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中 공산당원 195만명 명단 유출, 한국에도 있을까?
[이슈분석] 中 공산당원 195만명 명단 유출, 한국에도 있을까?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1.01.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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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스파이 활동은 매우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스파이 활동은 매우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과 호주 언론들은 12월 13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공산당원 195만명의 명단을 입수했다”며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학교 등에 침투한 현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후 미국과 EU,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국 언론들은 이 명단 속의 공산당이 자국에 침투했는지 열심히 분석 중이다. 국내 친중매체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원 명단 유출 소식을 처음 전한 매체는 영국 데일리 메일, 호주 더오스트레일리안과 스카이뉴스 등이었다. 미국과 다른 유럽 언론들도 SNS 텔레그램을 통해 나도는 명단을 입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공산당원 195만명은 7만9000개의 당 지부에 속해 있었다.

명단에는 공산당원 195만명의 이름, 출신민족, 성별, 주소, 당원증 일련번호, 직위, 근무지, 주소지, 교육 수준 등이 나와 있다. 이들은 상하이 소재 외국 정부기관과 기업, 대학, 금융기관에 침투했다. 침투한 공산당원들이 내부에 세포조직(소지부)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영국·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언론들은 해당 명단을 제공한 곳이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인 때문에 신뢰성이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2020년 6월 서방 8개국 국회의원과 EU 의회 의원들이 결성한 IPAC은 코로나와 커진 반중정서 덕분에 현재 EU를 제외하고도 19개국 국회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민주·뉴저지), 영국 상원의 필리파 스트라드 여남작 등 자국에서 존경받는 상원의원들도 참여했다.

IPAC 측은 영국과 호주 언론에 중국 공산당 명단을 전달하면서 “해당 명단은 2016년 4월 상하이에 있던 한 반공민주화 인사가 공산당 서버에 접근해 목숨을 걸고 빼낸 것”이라며 “이 명단은 2018년 해외 반공단체 관계자에게 전해졌고 IPAC은 올해 결성한 뒤에 입수해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IPAC이 언론에 전달한 명단이 상하이 공산당 당원의 것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 상하이는 9200만명의 당원을 보유한 중국 공산당의 발상지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7월 23일 상하이 소재 왕즈루 106호(현재 싱예루 76호)에서 1차 전국대표대회를 열고 창당했다.

이때 참석한 지방 대표가 마오쩌둥, 리한준, 둥비오 등이다. 이 때문에 상하이는 표면적으로는 ‘중국 금융 중심지’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발상지’ 역할을 한다. 상하이 공산당 당원은 중국 내 당원 가운데 베이징 당원들만큼이나 고위직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 다국적 기업마다 수백 명 취업해 공산당 세포조직 결성

아무튼 언론들이 입수한 중국 공산당 당원 명단을 분석한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미국 우파매체 뉴욕포스트는 12월 13일 “자체적으로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영국·독일 외에 미국 기업과 기관에도 중국 공산당원이 침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상하이 미국총영사관에만 공산당원 3명이 근무 중”이라며 “3명 모두 한족 여성으로 ‘상하이 해외기관인력서비스(SFIS)’의 소개로 미국 총영사관에 취업했다”고 전했다. 이곳은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조직으로 상하이 주재 외교공관, 대학, 언론사에 인력을 소개하고 있다.

상하이 중국 공산당이 가장 많이 침투한 미국 기업은 방위산업 및 항공우주업체 ‘보잉’이었다. “보잉 중국 사업부에는 17개 공산당 지부 252명의 공산당원이 근무 중”이라며 “푸둥 소재 보잉 여객기 유지보수 본부에 49명, 푸둥 소재 보잉 화물수송기 유지보수 본부에 33명, 중국동방항공 소속 항공기 유지보수팀에 23명 등 중국 소재 보잉의 사업부마다 공산당 지부를 만들고 활동해 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통신장비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다국적 기업 ‘퀄컴’의 중국지사에도 공산당원 229명이 근무 중이었다. 무선통신사업부에 96명, 기업체 대상 반도체 설비 유지보수 서비스 부서, 5G 무선장비 관련 부서에 133명의 공산당원이 있었다. “퀄컴은 2018년 미국 국방부와 다단계 인증 보안체계 개발 계약을 맺었다”며 신문은 “당시에도 중국 공산당원이 퀄컴에서 근무했는데 이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뉴욕대가 상하이에 개교한 동중국 보통 상하이 뉴욕대 교수진과 노조원 가운데서도 71명이 중국 공산당원으로 드러났다고 신문은 밝혔다. 이밖에 화이자 중국 지사에도 69명의 공산당원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 주재 다른 다국적 기업과 외교공관, 대학도 공산당원들의 목표였다. 한국이 내년부터 도입하는 코로나 백신 제조업체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에도 62명의 공산당원이 근무 중이었다. 영국계 은행 HSBC와 스탠다드차터드(SC)은행에도 공산당원 60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었다.

