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美 국무부에 맞서나?
LG 구광모, 美 국무부에 맞서나?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기자
  • 승인 2020.11.02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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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사용 한국기업에 '법적 위험' 거론한 미국
사실 관계와 다른 해명, 결정 못하는 LG 무엇이 문제인가?
LG 그룹의 미래는 구광모 회장의 결정에 달렸다.
미 정부가 거론하는 화웨이 관련 문제는 LG그룹 뿐 아니라 한국의 외교안보 문제와도 직결된다. LG 그룹 차원의 결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미 국무부가 한국에 화웨이 제품 사용 중단을 또다시 요구했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0월 20일 VOA에 ‘민간업체의 특정 기업 제품 사용에 관여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관련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의 신인도 위험이나 잠재적인 법적 위험을 잘 따져보는 것은 모든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2일(현지시간)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담당 부차관보가 LG유플러스 등의 기업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촉구한 이후 좀 더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를 “지적 재산 도둑”이자 “인권 유린 조력자”로 맹비난하면서 고위험 업체를 선택한 기업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한국 LG유플러스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항이다. 현재 한국 통신업체 중엔 LG유플러스만 화웨이 5G 통신 코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VOA 기자가 국무부 관계자에게 ‘화웨이 통신장비를 써온 한국의 LG유플러스를 특정해 우려를 전달했느냐’고 질문하자 “민간 기업은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계속 촉구하는 것은 모든 5G 네트워크 구축에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를 포함시킬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것만 보면 LG유플러스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다음 발언이 정곡을 찌르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미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의) SK텔레콤과 KT는 클린네트워크 참여 업체들”이라며 “우리는 모든 통신업체가 그들의 5G 네트워크에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만 허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SK and KT are Clean Telcos. We urge all telcos to secure their customers data by only allow trusted vendors in their 5G networks.")

사실상 LG유플러스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말한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이번 미 국무부 관계자의 발언에는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 향후 “법적 위험”까지 거론되었다.

물론 미 국무부가 언급하는 데는 한국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40개가 넘는 나라와 50개 이상의 통신회사가 현재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클린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이는 그들이 믿을 만한 공급업체만을 선택했기 때문이며, 한국도 그들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고 VOA는 보도했다.

미국이 화웨이와의 단절을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에서는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 감시국가의 도구”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지적 재산을 훔치는 도둑이자 인권 침해의 조력자이며, 데이터 보안에도 큰 위험을 끼친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관계와 다른 LG의 해명

본지가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집중 거론하자 LG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는 LG유플러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SKT나 KT도 일부 사용한다”고 알려왔다.

기자는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KT의 네트워크 담당자와 전화 통화에서 KT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 KT는 5G 이동통신 네트워크장비에는 화웨이 장비가 전혀 없다. 다만 일반 유선통신에서 보안과는 전혀 관계없는 단순 스위치 장비 중 극히 일부에 화웨이 장비가 있지만, 이것은 이동통신이나 해킹과는 전혀 무관한 장비라는 것을 알려드린다.”

SKT 관계자도 KT의 설명과 대동소이했다. SKT 담당자는 "이동통신, 특히 5G 장비는 한국 삼성과 에릭슨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12월 6일 방한하여 박근혜 대통령을예방한 바이든 부통령.이 자리에서 바이든은‘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연합
2013년 12월 6일 방한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바이든 부통령. 이 자리에서 바이든은 당시 이미 문제화 되던 화웨이 문제를 암시하며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연합

한국 언론이나 LG 측은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금지에 대해 미·중 무역전쟁의 일환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철저하게 안보상 이유 때문에 출발한 사건이다.

사실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먼저 요구한 것이 아니다. 미 의회가 먼저 요구했다. 미 의회는 ‘2019 국방수권법(NDAA : The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해 중국의 화웨이 제품 사용금지를 요청했다.

중국 관련 첫 번째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의 IT 기업 두 곳을 명시했다. 화웨이와 ZTE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트럼프 정부 이전인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화웨이가 통신 장비를 이용해 감청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국의 무선 네트워크 사업에서 배제했다.

2012년에는 비공식적인 통로로 화웨이가 호주의 광대역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고 화웨이는 경쟁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미국은 한국기업이 중국 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특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미군이 한국에 동맹군으로 주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중적인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LG유플러스가 중국 주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기지국 장비를 도입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중진 상원의원들까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면 한미동맹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2013년 11월 27일(미 현지시각)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민주·캘리포니아)과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뉴저지)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도입이 한미동맹을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화웨이가 한국의 LTE-A 통신 기간망 공급자로 선정됐다는 보도를 봤는데 이는 잠재적인 안보 우려를 야기한다”며 “통신 기간망 보안은 안보 동맹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서한은 바이든 부통령의 방한과 방중에 앞서 발송됐다. 2013년 12월 6일 바이든 미 부통령은 청와대를 예방해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미국은 계속 한국에 베팅할 것”이라면서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요청에도 한국 정부는 방관하는 태도다. 10월 14일 열린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는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과 이태호 한국 외교부 2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를 배제해 달라는 미국 요구에 한국 정부는 “관련 법령상 특정 업체를 선택하는 것은 민간업체가 판단할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직은 미 국무부가 말로만 요청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행동으로 표출할지 모른다. 미국이 구체적 행동으로 나서는 순간 LG유플러스만이 아니라 LG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아니 국가 경제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친중 국가로 낙인 찍히는 날에는 말이다.

LG 그룹 구광모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

결국 이 문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 등 많은 대기업들이 탈중국을 하는 와중에 LG 계열사들은 대중국 투자와 진출을 늘리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LG 유플러스는 화웨이와의 단절을 선언해야 한다. 비록 5G 네트워크 장비에 투자한 손실은 감수하더라도 그룹 전체가 살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

만에 하나 미국에서 LG그룹 연관 생산품의 미국 수입을 제한하면 그때는 이미 늦게 된다. 전기차 산업 호황으로 선두에 서고 있는 LG 배터리산업도 무너질 수 있다.

중국기업조차 화웨이와의 단절을 선언하면서 미국에 읍소하는 상황에도 여전히 화웨이 장비를 버리지 못하는 LG유플러스를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중국 화웨이와의 단절을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은 구광모 회장뿐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한국 대기업의 고질 중의 하나인 오너리스크로 귀결된다. 단순히 기업 하나의 문제라면 이토록 걱정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한국경제와 한미동맹의 문제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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