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방위산업체 시리즈] LIG넥스원...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드론전쟁 시대를 준비하다
[한국의 방위산업체 시리즈] LIG넥스원...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 드론전쟁 시대를 준비하다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0.12.25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IG넥스원에서 생산한 한국형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발사 연속 사진과 타깃 명중 장면 / .국방부 제공
LIG넥스원에서 생산한 한국형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발사 연속 사진과 타깃 명중 장면 / 국방부 제공

1984년 개봉된 영화 터미네이터1의 첫 부분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하늘에서는 드론이 인간을 수색하면서 레이저를 발사했다. 인간들은 드론을 피해 도망다니는 모습이 영화의 첫 도입 부분이다. 지상에서는 인간 드론이 인간의 해골을 밟고 다니면서 살아 있는 인간을 찾고 있다.

영화는 그렇게 시작했다. 배경은 2029년 로스앤젤레스다. 핵전쟁으로 인간세계는 거의 파괴되었다. 그 잿더미 속에서 컴퓨터와 기계가 합쳐진 드론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 즉 디스토피아가 영화의 배경이다. 영화 속에 인간은 드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터미네이터(아놀드 슈월제네거) 역시 드론이다.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스르는 영화의 전개와 함께 당시로서는 드론의 지배를 받는 인간세계는 말 그대로 충격적 설정이었다.

영화 터미네이터1이 개봉되던 1984년 시점만 해도 이 같은 설정은 그저 공상에 불과했다. 당시 컴퓨터는 고작 8비트였고 드론이라는 개념도 정립되지 않던 시대였다. 그러나 2020년 현재 터미네이터1에 나오는 드론은 현실이 되었다. 특히 군사 분야에서만큼은 더 이상 공상 만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미군은 탈레반과 알 카에다 그리고 IS 소탕전에 킬러 드론이라 불리는 MQ-9 리퍼를 대거 동원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테러전쟁에서 미국은 연간 3000여 명의 적성 인물을 드론으로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월 3일 새벽 1시쯤(현지시각) 미군은 드론을 이용한 공습을 감행해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차량에 탑승했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을 폭사시켰다. 이때 동원된 장비도 MQ-9 리퍼였다. 적어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만큼은 드론이 인간사냥(?)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투에 사용되는 드론은 이제 미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난 9월 말 시작해 11월 10일 끝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은 드론이 승패를 결정지은 최초의 전쟁으로 기록될 전쟁이다. 두 나라 모두 옛 소련위성국이었다. 소련 해체 후 ‘아르차흐’ 영유권 문제로 9월 27일 전쟁이 발발했다. 두 달간 치른 전쟁은 11월 10일 아르메니아 총리가 사실상 항복문서에 서명하면서 전쟁은 끝났다. 군사적으로 이 전쟁이 의미가 있는 것은 탱크와 무인항공기의 싸움에서 무인항공기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는 탱크를 대거 동원했지만 이에 맞서 아제르바이잔은 드론을 투입했다.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아제르바이잔의 무인항공기(UAV) 드론은 아르메니아 탱크부대를 하나하나 격파해 나갔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이 모습을 생생하게 공개했다.

아제르바이잔의 드론 공습은 터키제 무인기인 TB2 바이락타르가 주도했다. 바이락타르는 길이 6.5m, 날개폭 12m로 150㎏의 무장을 실을 수 있고, 최대 27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터키제 대전차 미사일과 70㎜ 로켓 등을 장착할 수 있다.


 

한국 방위산업전 DX KOREA 2020에 LIG넥스원이 전시한 해검-3 무인수상정
한국 방위산업전 DX KOREA 2020에 LIG넥스원이 전시한 해검-3 무인수상정

2020 DX-KOREA에서 선보인 LIG넥스원의 ‘해검-3’

아제르바이잔은 이스라엘제 자폭 무인기인 ‘하롭’으로 아르메니아군의 러시아제 대공 미사일 S-300 2개 포대를 파괴하기도 했다. 값비싼 공군전투기를 동원하지 않고서도 상대방 기갑부대를 무인드론 공격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전쟁사에서 또 다른 장을 폈다고 봐도 무방하다. 패배한 아르메니아는 두 달간의 전쟁에서 2783명이 전사 및 100명 이상이 실종됐다.

우리 군도 드론의 효용성에 주목하고 있다. 매년 입대 예정 장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 군도 작전에 드론을 활용하는 상황은 더 확대되고 있다. 사단 및 군단급 드론을 작전에 투입 중이다. 그러나 본격적 킬러 드론이라기보다는 아직은 감시정찰에 치중되어 있다.

지난 11월 18~20일 일산 킨텍스에는 4회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 ‘DX 코리아 2020’(Defense Expo Korea 2020)가 개최되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은 2014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됐으며 올해로 4회째를 맞이했다. 육군협회가 주최하고 DX KOREA 조직위와 코트라가 주관하며 국방부 · 산업통상자원부 · 육군 · 방위사업청 등이 후원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코로나로 인해 예년보다 축소되어 전시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어려운 여건 속에 개최를 강행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무기체계나 탄약 체계, 항법장치, 감시정찰, 전력지원체계 등 우수한 기술력을 선보이는 동시에 국내 방산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는 것이다.

기자는 1회 전시회부터 매번 취재했다. 넓은 전시장 부스에서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LIG넥스원에서 실물 크기로 전시한 해상용 드론 ‘해검-3’였다. LIG넥스원에서 개발한 무인선박 해검 시리즈는 국내 대표적인 무인선박 플랫폼이다.

