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선영아 군대 가자’
[심층분석] ‘선영아 군대 가자’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5.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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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징병제, 갈등의 시작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들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70%대의 몰표를 행사했다. 이후 언론들을 통해 그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에 반발한 젠더 갈등이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들이 등장했다.

그 중심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있었다. 그는 국회의 여성할당제, 그리고 군 가산점 폐지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이를 20대 남성들의 안티 페미니즘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했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성의 병역의무 문제가 뜨거운 논쟁으로 달아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국방개혁 2.0’을 공약했다. 여성 인권 운동의 강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 및 시대적 요구를 고려할 때 여성의 군 참여 확대 이슈는 문재인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국방개혁 2.0의 핵심 아젠다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7년 8월 “남성만의 실질적 독박 국방의무 이행에서 벗어나 여성도 의무 이행에 동참하도록 법률개정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2017)에 올라왔다. 이 청원은 당시 12만3000여 명의 지지를 받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청원을 거론하며 “국방의 의무를 남녀가 함께 하게 해달라는 청원도 재밌는 이슈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18년 6월까지 여성 징병제와 관련하여 약 160건의 청원이 추가로 제기되었으며 인터넷상에서도 여성 징병제의 주제를 둘러싸고 남녀가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다

여성징병제가 한국 사회의 갈등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이다.
여성징병제가 한국 사회의 갈등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이다.

여성,  군대 가야 하나?

여성 징병제가 한국 사회의 갈등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이다. 군 가산점제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내려진 후 이에 대응해 일부의 남성들은 여성도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특히 남성들만 징집 대상이 되는 병역법이 헌법이 정한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헌법 제39조 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병역법 3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남성만 징집의 대상임을 명시했다.

남자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여자의 경우 지원에 의하여 복무할 수 있도록 규정한 병역법 제3조 제1항에 의하여 평등권을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헌법소원이 1999년 12월에 처음 제기되었으며 이후 2018년 8월까지 총 13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여성 징병제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과 갈등은 2010년대 초반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헌법재판소는 일부 남성들에 의해 제기된 13번의 헌법소원 중 10차례의 헌법소원을 각하하였으며, 3건의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2010년 10월 2011년 6월, 2014년 2월에 병역법 3조 1항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합헌결정을 내리며 기각하였다(헌법재판소 2010; 2011; 2014).

특히 2014년 헌법재판관 전원일치의 합헌결정문을 살펴보면(헌법재판소 2014), “근력 등이 우수한 남성이 전투에 더욱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신체적 능력이 매우 뛰어난 여성의 경우라도 생리적 특성이나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해 영내 생활이나 군사훈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하여 남성만을 징병검사의 대상이 되는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인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 개 나라 가운데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국가는 이스라엘 등 극히 일부 국가에 한정되어 있으며,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대표적 국가인 이스라엘의 경우도 남녀의 복무기간 및 병역거부 사유를 다르게 규정하는 한편, 여성의 전투단위 근무는 이례적인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였다.

이 밖에도 여성 징병제 도입할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 “현재 남성을 중심으로 짜여 있는 군조직과 병영의 시설체계 하에서...상명하복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등의 범죄나 남녀 간의 성적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기강 해이가 발생할 우려” 등을 이유로 남성만을 징집의 대상으로 규정한 병역법이 위헌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를 연구한 박진수 덕성여대 교수는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여성 징병제 논의가 2017년 공론화의 장으로 다시 나오게 된 것은 국내외적으로 발생한 두 가지의 사회적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첫째, 인구 감소에 따른 군 병력 감소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었던 점인데 박진수 교수가 분석한 국방부의 2016년 5월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35만 명 수준인 20세 남자 인구는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로 출산율이 급감했던 여파가 나타나는 2020년부터 급감해 2025년 22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구감소에 따른 병력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일부 정치인들 특히 2016년 당시 대선을 꿈꾸던 남경필 경기지사가 인구감소 시대의 군 병력 충원 문제 해결을 위해 모병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모병제와 징병제에 대한 찬반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여성 징병제가 이슈가 되었으며 같은 시기에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게 된 것도 2017년 여성 징병제에 대한 논의를 재촉발했다는 주장이다.

