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보고] 미 의회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현장을 가다
[현지 보고] 미 의회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현장을 가다
  • 조평세 미래한국 편집위원·트루스포럼 연구위원
  • 승인 2021.05.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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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지난 4월 15일 미 의회에서는 대한민국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주제로 한 청문회가 열렸다. 미 의회 산하 톰 랜토스(Tom Lantos) 인권위원회에서, 지난 12월 통과되고 올해 3월 30일 시행에 들어간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한국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를 문제시하며 강력한 비판을 가한 것이다. 

일명 ‘김여정 하명법’이라고도 불리는 대북전단금지법은 작년 6월 북한의 김여정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이를 막을 법이라도 만들 것을 요구하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즉각 관련 법률 개정안을 강행처리해 통과한 법이다. 

이 대북전단금지법은 사실 미국의 북한인권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2004년 시행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매년 ‘자유로운 대북정보 유입활동’ 등에 미국이 200만 달러를 지원하는 근거가 되는 법안이다.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은 이 ‘자유로운 대북정보 유입활동’을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청문회에서 위원회의 크리스 스미스 공동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이 시민사회와 북한 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성경, 반-BTS 법(anti-Bible, anti-BTS law)”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작년 신기욱 스탠퍼드대 사회학 교수가 경고한 “한국 민주주의의 부패(democratic decay)”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안녕을 고려하지 않은 대북정책을 일관하고 있으며 동시에 과도하게 친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아시아 전문가 고든 창 변호사는 한국의 현 정부 여당이 ‘자유’라는 단어를 헌법과 교과서에서 삭제하려는 시도와 언론 장악을 통해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사례, 그리고 5.18특별법 등을 소개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이 아닌 북한 정권이 원하는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증인으로 발언대를 잡은 이인호 전 주러대사는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게 된 ‘촛불혁명’ 자체가 정교하게 계획된 혁명적 쿠데타였으며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정권을 탄생하게 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것이 군복이 아닌 민주화 투사의 망토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 선동된 혁명이었기 때문에 그 위협을 감지하거나 막아내지 못했으며, 이제는 한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뿐 아니라 중국과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독립국가로서의 공화국마저 잃어버리게 된 위기의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신랄했던 한국 정부 비판

한편 세 번째 증인이었던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은 북한의 인권 상황과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인권 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추며 한국 상황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하려고 했다. 이후 크리스 스미스 의장의 반복적인 질문을 받고 나서야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다음 증인으로 나선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탈북자들의 강제송환 등을 예로 들며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정권을 나서서 도와주고 있다고 고발했다. 또한 탈북자들이 풍선과 페트병에 담아 북한으로 보내는 쌀, 마스크 등의 생활용품을 보여주며 이것들이 위협적이거나 도발적이라고 법으로 막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다음 증인으로 나선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전수미 변호사의 반론이었다. 제시카 리 박사는 ‘위민크로스DMZ’와 같은 미국 내 친북단체들과 오랫동안 협력한 경력이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이 북한과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밝힌 인물이다. 

작년 12월 기고문에서는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임기 100일 이내에 한반도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청문회 바로 전날에 증인 명단에 추가된 전수미 변호사는 작년에 갑자기 국회 증인으로도 나타나 탈북자들과 대북전단 활동에 대해 근거 없는 음해와 루머를 퍼뜨려온 인물이다. 

그의 증언들은 이미 국내 언론과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대부분 거짓으로 밝혀진 바 있다. 미국 현지에서 전수미 변호사는 북한 문제 전문가나 인권변호사로 사전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순전히 한국 정부의 강력한 입김에 의해 채택된 증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의 입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했다. 제시카 리 연구원은 ‘인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했고,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내에서 인권 억압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정부에 대한 비판이 충분히 허용되고 있다며 앞선 증언들을 반박하기도 했다. 

전수미 변호사는 대북전단이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을 자극해 안보 위기를 초래한다는 정부 입장을 반복했다. 거기에 더해 북한 주민들은 이미 바깥 정보를 잘 접하고 있으며 대북전단금지법 반대를 주장하는 탈북자들은 전체 탈북민 중 1% 정도의 극소수일 뿐이라는 등의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또한 탈북자들이 대북전단 활동을 하는 이유가 오로지 미국 등의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거짓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랜토스 청문회의 미 민주당 의원들은 시작부터 전수미 변호사를 특별히 ‘탈북자 인권 변호사’로 주목하고 조명했다. 심지어 증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지막 발언에서 한 민주당 의원은 노골적으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변호한 제시카 리와 전수미 변호사, 그리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존 시프턴 국장만 언급하고 다른 증인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의 민주당이 이처럼 나서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잘 반영해 이번 인권위원회의 본래 취지를 방해하려고 시도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총공세적인 대미 로비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의 대미 로비 자금은 작년 상반기 기준 1억65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액수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이스라엘, 그리고 중국도 뛰어넘는 로비 자금이다.

