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Insight] 이건희 상속세 한국은 12조, 영국은 4조, 스웨덴은 0원
[미래 Insight] 이건희 상속세 한국은 12조, 영국은 4조, 스웨덴은 0원
  •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승인 2021.05.21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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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가 1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재용 부회장 등 피상속인들이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심입니다.

삼성의 주식을 팔아 돈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2026년까지 분납하면서 배당금 등으로 충당한다고 하지만 배당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겁니다.

삼성 계열사의 주식을 매각할 경우 이재용 일가의 지배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상속세는 약탈적 수준입니다. 최고세율 50%에 주식 평가 시에 20%의 할증이 적용됩니다. 그러니까 60%가 적용되는 셈이지요.

하지만 여러 가지의 공제 조항들이 적용되기 때문에 구체적 액수가 정확히 60%는 아닙니다. 마침 한국경제연구원이 구체적 세액을 적용한 보고서를 냈기에 인용합니다.

상속 재산의 시가가 18.2조 원 상당일 경우 상속세액은 10.59조 원으로 계산되었습니다. 반올림하면 11조 원입니다.

과세 대상 금액인 18.2조 원은 이 보고서 작성 시점인 2020년 11월에 평가된 것이니까 지금은 그보다 더 커졌죠. 그래서 12조 원이 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이 보고서는 흥미롭게도 똑 같은 주식을 다른 나라에서 상속하면 세금이 얼마일지 계산한 결과도 같이 제시했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스웨덴 등 7개국인데요.

결론만 말씀드리면 미국은 7조, 일본은 10조, 독일 5.5조, 영국 3.6조, 호주와 스웨덴은 0입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약간 작고 미국, 독일, 영국은 압도적으로 세부담이 낮습니다.

호주, 스웨덴은 아예 없습니다. 이 나라들의 경우 상속세는 폐지되었고 자본이득세가 적용되는데요. 주식을 처분할 때 주가 상승분에 대한 과세가 이뤄집니다.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한 세금은 없습니다.

<표 2는>는 OECD 나라들의 상속세 최고세율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는 50%로서 55%인 일본에 이어 2위입니다. 그런데 대기업의 경영권을 상속하는 경우 주식가치 평가에서 20~30% 할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60~65%가 적용되는 셈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인 것이죠. 미국 40%, 독일 30%, 덴마크 15%입니다. OECD 평균은 15%입니다. 상속세를 아예 폐지한 나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호주 등 OECD 회원국 중 15개 나라가 폐지했습니다.

상속세는 사회주의 풍조의 유산

고율의 상속세는 20세기 초반 세계를 휩쓴 사회주의 풍조의 유산입니다. 상속세가 ‘부의 세습’을 차단하는 장치로 바뀐 것은 19세기 말 사회주의 열풍이 세계를 휩쓸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무어,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쓴 루소 같은 학자들이 평등 세상의 이상향을 부르짖었고,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결국 모든 인간이 완전히 평등한 공산주의 사회가 올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공산주의 사회가 오기 전까지는 과도기적 조치로 고율의 상속세를 매겨 부의 대물림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속은 불평등을 영속화시키고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나쁜 행위라는 생각이 퍼져 나갔습니다.

나라들마다 서둘러 상속되는 재산에 대해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1917년 러시아의 볼셰비키 공산혁명, 1929년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 대공황이 이런 풍조에 불을 붙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도 그런 시대사조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폐해에 대한 불만과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상속세 내려고 재산을 떼어 파는 것이 부당하다는 내용 등의 불만이었습니다.

또 1980년대 선진국들의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자본 흐름이 국제화되면서 자본에 대한 과세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0%가 상속세 폐지를 원한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01년부터는 상속세 완화 추세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각국의 정부 세입 중에서 상속세의 비중을 보여줍니다. 2016년 현재 두 나라 모두 1%도 안 되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입니다. 1970년대 이전에는 이 나라들도 상속세가 엄청났습니다. 

특히 1945년 이전이 그런데요. 영국은 1917년부터 급격히 증가해 1940년대에는 10%를 넘어갑니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그리고 러시아의 공산혁명 등 전후 한 세계에 불어 닥친 사회주의 물결이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영국 사회주의 열풍의 절정은 1945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을 거둔 겁니다. 그 이후 영국은 30년 넘게 사회주의를 하면서 유럽의 병자로 불릴 정도까지 경제가 추락합니다.

