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바이든 대북정책이 우려되는 이유
[심층분석] 바이든 대북정책이 우려되는 이유
  •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나라정책연구원장
  • 승인 2020.11.24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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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한국 고재영

트럼프-문재인의 대북정책은 명백한 실패였다. 비록 바이든 차기 대통령은 트럼프의 대북정책의 방향과 접근법을 일관되게 비판해왔지만 그렇다고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극복할 것이라고 기대할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비판과 북한 문제 해결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클린턴 8년 및 오바마 8년 임기에 진행되었던 접근법을 극복할 만큼의 구체적 반성과 대안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단계적 접근법에 대한 맹신과 오류가 여전하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통한 담판과 일괄 타결을 목표로 했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 목표만 동의했을 뿐, 그 방법론은 단계적 방식으로 가겠다는 것을 포기한 적이 없다.

싱가포르와 판문점에 이은 하노이까지 세 번의 만남에도 김정은은 우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맞바꾸는 신뢰조치적 단계적 해결 방안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은 심지어 핵시설과 핵전력에 대한 리스트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단계적 접근은 소위 살라미전술로 불리며 북한이 지난 30년간 유지해온 핵심전략이다. 미국과 한국의 힘과 위상이 약해질 때까지는 단계적 협상으로 시간을 벌어가며 결국은 핵과 탄도미사일 강화 전략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대미 제안도 단계적 접근의 중국식 표현인 쌍궤병행(雙軌竝行)전략이다. 낮은 단계부터 협상을 진행시켜가며 시간을 벌고, 무력을 완성해가며 궁극적으로는 힘으로 제압할 순간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단계적 접근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며 오히려 중국과 북한이 원하는 방식이다.

둘째, 중국과 북한은 분리된 나라라는 맹신과 오류이다. 북한 문제는 중국 문제이다. 중국을 제어할 장기적 플랜과 일관된 노력 없이 북한 문제든, 핵문제든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김정은의 대미정책과 핵전략은 전적으로 중국의 대미 및 대한반도전략의 일환이다. 그런데도 바이든 민주당 정부는 트럼프처럼 김정은 체제와 협상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은 순진한(naive) 접근이다.

북한 핵은 중국의 전략 일환이다

특히 바이든은 러시아 푸틴 정부에 대한 경각심은 명확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상당 정도 협조적으로 갈 수 있다는 미련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다. 러시아는 이제 중국과 협력 없이 독자적 세계전략을 구사할 능력을 상실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핵무기는 결국 100% 중국에 의해 뒷받침되어 진행되는 문제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중국에 압박과 제재 강화 없이는 중국의 청부(請負)에 따른 북한의 대미위협과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및 배치는 결코 감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가 중국의 협조와 동참을 구해가며 협상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다.

셋째는 동맹국과 협조라는 명분과 한국 좌파 정부에 대한 맹신과 오류이다. 동맹과 협력해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그 동맹이 동일한 목표와 방향을 지향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결코 같은 목표를 지향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1993년 클린턴 정부가 검토했던 북한 핵개발 장소에 대한 국지적 폭격(surgical strike) 안을 동맹국 한국 정부가 원천 배제시켜냈던 사례가 그것이다. 선택(option)을 없애버리면 결국 핵무기 폐기를 거짓 약속한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방안의 미북 기본합의서(1994)로 종결되고 말았었다.

‘분노와 화염’을 거론하던 트럼프에게 미국이 타협 조치를 취하면 김정은은 분명 핵폐기를 결단할 것이라며 설득했던 것도 문재인 정부이다. 트럼프에게 ‘정상회담을 통한 대타결’과 노벨평화상 수상 기회를 흔들며 트럼프가 세 번이나 김정은을 만나도록 유혹했던 것도 동맹국 정부였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어떤 구조에 위치해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선거에 의해 좌우되는 민주 정부들이 영구 독재체제인 중국-러시아-북한과 맞서야 하는 현실이 핵심이다. 중국과 북한 공산당 정부에는 권력 교체가 없지만 미국과 한국은 몇 년만 지나면 그 권력은 교체된다.

따라서 상대가 박근혜든, 문재인이든 혹은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그들의 전략에 동조하는 정부와는 협력적 태도를 함께 하지만, 그들의 전략이 먹히지 않는 정부와는 시간을 끌며 대치를 이어가거나, 그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패턴을 반복한다.