뉴질랜드 ANZ 은행에도 공산당원이 수십 명 이상 있었다. 심지어 상하이 주재 영국 영사관에도 공산당원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영사관에서 고위직으로 일하고 있다. 뉴질랜드 영사관 또한 공산당원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했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롤스로이스, 보잉, 에어버스, 프랑스 탈레스에도 각각 수십 명 이상의 공산당원이 근무하면서 세포조직을 결성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서방국가들에 방산 장비를 납품하는 곳들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또한 공산당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서방 기업 가운데 공산당원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곳은 독일 폭스바겐이었다. 공산당원이 무려 7615명이나 근무하고 있었다.

중국원양해운(COSCO)은 사실상 공산당 기업 수준이었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영국 펠릭스토위에 모항을 두고 있는 COSCO는 현재 영국 컨테이너 운송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으며 영국에만 지사가 3곳이라고 한다. COSCO의 세계 118개 지사에 공산당원 2909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신문은 “앞서 언급한 기업들은 중국 공산당원의 취업을 전혀 제한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영국 매체는 “최근 미국 법원은 중국 국가안전부(MSS) 소속 해커 2명을 기소하면서, 이들이 여러 다국적 조직들을 목표로 삼아 코로나 치료 및 백신 제조법을 포함해 다양한 지적재산권을 절취하려 했다고 지적했다”면서 “이들의 희생양이 된 나라는 영국, 호주, 벨기에, 독일, 일본,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스페인, 한국, 스웨덴 등이었고, 해킹 목표가 된 기업들은 주로 첨단기술제조업, 의료장비, 기계제조, 교육, 게임 소프트웨어, 태양광 에너지, 제약, 방산 분야였다”고 지적했다. 즉 지금은 각 언론이 195만명에 달하는 공산당원 명단을 완전히 분석하지 못해 빙산의 일각만 드러났지만, 과거 중국 정보기관이 해킹하려 했던 목표로 보면, 공산당원이 어디에 침투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편 영국과 호주 언론에 이어 미국, 인도, 독일 언론 등이 상하이 중국 공산당원의 서방 외교공관과 기업 침투를 보도하자 중국 공산당은 당황한 듯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을 내놨다. 시작은 관영 매체였다. 중국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공산당원 명단이 공개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원은 9000만명이 넘기 때문에 중국에 있는 외국 외교공관이 공산당원을 특별히 배제하지 않는다면 직원에 공산당원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이어 “공산당원들은 대체로 보통 사람들보다 더 모범적이고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외교 공관이나 대기업이 공산당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면 해당 조직의 평균 수준이 중국의 중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라고 비꼬았다. 신문은 또한 “이번 공산당원 명단 논란이 영국, 호주에서 시작된 것을 보면 미국이 배후에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이 모인 ‘파이브 아이즈’가 중국 공산당에 대한 환상으로 눈이 멀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타임스의 주장은 그러나 서방 언론들에 전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 조롱을 당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가 나서 “이번 사건은 공산당원 개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이자 공산당에 대한 모욕”이라는 새로운 망언을 내놓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월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상하이 공산당원 명단 소식에 대한 질문을 받자 “관련 주장은 일부 반중 세력이 중국 공산당을 노리고 하는 히스테리컬한 훼방이자 모욕”이라며 “중국 위협론의 또 다른 버전일 뿐”이라고 답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이어 “중국 공산당원은 사회적 모범생이므로 외국 기관이나 기업에서 데려가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인민의 행복, 세계 평화, 인류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약속을 지키며 정정 당당한 정치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주장도 서방에서 먹히지 않았다.
 

