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입양가족연대 “정인이 사건, 문 대통령 말씀 틀려…문제는 입양이 아닌 아동학대”
전국입양가족연대 “정인이 사건, 문 대통령 말씀 틀려…문제는 입양이 아닌 아동학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1.05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극적인 정인이 죽음에 입양부모들 애통…그러나 정인이 한 명만 보고 만든 대책은 살아있는 모든 정인이 못 살려”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 사건이 사회는 물론 정치권에도 큰 충격을 던진 가운데 전국입양가족연대(수석대표 오창화)는 5일 성명을 내어 “입양은 죄가 없습다. 문제는 아동학대”라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고 입양 관련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지적해서다.

문 대통령은 “매우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 “입양 절차 전반의 공적 관리·감독뿐 아니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입양의 전 절차에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입양특례법 4조)는 원칙이 철저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다.

전국입양가족연대는 “비극적인 정인이의 죽음에 우리 입양부모들은 깊은 통절함과 애통함이 더하다”면서 “문 대통령의 말씀은 틀렸다. 정인이 죽음의 원인은 입양이 아닌 아동학대가 근본원인”이라고 밝혔다.

단체는 “내심 초조해하면서 우려했던 일이 대통령님의 말씀 한마디로 현실이 되었다. 이미 정인이의 죽음은 입양 전 과정이 아니라 입양 후 관리 중 학대 예방에 대한 공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게 밝혀진 후”라며 “그에 대한 후속대책도 주무부처로부터 지난 12월 초에 발표까지 되었다. 그 대책 어디에도 입양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사실 죽은 정인이는 한 명이 아니다. 2018년과 2019년 동안 가정 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70명으로, 그 아이들 중 40명은 친생부모에게서 죽임을 당했다”면서 “더 이상의 정인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살아있는 정인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지만 대통령님의 말씀은 틀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이번 사건에 입양은 본질이 아니라 문제는 아동학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죽은 70명이나 되는 정인이의 삶과 죽음을 모두 보아야 한다. 거기에 살아있는 정인이를 계속 살아있게 할 수 있는 대책이 있다”며 “국민적 공분을 받고 있는 단 하나의 사건 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는 것처럼 대처해서는 결코 살아있는 정인이를 지켜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분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은 진정한 대책일 수 없고 입양에 죄를 묻는다고 정인이가 살아오지 못한다. 입양은 죄가 없다”며 “문제는 아동학대”라고 재차 강조했다.

- 성명서 전문 -

입양은 죄가 없다. 문제는 아동학대다!

■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 정인이 죽음의 원인은 입양이 아닙니다.

아동학대가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비극적인 정인이의 죽음에 우리 입양부모들은 깊은 통절함과 애통함이 더합니다.

정인이가 병원에 실려와 사망한 날이 10월 13일입니다. 그날 이후 입양가족들은 조용히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었습니다. 정인이가 입양된 아동이고 가해자는 입양부모였기 때문에, 그저 같은 입양부모이고 입양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죄인이 되어야 했습니다. 평소 연락이 없던 지인들도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와 입양된 우리 아이들의 안부를 조심스레 묻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 정인이를 죽게 한 가해자의 잔인성이 폭로된 이후 입양가족들에게 나타난 현상입니다.

1월 4일 저녁 온라인 뉴스에 청와대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의 사후관리뿐 아니라 입양절차 전반에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말하자면 죽은 정인이에 대한 원인과 책임에 ‘입양절차 전반’도 문제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내심 초조해하면서 우려했던 일이 대통령님의 말씀 한마디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미 정인이의 죽음은 입양 전 과정이 아니라 입양 후 관리 중 학대 예방에 대한 공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게 밝혀진 후입니다. 그에 대한 후속대책도 주무부처로부터 지난 12월 초에 발표까지 되었습니다. 그 대책 어디에도 입양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은 없었습니다.

사실 죽은 정인이는 한 명이 아닙니다. 2018년과 2019년 동안 가정 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70명입니다. 모든 피학대 아동의 죽음은 다 비극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우리가 동의한다면, 죽은 70명의 아이들 모두 죽은 정인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아이들 중 40명은 친생부모에게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또한 한부모 가정에서 2명은 생부, 10명은 생모로부터, 미혼부모 가정에서는 8명의 정인이가 죽었습니다. 5명의 정인이는 동거부부의 손에, 2명은 재혼 가정 안에서 죽고, 입양가정 안에서는 1명의 정인이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입양가정은 죄가 적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70명의 정인이가 죽어가는 지난 2년 동안 지금처럼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적이 없습니다. 췌장이 끊어질 만큼 학대받은 정인이가 있었다면 여행용 가방 안에서 구겨진 채 밟혀 숨진 정인이도 있었습니다. 누가 더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더 이상의 정인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살아있는 정인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이번 사건에 입양은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문제는 아동학대입니다. 죽은 70명이나 되는 정인이의 삶과 죽음을 모두 보아야 합니다. 거기에 살아있는 정인이를 계속 살아있게 할 수 있는 대책이 있습니다.

국민적 공분을 받고 있는 단 하나의 사건 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는 것처럼 대처해서는 결코 살아있는 정인이를 지켜내지 못합니다. 공분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은 진정한 대책일 수 없습니다. 입양에 죄를 묻는다고 정인이가 살아오지 못합니다. 입양은 죄가 없습니다. 문제는 아동학대입니다.

아직 우리는 충분히 분노하고 슬퍼할 때입니다.

2021년 1월 5일

입양가족 당사자 단체 및 자조모임

전국입양가족연대, 강원입양한사랑회, 춘천한사랑회, 입양가족자조모임-한사랑회, 건강한입양가족모임(네이버카페), 입양가족자조모임-미쁜울, 입양가족공동체-아우르미,

한국입양선교회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