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북한 해외간첩망 암호체계 영국이 모두 해독했다
[심층분석] 북한 해외간첩망 암호체계 영국이 모두 해독했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0.10.2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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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 “MI6 사이버 대응팀, 망명 북한 간첩 도움으로 이중암호 해독”
영국의 첩보기관 MI-6 본부 전경 / 위키백과
영국의 첩보기관 MI-6 본부 전경 / 위키백과

영국 언론이 지난 9월 6일 북한 문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국내 언론은 관련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영국 첩보기관이 북한의 국제간첩망 암호를 완전히 해독했다는 내용이다.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지난 9월 6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암호체계 해독 과정을 소개했다. 암호 해독의 주인공은 윌트셔 코셤에 있는 국방부 사이버 대응팀이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 사이버 대응팀이 북한 암호체계를 해독하는 데는 6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망명한 북한 간첩의 도움 덕분이었다”며 “이 북한 간첩은 해외첩보기관 소속으로 민간인으로 위장해 활동하다 홍콩을 통해 망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방 첩보기관들은 사실 난수방송을 기초로 한 북한의 암호체계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국 국방부 사이버 대응팀이 이번에 해독한 내용을 보면 기존의 암호 안에 암호화된 메시지가 숨어 있었다고 한다. “영국 대외첩보기관 MI6는 망명한 간첩 덕분에 북한이 복수암호체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놀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MI6 관계자는 “몇 달 전 홍콩에서 망명한 북한 간첩이 우리를 도와주기 전까지 우리는 북한 암호체계가 이중으로 된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그가 도움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한의 암호체계를 완전히 해독하는 데는 몇 주가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평양에서는 노동당 간부라고 해도 휴대전화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고 통신망은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된 상태인데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간첩들은 전혀 딴판이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난수 방송과 난수표 그리고 정해진 서적이나 신문 광고와 같은 암호해독재료를 통해 전 세계 간첩들에게 지시를 내려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 신문은 “그런데 지난 8월 말 평양이 해외 간첩들에게 보낸 난수 방송에는 ‘조만간 새로운 암호체계를 배포할 것’이며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대기하라’라는 명령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새로운 암호체계를 보내줄 때까지는 기존의 암호로 통신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북한의 이 명령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보도하기 전까지 영국 등 서방 첩보기관이 북한의 이중암호체계를 해독했다는 소식은 전해진 바가 없다. 그런데 북한은 보도가 나오기 1주일 전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간첩들에게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즉 북한 간첩망이 영국 내부에도 깊숙이 뻗어 있다는 뜻이다.

영국이 밝혀낸 북한의 공작 3가지…중국 측면지원 공작도 있어

아무튼 이중암호를 해독한 영국 첩보기관은 최근 북한이 시도했던 3개의 침투·방해 공작을 무력화시켰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프랑스 소재 유럽 항공기업과 호주 군사기지에 침투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항공 기업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에어버스다. 에어버스는 여객기와 수송기뿐만 아니라 전투기, 인공위성, 우주로켓도 만드는 거대 항공 기업이다. 이곳에 침투를 하면 북한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첨단기술을 훔칠 수 있다. 2011년 8월 북한 간첩 리태길과 류성철이 우크라이나 국영로켓기업 ‘유즈마쉬’에 침투해 로켓엔진 설계도를 훔쳤던 사실을 떠올리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2019년 3월‘ 자유조선’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암호해독용 컴퓨터’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2019년 3월‘ 자유조선’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암호해독용 컴퓨터’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호주 군사기지 침투를 시도한 것도 미국의 정찰자산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공식적으로는 호주에 주둔 중인 미군 수는 187명에 불과하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호주의 미군기지는 다윈 항에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호주 중부 내륙 사막에 있는 ‘파인 갭’ 배치 인원은 포함돼 있지 않다.

파인 갭은 미 육군과 공군, 국방정보국(DIA),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호주 해외첩보기관 ASIS, 호주 신호첩보(SIGINT) 기관 ASD가 함께 운영하는 비밀군사기지다. 공식적으로는 지구 남반구 궤도를 비행하는 미국 군사위성과 드론을 통제·지휘하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해진 바로는 북한과 중국 등 적성국에 대한 감청 등 첩보 수집, 유사시 적성국 타격목표 정보 수집도 맡고 있다. 실제 북한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시설 위성첩보는 이곳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 음모는 호주와 인도네시아 간의 농업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개입하는 것이었다. 북한은 호주와 인도네시아 간의 농업협정 체결을 방해해 중국 공산당을 도우려 했다는 것이 영국 첩보기관의 분석이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2010년부터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2019년 10월 FTA 체결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양국은 FTA를 통해 농수산물과 서비스 산업 등에서 상호 보완적인 교류를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 간의 농업협정은 호주산 농수산물을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 중국의 행패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호주에서 반중 감정이 거세지자 중국은 지난 3월부터 유학생을 보내지 않는가 하면, 호주산 농산물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적용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의 수입 덕분에 농수산 산업을 유지했던 호주는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호주 농수산물 수출의 돌파구가 된다면 중국의 압박은 무용지물이 된다. 북한은 이런 이유로 호주와 인도네시아 농업협정을 방해하려 한 것이다.

