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부동산에 무능한 정부, 잘못 끼운 단추부터 풀어야
[전문가진단] 부동산에 무능한 정부, 잘못 끼운 단추부터 풀어야
  • 김현아 전 국회의원·도시계획학 박사
  • 승인 2021.04.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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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정직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2대책부터 1년 반 지날 때까지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오로지 투기수요 때문이라고 했다. 1년 반 정도 허송세월하다 뒤늦게 신도시로 공급확대 정책을 얘기하는데 문제는 신도시 정책을 발표하고도 공급이 부족하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시장과 시장 기능에 대한 무지와 무시, 정책 타이밍 무능 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다 보니 중간에 바꿀 수 없어 이 지경까지 왔다. 


최근 서울 경기 아파트 매매값, 전세값 상승폭이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한마디로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더 오르면 큰일 나는 상황, 더 오르면 안 되는 상황에 온 것이다. 정책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니 미래의 수요가 앞당겨 집을 샀는데 그것도 한계가 온 것이다. 대출도 안 되고 경제 여건도 안 좋고 거래 가능한 집도 없으니 상승폭이 둔화되는 것은 갈 데까지 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3억 원이 올랐는데 100만 원 떨어진 것을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지금은 전반적으로 수요자들의 소득수준이나 자금조달 능력이나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공시가격 상승으로 국민들이 큰 세 부담을 안게 되었는데 부동산 세금정책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세금정책을 정상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 정책은 단기 수요 억제, 투기소득 환, 조세정책 본래의 목적 등 복합적이다. 

도심 재개발은 제한하면서 주택공급은 줄고, 신도시 개발정책을 남발하면서 부동산 투기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도심 재개발은 제한하면서 주택공급은 줄고, 신도시 개발정책을 남발하면서 부동산 투기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세금정책 정상으로 돌리는 게 우선 

하지만 하나의 정책으로 여러 목적을 달성하려다 보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많이 생긴다. 조세정책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득이 생기는 데 조세 부과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예측 가능하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지금처럼 벌금을 부과하듯 하면 안 된다. 


공시가격이 공평하지 않다. 예를 들면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똑같은 주택가격 시세를 보이지만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다 다르다. 옛날부터 다른 이유도 있고 평당가격의 문제도 있지만 각각 현실화율이 다른 것은 지금 정부가 전체 평균으로 묶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은 공시가 현실화율이 70%이고 어느 지역은 40%다. 이를 평균 내서 몇 프로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주민을 속이는 것이다. 정부는 언제까지 기한을 두고 공시가 70%로 간다고 말하는데 40%인 사람과 70%인 사람 속도가 같을 수 없다. 정부는 어떤 속도로 가고 있는지 밝히지 않는다. 일단 속도가 정상적이지 않고 절차적으로도 국민들에게 현실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측면이 있다. 


두 번째는 단기간에 집값이 너무 올랐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현실화율을 높이면 세금이 증가한다. 그런데 집값이 급등한 상태에서 현실화율을 높이면 조세 부담이 갑자기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집값이 올랐지만 팔기 전에는 이익이 생기는 게 아니다. 1가구 1주택의 경우 팔고 집을 사려면 옆의 집값도 모두 오른 상태로 이득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한테 주택을 하나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세 부담을 늘리면 가뜩이나 가계소득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처분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제에 굉장히 부담을 주는 것이다. 


원래 세금효과와 관련된 원칙으로 조세정책을 펴면 이렇게 주택 재산세가 갑자기 급등할 수는 없다. 만일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그때는 공시가격을 그만큼 내려줄 것인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조세정책은 나중에 집값이 떨어져도 꾸준히 세수가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정부 조세정책은 비정상이다. 투기와 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 이득에 대한 일종의 벌금 성격을 갖는 등 너무나 다양한 목적을 갖고 있다. 정부로서는 (부동산 조세정책이) 세금을 걷는 일종의 현금인출기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재산세를 거부하지 않는다. 조세정책의 목적을 단순화하고 점진적으로 하되 지속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된다. 


정부가 보유세 양도세 취득세를 모두 다 올렸다. 집권 여당은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은 국민의 10%밖에 안 된다고 말을 한다. 10%에게만 부담이 가는 것이니 90%는 세금 부담이 없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이는 속임수다. 10%가 세금을 좀 더 많이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90%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수만이 불이익을 본다고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한다. 이게 바로 부동산 정치다. 정책의 수혜 여부를 유권자들의 표수로 계산해 결정하는 방식, 선거 공약적인 정책을 부동산 정치라고 말한다. 아무리 소수일지라도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에 대한 정당성,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지불 가능성이 예측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폭력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는 부동산 가격만 급등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는 부동산 가격만 급등시켰다.

