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정-학교-교회 공동체가 사회를 변화시킨다 ”
[인터뷰] “가정-학교-교회 공동체가 사회를 변화시킨다 ”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1.08 10: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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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레오기독국제학교 설립자 이종일 비손교회 담임목사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필레오기독국제학교. 성경에 기초한 세계관과 리더십 교육을 목표로 하는 기독학교와 미국의 교육과정과 교재를 사용하여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학교의 장점을 통합한 대안학교다.

필레오국제학교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위해 다음 세대의 영적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는 데 교육의 철학을 두고 있다. 필레오(Phileo)는 헬라어로 ‘사랑’이라는 뜻. 하나님과 부모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고 교육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학교가 위치한 곳은 설립자인 이종일 목사가 이끌어가는 비손교회의 사역 현장이기도 하다. 이 목사는 기독국제학교를 통해 ‘신앙 공동체, 정서 공동체, 교육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2014년 한 기독교국제학교를 맡은 후 학생수가 30명에서 530명까지 늘어나는 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자 저희들은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인원들과 진정한 신앙 교육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까’하고 말이지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와 2018년 3월 필레오기독국제학교를 시작했습니다.”

필레오기독국제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 학년 교육과정이 준비되어 있다. 영성과 실력을 갖춘 교사진들이 기도하며 학생들을 양육한다. 현재 6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비대면 과정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필레오기독국제학교. 이곳에서 학생들은‘ 신앙공동체·정서공동체·교육공동체’를 이루며 영적 엘리트로 성장해 가고있다.2020년 12월 30일638호weekly201230.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필레오기독국제학교. 이곳에서 학생들은‘ 신앙공동체·정서공동체·교육공동체’를 이루며 영적 엘리트로 성장해 가고있다.

- 학교에서 신앙과 교육, 정서적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 사이에 유대감이 끈끈할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함께 등교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동안 인근 카페에서 학부모들이 모여 기도회를 하고 성경을 읽는데 성경을 1년에 4독 하는 분도 계시고요. 또 학교 일정이 다 끝났는데도 남아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어머니들이 손수 돌아가며 집밥을 만들어주기 시작하셨어요. 더 놀라운 것은 아버지들이 퇴근하면서 학교에 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셔요.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함께하는 ‘밥상공동체’까지 되었습니다. (하하)

이종일 목사가 가정과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것은 아내의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한창 열심히 목회를 했을 때였다고 한다.

가족 사진에 없던 아빠, 가정 천국을 이루기까지

남자는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안일은 아내에게 맡겨놓는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저는 사역에만 열심히 임했습니다. 또 제가 목사이니 아내와 아이들은 하나님이 알아서 보살펴 주실 것으로 믿고 제 할 일만 열심히 했던 거죠. 그러다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바로 직전이었어요.

황당했죠. 수술과 치료를 하고 2005년에 미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둘째 아이가 다섯 살 쯤 가족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 속에 제가 없는 거예요. 키우지도 않는 개는 그림 속에 있는데 말이죠. 가족들이 손잡고 있는 그림 속에 저는 없었어요. 아버지 부재, 이것은 전문가가 볼 때 심각한 거죠. 그후 1년 동안 가정을 우선으로 열심히 돌보고 목회하고 그랬어요. 1년 후에야 가족 그림에 제가 등장하더군요.

- 가족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깨달으셨군요.

그렇습니다. 그때부터 가정을 최우선으로 섬기면서 살았어요. 미국에 간 지 6년쯤 됐을 때였습니다. 미국의 어떤 아이가 임사체험(臨死體驗. 죽음 이후를 체험하는 것)을 하고 쓴 책이 있는데 큰 아이한테 이 책을 읽고 요약을 해주면 용돈을 주겠다고 했어요. 어느 날 저녁 아이가 다 읽었다고 하더군요. 아들 둘과 제가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책 이야기를 했죠. 아이가 그러더군요.