영국은 북한의 암호체계를 전부 해독해 이 같은 첩보를 파악한 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첩보기관, 즉 ‘파이브 아이즈’와 공유했다. 그 결과 북한의 공작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해 3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했다. 괴한들은 마드리드 외곽에 있는 북한대사관 정문으로 다가가 초인종을 누른 뒤 사람이 나오자 그대로 진입했다. 진입 이후에는 관내에 있던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 가둔 뒤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사용하던 PC와 노트북, 기타 IT 관련 장비를 챙겨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언론들은 괴한이 10여 명에 달했으며 사전에 계획을 세운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괴한들이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을 결박하거나 무력을 사용해 제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북한대사관 습격의 주체로 지목된 ‘자유조선’ 측은 홈페이지에 해명자료를 올렸다.

자유조선은 “우리는 북한대사관 내부의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진입했다”며 “대사관 관계자의 초대를 받았고, 스페인 언론들의 보도와 달리 대사관 관계자 누구도 결박하거나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또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북한대사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필요한 수준의 경고만 받았을 뿐 존엄을 지키는 대우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자유조선 측은 이어 “이번 일에는 어떤 정부도 관여하지 않았고, 일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과도 무관하다”면서 “이번 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 스페인 정부에 불편을 끼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북한대사관 습격과 관련한 정보를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유했다”는 것이었다.

자유조선 측은 “북한대사관에서 얻은 정보는 이득이나 돈을 바라며 공유한 것이 아니다”라며 “FBI의 요청에 따라, 상호 비밀유지 합의 아래 북한대사관에서 얻은, 엄청나게 잠재적인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유조선 측이 북한대사관에서 암호프로그램이 담긴 ‘변신용 컴퓨터’를 가져갔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변신용 컴퓨터란 평양과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 등이 주고받는 전보의 암호를 해독하는 장비라고 한다.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대사관 내에 사람 목숨보다 귀중한 것이 있다면, 바로 평양과 외교관이 암호를 주고받는 ‘변신용 컴퓨터’ ”라며 “외국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해외 첩보기관이 매우 가치 있는 ‘보물’을 얻었다고 보도하는 것은 이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이 풀어낸 북한 암호체계 첩보, 아시아의 누구와 공유했을까

자유조선이 북한대사관에서 변신용 컴퓨터를 가져갔고, 이를 미국 FBI와 공유했다면 미국 당국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도 관련 첩보를 공유했을 수 있다. 즉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보도한 “서방 첩보기관들은 이미 북한 암호체계에 대한 첩보를 갖고 있었다”는 말을 뒷받침해준다.

아무튼 영국 첩보기관이 북한 암호체계를 모두 해독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첩보기관과 내용을 공유한 것은 확인됐다. 문제는 그 밖의 나라와 관련 첩보를 공유했는가, 특히 한국이 첩보 공유 대상에 포함되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한국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이는 단순한 첩보 공유의 문제가 아니라 동맹 관계의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언론이 보도한 내용 가운데는 영국이나 미국이 북한 암호체계를 해독해 얻은 첩보를 한국과 공유했다는 기사는 찾을 수 없다. 반면 일본과는 북한 암호체계의 비밀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파이브 아이즈와 일본의 관계 때문이다. 일본의 파이브 아이즈 가입은 최근 미국이 ‘쿼드 동맹’ 창설을 가속화하면서 기정사실화 돼 가는 분위기다.

지난 7월 29일 영국 가디언은 “파이브 아이즈 동맹국에 필수적인 자원과 기술·장비의 비축을 위해서라도 일본을 가입시켜야 한다”는 보수당 내부 목소리를 전했다. 호주의 앤드류 해스티 의원 또한 일본의 파이브 아이즈 가입에 적극 찬동하며 “이참에 파이브 아이즈를 경제동맹체로 발전시키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말이 일본에 아부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앵글로 색슨 국가들인 파이브 아이즈 동맹뿐만 아니라 유럽과 러시아 등도 일본을 서방 진영으로 본다는 점을 우리나라는 인정해야 한다.

지난 10월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이 호스트를 맡아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쿼드 동맹’ 결성을 위한 준비회담을 연 것이다. 몇몇 언론들은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 봉쇄를 위해 ‘쿼드 동맹’ 결성을 서둘렀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결실을 얻지 못햇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확증편향’을 갖고 억지로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몇몇 언론사 데스크들의 착각에 불과했다.

일본은 10월 26일부터 미국, 캐나다와 함께 ‘킨 소드’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본은 함정 20여 척, 항공기 170여 대, 병력 약 3만7000명, 미국은 7함대 병력 9000여 명과 각종 함정·항공기를 참가시킬 예정이다. 캐나다도 함정 1척을 파견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미국은 “쿼드 동맹 기반의 연합군사훈련을 시작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쿼드 동맹이 드디어 가시화 돼 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은 중국과 북한에 편향돼 가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 25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화상포럼에 참석해 “다른 나라의 이익을 대놓고 배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쿼드 동맹에 대놓고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3일 유엔 총회 화상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외쳤다.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뒤에도 10월 8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행사에서 또 종전선언을 주장했다. 한국은 이처럼 대놓고 반중·반북 동맹의 대척점에 서겠다는 의사를 계속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3년 동안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못했다”며 항의하는 서한을 한국 국방부에 보낸 사실이 10월 들어서야 알려졌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스미스 부대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6·25전쟁 당시 북한을 얕보고 제대로 훈련도 받지 않고 한반도에 투입됐다 패퇴한 스미스 부대를 언급하며 대중국은 커녕 대북 준비태세도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국방부는 물론 청와대 국가안보실까지 “남북군사합의가 잘 이행되고 있다”며 “한미동맹의 대비태세는 철통같다”는 소리만 계속 반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정보원과 안보지원사령부는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런 한국에 북한 암호체계를 해독한 첩보를 건넨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현재 한국은 ‘친중·친북 국가’로 인식돼 서방 진영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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