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주택 인허가 건수의 급격한 하락, 주택공급 차질 초래
[데이터로 보는 세상] 주택 인허가 건수의 급격한 하락, 주택공급 차질 초래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3.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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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폭등하고 있다. 주택공급이 충분한데도 주택가격이 올라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주택공급의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 건수를 보면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29일 내놓은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20년 전국 주택 인허가 건수는 45만7514건으로 2019년(48만7975건) 대비 6.2% 감소했다. 2020년 인허가 건수는 2013년(44만116건) 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셈이며 최근 5년 평균(63만7386건)과 비교했을 때도 28.2% 적다. 이 통계는 매월 국토교통통계누리(http://stat.molit.go.kr)에 발표되며 1년에 한번 ‘국토교통통계연보’에 12개월분을 합쳐 발표된다.


서울의 주택 인허가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2020년 서울 주택 인허가는 5만8181건으로, 2009년(3만6090건) 후 가장 적어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의 서울 주택 인허가 건수는 최근 5년 평균(8만3426건)과 비교하여 30.3% 감소한 수치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번 정부의 주택 공급 물량이 과거 정부보다 늘었다”고 강조한 것과 달리 실제 공급 물량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통계는 보여주고 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림 1>을 보면 서울 주택 인허가 건수가 2017년 11만 건 이상으로 피크를 이룬 후에 2018년 이후 매년 5만∼6만여 건으로 2017년 인허가 건수의 반 정도 밖에 안 되는 매우 낮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2018년 6만5751건, 2019년 6만2272건, 2020년 5만8181건으로 3년 연속 줄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역풍이 일고 있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역풍이 일고 있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

경기·인천까지 포함한 수도권 인허가 건수는 25만2301건으로 전년 27만2226건 대비 7.3% 감소했으며 2014년(24만1889건) 이래 가장 적었다. 지방 인허가 건수도 20만5213건에 그쳐 전년(21만5749건) 대비 4.9% 줄었다. 2010년(13만6324건) 이래 최저 수준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심화

주택 공급 절벽 우려가 큰 서울은 인허가 건수 이외에도 주택 착공 실적마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착공은 전년 대비 14.4% 감소한 6만8068건에 그쳤다. 이는 과거 5년 평균에 비해서도 19.3%나 감소한 수치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전달(2만3620가구) 대비 19.5% 감소한 1만9005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5월 1만8756가구를 기록한 이후 18년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왜 서울·수도권에서 주택 인허가 건수가 줄고 있는가?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심해 주택 건설 인허가 건수가 늘어나기 어려웠던 점을 들고 있다. 또한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을 꾸준히 지적해 왔지만 정부는 “지나친 우려”라며 무시해왔다고 말한다. 


전국에 빈집이 152만 채(2019년 기준)에 달하는 실상을 외면한 채 명목상 104%라는 주택보급률에만 매몰돼 고집을 피우며 엉뚱한 진단으로 투기 엄단이라는 허상에 갇혀 안이한 공급 대책과 규제 일변도 정책을 밀어붙인 정책 실패가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경제학 원론에서는 ‘가격 결정은 수요와 공급 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이뤄진다’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의 가격 결정도 또한 거시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부동산의 가격에 다수의 다른 요인들인 금리, 심리, 유동성, 전세가율, 개발 호재, 생활여건, 소득수준, 인구 등이 작용한다. 수도권으로 주택 수요가 몰리니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면 주택가격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주택 인허가가 난 후 대략 3년 후에야 주택이 완공되니 2018∼2020년의 낮은 주택 인허가 건수는 결국 향후 3년 동안도 서울 등 수도권 주택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부족한 주택공급으로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 가능성이 높고, 주택대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공급 부족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월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으로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셈이다. 그 골자는 정부·지자체·공기업이 주도하여 2025년까지 서울 32.3만 호, 인천·경기 29.3만 호, 기타 5대 광역도시 22.0만 호로 전국 83.6만호의 주택 부지를 추가 공급하고 주택건설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공공 부문만으로는 주택 공급 한계

2025년까지 전국에 83.6만 호를 다 지어 공급까지 완료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그 후 확보한 부지를 통해 공공분양(70∼80%), 공공자가&#8901;공공임대(20∼30%)를 혼합하여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에 32.3만 호 규모는 분당신도시 3개에 해당하며 강남3구 아파트 수와 유사한 규모이다. 

정부주도 공공개발은 현지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후암특계1구역. /연합
정부주도 공공개발은 현지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후암특계1구역. /연합

기존의 주거복지로드맵 및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추진 중인 수도권 127만 호 공급계획을 합치면 수도권에 약 200만 호 공급계획으로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의 공급계획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민간의 도움 없이 공공만으로 원활한 주택공급이 이루어질지 확실하지 않고 현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이런 계획이 지속가능하게 수행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또한 단기간에 주택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를 배제한 점은 주택공급 의지를 의심케 한다. 집에 대한 중과세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활발한 주택거래를 통한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중요한 것은 주택공급이 수년 내에 이뤄지지 않아 심리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공공분양, 공공자가, 공공임대 등으로 ‘공공’이 모두 붙어 공공아파트의 질적인 성장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좋지 않아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까지 정부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불로소득은 환수한다’는 부동산 정책기조 아래 24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급등 전세대란이라는 실패를 낳았다. ‘시장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 시장에서는 ‘규제’보다는 ‘공급’을 원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부동산 가격 급등을 우려해 강남 재개발·재건축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급을 차단해 온 것이 대표적인 규제이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는 단기적으로는 투기수요를 자극하여 부동산 가격을 올릴 염려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을 늘려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올해 서울 입주 예정 아파트는 2만6940가구로 지난해(4만8758가구)보다 45%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의 아파트 공급절벽이 현실화하는 상황이며 수요 시장은 이런 현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결국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민간에 의한 재건축·재개발 완화, 용적률 등에 관한 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완화 등을 통하여 거래를 활성화하고 민간 건설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장경제 위주의 ‘특단의 공급 대책’이 아니라면 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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