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괴롭히겠다는 정부
국민을 괴롭히겠다는 정부
  •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승인 2020.11.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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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거래 감시기구 만들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 연합
부동산거래 감시기구 만들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 연합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거래분석원이라는 것을 만든다고 한다. 아마도 집 사고 팔 때 일일이 공무원들의 심한 감시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이미 자금조달계획서, 취득 목적 등 시시콜콜 감시를 받고 있는 데 감시가 더 강화될 것 같다. 이 정부는 코로나도 부동산도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명분은 불법적인 투기를 잡아야 한다고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탈세 등 불법행위를 더 잘 잡아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집값을 잡지는 못할 것이다. 불법행위가 집값을 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주택 가격 변화를 보면 비싼 주택이 더 많이 올랐다. 연립이나 오피스텔 지방의 아파트 등은 평균적으로 값이 떨어졌다. 이렇게 된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소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 때문이다.

한국인은 재산의 80%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하려 하는데 여러 채를 가지면 죄악이 되어 버리니 1채를 최대한 비싼 것으로 사게 된다. 한국의 주택 가격 상승은 가수요 때문이 아니다. 안 그래도 비싼 주택들의 가격이 더 오르는 이유는 똘똘한 1채에 대한 실수요 때문이다.

실수요가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다주택에 대한 규제, 다주택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가격을 올린다고 보면 된다. 불법적인 거래와는 무관하다. 다주택 소유에 대한 규제와 중과세가 심해질수록, 또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가 강해질수록 한국인들의 비싼 1채의 주택에 수요는 더 강해질 것이고 그런 주택의 값은 더 오를 것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다주택 소유를 줄인다면 그것 역시 한국인들의 삶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다주택을 처분할 경우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것은 미래가치가 높지 않은 연립주택, 다세대 다가구주택, 소형 오피스텔, 지방주택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상당수는 1인가구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무주택 가구 875만 가구 중 1인 가구가 415만 가구, 2인 가구가 206만 가구, 3인 이상 가구는 284만 가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이 300만 호이다. 공공주택 입주자의 가구 특성에 대한 자료가 없어 불확실하지만 식구가 많은 가구일수록 우선권이 주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3인 이상 무주택 가구의 상당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살 것이고 아마 2인 무주택 가구의 상당수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불순한 의도 엿보이는 ‘부동산거래분석원’

대부분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가구는 대부분 415만에 달하는 1인 가구들이다. 이들은 청년이거나 독거노인일 가능성이 높다. 1인 가구의 특성이 그러하다면 이들은 주택을 구입할 능력도 없고 의사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1인 가구들에게 거주할 집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다주택 보유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들이 보유한 다주택을 처분할수록 1인 가구가 거주할 공간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무엇을 위해 부동산 소유를 막는 것인가.

부동산거래분석원이라는 존재는 국민을 괴롭히는 일만 하게 될 것이다. 탈세 같은 불법행위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면 되고, 다른 불법행위가 있다면 경찰과 검찰이 재판으로 해결하면 된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라는 조직은 공무원들 밥그릇을 늘리고 국민을 감시하겠다는 것 말고는 어떤 좋은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음험하거나 허망한 아이디어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시도를 폐기하라. 하지만 불법적인 것과 투기는 구분해야 한다. 탈세 같은 불법적인 행위라면 그 자체로 해결하면 된다. 그런 행위는 세무조사의 대상도 되고 영장을 받아 수사를 할 수도 있다. 거래분석원이라는 것은 아마도 영장 없이 거래자의 계좌나 뒤지는 권한을 갖게 될 듯하다. 그런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거래를 취소할지도 모른다.

하나의 거래가 투기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인조차 자기가 투기를 하는지 안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1주택을 구입할 때는 그렇다. 누구라도 값이 떨어질 것 같으면 집을 사지 않는다. 오를 것 같을 때 산다는 것은 자본이익을 염두에 둔다는 것이고 그것은 소위 투기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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