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공영노조 “‘흑백 문재인’ ‘형광등 박근혜’보다 훨씬 심각한 방송독립 훼손”
KBS공영노조 “‘흑백 문재인’ ‘형광등 박근혜’보다 훨씬 심각한 방송독립 훼손”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12.15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공영노조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비전 선언’ 생중계 흑백 연설과 관련해 “KBS 역할은 외주제작사만도 못한, 인력공급 대행 및 송출업체로 전락했다”는 자신들 비판에 KBS가 “협의한 것”, 이를 주도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그게 뭐가 이상한가”라며 반박한 데 대해 “얼마나 심각한 행위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15일 재반박성 성명을 냈다.

공영노조는 특히 이번 ‘흑백 문재인 사건’과 지난 2011년 당시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의원에 TV조선이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아우라’라며 방송한 것을 비교할만하다고 지적했다.

공영노조는 “<형광등 박근혜>와 <흑백 문재인>은 모두 대통령이나 대통령에 준하는 권력자가 출연하는 장면에 어떤 연출을 가한 행위”라며 “그런데 둘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TV조선은 방송사가 직접 그 연출을 결정한 반면 흑백 문재인은 청와대의 왕피디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방송사에게 요구했고 방송사들은 그 요구에 따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TV조선의 형광등이 유력 권력자에 대한 방송사의 아부라면, 흑백 문재인은 방송사들이 화면 연출권을 아예 청와대에 상납한(혹은 청와대가 탈취한) 의혹을 받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면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도대체 어느 사건이 더 위협적인 사건일까? 양심이 털끝만이라도 있는 민노총 노조원들이라면 이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꼬집었다.

공영노조는 또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낼 당시 KBS 세월호 보도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정현 전 의원의 케이스와도 비교했다.

공영노조는 “이정현은 법원에서도 인정했듯 결과적으로는 “실제 방송편성에 영향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반면 왕피디의 흑백 문재인 연출은 너무나 자명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왕피디 스스로가 인정했듯, 자신이 책임을 진다고 큰 소리치면서 방송사의 화면 연출을 자신이 결정했고, 그것을 6개 방송사가 받아들이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정현의 직무는 언론기관에 청와대의 입장을 설명하는 홍보수석이었다. 법원이 청와대 수석의 지위라는 점을 더 중요하게 보긴 했지만 “홍보수석으로서의 공보활동”이라는 역할이 감안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라며 ”그런데 왕피디는 어떻게 보면 대통령과의 거리라는 권력 함수로 볼 때 홍보수석보다도 더 권력자일 수도 있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언론사에 청와대의 입장을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역할을 하는 자도 아니다. 이 자의 역할은 청와대가 통제하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행위를 연출하는 것”이라며 “그 자가 어떤 근거도 없이 방송사의 고유의 역할인 방송화면을 자신이 연출했고, 그것을 페이스북에서 자랑했다”고 탁현민 비서관의 케이스가 위법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공영노조는 그러면서 “민노총 노조에게 묻는다. 박근혜의 형광등과 비교해서, 이정현의 방송법 위반과 비교해서 이번 왕피디 사건은 방송독립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보기 어려운가?”라며 “아니면 그때는 그 때고 지금은 다시 일어서려고 하니 뭔가 걸리적거리는가? 그 날카로운 송곳은 어디 갔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하 성명서 전문 -

흑백 문재인과 박근혜 형광등 그리고 이정현

이번 <탄소중립 쇼>에서 드러난 <청와대 왕피디>의 방송장악 만행은 문재인 정권이 줄곧 드러내온 기만성을 또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많은 직원들이나, 특히 민노총 조합원들은 아직도 이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행위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다시 한번 음미해보자.

이번 <흑백 문재인 사건>과 비교될만한 케이스로는 우선 2011년 11월 TV조선이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을 두고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아우라>라는 자막을 삽입한 것을 들 수 있다. 비록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이지만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적지 않았고, 때문에 TV 조선은 아부방송이라는 비판과 조롱을 받아야 했다.

<형광등 박근혜>와 <흑백 문재인>은 모두 대통령이나 대통령에 준하는 권력자가 출연하는 장면에 어떤 연출을 가한 행위다. 그런데 둘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➀ TV조선은 방송사가 직접 그 연출을 결정했다.

