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교통방송 TBS 1월 폭설피해방송, 재난 보도 맞나?
[포커스] 교통방송 TBS 1월 폭설피해방송, 재난 보도 맞나?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5.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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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7일 이혜훈 전 국회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통방송인가? 고통방송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TBS 편성표를 보면 어제 밤부터 출근길 혼란이 극에 달한 이날 아침까지 긴급편성돼야 마땅한 ‘교통방송’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온통 정치, 예능방송 일색”이라며 “전날처럼 폭설로 서울시내 전역이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천만 서울시민이 발이 묶여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에서, TBS는 긴급편성으로 청취자들에게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삽시간에 퍼지며 네티즌 사이에서는 서울시영방송이자 교통방송인데 서울의 재난엔 뒷전이면 어떡하냐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에 TBS는 언론사 인터뷰와 자사의 언론비평 프로그램인 ‘정준희의 해시태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편성표에는 기재되지 않았지만, TBS는 6일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 그리고 7일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대설 특집 방송을 긴급 편성했다는 것. TBS는 현재 이혜훈 전 의원과 일부 언론사들을 고소한 상황이다. 그러면 정말 TBS는 재난방송을 한 것일까.

2021년 1월 6일 서울지역에 내린 갑작스러운 큰 눈애 차량들이 꼼짝 못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방송 TBS는 올바른 폭설재난방송을 하지 않았다.

TBS,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충족했나?

이혜훈 전 의원 측과 피소된 언론사들의 주장에 의하면 TBS는 폭설이 시작된 1월 6일 퇴근시간대에 틀어주는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 ‘아닌밤중의 주진우’ 등의 정규방송을 그대로 내보냈으며, 익일인 1월 7일 오전 출근시간대에 방송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그대로 방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방송으로 전환해 길바닥에서 5-6시간씩 발이 묶여 있는 시민을 도와줘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평소 프로그램을 그대로 진행했다는 뜻이다. 물론 심야 시간대에 긴급편성을 했을 수 있으나 이미 심야와 새벽 시간대에는 시민들은 6-7시간의 고통을 겪고 대부분 귀가한 후였다.

퇴근 시간에는 정신이 없어 긴급방송 편성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음날 오전 출근길에는 정규방송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대신 재난 긴급편성을 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TBS 홈페이지에는 긴급편성에 대한 편성 변경 공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설로 교통대란이 발생한 퇴근길과 출근길에 방송된 TBS의 프로그램은 재난방송의 주요 요소인 적시성과 실효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재난방송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이날 TBS가 공개한 다시 듣기를 토대로 출퇴근 시간대의 방송인 이승원, 주진우, 김어준의 방송을 분석해 보면 전체 방송에서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교통정보 체크 수준을 두고 재난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가 논란이 된다. 이 부분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한국기자협회는 2014년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했고, 이 준칙의 재난에는 폭우, 폭설과 같은 기상재난도 포함하고 있다. 준칙은 서두에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도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언론의 재난보도에는 방재와 복구 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 제정 목적에 비춰 볼 때 재난방송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제시될 수 있다.

(1)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미디어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미디어의 역할은 강조된다. (2) 특히 재난방송에 있어 보도는 사실성, 접근성, 흥미성과 같은 기존의 저널리즘적 뉴스가치 판단과 보도기준과는 달리 전문성, 정확성, 그리고 계몽성과 예방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3) 따라서 재난재해와 관련된 보도는 사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고 내용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달해주는 정보전달자의 역할과 동시에 방재 기능 등의 사회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 제2장에서는 일반준칙으로 재난·재해의 예방 정보 제공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재난방송의 목적으로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언론은 사실 전달뿐만 아니라 새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내와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자 및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생활정보나 행동요령 등을 전달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제6조(예방 정보 제공)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에 비춰 볼 때 TBS 교통방송의 문제가 되는 폭설주의 방송의 내용은 ‘피해예방정보’를 청취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전달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강택 TBS 사장
이강택 TBS 사장

TBS는 재난방송 데스크를 운영했어야 했다

폭설로 인한 교통 이용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재난방송을 편성하려면 TBS는 폭설 피해가 집중된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폭설 피해에 대한 예방과 주의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 현장과 스테이션 데스크를 설치해서 보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TBS의 방송 편성 내용에는 폭설 피해가 집중된 당일 퇴근 시간과 익일 출근 시간에 그러한 전문 편성 제작이 없었다.