선거에서 이겨 재집권하려는 미국과 한국의 정부는 대북 문제와 관련해 선거 때 자랑스럽게 활용할 만한 업적에 목말라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활용한다. 반복되는 선거에서 ‘일용할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과 권력 교체가 없는 그들에게는 시간은 자기 편이고 아쉬울 것도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중국과 김정은에게는 미국과 한국의 정부는 핵문제에 진전을 만들었다는 성과를 “주었다, 뺏었다”를 반복 구사할 수 있는 대상일 뿐이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전략차원에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은 2019년 6월 22일 김정은- 시진핑 정상회담 때 모습 / 조선중앙통신=연합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전략차원에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은 2019년 6월 22일 김정은- 시진핑 정상회담 때 모습 / 조선중앙통신=연합

합의를 구하지 말고 행동을 강제하라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를 비판하면서 ‘바이든 정부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하고, 확고하고 일관된 틀(track)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임 정부와 다르다는 우를 범하기보다 지난 30년 계속된 실패 원인부터 파악하고, 시작해야 한다.

첫째로 명확히 할 것은 북한과 협상하고 합의(문)를 이루려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톱다운(top-down)에서 보텀업(bottom-up) 협상으로 간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공산주의자의 합의는 이행할 약속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맞는 전술일 뿐이다. 한반도 비핵화선언(1991), 남북기본합의서(1992), 9·19합의, 2·13합의, 10·4공동선언, 9·19 평화선언,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합의만해도 수십개다.

문재인 정부가 목매며 추진하는 소위 ‘종전선언(Declaring the End of Korean War)’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모든 합의는 단지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선언과 합의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신뢰하는 당사자들간의 방식이지, 중국과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체제에 적용되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는 합의가 아니라 먼저 행동을 요구하고 그 행동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구체적 행동 조치가 신뢰적 방향으로 나아갔을 때 그에 대응하는 상호주의적 조치를 취하고 또 다음 행동을 강제해야 한다.

둘째, 계속되는 위협과 불편한 관계를 피하거나 급하게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거꾸로 중국과 북한 지도부가 계속된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해야 한다. 중국의 전략은 북한을 내세워 한국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각종 험악한 위협과 불편한 관계를 노정시키며 지긋지긋한 스트레스를 주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면 바보 같은 미국과 한국 지도자들은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합의하고 빠져나오려는 심리’를 활용해왔던 것이다. 지켜지지도 않을 합의를 성과라고 자랑하며 선거에서 활용하고 싶은 심리를 완벽하게 이용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대북정책에서 성과를 내려면 전체주의 체제의 본질과 의도가 무엇인가를 국민에게 알리며 그들이 구사하는 심리적 압박과 공격, 그로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까지도 즐기며 극복해야만 한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남북미 깜짝 정상회동을 하였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연 /합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남북미 깜짝 정상회동을 하였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연합

중국-북한의 모든 전략은 반미세력 확대에 있다

셋째, 북한이 구사하는 대미-대남전략의 의도를 공공연히 거론하고 확인시키며 그 의도와 반대 방향으로 가면 된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대해 구사하는 모든 전략은 한미관계에 갈등을 조성시켜 한미동맹의 결속력 약화와 주한미군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데 맞춰져 있다.

한미 공동훈련이 남북화해로 가는 방향에서 북한을 자극한다는 논리에서부터, 방어무기인 사드 배치와 주한미군 범죄와 사고, 방위비 분담액 등 다양한 사안을 동원해 한국 사회에 반미감정을 조장시키고 한미 연합전력 및 주한미군의 위상 축소를 정당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 내의 친북, 친중세력을 확대하고 한미 우호적 보수세력을 약화·궤멸시켜 반미세력을 확대시키는 것에 맞춰져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과거 클린턴-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다시 시작될 우려도 크다. 민주당 하원의원 중 50명이 중국-북한-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현실부터 인지해야 한다.

출범부터 부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바이든 정부가 중국 및 북한 독재자에 의한 폭정과 인권 유린을 거론하며 도덕적 우위에 서서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안이한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 도덕적 공격과 함께 실질적으로 진행시켜나갈 단호하고도 일관된 정책을 보여야 한다.

시작부터 명확하고 일관된 트랙(track)을 깔고 가지 않으면 결국 잘못된 길로 접어들며 시간만 보낼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트럼프에 이은 또 다른 8년 혹은 4년 실패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접근법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북한의 트랩(trap)을 명확히 공론화시키고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기반해 구체적 행동을 강제해야만 한다. 단계적 접근과 보텀업이라는 것이 중국의 쌍궤병행 전략에 편입될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이 부여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것임을 명확히 하며 대북정책은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해결된다는 확신을 갖고 중국 협조로 해결하겠다는 안이한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구나 문재인 좌파 정부와의 협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대남정책 목표는 오직 대한민국을 무장해제(demilitarization)시키는 데 있다’라는 펠로시 하원의장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이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반미정책에 동참하는 것 외에는 김정은으로부터 협조를 구하거나, 심지어 대화의 기회 조차 구걸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북한과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
나라정책연구원장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전 MBC 방문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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