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美 인플레이션 논쟁, 진실은?
[심층분석] 美 인플레이션 논쟁, 진실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4.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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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대한 백신 접종과 함께 20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에서 지금 인플레이션 논쟁이 뜨겁다.

미국경제의 인플레이션 상황은 2017~2019년 3년간 각각 2.13%, 2.44%, 1.81%로 연평균 2.13% 물가상승률을 기록해 왔으며 2020년 물가상승률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1.4%를 기록했다. 2021년 2분기 기저효과로 일시적 물가상승이 나타나더라도 높은 실업 등 경제내 상당한 장애요소를 감안할 경우 지속적인 인플레 상승 위험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판단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수요 급증으로 일부 서비스 섹터(항공, 호텔, 여행 등) 공급에 병목현상이 있더라도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큰 만큼 공급자들은 가격인상보다는 수요를 분산 또는 이연하는(demand rationing) 방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결국 지속적인 인플레 압력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회복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3월 16~17일 미국의 통화와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FOMC는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동결(0.00~0.25%)하고 자산매입을 지속(매월 최소 국채 800억 달러 및 MBS 400억 달러)하는 기존의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가기로 결정(11인 전원 찬성)했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자료로서 경제전망(SEP)에서는 최근 추가 재정부양책 통과, 백신 접종 진전 등을 반영해 경제성장률 및 물가 전망치 중간값(median)이 상향 조정되고 실업률은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 결정문 수정 과정에서 2022년 및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을 예상한 참석자는 각각 1명→4명, 5명→7명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느냐 아니냐는 이미 논쟁의 주제가 아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단지 그 강도와 기간만이 문제될 뿐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한 미 통화당국의 입장은 한마디로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로 정리된다. 미국의 총수요와 실업률이 아직은 장기적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시장에서는 최근 가파른 물가 오름세로 인해 美 연준위(Fed)가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개시할 것이란 우려가 함께 나오면서 패닉에 가까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실제로 Fed는 2021년 6월부터 매월 1200억 달러씩 매입해 온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의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은 시장 유동성의 증가분이 감소하면서 국채 금리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

여기에 차기 Fed 의장감이라는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의 별도 연설도 심상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브레이너드는 미국실물경제협회(NABE) 화상 콘퍼런스에서 “올해 억눌린 수요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과거 수십년간 봤던 것보다 더 강력한 성장을 목도할 것”이라며 “작년 3~4월 물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로 다음달부터 물가상승률이 Fed의 관리 목표인 2%를 넘어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의 평가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조정하면서도 정작 금리인상을 전망한 FOMC 위원이 18명 중 7명에 그친 점은 앞으로 연준이 완화정책을 지속하는 시그널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2024년 상반기까지 금리동결 전망을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경제의 키를 쥐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국 경제의 키를 쥐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견조한 경기회복, 우려되는 금리

JP모건은 정책금리가 수년간 동결되는 가운데 테이퍼링(자산매입)이 통화정책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나, 파월 의장이 논의 자체를 언급하기도 이른 시기라고 강조함에 따라 시장참가자들이 이에 적응하고 신뢰를 형성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2~3년은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시티은행은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개시를 위한 ‘상당한 추가 진전’까지는 ‘상당기간(some time)’이 필요하다고 재강조한 점을 들어 2021년 4분기중 테이퍼링이 개시되고, 인플레의 효과로 2022년말 금리인상을 전망한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추세와 금리인상의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역시 미국의 경제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크게 완화된 데다 백신 보급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활동 제약 완화에 대한 기대가 증대되고 있다. 특히 백신 상황을 보면 미국 Stringency Index(방역조치 강도를 나타내는 지수, Oxford 기준)의 경우 2020년 11월말 지수는 75.5에서 12월말 71.8, 2021년 1월말 71.8, 같은 해 2월 22일 68.1로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 신규 확진자수 및 병실 입원 환자수도 2월말 기준, 정점 대비 각각 75.7%, 62.4% 감소한 6.0만 명, 5.9만 명으로 하락했다. 신속한 백신 보급을 위한 미 정부의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금년중 집단면역 달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가계 및 기업 여건도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중 가계저축의 큰 폭 증대, 주식·주택 등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크게 증대되었고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기업 166개 중 매출은 75%, 순이익은 80%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기업들도 예상보다 양호한 영업실적, 업황 전망을 기록하고 있다. 