이러한 점은 TBS가 ‘폭설로 인한 피해 방지’라는 재난방송준칙을 성실하게 수행했다고 판단할 근거를 희박하게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 제9조(현장 데스크 운영)에서는 방송사가 재난방송을 할 때 충실한 재난보도를 위해 가급적 현장 데스크와 스테이션 데스크를 운영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때 ‘가급적’이라는 단서는 해당 방송사가 재난보도를 하여야 하는 책무성의 귀속 정도와 상황의 여건에 따라 판단된다. TBS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영방송이고 그 목적이 교통정보라는 점에서 폭설 피해 재난방송의 현장 및 재난 피해 전문가를 패널로 참여시킨 스테이션 데스크 운영은 당연히 시행되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 제3장 언론사의 의무 제34조(지원 준비와 교육)에서는 ‘언론사는 재난보도에 관한 교재를 만들어 비치하고 사전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취재진의 빠른 현장 적응을 돕는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서울시 교통방송 TBS가 폭설피해방송을 재난방송으로 하려 했다면 적어도 폭설과 이로 인한 피해, 그리고 예방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기자나 혹은 전문가의 의견을 동반해 방송을 진행했어야 한다.

하지만 TBS의 폭설주의방송에서는 폭설 피해가 집중되던 시간에 비전문가들의 짧은 현장 소식과 교통방송 리포터들의 일상적인 교통 상황 전달 등에 그치는 편성제작으로 실질적인 폭설재난방송이 이뤄졌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어 보인다.

만일 서울시 교통방송 TBS가 올바른 폭설재난방송을 하려 했다면 폭우나 폭설과 같은 기상피해에 대해 교육받은 기자나 리포터들을 활용했어야 했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기상전문가나 자동차 운행 전문가, 교통 경찰관 등을 화상 또는 전화로 연결하여 전문적인 피해 예방 정보를 제공했어야 할 것이다. 

TBS의 폭설주의방송은 재난방송 편성의 적확성과 예고성을 달성하지 못한 점도 지적된다. 방송은 편성과 제작으로 이뤄진다.

이때 편성이란 방송사와 시청취자와의 약속이며 따라서 편성의 타이틀은 제작의 내용을 충실히 담보해야 하며 시청취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 TBS의 폭설주의방송의 경우 폭설 피해가 집중된 당일 퇴근시간과 익일 출근 시간에 폭설 재난의 내용을 일부 방송하면서도 이를 시청취자가 인지할 수 없는 평소의 정규방송 타이틀로 편성이 이뤄진 점은 공영방송사로서는 심각한 하자 행위로 지적될 수 있다. 

서울시 TBS 교통방송의 정기적인 시청취자의 경우, 폭설 피해가 집중된 당일 오후 퇴근 시간과 익일 오전 출근 시간 전에 TBS의 편성표를 검색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편성표에 폭설 재해 정보를 찾아 볼 수 없었다면 TBS 시청취자들은 그 시간에 TBS의 폭설 피해 방송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방송에서 폭설 피해 교통정보를 얻으려 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TBS의 편성표에 대한 부주의는 재난방송의 실패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이는 기상 재해로 인한 교통정보를 적실하게 제공해야 하는 TBS로서는 중대한 운영 하자라고 판단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재난방송에 대한 사후 심의조치를 TBS가 취했느냐가 의문이다.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 제3장 언론사의 의무 42조 (사후조치)에는 준칙에 동의하거나 한국방송협회 회원사 또는 방송사업자의 경우 방송법에 따라 재난방송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후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의 이러한 준칙 규정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방송사가 자사의 재난방송이 공익에 충실히 기여했는가를 평가하고 더 나은 재난방송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따라서 만일 서울시 교통방송 TBS가 쟁점이 되는 폭설피해주의방송을 ‘재난방송’으로 편성해 보도한 것이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후 심의를 통해 자사의 재난방송에 대한 적실성, 유효성을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후평가를 통해 TBS의 폭설피해주의 방송이 서울시의 공영 교통방송으로서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 최소화, 예방 등의 기능을 충실하게 실현한 ‘재난방송’이었는지, 아니면 재난방송으로서 미흡하며 향후 개선되어야 할 편성제작 관행인지, 공론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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