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친문 사이트를 통해 본 20대 남성의 분노
[심층분석] 친문 사이트를 통해 본 20대 남성의 분노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4.28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남평등 이룩하여 평등조선 건설하자!”

1946년 남로당 여맹위원장 유영준이 내건 슬로건이다. 남녀평등도 아니고 여남평등이다. 해방직후 먹고 살기도 힘든 판국에 ‘여남평등’을 주장하는 것 자체도 파격적이다.

그런데 ‘평등조선 이룩하자’는 말에서는 오히려 ‘아하 그랬구나’하는 고개 끄덕임이 생긴다. 요즘 페미단체들의 주장과 그대로 일치하는 구절이다. 좌파단체들이 항상 주장하는 ‘남녀평등’ 그리고 ‘평등사회 이룩하자’는 말과 그대로 매칭되는 구절이다.

필자가 남로당 여맹위원장 유영준을 알게 된 것은 사실 우연이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좌파 사회에서는 대모처럼 여겨진다.

문재인 정권 쪽 사람들도 한명숙 전 총리 명예를 회복시켜준다고 안간힘이다. 왜 그럴까? 그 계보를 따라가다 보니 툭 튀어나온 인물이 남로당 여맹위원장 유영준이었다. 

1946년 11월 13일자 독립신보에 실린 유영준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조선 여성들이 깜둥이를 많이 낳는 이유를 아십니까? 악덕 유한마담들은 모두 흰 아이를 배게 될 거예요.

그러나 그들은 돈이 있으니까 의사를 끼고 낙태를 시킬 수도 있겠지만 흑인에게 짓밟히는 것은 하층 계급의 여성들일 테니까 하는 수 없이 열 달을 채워서 ‘깜둥이’라도 낳는 수밖에 없지요.” 당시 국내에는 미군기지가 본격적으로 건설되지도 않았을 때다.

유영준이 말하는 ‘깜둥이’는 해방 직후 미 군정 하에서는 보기 드물었다. 2차 세계대전만 해도 대체로 흑인은 미군 전투병이 아니었다. 

한국전 때부터 흑인이 미군 전투병과에 본격 배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1946년에 이미 남로당 여맹위원장 유영준은 소위 ‘깜둥이 아이’를 언급하면서 반미선동을 한 것이다. 이것 역시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과 직결되는 사항이다. 

유영준은 남로당이 와해되면서 1947년 월북했다. 북한에서 유영준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되고 1949년 조국전선의장단 의장, 1956년 적십자사 부위원장, 1958년 경공업성 부상까지 지냈다.

우리가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하는 장면이 있다. 김일성이 휴전협정에 사인하는 사진이다. 김일성 옆에는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두봉이고 그 옆에 삐딱하게 뒷짐지고 있는 이가 바로 박정애 중앙위 서기다. 김일성 옆에는 항상 박정애가 있었다. 

박정애는 1945년 초대 북조선 여성동맹 위원장을 지냈고, 1959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권력 서열 5위)을 지냈다. 박정애는 김일성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

김일성 1인독재권력 형성에 박정애는 큰 역할을 했다. 모택동의 문화혁명에도 그 선봉장은 여자당원이었다. 소위 해방공간에서 여성해방을 외치던 여성단체의 본 모습은 공산당의 선봉대였다. 

4 · 7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자들은 압도적으로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4 · 7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자들은 압도적으로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청년 창업 지원에 남성은 역차별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보수우파가 한다면 바로 역풍 맞는다. 케케묵은 ‘색깔론’이라고 단칼에 입막음 당해버린다.

보수우파는 그동안 페미스트들의 주장이나 행동에 속수무책이었다. 반격의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4.7 보궐선거 후 판도가 바뀌었다. 20대 남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자의 무려 72.5%가 오세훈 후보에 표를 던졌다.