“아빠, 천국에 가면 느낌이 어때?” 그런데 제가 가봤어야 알죠. (웃음) 그때 영감을 받아 이렇게 대답했어요. “오늘 저녁 엄마가 맛있는 밥 해주셨지? 그리고 아빠랑 너희 이렇게 셋이서 지금 재밌게 이야기했지? 우리 가족의 느낌이 어때?” 아이들이 ‘굿’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가족의 느낌이 좋을 때의 상태에서 그것이 영원한 것이 천국의 느낌이야.” 그랬더니 아이들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자리에서 ‘예스’ 그래요. 그때 눈물이 핑 돌더군요. ‘아, 나는 다 이루었구나. 내 인생은 성공했다. 이거면 다 이룬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죠.

- 그런 체험들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된 것인가요?

그런 셈이죠.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참 많이 울었고 교인들과 함께 기도했어요. 한국 청소년들을 긍휼히 여기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미국에 살 때는 주변 이웃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한국 아이들은 입시에 찌들어 고통 받고, 그것 때문에 가족 간에 갈등을 겪는다는 소식을 많이 접했습니다. 심지어 자녀가 엄마를 찔러 죽이려고 했던 사건도 있었거든요.

그런 뉴스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면서 한국으로 돌아가 청소년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시처럼 갖게 됐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전국청소년연합회 집회에 강사로 참여하게 돼 가족과 함께 들어왔다가 남았습니다. 그 당시 제가 미 영주권 신청을 해 놓았는데 일이 꼬이는 바람에 한 달 안에 나가라는 편지를 받았거든요. 변호사를 써서 일을 진행하면 어려움 없이 영주권이 나오는 문제였지만 저는 그것을 한국에 남으라는 말씀으로 받고 미국에 있는 교인들에게 영상으로 작별 인사를 했어요. 그 다음해 1월 이곳에서 개척을 한 겁니다.
 

필레오기독국제학교 설립자 이종일 비손교회 담임목사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난 뒤 얻은 소명

필레오기독국제학교는 이제는 입소문을 통해 많은 학생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지만 자리가 잡히기 전까지는 재정적 위기 등 난관이 많았다고 한다. 더 이상 학교운영이 어렵겠다고 생각했을 때 이종일 목사와 동역자인 권홍성 교목은 학부모들에게 그러한 사실을 솔직히 전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학부모들은 ‘이렇게 좋은 학교는 없어지면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고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해 이사장을 선출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학교를 살리십시오.’ 학부모들의 자발적 헌신은 눈물겨웠고 그렇게 학교는 성장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공동체를 이루자 자연히 신앙이 없던 학부모들이 신앙을 갖게 되고 이어 학생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떤 한 학생이 뒤늦게 입학을 했는데 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기존 학생들은 모여서 논의를 하다가 이 학생이 욕을 할 때마다 꼭 껴안아 주기로 결정을 한 게 아니겠습니까. 그랬더니 이 학생이 욕을 안 하고 변화가 된 거예요. 공동체가 스스로 자정의 능력을 갖고 그러한 문화 안에서 영향을 주게 된 거지요.

교육이 무엇일까요? 성숙하고 거룩하고 인격적인 문화를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 아닐까요? 그 문화 속에서 자랄 때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선하게 견인해 가는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필레오기독국제학교는 영성과 인성뿐 아니라 지성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독서와 토론 중심의 인문학적 교육과 함께 새로운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예술교육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또한 오감을 자극하는 신체활동을 통한 다양한 실험과 체험교육 그리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발표와 참여를 격려하는 학습자 중심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 대학 입학사정관 정식 자격증을 가진 상담가가 진학상담을 해주고 있으며 전공에 맞게 학생 개별적으로 커리큘럼을 짜준다고 한다. 재작년(2018년) 여름 첫 졸업생이 나왔고 뉴욕대, UC얼바인, 시드니대 등 미국과 호주 등 유수의 대학에 학생들이 진학했다.
 

- 궁극적인 교육의 목표랄까요, 추구하는 방향이 있으신가요?

