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Ⅱ] 세계 주요국, 암호화폐 규제 어떻게 하나
[심층분석Ⅱ] 세계 주요국, 암호화폐 규제 어떻게 하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5.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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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동성 증가로 암호화폐(가상통화)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논의가 각국 정부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우리 정부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감독의 입법이 국회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러한 규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7년 보고서를 중심으로 주요 각국의 암호화폐 규제 현황을 살펴본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암호화폐와 가상통화 용어는 구분 없이 사용하기로 한다. 

미국은 암호화폐(가상통화)의 규제에 대해 가장 활발히 논의를 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연방국가의 특징에 따라 연방 차원과 주 차원에서 가상통화 관련 규제가 마련되어 있다.

미국 : 증권거래제도 안에 포함한 암호화폐 규제 

2013년 재무부 산하 Fin-CEN은 지침을 통해 가상통화 중개기관이 미국판 자금세탁방지법의 적용 대상이므로 자금서비스업자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Fin-CEN의 동 지침은 미국이 가상통화 관련 규제 중 자금세탁과 관련된 쟁점을 가장 먼저 규제했다는 점과 미국 최초의 가상통화 정의를 담고 있는 점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동 지침상 가상통화의 정의는 자금세탁방지법을 적용하기 위해 가상통화를 특수한 통화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2015년 9월 유권해석을 통해 가상통화가 상품거래법상 상품(commodity)의 정의에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CFTC는 이 해석에서 가상통화를 지급결제성과 투자성 모두에 중점을 둬 정의함으로써 가상통화가 상품을 기초로 한 파생거래가 아닌 가상통화 현물 거래에서도 주 간 상거래에서 발생되는 가상통화의 사기 및 시세 조종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통화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가상통화 관련 폰지사기사건과 관련해 투자계약으로 해석하고 형사소송을 제기해 민사제재금(과징금)을 부과한 사례가 있다. 

2017년 7월 미 통일법위원회(Uniform Law Commission) 연례회의에서 채택된 통일가상통화업규제법은 가상통화의 지급결제성에 보다 중점을 두면서도 간접적으로 투자성을 규정하고 있다. 통일가상통화업규제법은 가상통화 관련 주법을 통일되게 규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특히 미 통일상법전 제8편 제5절의 규정을 편입함으로써 가상통화의 재산법적 측면의 이전 및 중개기관의 도산시 투자자의 재산권 보호에 관한 근거를 세계 최초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 외 통일가상통화업규제법의 특징으로 가상통화업자가 여러 주에 면허를 신청해야 하는 행정적인 불편함을 줄여주기 위한 준상호승인규정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르면 X주에서 면허를 받은 가상통화업자는 이 법을 채택한 Y주에서 보다 간소화된 절차로 면허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동법은 중개기관의 거래규모별로 세 단계의 진입규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미국의 통일법위원회에서 제정하는 통일법은 모델법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각 주에서 통일법을 기초로 해당 주의 상황에 맞는 주법을 제정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따라서 통일가상통화업규제법은 당연히 연방법이 아니고 그 자체로 구속력을 가지는 ‘법률’도 아니며 단지 각 주의 입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성규범으로서의 의의를 가진다.

참고로 2018년 3월말 현재 네브래스카, 하와이 및 코네티컷 주가 통일가상통화규제업법을 주법으로 편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주의회에 상정한 상태이다.

각 주의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 방향은 크게 뉴욕 주와 같이 별도의 법규정으로 규제를 하는 방식과 워싱턴, 조지아, 앨라배마 주와 같이 기존의 자금서비스업법상 자금 송금에 가상통화를 포함시켜 규제하는 방식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네브라스카, 하와이 주와 같이 통일가상통화업규제법을 주 법으로 편입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단독 법률로 제정하거나 기존 관련 법률에 동 내용을 편입할 수 있어 두 가지 형태로 미국의 가상통화 규제를 구분하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아직까지 뉴욕 주를 제외하고 주 차원에서 가상통화에만 초점을 둬 입법을 단행한 주는 없다. 하지만, 워싱턴, 조지아, 앨라배마 주에서는 가상통화의 지급결제성에 초점을 맞춰 자금송금업과 관련한 법률에 가상통화를 포함해 규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외 텍사스, 캔자스,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코네티컷, 뉴햄프셔, 뉴저지,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주 등에서도 관련 법안 도입을 논의 중에 있어 향후 개별 주 법의 규제 현황도 주목할 만하다. 

2015년 6월 뉴욕 주 금융감독국(NYDFS)은 가상통화업자에 대해 면허를 받도록 하는 규정인 BitLicense를 제정함으로써 주 차원에서는 최초로 가상통화거래소를 포함한 가상통화업자(중개기관)에 대한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가상통화업자란 가상통화의 이전, 보관ㆍ지배, 고객업무로서의 가상통화의 매매, 거래소기능의 수행, 가상통화의 관리 또는 발행과 관련된 어느 하나의 행위를 제공하는 중개기관을 말한다. 따라서 뉴욕 주의 BitLicense는 지급결제성을 감안하되 투자성에 보다 중점을 둔 업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투자성에서 비롯되는 시세조정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점은 흠결이다.

