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코로나 백신 늑장 접종 그 불편한 진실
[전문가 진단] 코로나 백신 늑장 접종 그 불편한 진실
  • 최재욱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4.30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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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늑장 형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국민의 고통
미국, 영국 등은 6월 말이면 집단면역 형성과 경제활동 정상화 기대

백신접종과 집단면역의 형성 그리고 경제의 정상화 측면에서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은 ‘백신접종 후진국’, ‘집단면역 늑장 형성’ 국가로 예측되는 불편한 진실이 엄연한 현실이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어려움을 겪었던 나라들이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서구 국가였던 것을 돌이켜 보면 이들 국가의 백신 개발의 과학기술적 우위와 국가 백신 정책의 저력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백신접종률이 전 국민의 30%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감염전파 차단 효과 즉, 신규확진자수와 감염 확산이 감소하는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3, 4월 들어 전체 인구 중 백신접종률이 30%를 넘었다.

따라서 감염 통제의 가시적 효과가 나면서 감염을 통제할 수 있고 코로나 유행을 통제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되었다. 국민이 코로나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고 경제가 정상화 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된 것이다.

실제 이스라엘, 영국, 미국 등에서 야외 활동부터 마스크 착용에서 해방되는 등 코로나19의 통제와 고통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반면 우리 현실은 참담하다, 4월 19일 국민 중 1차 예방접종률(아워월드인데이터)을 보면 현재 3.15%로 OECD 가입국 37개국 가운데 34번 째다.

이제 겨우 170만 명을 넘기는 수준으로 1차 예방접종을 완료했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나라 128개 국 가운데 63위에 불과하다.

예방 접종률은 이스라엘(61.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영국(48.2%), 칠레(40.1%), 미국(38.7%)의 순이다. 작년 초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수 폭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스페인(17위), 독일(18위), 프랑스(20위) 등 서유럽 국가들도 백신접종률이 높은 편이다.

11월 집단면역 형성만을 바라보는 편협한 정부의 정책 목표도 이미 뒤늦은 참담한 상황이지만 인구의 30% 이상 예방접종률을 달성하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방역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애써 침묵하고 있는 현실은 더 불편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쳐가는 국민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 방역시스템은 잔인해 보인다.   

미국은 한국의 백신 스와핑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쿼드 동맹국에 우선 공급할 뜻을 밝혔다./미래한국
미국은 한국의 백신 스와핑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쿼드 동맹국에 우선 공급할 뜻을 밝혔다./미래한국

백신 확보와 정책에 국민과 전문가의 불신 증대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백신의 확보와 접종은 급하지 않다’, ‘백신접종율은 낮지만 확진자수가 적어 괜찮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은 아무 문제없다’라는 안이하고 변명에 급급한 정부 당국의 주장은 여전히 황당하기 그지없다.

국민의 고통과 경제적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이러한 정부의 주장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당연히 백신 확보를 미리 하지 못해 방역 정책이 실패하고 국민에게 고통과 불편함이 지속된 현 상황을 솔직하고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정부 그리고 전문가와의 신뢰와 공조이다. 이미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발표와 주장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신뢰를 거둔 지 오래이다.

그렇지 않아도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과 불신 탓에 백신접종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번지면서 방역정책이 붕괴되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솔직하고 투명한 소통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혹독하고 힘든 보릿고개를 극복해야만 하는 국민에게 최소한 희망을 주고 불신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백신 확보와 방역 정책 신뢰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물론 좋은 소식도 있다. 한국은 2021년 실질 GDP가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경제가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최초의 OECD국가가 될 것으로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한 바 있다.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민간 소비 및 투자의 성장을 촉진하고 대외적으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수요 증가의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인 경제의 회복은 기업에는 청신호이겠지만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그리고 자영업자 등 서민 경제는 경제 회복의 격차와 불균형이 클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지쳐가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민관 그리고 산업계가 백신 조기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백신 공급회사들과 백신 공동 개발 혹은 생산을 추진하거나 국내 라이센스 생산을 적극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백신접종이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의 특수한 코로나 상황을 고려할 때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면 국민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 될 수도 있겠다.

국내 민간 바이오의약산업의 역량과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백신 스와프 제안은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백신 확보 방안으로 한미 백신 스와프 체결 제안은 미국이 한국에 먼저 백신 물량을 긴급 지원해주고 이후 한국의 바이오의약 회사들이 미국의 기술을 도입해 국내에서 백신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 공동생산 혹은 라이센스 생산이 가능해지면 향후 생산한 백신을 미국에 되돌려 주는 것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백신을 개발, 생산하고 있는 국가들은 이미 백신을 자국의 전략통제물자로 지정해 생산, 해외 반출 그리고 기술이전을 통제하고 있다.

전략통제물자관리에 관한 자국 규정의 예외 조항과 한미 혹은 한국 유럽간 FTA 규정 내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은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감염병 위기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한미동맹 간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5월 하반기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백신 확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큰 바이오의약산업 생산 인프라와 임상연구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가 향후 백신 공동생산 혹은 글로벌 백신 개발 및 생산에 파트너로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바이오 기업이 외국 기업과 위탁생산 혹은 라이센스 생산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시설과 기반 투자 등 수익성과 재원 조달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바이오의약산업의 백신 국내 생산을 위한 재정적, 정책적 지원책을 획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꼴지 수준의 한국 코로나 백신 접종률./채널A 캡쳐
꼴찌 수준의 한국 코로나 백신 접종률./채널A 캡쳐

백신 미래대안은 K-방역과 자화자찬 방역 정책실패 교훈에서 준비해야  

과거 K 방역 프레임에 사로잡힌 정부의 K백신 개발과 국내 생산이라는 편협하고 국수적인 정치적 개입과 같은 정책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한 코로나 백신 주사기 역시 중소기업과 삼성의 피와 땀으로 만든 것이다, 정부가 주도한 것도 아니며 K주사기로 정치적으로 포장할 것도 아니다.

민간 바이오의약산업계가 소신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기업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냉엄한 백신의 국내외 정치경제학적 현실과 지난 방역정책과 백신 확보의 정책실패를 겸허히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바람직한 백신 확보 미래대안이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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