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단일화, 1995년 모델 아닌 박원순 당선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야권단일화, 1995년 모델 아닌 박원순 당선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 승인 2020.12.30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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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95년 서울시장 보선과 다른 상황이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1995년 3파전 구도에서 야권 단일화 없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조순 민주당 후보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식(여)-조순(야)-박찬종(무소속) 3자 구도서 “조순 전 서울시장이 1995년 3파전이었던 서울시장 선거 초반에 뒤졌지만 끝내 이겼다. 박찬종 후보가 초반에 앞섰지만 결국은 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의 경쟁력 제고를 강조하고 자신감을 갖자는 당부 차원이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상황을 실제로 이렇게 인식하고 야권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라면 동의할 수없다. 1995년과 지금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당시의 여당은 3당 합당후의 강대함이 여실히 쪼그라드는 추세였고 실제 김영삼(YS)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에 가까왔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미 분위기는 야권으로 완전히 넘어왔던 상황이다.

이 상황 속에 서울시장 후보는 문교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했지만 인기가 거의 없던 서울대 교수 출신의 정원식 후보였다.

지금 여당은 지지율이 하락하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강한 팬덤이 있어 선거를 치르면 40%는 너끈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서울시의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선거를 거의 싹쓸이한 여당이다.

게다가 박영선, 우상호 등 정치력과 대중성이 있는 관록의 후보들이 즐비하고, 정세균 총리나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언제라도 출격 가능한 예비군이 존재한다.

궁여지책으로 인기가 없었던 정원식 후보를 낼 수밖에 없었던 1995년의 여당 환경과는 상당히 다르다.

1995년은 그렇기에 애초부터 야권이 주도하는 레이스가 펼쳐졌다.

초기엔 박찬종 후보가 무소속 열풍을 불러왔다. 그는 '깨끗한 우유 서울우유'의 광고에 출연한 덕분인지, 그 연장선 속에 '깨끗한 후보'로 큰 인기를 얻으며 앞서 치고 나갔다. 그러나 개인적 인기만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조직선거에 익숙한 당시의 정치환경 속에 무소속 후보로서 정당조직을 누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이르고 만다.

반면 조순 후보는 초반에 밀렸지만 꾸준히 지지율을 높혀 나갔다. 그는 '경제학원론'의 저자로서 대한민국 대표경제학자라는 전문성을 지녔다.

그리고 그의 풍모는 당시 인기 있었던 중국 수입 드라마 '포청천'의 이미지와 흡사했다. 그는 마치 포청천처럼 정의를 구현할 듯한 참신성에 강한 리더십을 기대케 했다.

거기에 더하여 그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이 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막후 지원이다.

YS에 패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DJ는 그래도 야당의 정신적 지주이자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건재했다. DJ의 지지하에 조순은 치고 올라갔다.

둘의 결합으로 이미 조순의 탄력은 깨끗한 무소속 후보 박찬종의 추세선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조순의 단독 승리엔 정치 재개를 모색했던 DJ의 힘과 치밀한 전략이 있었고, '선생님 DJ'를 반드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DJ 지지자들의 열망이 있었다.

조순의 승리는 후보 자신만의 단순한 경쟁력의 승리가 아니다. 그 뒤엔 DJ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제1야당 국민의힘엔, DJ같은 확실한 세를 지닌 리더가 없다. 그리고 조순처럼 참신하면서도 포청천의 시대성을 상징하고, 자체 상품성을 지닌 큰 인물이 안보인다. 이는 제1야당 외에 야권의 다른 예상 후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야권 단일화가 필요한 것이다. 야권 단일화가 안 된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확실한 여권 40%에 야권 1, 2위가 60%를 나눠 갖는다. 과거 몇 번의 선거 전례에서 보듯, 야권 1,2위 중 2위는 20% 이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야권 1위는 40%가 안되기에 무조건 진다.

1995년 선거는 애당초부터 집권여당과 정원식 후보는 사실상 상대가 안되었다. 조순 후보와 박찬종 후보 간의 대결이었다. 그래서 그 결과 역시 여당 정원식 20.67%, 야당 조순 42.35%, 무소속 박찬종 33.51%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 야권이 민주당을 벤치마킹하려면 그 대상은 1995년 선거가 아니다. 야권 단일후보로 박원순 시장을 만든 그때의 민주당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지금의 집권여당과 그 여당 후보는 1995년보다 훨씬 강하다. 지금의 제1야당과 그 야당 후보는 1995년보다 훨씬 강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자신감 갖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선거를 임함에 냉철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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