BitLicense는 가상통화업자에게 최저자본금요건, 고객자산별도관리, 사이버보안과 자금세탁방지프로그램 운영의무, 광고규제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전반적 규제 체계는 앞서 소개한 통일가상통화업규제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고객자산별도관리 요건이나 엄격한 감독규정 등을 둬 다른 주법과는 달리 가상통화의 투자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Bitlicense는 중개기관에 대한 면허제를 도입함에 따라 면허를 받지 못한 자에 대해서는 가상통화업을 금지하고 나아가 가상통화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면허를 받은 중개기관의 경우에도 면허를 받지 못한 대리인에게 가상통화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업무대리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금지한다. 진입자본과 관련해 최저자본금 요건이 있지만 BitLicense는 일률적으로 진입자본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감독기관의 판단에 따라 가상통화업자가 특정한 위험 상황에도 사업을 계속해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재무상태를 확인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 법정통화 불허, 결제 투명성이 핵심 
 
일본은 2016년 5월 25일 가상통화를 법정화폐로 교환하는 업을 영위하는 자를 등록하도록 규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자금결제법 개정안과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범죄수익이전방지법 개정안을 마련해 2017년 4월 1일부터 일본판 가상통화법을 본격 시행했다. 일본에서도 자금결제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가상통화의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으며 이를 규제할 법률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상통화가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이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마운틴 곡스(Mt. Gox) 비트코인 거래소가 해킹 등의 사유로 파산함에 따라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하자 소비자보호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일본 국내외 상황에 기초해 관련 법률안(情報通信技術の進展等の環境化にするための銀行法等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案)을 2016년 3월 4일 국회에 제출하게 된 것이다.

일본의 가상통화법과 관련해 주의할 것은 일본판 가상통화법이 가상통화를 일본의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재산적 가치를 가진 지급결제수단의 하나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자금결제법은 가상통화 중개기관을 가상통화교환업자라고 하며 등록제를 통해 진입을 규제한다. 가상통화교환업자의 영업행위규제로서, 가상통화교환업자는 이용자에게 자신이 취급하는 가상통화와 본국통화 또는 외국통화가 서로 오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설명의무 등을 지며, 수수료 및 그 밖의 가상통화교환업무에 관한 계약 내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가상통화교환업자는 이용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분별관리의무를 지며, 분별관리 상황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공인회계사 또는 감사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암호화폐 거래를 증권거래제도 안에 포함시키면서 법적 제도를 마련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서(NYSE)
미국은 암호화폐 거래를 증권거래제도 안에 포함시키면서 법적 제도를 마련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서(NYSE)

EU : 지침에서 입법으로 추진 중

그 밖에 자금결제법은 일정한 제한 하에 가상통화교환업의 업무위탁을 허용하면서 이에 대한 감독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감독을 위해 가상통화교환업자로 하여금 규정에 따라 장부를 작성하고 이를 보존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업연도마다 가상통화교환업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내각총리대신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자금결제법은 가상통화교환업자로 하여금 가상통화교환업무 분쟁해결기관과 가상통화교환업무에 관한 기본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가상통화와 관련된 분쟁을 전문적이고 신속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EU 차원에서 가상통화에 관련된 법률은 존재하지 않고, EU 회원국 간 가상통화의 이전에 따른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자금세탁방지지침상 가상통화 규제 체계 도입 여부에 관한 논의를 2016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2017년 12월 19일 EU의회, EU이사회 및 EU집행위원회가 제5차 자금세탁방지 지침안에 대해 합의함으로써 제한적이지만 EU 차원의 가상통화규제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제5차 자금세탁방지지침 개정안은 가상통화, 가상통화업자, 가상통화지갑제공업자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고, 가상통화업자와 가상통화 지갑제공업자에게 지침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지침상의 가상통화 관련 정의 규정은 자금세탁방지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가상통화의 지급결제성에 초점을 맞추되 투자성에 기인한 거래에 대한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

요컨대 현재 EU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가상통화 규제 체계에 대한 논의는 없으며 시급한 과제인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가상통화에 관한 국제적인 규제 체계 수립 필요성의 요구가 점증하고 있어 조만간 EU 차원에서의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 은행법으로 규제

겸업주의를 택하고 있는 독일은 2013년 8월 감독기구인 BaFin을 통해 가상통화가 독일은행법상 금융상품의 일종인 계산단위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가상통화가 기존의 은행법 규제 체계 내로 포섭되어 규제됨으로써 가상통화와 관련한 규제 공백을 해소했다.

그러나 독일 은행법에서 말하는 금융상품의 정의에는 외환과 계산단위 등도 포함되어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 개념과는 다르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독일의 금융 관련 법령의 해석상 가상통화는 법정화폐나 지급서비스감독법상의 전자화폐(e-money)도 아니며, 계산단위이기 때문에 가상통화는 개인들 간의 계약에 의해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사적 지급수단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즉, 가상통화 규제에 관한 독일의 접근법도 가상통화의 지급결제성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가상통화도 금융상품의 일종인 계산단위이므로 중개기관으로서 해당 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BaFin으로부터 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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