저는 자연스럽게 하나님이 나를 어디로 인도하실까 하고 기다렸는데 학교를 하게 해주셨어요. 이를 통해 많은 가정들이 회복됐습니다. 교인들은 제가 가정이 천국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다가 요즘 그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것을 확산시켜 가면 한국 교회가 부흥을 통해 대형화하는 교회가 아니라 가족이 모여 가정이 변화되는 교회, 그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대단한 지위의 엘리트가 아니라 정서적, 영적 엘리트로 자랄 수 있는 교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요셉은 형들이 노예로 팔았지만 하나님이 함께 하셨기 때문에 요셉으로 인해 그가 있는 곳마다 형통함을 주셨습니다. 요셉이 감옥에 가면 요셉으로 인해 그 감옥이 형통해졌고 총리를 맡으면서 이집트가 더 부강해졌어요, 그게 천국의 엘리트인 겁니다. 하나님 나라의 엘리트를 키워내는 공동체를 세우고 싶고 그 소망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교회가 잘 주목하지 않는 성경 구절이 있어요.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는 것, 바로 이것이 창세기부터 계속 나오는 메시지라고 보고 있습니다. 야곱과 에서는 쌍둥이인데 처지가 뒤바뀌죠. 하나님과 우리 인간 중 하나님이 큰 자인데 낮고 천한 곳으로 오셔서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섬기셨어요.

부모가 자녀를 섬기는 것, 남편이 아내를 섬기고, 돈 있는 사람이 돈 없는 사람을 섬기고, 사장이 직원을 섬기는 것입니다. 갑이 을을 섬기는 것이에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지금 지옥이죠. 갑질하는 사회잖아요. 갑은 을질을 하는 것이지 갑이 갑질하면 그곳은 지옥이 되는 겁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의 규율이죠. 저는 아이들에게 을질하는 갑이 되라고 말합니다.
 

‘갑질’ 하는 사회는 지옥, 갑이 을을 섬기게 하는 교육

- 여러 혼란을 겪는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주신다면 어떤 내용일까요?

제가 작은 학교와 교회를 하면서 갖는 소망은 이겁니다. 세대가 가야 한다는 것이에요. 가치관의 변화, 문화의 변화여야 하는데 이것은 시스템이 잠깐 바뀐다고 해서 바뀌지 않아요. 조그만 집과 차에서 큰 집과 큰 차로 바꾼다고 사람이 바뀌지 않거든요. 시스템이 아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세대가 바뀌어야 가능합니다.

변화된 세대가 진보할 수 있도록, 더 선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은 교육이에요. 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물드는 겁니다. 지식을 전달해서 키우는 것은 아이들을 기술자로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변화시키는 것은 물들게 하는 것이에요. 인간을 물들게 하려면 그 주변의 선한 무리가 선한 영향을 끼쳐야 하는 겁니다.

그 영향을 끼치는 최소단위가 바로 가정이죠. 가정이 변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가정이 먼저 변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의 가정이 추구하는 것은 아이를 이 사회에서 성공시키는 것이에요. 그러다 보니 엄마 아빠가 돈 벌어 아이를 학원으로 돌립니다. 이래서는 바뀌지 않죠. 저희는 세상의 가치를 교회로 끌고 와 접목시킵니다. “여기 오세요. 좋은 대학 갈 수 있어요.” 이게 저희의 셀링 포인트죠. (하하)

부모에게 있어 아이는 인생의 모든 것이에요. 이 아이들이 여기 와 행복해하고 소망을 갖고 미래를 그리는 것을 보면 부모들도 마음이 열리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에 동의하게 됩니다. 이렇게 부모들을 변화시켜가고 그리하여 학교 공동체, 가정 공동체, 교회 공동체가 함께 변해서 이 아이 하나를 키워가는 거예요.

한국 사회에 근원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면 가정을 만져줘야 하기 때문에 교육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과 교육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가장 선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교회가 나서야 해요. 물론 그 선한 콘텐츠를 왜곡시킨 교회도 많습니다만 교회가 가정과 교회를 만져 정서적으로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영적으로 엘리트들을 키워내는 것, 그 엘리트들이 조금씩 조금씩 나와 사회에 진출해서 영적 엘리트들로 하여금 사회에 영향을 끼치도록 만드는 것, 선한 문화의 전파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한국 사회를 살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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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2021-01-08 20:12:27
한국교육에서 꼭 필요한 리더쉽이십니다.
응원합니다

양김부부 2021-01-08 19:23:10
멋진 목사님 응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