이러한 대미 로비 공세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기조를 수립하는 첫 100일에 또 다시 집중적으로 투하되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남은 레임덕 1년의 윈도우 동안 또 다른 ‘평화쇼’를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도 과거 행정부와 차별되는 대북정책을 내놓아야 할 부담이 크다. 이에 정부 여당은 워싱턴에 막대한 자금을 풀어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다방면의 대미 로비와 여론전을 펼치며 미국 정치권의 대북정책 관련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끼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주미대사관은 여야의 거물급 정계 인사들이 속해 있는 브라운스타인 하야트 파버 슈렉(Brownstein Hyatt Farber Schreck)이라는 로비스트 회사와 6개월 동안 월 3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국 정부가 이 회사에서 콕 집어 고용한 인물은 에드 로이스(Ed Royce) 전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크 베기치(Mark Begich) 전 민주당 상원의원이다. 26년의 공화당 의원 생활을 한 에드 로이스는 대표적인 친한파 인물로서 북한인권 문제에 매우 강력한 목소리를 내오며 탈북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정치인이다.

에드 로이스 전 의원은 이제 한국 정부에 고용되어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지지했던 북한인권법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법안을 위해 로비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한편 한국 정부 차원의 여론전도 심상치 않다. 작년 12월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국제사회가 경악하며 반발했을 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북한전문 매체 ‘38노스’에 해당 법안을 변호하는 기고문을 올린 바 있다. 송영길 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미국의 입장을 정면 반박하며 대북전단 살포행위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궤변에 더해 대다수 탈북민들도 이 법안에 동의한다는 거짓말까지 늘어놓았다. 

앞서 서호 통일부 차관도 또 다른 북한전문 매체 ‘NK뉴스’에 비슷한 논조의 글을 기고했다. 그리고 1월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미 의회와 유엔에 같은 주장이 담긴 서한을 보냈고 2월에는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를 지역구로 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잡지인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관련 기고문을 실었다. 

송영길 의원의 기고에 이어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미주지역지부도 “대북전단금지법은 인권을 살리는 평화법”이라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2017년 문재인 정권 집권 이후 거의 종북 수준의 극좌 인사들로 완전히 물갈이된 평통 미주 지부들은 사실상 미 의회 등 해외 정치권과 언론을 대상으로 북한 정권을 위한 로비 활동의 주체로 활약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청문회 직후에도 전 세계 7개 평통 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를 겨냥해 미국의 “냉전 반평화 정신”을 규탄했다. 

미국 내 친북 한인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들은 '로 카나' 미 하원의원을 포섭해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 결의안'을 발의하게 한 바 있다.
미국 내 친북 한인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들은 '로 카나' 미 하원의원을 포섭해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 결의안'을 발의하게 한 바 있다.

위협적인 문재인 정부의 대미 로비 공세와 여론전

미국 내 친북성향의 한인단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평통의 이 논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일제히 대북전단금지법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4일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4.27민+평화 손잡기 미주 위원회’는 워싱턴 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지 말 것”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29일에는 미국 전역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는 대표적인 친북단체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도 미국이 한국의 법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어 왈가왈부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는 서한을 의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청문회 이후에는 곧바로 국내외 79개 단체가 공동으로 성명을 내어 위원회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시카 리와 전수미 변호사의 증언은 옹호했다. 

미국에서 재미 한인단체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지난 116대 의회에서는 미주 한인 유권자 단체인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로 카나(Ro Khanna) 하원의원을 포섭해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 결의안’을 발의하게 했고, 로비활동을 총동원해 코로나 록다운 시국에도 짧은 시간 동안 민주당 51명과 공화당 1명의지지 서명을 받아냈다.

비록 117대 의회가 시작되면서 발의안은 폐기되었지만 이들은 이 경험을 통해 극진보성향의 의원들만 공략해 초당적인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는 교훈을 얻고 이번에는 보다 전략적으로 무게감 있는 중진 의원을 발의자로 포섭해 확장성을 키우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한인유권자 단체인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도 비슷한 교훈을 얻고 로비 전략을 수정하는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 뉴스와 언론에도 재미 한인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종종 소개되는 김동석 KAGC 대표는, 최근 평통 주최 강연회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 결의안을 성사시키려면 “중도적인 의원들을 전략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며, 미 정치권이 극심하게 양극화된 현 상황에선 최대한 “공화당 쪽 의원들도 공동 발의자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도 청문회 자체를 막거나 피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정면 돌파해 청문회를 미국 정치권을 설득할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친북적인 재미한인 단체들의 입장에 교감이라도 한 듯, 한국 정부는 이에 발맞춰 전수미 변호사를 증인으로 추천하는 등 필요한 지원 사격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집요하고 전략적인 로비와 여론전을 통해 미 민주당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이제껏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한 목소리를 내왔던 미 의회가 한국 정부 로비에 의해 분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곧 발표될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와 5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한국 정부의 대미 로비는 더 박차를 가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노력이 북한과 남한의 두 정권에 이로울지는 몰라도 양측 주민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가 막힌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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