40대 이하 젊은층은 진보 여권이라는 등식이 깨졌다. 집권 여당도 놀라고, 국민의힘 등 야권도 놀라고, 국민 모두가 놀랐다.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언론에 나오는 분석을 보면 대체로 이대남은 이념보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크며 집권 세력의 위선에 더 크게 분노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러 해석과 설명 가운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좌파 커뮤니티의 분석이다. 보배드림, 클리앙, 82쿡 같은 사이트 게시판의 글들이 보다 현실적이며 직설적이다. 4·7 보궐선거 직후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이대남을 욕하는 글과 함께 페미니스트를 저격하는 글이 동시에 올라왔다.

특히 페미니스트를 저격하는 글은 여성우대정책에 따른 남자들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글 내용들도 매우 구체적이다. 베스트 글에 올라온 내용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일부 창업지원사업에서 여성들에게 높은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특허권 보유자의 가산점은 0.5점에 불과하지만 단순히 여성지원자에게는 3점이 가산된다는 것이다. 무려 6배나 높다. 해당 내용은 2018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관련 사항이다.

창업 아이템을 보유한 만 39세 이하의 예비·초기창업자 450명을 선발하는데 선발된 창업자들은 1년간 1억~2억 원의 시제품 개발 사업비는 물론 창업공간, 실무교육, 전문가 밀착 코칭 등을 지원받는다. 졸업 후에도 정책자금 마련, 마케팅·수출, 보육·코칭 등 혜택이 있다.

2018년 청년창업사관학교는 450명 선발에 2227명이 몰려 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기에서 이대남은 심각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댓글 반응도 폭발적이다. ‘자신도 친문이지만 이번 정권의 페미니즘 정책에는 질렸다’고 하는 댓글도 볼 수 있다. 보수 야권을 지지한 ‘이대남의 분노’에 동감한다는 댓글이 친문 사이트에 이렇게 많은 적은 처음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2011년부터 이어져온 대표적 청년 창업 지원 사업으로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다. 그런데 장애인 가산점은 올해 2021년부터 폐지되는데 여성에 대한 가산점은 그대로 유지된다.

코로나로 인해 기존 일자리마저 없어진 상태에서 젊은이들은 창업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968억 원이다. 

올해 청년창업사관학교는 1065명을 선발한다. 5484명이 지원해 5.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성 가산점은 3점으로 가장 높게 책정되지만 현역군인 가산점은 폐지됐다.

군가산점 폐지에 대해 “2018년부터 성별영향평가법이 시행돼 이 사업도 여성가족부 평가를 받는데 여성 비율을 더 높여야 하기 때문에 군인 가점을 폐지했다”고 중기부 기술창업관계자는 언론에 밝혔다.

결국 여성가족부의 여성우대정책은 결과적으로 이대남 역차별을 가져온 셈이다. 

친문 성향의 글들이 주도하는 보배드림 게시판에 종종 등장하는 사진이 있다. ‘뒷짐진 여경’ 사진이다. 거리에서 범죄자 체포과정이나 교통사고 수습하는 모습에서 여경들은 뒷짐지고 수수방관하는 사진이다.

이른바 ‘Auto- K 여경’ 모습이다. 상황 수습을 못하고 ‘어떻게, 어떻게’만 연발하는 여자들의 반응을 여경에 빗대 표현하는 네티즌 용어다. 과거에는 경찰 순찰차 1대에 남성 경찰관 2명이 타고 있었다. 그래서 취객이나 범법용의자 체포에 경찰차 1대면 어지간하면 해결됐다.

그런데 이제 여경이 많아지면서 순찰차 1대로는 취객 1명도 감당하기 어렵다. 포털 사이트에는 남녀 경찰관이 주취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여경)의 대응이 미숙한 것이 여러 번 노출되었다.

힘센 취객이나 범죄자를 체포하려면 경찰차 3대까지 달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남녀 경찰 1명씩 배정된 순찰차 3대라고 해봐야 용의자 체포하는 경찰은 남성 경찰 3명뿐이기 때문이다. 

남성 역차별의 대명사로 취급되던 '당직 안 서는 여경'문제를 4월 19일자로 중앙일보가 기사회 했다.
남성 역차별의 대명사로 취급되던 '당직 안 서는 여경'문제를 4월 19일자로 중앙일보가 기사회 했다.