가처분소득대비 가계 저축률(BEA 기준)은 2020년 12월 13.7%로 장기평균(2010~2019년 7.3%)을 크게 상회한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최근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로 금년 중 민간소비 증가율이 0.8%p 높아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금년 1월 미국 제조 기업의 업황지수(Business Tendency Survey, OECD 기준)는 101.4로 2018년 9월(10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기업의 설비투자 지출 계획도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이러한 경기회복 시그널은 현재의 예상대로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미국의 금년중 GDP는 주요 선진국중 가장 빠르게 2019년 수준을 만회하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경기침체기의 정부 지원 효과는 2001년 IT버블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빠르고 신속하게 민간소비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미국의 경기회복이 이렇게 빠르게 진행된다면 미 연준위는 유동성 공급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다는 예상을 낳게 된다는 것이고, 결국 금리인상 역시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낳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바이든 정부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결단할 것인지가 미 경제의 중장기 전망을 결정하는 변수가 된다.

만일 경기회복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천문학적으로 풀어낸 유동성에 제동을 걸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이미 자산으로 흘러들어가 자산 인플레이션을 만든 금융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충격으로 인한 자산가격 조정이 어느 정도에 이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美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기자 간담

“美 인플레이션 금방 사라질 것”

지난 3월 16~17일 회의에서 美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동결(0.00~0.25%)하고 자산매입을 지속(매월 최소 국채 800억 달러 및 MBS 400억 달러)하는 기존의 완화적인 정책기조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제롬 파월 의장과 기자들 간의 주요 질의, 응답 내용을 <미래한국>이 입수해 보도한다.(편집자주)

- 경제전망요약(SEP)상으로 보면 실업률은 내년부터 매우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은 2023년까지 2%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어 연준의 양대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2023년까지 금리인상을 기대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전망요약(SEP)은 FOMC의 예측이 아니며 이에 대해 토론이나 승인을 하지 않고 그 결과에 따라 정책 반응을 고려하지도 않는다. SEP는 각 참석자들의 예상들을 단지 종합한 것이므로 이에 대해 제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FOMC는 향후 완화적인 통화정책 해제(lift off)를 위한 명확한 3가지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① 노동시장 상황은 단순히 실업률만 아니라 광범위한 지표를 고려했을 완전고용을 달성
 ②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2%에 도달해 한동안 약간 높은 수준을 유지
 ③ 약간의 기대 요소

- 가계의 저축이 많은 상황에서 억눌린 수요가 폭발할 수 있는데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그것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지?

이와 관련 우리는 가계의 저축 규모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재정지원에 따른 정부이전 규모와 가계의 소비성향에 대해 평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에 말했듯이 지금은 기저효과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step up)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빨리 사라질 것이다.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지출이 늘어날 것이고 놀라운 일이 아니며 우리는 이것을 상대적으로 다소 완만한 물가 상승으로 보며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공급 측면에서도 압력이 발생할 것이며 1회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약 2%에 강하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물가가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 코로나로 인한 유로존의 회복 부진이 미국의 경제 회복을 저해할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는지?

회복의 속도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 미국이 글로벌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연준의 목표는 미국의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달성이며 우리는 글로벌 경제가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해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미국의 강한 수요는 경제가 개선됨에 따라 수입 등을 통해 글로벌 경제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이 순조로운 백신 보급 등을 통해 더 빠르게 성장하기를 희망하며, 미국은 좋은 길을 가고 있고, 매우 강력한 재정지원이 다가오고 있으며, 예방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걱정하지 않는다.

- 재정정책 지원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상흔(scar) 등 경제의 잠재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간의 재정정책이 우리가 팬데믹 초기에 염려했던 장기적으로 경제에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우려들을 피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CARES법 등 의회의 조치로 인해 회복은 예상보다 빨랐다. 그간의 조치는 사람들의 잃어버린 소득 보전과 정상생활로의 복귀를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던 것이라면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며, 인적 기술 및 적성에 대한 투자, 공장 및 시설에 대한 투자,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등이 요구된다.


- 연준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편하게 용인할 수 있는지?

지난 수년간 2%의 인플레이션 달성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 달성하지 못했다. 이제 FOMC는 실제로 2%를 약간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실현하고자 하는데 이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너무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새로운 통화정책프레임은 예측에 따라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실제 데이터를 보고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새로운 관행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며 연준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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