➁ 반면, 흑백 문재인은 청와대의 왕피디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방송사에게 요구했고 방송사들은 그 요구에 따랐다. 양승동아리는 '협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제작진에게 배포된 지시사항 즉 “흑백화면에 어떠한 컬러 자막이나 로고의 삽입을 불허”하고, “탁현민 의전비서관 요청사항”이며, “BH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메시지는 전혀 다른 진실을 말한다. 또한 왕피디 탁현민 비서관도 친절하게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책임자고 자신이 결정했다고 확인해줬다.

TV조선의 형광등이 유력 권력자에 대한 방송사의 아부라면, 흑백 문재인은 방송사들이 화면 연출권을 아예 청와대에 상납한(혹은 청와대가 탈취한) 의혹을 받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도대체 어느 사건이 더 위협적인 사건일까? 양심이 털끝만이라도 있는 민노총 노조원들이라면 이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 감사하겠다.

흑백 문재인은 또 다른 케이스와도 비교될 수 있다. 즉 많은 민노총 노조의 핵심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KBS의 보도를 결정했다고 믿는 것으로 생각되는(얼마 전 너절리즘J 관련 우리의 성명을 보라)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외압 사건이다. 이정현은 당시 김시곤 KBS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KBS의 보도에 개입했고 이에 따라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민노총 노조도 2020년 1월 16일 “이정현 유죄는 사필귀정... '방송 독립' 가치 지켜가야”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대법원의 유죄확정판결을 환영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향후 또다시 방송 독립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언론노조 KBS 본부는 망설임 없이 다시 일어설 것이다”

우리는 사실 이정현의 전화 읍소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주장한다. 이정현은 청와대라는 조직의 홍보담당자로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입장에

서 각 언론기관에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는 업무를 했다. 보도행위가 100% 공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보도에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는 자신의 입장을 어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고, 이정현의 행위는 그러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은 2심 재판부가 “피고인은 이 사건 행위가 관행 내지 홍보수석으로서의 공보활동 범위 내라고 생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한데서도 알 수 있다.

법원은 이정현이 청와대의 홍보수석이라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통화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해경에 대한 비판보도를 당분간 중단하거나, 방송내용을 대체 또는 수정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정현의 개입과 이번 왕피디의 개입을 비교해보자. ➀ 이정현은 법원에서도 인정했듯 결과적으로는 “실제 방송편성에 영향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➁ 반면 왕피디의 흑백 문재인 연출은 너무나 자명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왕피디 스스로가 인정했듯, 자신이 책임을 진다고 큰 소리치면서 방송사의 화면 연출을 자신이 결정했고, 그것을 6개 방송사가 받아들이도록 했다.

다음으로 이정현의 직무는 언론기관에 청와대의 입장을 설명하는 홍보수석이었다. 법원이 청와대 수석의 지위라는 점을 더 중요하게 보긴 했지만 “홍보수석으로서의 공보활동”이라는 역할이 감안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왕피디는 어떻게 보면 대통령과의 거리라는 권력 함수로 볼 때 홍보수석보다도 더 권력자일 수도 있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다. 언론사에 청와대의 입장을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역할을 하는 자도 아니다. 이 자의 역할은 청와대가 통제하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행위를 연출하는 것이다. 그 자가 어떤 근거도 없이 방송사의 고유의 역할인 방송화면을 자신이 연출했고, 그것을 페이스북에서 자랑했다.

이번 청와대 왕피디의 흑백 문재인 사건에 대해 양승동아리는 “KBS의 중계제작진이 청와대 측 담당자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화면 구성 방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고 둘러댄 모양이다. 놀랍고 한심하다.

우선 멀쩡히 제작진에게 배포된 지시사항이 공개된 마당에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그 뻔뻔함이 놀랍다. 다음으로 청와대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방송주권이라 할 수 있는 화면의 연출권한을 청와대에 상납해놓고 이를 협의해서 결정했다고 주장하는 무식함이 한심할 뿐이다. 과거 <PD협회장> 혹은 <사원행동 대표> 시절에 양승동이라는 사람이 부르짖었던 방송독립은 도대체 뭔가?

민노총 노조에게 묻는다. 박근혜의 형광등과 비교해서, 이정현의 방송법 위반과 비교해서 이번 왕피디 사건은 방송독립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보기 어려운가? 아니면 그때는 그 때고 지금은 다시 일어서려고 하니 뭔가 걸리적거리는가? 그 날카로운 송곳은 어디 갔는가?

민노총 노조원 여러분! 우리가 자꾸 여러분들을 부르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여러분들의 양심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털끝만한 양심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이 상황이 정상으로 보이는가? 그대들은 모든 것이 지록위마인 지금 이 상황이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2020년 12월15일

KBS공영노동조합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