고도화하고, 모바일에지컴퓨팅(MEC) 기반 5G 공공선도 모델을 발굴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3차 추경 예산 500억 원을 투입, 5G 기반 정부업무망 실증 레퍼런스를 마련하고 MEC 기반 5G 공공선도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5G 28㎓ 대역 테스트베드로, B2G 사업을 통해 5G 이용을 활성화한다는 복안이다. 정부업무망 사업에는 28㎓ 기지국 설비 투자를 의무화하고 5G 공공선도 모델 사업에는 권장한다.
 

미스테리한 LG의 중국 사랑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5G 28㎓ 대역 공공 사업에 LG가 화웨이 장비를 고집할 경우 사업참여 자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문제다. 만일 LG가 화웨이 장비를 5G 28㎓ 대역에서도 고수하며 정부의 공공사업에 참여할 경우 화웨이 장비를 퇴출시킨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독일과 같은 나라로부터 신뢰성을 잃게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데, 데이터 산업의 발전으로 각 나라에 데이터 주권 이슈가 첨예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해지고 이에 대해 EU를 중심으로 국제 레짐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이 화웨이 기술을 적용하는 나라의 공공 ICT 서비스에 자국 국민의 접근을 규제할 수도 있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는 역으로 LG가 화웨이 장비와 기술을 바탕으로 공공 ICT 사업에 참여할 경우 미국이나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서는 한국의 공공기관이 자국 공공 데이터 서버에 대해 모바일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거나 규제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LG가 중국 화웨이 기술과 손을 잡게 된 이유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국내 3위 통신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비용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노키아와 같은 기업의 5G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화웨이 장비의 코스트는 50%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런 문제 때문일까.

LG의 중국에 대한 고집과 애착은 이미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한 사례로 LG전자 스마트폰 배터리 조달처가 대부분 중국 업체인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ATL (Amperex Technology Limited), BYD에 이어 리선(力神电池:LISHEN) 배터리가 추가됐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조달처를 꿰차면서 LG전자에 배터리 셀을 공급하던 LG화학의 매출은 2018년 21.3%에서 2019년 19.5%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정작 희한한 현상은 이 때문에 LG화학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같은 신규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LG화학의 배터리는 갤럭시S10부터 플래그십 제품도 맡기 시작했다. 갤럭시노트10, 갤럭시S20에도 제품을 공급했다. LG화학의 배터리 경쟁력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는 있고 LG스마트폰에는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LG전자는 올 하반기 경북 구미공장의 모니터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한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 연산 380만 대 생산능력을 가진 구미공장 5개 라인 중 2개 라인을 중국으로 옮겨 사업성을 검토한 뒤 나머지 3개 라인을 모두 이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중국을 떠나려는 점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LG전자의 매출에서 중국 지역은 3.7%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중국 화웨이 총괄 고문으로 이직했다.

2002년 LG전자에 공채로 입사한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는 베이징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LG전자 중국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LG의 중국 사랑이 이토록 애잔할 정도로 극진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중국의 시장이 그토록 매력적이어서일까. 업계에서는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중에 하나다.

LG유플러스, 화웨이 장비로 군통신 시범사업 참여 의혹

군 전용통신망과 일반 통신은 분리되어 있다 하더라도 해킹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 이미 국방부는 수차례 해킹당한 바 있다. 2016년 9월 23일 대량의 악성코드가 군 인트라넷에 침투한 정황이 발견되었고 인터넷용 컴퓨터 2500여 대와 인트라넷용 컴퓨터 700여 대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컴퓨터에서 발견된 악성코드 중 상당수가 북한이 쓰던 코드란 점이다. 2016년 10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군 사이버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를 근거로 사이버사령부의 ‘백신 중계서버’가 해킹당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군 당국이 발표한 조사 결과는 2년 전 계룡 국방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용역 업체 직원이 국방망에 필요한 프로그램 설치를 위해 인터넷망을 연결했다가 이를 끊지 않고 철수하면서 2개 망이 연결되는 접점이 생겼다고 발표했다. 2017년 4월 4일 KBS는 단독보도를 통해 (국방부의 초기 설명과는 달리) 2016년 9월의 해킹 사건을 통해 작전계획 5027과 같은 2급 군사기밀도 유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국 화웨이 제품을 사용 중인 LG유플러스와 군이 연계되었을 때 과연 안전하는가 하는 문제다. 2019년 4월 LG유플러스는 보병의 해상 작전에 활용할 수 있는 드론 기반 기술을 선보였다. LG유플러스와 31보병사단은 2019년 4월 18일 전남 여수시 무슬목 서쪽 1.6km 해상 죽도·혈도 인근에서 군사용 드론에 기반한 해상작전 실증을 펼쳤다고 밝혔다.

LG측은 ‘지난 16일 오후에 진행된 해상 작전 실증은 ‘U+스마트 드론’으로 ▷해상 상황 즉시 대응 ▷고속 침투 대응 ▷내부 수색 ▷봉쇄선 내 공중 수색을 펼쳤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5G통신망 활용해 원격 무인 지뢰제거 시연했다고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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