헌법이 정하는 국방의 의무는 남녀 구분이 없다.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가 있다. 남성 징병은 병역법에서 규정한다./국방부 화보
헌법이 정하는 국방의 의무는 남녀 구분이 없다.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가 있다. 남성 징병은 병역법에서 규정한다./국방부 화보

여성의 국방의무 해석이 관건

문제는 우리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담지운다는 것이다. 헌법이 규정하는 국방의 의무는 국토방위의 의무이고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부과된다. 헌법에 따라 국가는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이 선언한 국방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병역법은 성별에 따라 병역의무를 다르게 규정한다. 병역법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부과하지만 여성은 지원에 의해서만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또한 병역의무를 기피하는 행위에 대하여 병역법은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군형법도 항명죄로서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헌법이 규정하는 국방의무의 주체가 모든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병역법이 직접적인 병력 형성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부과하는 것은 헌법의 다른 가치인 평등원칙, 직업선택의 자유, 차별금지 등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양성평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국민들의 기본권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에게 직접적인 병력 형성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성은 지원에 따라 현역 및 예비역으로 복무할 수 있다. 여군은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은 사상이 건전하고 품행이 단정하며 체력이 강건한 사람 중에서 임용된다.

즉, 지원에 의하여 여성은 병사가 아닌 군 간부로서 복무할 수 있다. 또한 국방부 인사관리훈령에 의하면 양성평등 원칙에 따라 군인의 보직에 있어 성별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2014년부터 전투병과인 보병, 기갑, 방공에 여군 장교와 부사관 배치가 허용되었다. 직접적인 전투와 근접전에 참여하는 보병, 중량의 장비를 작동하거나 관리하는 역무를 제외하면 여성의 군복무가 남성과 다를 이유가 없다.

2001년 폐지된 군 가산점 제도가 20년 만에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주체는 ‘이대남’(20대 남성) 달래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다.

하지만 “불평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미 위헌으로 결론난 군 가산점 제도가 다시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15일 공기업 승진평가에 군경력 반영을 의무화하는 법안(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군 가산점 재도입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군 가산점 재도입과 관련해 “위헌이라서 다시 도입하지 못한다면, 개헌을 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상은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김병기 의원도 26일 군 복무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존 국가유공자에게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취업, 주택 청약, 사회 복귀 적응 등에 있어 국방 ‘유공자’에 걸맞게 정당한 예우를 하겠다”며 “군 복무자 국가유공자 예우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남국·김병주 의원도 잇따라 유사한 취지의 주장과 법안을 내고 있다.

제대군인 채용시험시의 가점부여제도는 병역법 또는 군인사법에 의한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자에게 취업보호실시기관의 채용시험에 응시하는 경우 시험 만점의 5퍼센트범위 안에서 가점 혜택을 부여하던 제도로 헌법소원심판에서 1999년 12월 23일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되어 효력을 상실했다. 징병 대상이 아닌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2001년 1월 4일부터 병역법 또는 군인사법에 의한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자에게 취업보호실시기관의 채용시험에 응시하는 경우 응시상한 연령을 3세의 범위 안에서 연장하는 제대군인의 응시상한 연령 연장제도로 대체되었다. 군 경력을 호봉에 산입하거나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민간 기업의 경우 자율에 맡겨져 있다.

결국 군 가산점은 여성과 남성 간에 국방의 의무를 동등화 시키는 방안으로서는 흠결이 있게 된다. 다시 고려해 봐야 할 문제는 여성의 국방의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며 징병한다면 어떤 규칙에 의해 할 것인가가 중요할 뿐이다.

이와 관련해 여성의 병역의무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도 있어 주목된다.

‘페미니스트 저널 If’ 2003년 봄호는 “여자, 군대를 말한다” 특집 기사를 통해 여성 징병제 이슈를 다뤘다. 류숙렬 편집장은 양성 평등의 군대를 주장하며 여성의 군 참여를 제안했는데 류 편집장은 “여성에 대한 금단의 벽이 존재하는 남성 최후의 보루가 군대”이며 “이제 한국의 여성운동가들도 징병제건 모병제건 병역의무를 남녀 함께 지자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도발적인 의견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이김정희 교수 역시 ‘군대를 폐지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여성도 군대에 참여하자’고 주장한다. 그녀는 가부장적이고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에게 야만적 남성성을 체계화시키는 군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자들도 남성과 함께 징병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모병제가 되면 어느 한 성의 비율이 70%를 넘어서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전역 여성 장교 집단의 일부에서도 여성의 군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김화숙 전 재향군인회 여성회 회장은 2005년 7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안보! 남성만의 영역인가?’라는 국회 토론회에서 여성 역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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