영국·독일 그리고 미국의 기업과 기관에도 중국 공산당원이 광범위하게 침투했다고 뉴욕포스트는 보도했다.
영국·독일 그리고 미국의 기업과 기관에도 중국 공산당원이 광범위하게 침투했다고 뉴욕포스트는 보도했다.

사실로 드러난 미 국가정보국장의 경고

공산당원 명단 소식을 전한 매체들은 최근 존 랫클리프 미 국가정보국장(DNI)의 최근 경고를 함께 소개했다. 랫클리프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중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거대한 위협”이라며 “중국은 현재 미국과 끝나지 않는 대립을 준비 중”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에는 그 어떤 도덕적 한계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 예로 중국이 생물학적으로 강화된 능력을 지닌 ‘슈퍼솔저’를 만들기 위해 군인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랫클리프 국가정보국장은 또한 “중국은 간첩 행위와 속임수 등 국제규범을 거부하고 있으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경제적·군사적·기술적으로 지배하려는 야욕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때 국가정보국장 대행을 지냈던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주재 대사는 “미국 대학과 기업에 침투해 있는 중국 공산당원들은 오직 공산당에만 충성을 한다”며 “애국심이 투철한 중국계 미국인들은 지난 수년 동안 공산당원의 침투에 대해 거듭 경고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무시해 왔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맥락의 경고를 했다. 그는 12월 10일 조지아 공대를 찾아 연설을 하면서 “2013년 이래 미국 대학들은 최소 13억 달러를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받았다”며 “미국 대학들이 중국 공산당의 돈에 낚여 공산당원들이 학내에 침투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매년 미국에 보내는 유학생이 4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단순히 공부를 하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학은 이제 중국 공산당에 맞서 싸워야 하며 학생들은 학내에서의 언론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행정 당국은 중국 공산당의 자금을 받아 활동하는 조직을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끝으로 최근 논란이 된 민주당 소속 에릭 스왈웰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사건을 언급했다.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크리스틴 팡이라는 중국 유학생으로부터 선거 때마다 도움을 받았다. 크리스틴 팡은 선거자금까지 모금했다. 그런데 이 유학생이 알고 보니 중국 간첩으로 드러난 것이다.

한편 해당 명단 가운데 130만명이 수록된 명단을 찾아 살펴봤다. 중국어로 된 명단에서 이름 가운데 ‘한국’이 포함된 사람은 수백 명을 넘었지만 한국 국적자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조선족은 적지 않게 포함돼 있었다. 조금 꺼림칙한 부분은 명단 영문판이었다. 영문판에서는 한국 국적자들을 찾을 수 있었다. 두 명단 모두 IPAC을 통해 얻은 원판이 아니라 텔레그램과 온라인에서 나도는 것이어서 확증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 이 명단은 상하이 소재 외교공관과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는 중국 공산당원 명단이다. 상하이에는 30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을 비롯해 2만여 개의 외국계 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 가운데 중국 공산당원이 취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중국 정부의 주장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공산당원 명단은 여전히 기밀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 공산당원은 없을까. 2019년 말 기준 국내에 장기 체류 중인 조선족 중국인은 70만명, 중국인은 40만명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인은 대부분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지린성과 허베이성, 베이징, 텐진 등에서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중국인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공산당원이다. 베이징이나 허베이성 등은 공산당원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인들이 공산당원인지 아닌지도 구분하지 않고 취업을 시켜주고 한국인과의 결혼을 허용해 준다. 투자 이민 또한 공산당원 여부와 관계없이 돈만 내면 영주권을 준다. 이런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국내에 침투한 공산당원이 몇이나 되는지 짐작조차 어렵다.

상하이 공산당원 명단을 폭로한 매체들은 “명단 속 사람들이 간첩 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공산당 당원은 일반적인 정당 당원과 다르다. 이들은 당을 위해 목숨을 걸도록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중국 공산당원 수만 수십만 명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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