뒷짐진 Auto-K 여경

사실상 여경은 힘센 취객 상대로는 역부족이다. 그렇다 보니 일부에선 ‘Auto-K 여경’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친문, 친여 성향의 네티즌 조차 뒷짐진 여경을 비판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무분별한 여성우대정책과 페미니즘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것이 최근 친문성향 사이트 흐름이다.

특히 이대남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여경 채용 확대에 대한 반발 여론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 정책 기조에 따라 2022년까지 여경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공채 때 여경 비율을 25%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여경은 치안조무사 노릇 밖에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많이 뽑는 건가요”, ‘치안 박살나겠다“, ”여경들 다 내근직으로 몰고 남경들만 죽어나겠다“ 등의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남들이 문제 삼는 것은 ‘AuTO-K여경’만이 아니다. 바로 초등학교 교사 채용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베스트 글 11위부터 20위 권에도 주목받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다름 아닌 초등학교에서 뽑는다는 숙직전담직원 채용 문제다. 인터넷 채용사이트에 ‘야간당직전담직원’이라고 검색하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채용 공고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남자 교사를 찾기 힘들다. 대부분이 여자 교사들이다. 여교사들은 야간 당직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야간 당직 전담직원을 뽑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남자는 당직서야 하고 여자들은 당직에서 빠지고 별도로 당직전담요원을 뽑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을 한다. 그리고 이것도 세금 낭비라고 지적한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초등학교에는 남자 교사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데 여성단체들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하면서 일제히 군가산점 폐지를 주장했고 그 결과 군가산점이 폐지됐다.

군 복무를 하고 나서 교사임용시험에 나서는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또한 과거에는 초등학교 교사를 육성하는 교육대학에 진학하면 남학생들은 군복무를 6개월만 하면 됐다. 그런데 그것조차 없어졌다. 초등교사 지망 남학생들이 급격히 줄어든 요인이 되었다. 

이대남들이 주장하는 것은 특혜시비가 아니라 역차별 방지다. 여성단체들은 ‘남성 중심 사회탈피’라는 슬로건 아래 여성 할당제를 관철시킨 바 있다.

따라서 ‘극심한 여초현상을 빚고 있는 초등학교에 남자교사 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 것 아니냐’는 것이 이대남의 이유 있는 항변이다. 
초등학교에서의 ‘남자교사 품귀 현상’은 저출산 문제와도 연결된다.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이대남에게 결혼은 꿈 같은 이야기다. 반대로 안정적인 직장과 함께 계속 근무하면 연금까지 보장받는 여교사에게 결혼은 그저 ‘선택’ 사항일 뿐이다.

대표적인 친여 사이트 중 하나인 ‘82쿡’에도 과도한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곧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다.

막상 자기 아들은 군대 다녀와도 아무런 혜택도 없고 앞으로 각종 시험을 봐야 하는데 친구 딸하고 비교하니 자기 아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50대 주부들의 한탄은 더 커진다.

과거 페미니스트였지만 아들을 두고 보니 그게 아니라는 반성이다. 결혼하는데 신랑측은 최소 수억의 집을 마련해야 하는데 신부측은 혼수만 준비하면 끝 아니냐는 비교였다.

게다가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전세마저 잡기 힘든 세상이 되다 보니 50대 여성들도 반문으로 돌아서게 됐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50대 여성의 오세훈 후보 지지율은 58.5%로 박영선 후보 지지율 40.3%보다 무려 20% 가까이 높다. 이대남의 분노는 급기야 청와대 게시판에도 불을 지폈다.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4월 16일 올라왔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3일 만인 4월 19일 오전 8시 55분 기준으로 4만5838명이 동의했다.

이대남의 분노에 놀랐는지는 몰라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4월 18일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주장했다. 남녀차별 논란 등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 최대 100일간 의무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이대남의 분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대남이 바라는 것은 ‘혜택’이 아니라 ‘공정’이다. 남자든 여자든 똑같이 공정하게 대접해 달라는 것이다.

여자라서 우대받고 남자라서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능력 그대로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대남의 분노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말한다. 평등이 아니라 공정의 가치다. 이념의 잣대가 아닌 공정의 잣대로 페미니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