나머지 90%에게도 언제든지 가해질 수 있는 위협이다. 국민들은 자기 일이 아니더라도 남이 받는 폭력적인 정책의 불합리한 부분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나도 언젠가 정부 정책으로 인한 폭력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하면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소득에 부합한 세금을 매기는 원래의 조세정책으로 가야 한다. 엉켜버린 조세정책과 부동산 경기조절 정책들을 제자리 찾게 해줘야 한다. 매물이 나와 숨통이 트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타이밍에서는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되 양도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 보유세의 경우도 소득이 없는 고령층은 형편이 안 될 경우 차곡차곡 이자 붙듯 이연시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나중에 자신이 죽고 난 뒤 이 집을 상속하거나 처분할 때 생긴 이익을 갖고 세금을 한꺼번에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조세정책과 경기조절정책이 혼합된 이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약간의 숨통을 틔워주는 거래세 완화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기능을 무시하고 시장·인간의 기본적 욕구와 욕망에 무지하고 정책적으로 무능한 3무(시장에 대한 무지, 시장 기능을 무시, 정책타이밍 무능)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갑자기 무리하게 끌어가며 계속 그런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경제 상황과 맞물려 LH 사태로 인해 신뢰 문제가 생기면서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 끌고 가기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책이 잘못됐다고 시인하기는 했지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고 난 뒤에도 유지될 것인지 의심스럽다. 4·7 재보궐 선거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본다.


선거에서 진 뒤에야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여권에서도 약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방향도 선회가 필요하다. 일단 LH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공공주도로 가는 것은 무리, 불가능하다고 보고 속도조절을 통해 공공의 역할을 줄이되 그 역할이 유실되지 않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고 민간의 참여 방식이나 형태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주택공급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신도시를 짓는 방식은 더 이상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이 정부가 처음에도 얘기했다. 집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다주택자들이 많이 갖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고 팔 수 있게끔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한다면서 신도시를 왜 저렇게 많이 짓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정책에 모순이 있는 것이다. 

신도시 정책과 기존주택 성능 개선 방식 같이 가야

앞으로도 주택공급을 꾸준히 하는 것은 필요하다. 공급 방식에 낡은 주택을 새 주택으로 교체하는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지금 도심의 주택들이 주거환경이 낡은 것 아닌가? 이를 방치한 채 외곽으로만 신도시를 늘려가는 것은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게 아니다. 농지나 토지 투기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인데 신도시 개발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원인 제공 요소들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부동산 문제가) 국토부에서 정책을 수립하거나 청와대 정책결정자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정부의 손발 역할을 해 온 LH 사태가 터지면서 손발에도 문제가 생긴 셈이다. 국민이 정책을 수립하는 고위공직자도 믿지 못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도 믿지 못하면 한마디로 패닉 상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상태가 오면 일단 모든 것을 멈춰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시작한 옷 입기는 역으로 끼우던 단추부터 다시 풀어야 한다. 그것처럼 가장 최근에 발표한 것들을 먼저 돌이켜야 하는데 그게 2·4대책이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이 LH 사태가 터지고 나서 2주 만에 한 말이 “부동산 적폐청산 강력히 추진하겠다”였다. 부동산 투기, 적폐는 왜 생기는가? 가격이 오를 만한 요인이 있을 때다. 그게 신도시 개발이다. 


신도시 개발은 그냥 놔둔 채, 또 그 신도시에 LH 직원이나 정치인들이 차명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팽배한 이때 신도시를 그냥 밀어붙이는 것은 단추가 잘못 끼워진 상태로 끝까지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도시 정책에서 메인 주택은 재개발 정책이든 리모델 정책이든 다양한 방식을 포함한 기존주택성능 개선방식도 같이 가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처음 이야기했듯 다주택자들이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양도세를 많이 올려놨기 때문에 양도세를 줄이면 매물이 많이 나올 수 있다. 단기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거래세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 선진국의 경우 도심에 사는 노인 가구들이 교외로 나가고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이 도심에서 주택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교환제도와 같은 것들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방식은 집을 새로 짓지 않아도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방식들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을 새로 짓는 것만 생각하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리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1~2년 동안 주택가격이 너무 오른 것은 미래세대가 불안해하면서 영끌로 주택을 많이 샀기 때문으로 본다. 따라서 30대들의 수요가 지금처럼 무한정으로 이어질 수 없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미래세대가 자꾸 불안해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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