민군기술협력사업으로 개발 중인 해검-III은 최첨단 감시정찰 장비를 탑재하고 있으며 12.7㎜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2.75인치 유도로켓으로 무장한다. 육상기지에서 24시간 원격운용 및 통제가 가능하고 인공지능 기반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돼 다양한 형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주변 연안이나 도서지역, 레이더 사각 지역에 대한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해난 사고 상황이나 재해 현장에 대한 초기 확인 등 대민 지원 임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LIG넥스원은 이미 감시정찰용 무인수상정(해검-1)의 개발 및 시범운용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이 주도하는 민군기술협력사업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해검-3)은 최첨단 감시정찰장비와 모듈화해 탑재할 수 있는 임무장비 및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자율운항(AUTO PILOT)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다양한 형태의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LIG넥스원은 다목적 무인헬기도 전시했다. 다목적 무인헬기는 감시정찰, 통신중계, 물자수송, 화생방 오염제독, 지뢰탐지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소형 정찰 드론’도 전 세계적으로 개발 및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무기체계로 상용 드론과 수직 이 · 착륙 기술을 활용했고 수동과 자동 경로 비행 지원이 가능해 목표물을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다.

또한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전 세계 주요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착용 로봇(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0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 최근까지 고기동, 고하중용 착용형 로봇을 개발해왔다.

LIG넥스원이 전시한 근력증강로봇은 두 가지 타입을 선보였는데 무동력 근력증강로봇은 허리 근력을 보조해 무게를 전신으로 분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동력 장치 타입은 배터리를 이용해 작업자가 물체를 들 경우 근력을 보조한다. 일종의 미래 장비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방어하는 대부분의 미사일은 LIG넥스원에서 생산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정밀 유도무기,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등 육·해·공 전 분야에서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양산해온 대한민국 자주국방 역사의 산증인이다. 특히 현대·미래 전장의 개념이 네트워크 중심 작전환경에 바탕한 ‘장거리 정밀교전’ 형태로 변화하며 LIG넥스원의 방위산업체로서의 역할은 중요하다.

모태는 1976년 설립된 금성정밀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무기 관련 사업에 발을 들였다. 1990년 전투 및 함정용 레이더 개발업체로 지정됐고 1991년 저고도 탐지레이더, 1996년 최첨단 중어뢰를 각각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1999년 LG C&D 합병 후 2000년 LG이노텍이 되면서 시스템사업부로 개편됐다. 2006년 그룹명 변경으로 LIG넥스원이 되었다. 과거 금성정밀 때부터 축적된 기술력에 따라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제작 중인 대부분의 미사일은 LIG넥스원 제품이다. 또한 군 통신의 기본 장비인 PRC-999K 같은 국산 군용 무전기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영공을 적의 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LIG넥스원에서 생산하는 미사일이 담당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의 주도 아래 다양한 국산무기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중·저고도로 침투해오는 다양한 적 공중 위협 및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천궁 II, 항공기·미사일 등의 탐지가 가능한 국지 방공레이더, 대화력전 핵심 전력인 대포병 탐지레이더-II, 보병용 중거리미사일 현궁, 소형 고속함정의 위협에 대응하는 해안방어용 유도무기 체계인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등 LIG넥스원이 개발에 참여한 다수 무기체계를 개발 완료하고 군에 납품하고 있다.

LIG넥스원이 개발을 주도한 한국형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라고 불리는 천궁-2 지대공 미사일은 적의 탄도탄 및 항공기 공격에 동시 대응하고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미사일 체계이다.

2012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개발해 수차례 시험 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하면서 2017년 6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천궁 II 지대공 미사일은 2018년 양산에 착수해서 지난 11월 최초 포대 물량이 군에 실전 배치되었다.
 

중동에서 성능 입증된 현궁 미사일

2018년 6월 24일 2차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군이 후티 반군을 향해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해 격파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그런데 그 미사일은 한국이 생산한 현궁 미사일이었다. 사우디군이 발사한 미사일은 불꽃을 뿜으며 멀리 떨어진 차량을 향해 끝까지 추적해 나갔다.

카메라 시야에서 벗어난 지점에서 후티 반군 차량은 미사일에 격파되어 모래 먼지를 일으켰다. 사우디 지원을 받는 예멘 정규군이 한국의 현궁 미사일을 실전에서 운용하는 장면도 유튜브에 올라오기도 했다. 현궁 미사일은 한국이 아닌 중동에서 실전에서 입증된 셈이다.

현궁 대전차미사일 개발 과정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총괄하고, 유도탄 체계 개발 및 생산은 LIG넥스원, 발사대 개발 및 생산은 한화가 맡았다. 미사일의 가장 핵심인 체계 개발과 유도시스템 등은 LIG넥스원이 담당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에도 실전 배치된 현궁 미사일은 보병 휴대용 중거리 대전차 미사일로서 이중성형작약탄두(탠덤 탄두)를 장착하고 있다. 현재 북한군 탱크의 반응장갑, 공간장갑까지 모두 관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IG넥스원이 오늘날 방위산업체의 중추 역할로 오른 데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개발 과정에서의 문제나 납품 비리로 인해 사법적 판단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주요 첨단무기 국산화의 첨병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첨단무기 개발에는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기술이전에 제한이 많다. 기술이전이 제한된 부분에서는 특허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LIG넥스원이 넘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전 디펜스타임즈 편집위원
국방부 출입기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