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힘든 나라... "노사(勞使) 모두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기업하기 힘든 나라... "노사(勞使) 모두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 이원엽 이음 사회갈등연구소 대표
  • 승인 2020.10.26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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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을 규제하는 공정경제 3법과 함께 노동개혁입법이 노사간에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노동계가 생각하는 노동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통합을 위한 초석을 놓는다는 의미에서 노동 운동계에 몸담아온 현장 전문가의 솔직한 의견을 <미래한국> 독자에게 소개한다.(편집자 주)

포스트코로나 이후 사회 변혁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개혁은 필수조건이다. 사진은 시민단체의 노동개혁촉구 시위 모습/ 자유통일연대
포스트코로나 이후 사회 변혁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개혁은 필수조건이다. 사진은 시민단체의 노동개혁촉구 시위 모습/ 자유통일연대

얼마 전 야당인 국민의힘이 ‘노동개혁’ 카드를 꺼내 들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근대 최악의 전염병이라는 분석에 따라 다양한 사회의 변화가 일고 있다.

종교, 학교 등 집합시설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시장경제에서도 언택트 소비문화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장 큰 소비 집단인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일터에서도 재택근무, 근로시간 단축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플랫폼 노동의 급격한 확산으로 노동시장의 다변화가 일고 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이러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흐름 속에서 노동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사회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면서 노인기준연령의 상향조정, 국민연금 지급시기 연장, 사회적 정년연장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 왔다. 포스트 코로나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훨씬 더 빠르게 가져오고 있으며 국민은 사회안전망의 빠른 구축을 재촉하고 있다.

노동의 유연성은 쉬운 해고?

노동개혁 입법의 주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 유연성은 ‘외부환경 변화에 인적자원이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배분·재배분되는 노동시장의 능력’을 의미한다. 물론 국제기구나 국가 또는 조사 주체에 따라 평가방법과 수치가 달라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점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의미가 입장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는 해고의 용이성, 임금의 결정방식이 노동의 유연성이라 주장하고, 인적개발(HRD) 측에서는 노동수요 변화에 따라 근로시간, 구성원수의 조정, 기업의 성과에 따른 성과급제 등의 임금유연화를 주장한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로운 해고를 통해 임금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강하게 반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노동개혁 입법안을 준비하면서 이것을 목표로 준비했을 리는 없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악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근로시간 단축 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상 1일 근로시간은 8시간, 주 40시간으로 되어 있다. 흔히 굴뚝산업으로 표현되는 제조업에서의 임금구조는 연장근로시간의 많고 적음이 좌우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노동자들의 반발이 심했던 것은 연장근로(휴일근로 포함)시간이 적어지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월 수입에서 연장근로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일을 많이 하는 국가이다. 연평균 2113시간으로 독일의 1371시간보다 무려 742시간을 더 일하고 있으며 연간 93일을 더 일한다. 이 많은 근로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장근로시간의 비중이 상당하다.

이것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이유가 유럽의 선진국가들에 비해 많아서이지 않을까. 그 이유를 해결하면 근로시간을 줄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지 않을까.

주 30시간 근로도 준비해야 한다. 임금저하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야말로 모든 노동자들의 희망이 아닐까.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 끝에 우리는 현재 주 40시간 시대에 살고 있다. 주 40시간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주 2일이 휴일이 되었고 펜션문화, 여행문화, 레포츠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자리잡으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연간근로시간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성된 다양한 문화적 혜택은 일부 국민들의 몫으로만 돌아갔고 대부분의 제조업 노동자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가 연장근로, 휴일근로에 시간을 소비했다.

과거 주 48시간 노동에서 주 44시간으로, 주 40시간 노동으로 오면서 우리는 다양한 사회의 변화를 맞이했다. 그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 또한 많이 향상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우리는 또 그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렸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왔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아니 이미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예상치 못했던 노동시장의 등장 등을 경험하고 있다. 연장근로 없는 근로시간 단축. 주 30시간 노동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임금, 국가가 책임져야

줄어든 임금을 현금으로 국가가 지급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나름대로 잘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지출 비중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은 교육비와 주거비용이다.

경쟁으로 과열된 입시제도에서 사교육비의 지출이 지역과 소득에 따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민이 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그 비용 또한 비중이 크다. 그러한 점에서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우리는 비대면 수업을 슬기롭게 잘 해내고 있다. 그만큼 공교육의 질이 사교육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선할 수 있다는 진리를 경험을 통해 얻었다. 빈 교실을 이용한 다양한 교육의 도입으로 입시경쟁으로 과열된 청소들을 창의적인 미래의 한국인으로 길러내야 한다. 사교육비가 줄어들면 그만큼 노동자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를 줄일 수 있다.

이원엽 이음 사회갈등연구소 대표
이원엽 이음 사회갈등연구소 대표

개혁의 중심에는 변화가 있다. 노동개혁을 하면 경제개혁이 이뤄진다? 재벌개혁이 먼저다? 어떤 형태로든 노동의 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공정경제 3법에 동의할 테니 노동개혁입법을 같이하자’라는 정치행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노동법은 노동집약국가에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친기업 정권이든 친노동정권이든 모두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자고 만들자고 하는 것임에는 동의하지만 지난 몇 번의 정권 변화에도 사회 양극화는 줄어들지 않았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노사관계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노동조합의 사회적책임(USR)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 있다.

노동의 가치를 성역처럼 신전에 모셔 둬서는 안 된다. 사회 흐름에 부합하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동의 존중이 가치가 될 때 그것이 바로 노동조합의 사회적책임인 것이다.

개혁은 급진적이거나 본질적인 변화가 아닌, 사회의 특정한 면의 점층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고쳐나가는 과정으로 사회 운동의 하나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10년 뒤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줄 다양한 사회변화를 훨씬 더 앞당겨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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