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주민자치기본법 제대로 알자
[전문가 진단] 주민자치기본법 제대로 알자
  • 유동열 미래한국 자문위원·자유민주연구원 원장
  • 승인 2021.05.07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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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가 아니라 독재 권력 추구

지난 1월 29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대표발의) 등 19명의 의원이 발의한 ‘주민자치기본법안’을 놓고 자유민주진영 내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팽배해 있다.

모 교수는 <주민자치 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2021.3.12.)이라는 책을 발간했고, 이에 분노한 애국인사들은 관련 내용으로 중앙 일간지 광고까지 내보냈다. 과연 그러한가?

주민자치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민자치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산화로 가는 길목인가?

주민자치법안(김영배 의원 대표발의)에 대해 사회주의 이행법이니 공산화의 길목이니 하는 주장이 팽배해 있어 필자는 면밀하게 법 조항 전체를 살펴봤다.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이 법안에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조항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 법안에 일부 조항은 명백히 자유민주적 원칙에 훼손하고 반하는 독소 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법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비약이다.

사회주의(공산주의) 이론과 전략전술(혁명론) 및 운동사를 정확히 안다면, 결코 이런 주장을 펼칠 수 없을 것이다. 

첫째, 이 법안은 사회주의(공산주의)에 반(反)하는 법이다. 그 이유는 이 법안이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운영원칙인 ‘민주주의 중앙집권제’(일명 민주집중제)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민주집중제란 레닌이 창안한 공산당의 조직운영원리로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사주의 국가나 정당, 단체들이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의미하는 ‘민주주의’와 단일한 중앙에 대한 철저한 복종과 규율을 의미하는 ‘중앙집권’의 결합을 의미한다. 

공산당세력이 선전하기에는 당론이나 조직정책을 결정할 때 충분히 민주적으로 토론하되(민주), 당론이 결정되면 똘똘 뭉쳐 따른다(집중)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민주’는 간데없고 ‘집중’만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북한이나 사회주의 국가에서 행해지고 있는 민주집중제를 보면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중앙집권제만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인민들이나 하부기관들의 의견이 중앙으로 모아지는 기능은 사라지고 오직 수령 또는 중앙당의 지시만이 일방통행식으로 하달되는 절대권력의 집중현상만을 낳고 있다. 

이 원칙은 조선로동당 규약 제11조와 북한 사회주의헌법 제5조에 명시되어 있다. 

제11조 당은 민주주의중앙집권제원칙에 따라 조직하며 활동한다.
 1) 각급 당 지도기관은 민주주의적으로 선거하며 선거된 지도기관은 선거 받은 당 조직앞에 자기의 사업을 정기적으로 총화보고한다.
 2) 당원은 당 조직에, 소수는 다수에, 하급당 조직은 상급당 조직에 복종하며 모든 당조직은 당중앙위원회에 절대복종한다.
 3) 모든 당 조직은 당의 로선과 정책을 무조건 옹호관철하며 하급당 조직은 상급당조직의 결정을 의무적으로 집행한다.
4) 상급당 조직은 하급당 조직의 사업을 계통적으로 지도검열하며 하급당 조직은 자기의 사업정형을 상급당 조직에 정상적으로 보고한다.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 중)
제5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모든 국가기관들은 민주주의중앙집권제원칙에 의하여 조직되고 운영된다. (북한 사회주의헌법 중)

또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지하 조직이나 공개 조직들도 규약이나 회칙 및 비밀강령 등에 예외 없이 채택하고 있다. 과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등 대부분의 조직들이 민주집중제를 조직운영원리로 채택한 바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민자치기본법안을 보면,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가 중앙정부나 법정 지방자치단체의 의사와 관련 없이 지역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집행한다는 것은 명백히 민주집중제에 어긋나는 것으로 사회주의 조직 입장에서 보면 이른바 반동 법안인 것이다. 

둘째, 이 법안은 북한 인민위원회를 지향하는 법도 아니며, 도리어 이와 배치되는 것이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방주권기관법’(1974년 제정, 2012년 수정)에 지방 인민회의와 인민위윈회를 규정하고 있다.

동 법 제5조에 “지방 주권기관은 모든활동에서 민주주의중앙집권제원칙을 구현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인민위원회가 한국의 ‘주민자치법안’처럼 주민들의 의사 자율성과 결정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가? 라고 반문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법안이 북한 인민위원회를 지향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도리어 북한체제를 정당화시켜주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또한 이 법안이 6·25 남침전쟁 시 남한 각지를 점령했을 때 설치한 인민위원회와 유사한 성격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잘못된 주장이다. 전시 인민위원회가 북한 김일성과 당의 지시에 의해 움직였지, 언제 주민들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한 적이 있다는 말인가?

북한 인민위원회나 6·25 전쟁 당시 북한이 설치한 인민위원회의 성격을 제대로 안다면 이런 주장을 전개할 수 없는 것이다.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이란 책자에서 주장하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관련 기술은 동의하기 어려운 논거임을 밝힌다.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라면 저런 주장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주민자치기본법안을 비판하는 책
주민자치기본법안을 비판하는 책

문재인식 독재권력 연장법이다!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에서 지적하고 있는 독소 조항이라는 부분은 자유민주주의적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점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 공산주의 지향법이라고 확대 해석하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특히 이 법안이 주민자치조직이 중앙정부를 무력화시켜 사회주의로 이행하려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동 책자의 저자 주장을 역으로 수용해보자. 저자는 문재인 정부가 헌법개정 등을 통해 사회주의로의 체제변혁을 기도한다고 주장했는데, 주민자치 조직이 중앙정부(문재인 정부)를 무력화해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려 한다는 주장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된다.

중앙정부가 자본주의 정권인데, 이 법안을 통해 좌익들이 주민자치 조직을 장악해 중앙정부를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로 이행한다면 몰라도 앞뒤 논리구조가 전혀 맞지 않는 오류 투성이의 논거이다.

주민자치법안을 정확히 평가하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미명 하에 주민조직을 장악하여 문재인식 독재 권력을 계속 연장하려는 의도를 가진 법”이라고 비판해야 한다.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이란 책을 저술한 분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아는 분이고 동지이다. 이 분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 수호를 위해 현직 재직 시나 퇴직 후에도 열심히 애국 활동을 해오셨다.

그 점은 존중하나, 이번 건은 잘못 접근한 것임을 지적한다. 

그래서 침묵하려 했으나 해악이 너무 심해 이 분야 전문가로서 권위를 가지고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좌파가 우리를 향해, “쟤네들은 뭐든지 일만 생기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붙인다”라고 역(逆) 색깔론을 제기할 때 어떻게 항변할 것인가?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몇몇 분이 저에게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바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거절했다.

그 이유는 토론이란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별이 어려울 때 하는 것이지, 명백한 사실(fact)를 놓고, 예를 들어 여자를 놓고 여자냐 남자냐고 토론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백해무익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지, 특히 좌파진영뿐만 아니라 자유우파진영에서도 진실과 사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 풍조가 난무하고 있다. 이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발전에도 해악이며 한국현대사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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