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갑질’을 막으려면
[이슈포커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갑질’을 막으려면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09.3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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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국회예산처는 ‘2019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사업이 국토부 장관의 임의적 결정 하에 독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문제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국토부가 합의한 ‘보증기관 독점 해소’의 결정을 시급히 실행에 옮길 것을 권고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험 독점이 건설사가 부담해야 하는 보증 수수료 인하 여력을 막고 있고, 독점으로 인한 보증 한도의 과도한 상승으로 기금 건전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주택과 관련된 다양한 보증 업무를 수행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대표적인 업무는 건설사가 주택을 짓다가 부도가 나거나 분양이 좌초할 경우 건설 주택을 담보로 보증을 끊어주는 업무다. 50인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해 분양하려면 반드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험을 들어야 하며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가상한제를 관철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수행하는 보증은 2019년 말 현재 410.8조 원에 달한다.

반면 2013~2016년 동안 자기자본 증가율은 보증잔액 증가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보증배수는 2010년 29.4배에서 2016년에는 45.9배로 156% 증가해 보증배수 한도인 50배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으로 치면 자기자본비율 BIS에 한계가 온 것과 같다.

원래 관련 법규에는 국토부 장관이 주택도시보증공사 외에 다른 1곳을 보증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이제까지 추가로 지정된 보증기관은 없었다. 이로 인한 문제는 심각하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고 있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단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자본금 5.7조인 주택도시보증공사로서는 파산에 이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처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자본금 5.7조의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기업보증 중 상위 30개 업체에 대한 보증액이 140.6조 원이며 이는 전체 기업보증 244.3조 원의 57.8%를 차지한다. 이들 30개 업체에 대한 보증액, 보증한도 등을 살펴본 결과 개별업체당 발급가능액은 최대 54조 원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제공하고 있는 보증 규모 기준 1위 업체에 대한 보증액은 2019년 말 기준으로 11.5조 원에 이르며 이 업체에 대한 총 보증한도액은 14.2조 원이다. 또한 3위 업체를 살펴보면 최대 54조 원까지도 보증가능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국회예산처는 주택건설과 보증 분양업무의 리스크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분양보증 독점 해소는 정부 합의사항

두 번째 문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독점업무로 인해 건설사들의 보증 수수료의 부담이 높은 상태에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업무가 100% 담보로 시행되며 이 담보물건들이 현금화가 높은 아파트 주택들이라는 점에서 회수가 쉽고 따라서 이익률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17년 상반기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과제 발표 자료에서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독점이윤 획득에 따라 보증료 상승 및 그로 인한 주택 분양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기술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독점이윤이 어떻게 발생한다는 것일까. 한마디로 안정되고 높은 보증 수익에 비해 대손 피해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주택구입자금보증의 2019년 말 보증잔액은 56조578억 원이며 2013~2019년 동안 보증료 수익은 3562억 원이다. 2012년 최초로 동 보증상품이 출시된 이후 2019년까지 대위변제한 금액은 218억 원에 불과하며 이 중 121억 원을 회수해 실제 손실은 97억 원에 그쳤다. 정비사업자금대출보증의 2019년 말 보증잔액은 33조4433억 원이며 2013~2019년 동안 보증료 수익은 6106억 원이다.

2012년 최초로 동 보증상품이 출시된 이후 2019년까지 대위변제한 금액은 56억 원에 불과하며 19억 원을 회수해 순손실은 37억 원에 그치고 있다. 국회예산처는 이러한 이유로 보고서에 ‘주택구입자금보증과 정비사업자금대출보증의 대위변제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증료율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사업 독점 해소를 위한 법률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송언석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에 의해 발의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최근 국토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에 연구용역을 준 상태지만 그 방향성과 결론은 결국 제2의 주택도시보증공사를 1곳 정도 더 만들어 상호담합에 의한 관치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일 분양보증시장이 경쟁시장화 된다면 정부의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개입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조합과 건설사측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 업무를 하면서 사실상 분양가 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다. 일례로 서울 재건축 시장의 ‘거포’인 둔촌주공의 경우 최근 공사와 분양가 줄다리기 끝에 아예 분양을 포기하고 후분양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결국 국토부의 충실한 명령 수행기관의 역할을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업무를 국토부가 시장경쟁에 맡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주택도시보증공사를 민영화하든지, 아니면 정부의 관치개입이 불가능하도록 추가 민간보증기관 1곳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외국계 보증 기관 1곳을 복수 의무화도록 법률로 지정하는 것이다. 국민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한다는 입장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이 이 사안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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