1979년 대처 총리가 집권하면서 비로소 상황이 달라지게 됩니다. 상속세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역시 1930년대 상속세 비중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대공황에 대한 대책으로 미국도 자기들 나름의 사회주의를 받아들이죠. 뉴딜정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은 1980년대 레이건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스웨덴의 상속세 폐지 이유는?

상속세 폐지를 실행에 옮긴 나라는 스웨덴입니다. 스웨덴도 1910년대 중반부터 상속세율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고 1970년대 중반 최고조에 달합니다.

자본이득세와 합칠 경우 상속재산에 대한 최고세율은 거의 70%대에 육박했죠. 상속세에 대한 우려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사람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입니다.

말괄량이 삐삐라는 동화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배우 윤여정처럼 스웨덴의 국민 영웅이 된 사람인데요.

이 분이 1970년대 말 본인의 상속세 한계세율이 100%를 넘는다는 사실을 사회에 고발했습니다. 국민 영웅의 문제 제기는 상속세의 문제가 크다는 사실을 스웨덴 국민들에게 각인시켰죠.

1984년 제약회사 아스트라의 피상속인은 전 재산으로도 상속세를 내지 못해 파산하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스웨덴 금융위기로 상속세 문제는 더 부각되었습니다. 이케아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 창업자가 상속세를 견디지 못하고 스위스로 국적을 옮겨 버렸습니다.

스웨덴 사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2004년 스웨덴은 상속세를 폐지해 버렸습니다. 그 후로 다른 많은 나라들도 상속세 폐지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2007년 스웨덴은 부유세까지 폐지해 버렸습니다. 스웨덴은 세금이 많은 나라이지만 부자 세금이 아니라 빈부와 무관하게 온 국민이 세금을 내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상속세가 좋은지 나쁜지, 필요하다면 세부담은 어느 정도가 좋은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상속재산의 60%, 12조 원을 뺏어 가는 한국의 상속세는 누가 봐도 지나칩니다. 상속세 내느라고 삼성그룹이 해체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상속세법 개정에 착수하기를 촉구합니다.

상속세는 일반 봉급생활자와는 큰 관련이 없나?

김학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상속세는 흔히 상위 1%의 계층에 해당하는 세목으로 생각하고 봉급생활자 등 일반 중산서민계층의 사람들은 큰 관심을 안 두고 있다. 그러나 상속세는 우리 일반 봉급생활자들의 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일반 봉급생활자는 기업에 제공하는 노동의 대가로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한다. 상속세가 과도하게 부과되는 사회에서는 물적 자본의 축적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가업의 승계 또한 어려워져 근로자의 일자리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소비에 필요한 재화의 생산이 위축될 수 있다. 봉급생활자들이 저축을 통해 상속세 과세 대상 이상의 부를 축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지라도 상속세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물론 상속세 폐지는 부유한 사람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어서 정서적으로 심한 반대에 부딪힐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그러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징수하는 상속세가 우리나라 총 국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증여분을 포함해 2% 안팎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준의 세금을 거두면서 가업 승계를 어렵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봉급생활자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상속세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1%의 상위계층으로부터 상속세를 징수해 봉급생활자에게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가? 상속세를 폐지해 결과적으로 봤을 때보다 안정적이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자들을 위한 진정한 사회복지일 것이다. 

자본이득과세로의 전환이 필요
상속세를 폐지해 자유롭게 가업을 승계하고 재산을 물려받도록 허용한 후 상속인이 추후에 상속재산을 처분할 때 발생하는 자본이득에 대해 소득세 수준으로 과세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면 가업 승계의 어려움도 사라지게 되고 상속세에 의한 자원 배분의 왜곡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부의 편중을 우려할 수도 있겠으나 재산을 물려받은 후손이 그 재산을 지키고 키워갈 능력이 없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그 재산은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고 말 것이다. 이는 시간의 문제일 뿐 굳이 국가가 나서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또한 내가 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해서 축적한 재산을 내 자손에게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다면 보다 큰 자본을 축적하고자 노력하는 기업가 정신이 우리 사회에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업가 정신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며 투자를 촉진하는 가장 근본적인 처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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