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이든의 5751조 원 경기부양, 성공할까 
[국제] 바이든의 5751조 원 경기부양, 성공할까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6.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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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본영, 미국에서 지상 최대의 ‘머니쇼’가 막을 올렸다. 주인공은 바이든 대통령이다.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린다’는 이 환상적 쇼는 새로울 것이 없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에서 오바마 정부에서도 했던 마술쇼였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였다. 왜 신통치 않았던가? 답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했다. ‘충분히 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주장은 크루그먼 교수가 속한 학파의 창시자 케인즈도 했다. 

케인즈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이 자신의 정부지출 확대에 기반한 뉴딜정책으로 잡히지 않자, 한 잡지 기고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전쟁 정도의 수요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재정확대를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은 비가 올 때까지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에 비유하고는 한다. 비는 언젠가는 오게 된다. 기우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증세와 빚으로 하는 경기부양?

바이든 대통령의 재정확대 계획은 크게 3가지다. 1조9000억 달러가 책정된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인 ‘미국 구조 계획’(America Rescue Plan),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1차 인프라 투자 계획인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 Job Plan), 그리고 1조 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2차 인프라 투자 계획인 ‘미국 가족 계획’(American Families Plan)이 그것이다. 세 개의 재정지출안을 모두 합치면 그 규모는 5조1500억 달러(약 5751조5200억 원)에 달한다.

물론 이러한 초거대 재정을 확보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증세고 다른 하나는 정부 채권을 발행해 빚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정책은 경기부양과 서로 상충된다. 

먼저 세금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기업을 상대로 한 법인세와 글로벌 과세(실효세)율을 높이는 것과 함께 부유세 등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상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러한 증세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과 개인들의 생산 의욕을 저하시키게 된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과 그렇지 않다는 실증적 연구들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우리의 경험은 세율 인상이 소득이나 임금 인상률과 상쇄되어야 실망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문제에 대해 실제로 고소득자의 높은 실효세를 경험하지 않는 이들은 공감하기 어렵다. 

미국은 철저히 능력에 따라 보상하는 나라이기에 고소득자라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대부분 기업의 임원들이거나 능력 있는 프리랜서들이다.

이들의 아이디어와 창안이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며 이들은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일반 근로자들과 달리, 이들은 변화하는 세율을 통해 자신들이 벌어들일 소득에서 공제될 세금을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기에 차기에 낼 세금의 증가액이 미리 인지되면 이들의 경영의욕이나 창의력은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이 보통이다. 

아울러 일반 근로자들도 임금 인상률이 동반되지 않는 세율 인상은 근로의욕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은 많다. 미국의 근로자들은 자신의 연간 수입에 대한 지출계획을 빈틈없이 짜지 못하면 가계를 꾸릴 수가 없다.

그렇기에 세율 인상이 발표되면 미국의 근로자들은 가계 지출에서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근로의욕이 감퇴되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이윤을 투자든 배당이든으로 처분할 계획을 미리 세워 놓고 있기에 법인세 인상은 경영 계획에 차질을 불러오게 된다.

이를 경쟁력으로 흡수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결국 비용억제나 가격인상으로 대응하게 되고 이는 임금 동결, 실업,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불황이라면 더 그렇다. 이처럼 증세와 재정지출 확대는 경기부양이라는 목표에서 서로 충돌한다. 그러면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는 다른 수단인 빚은 어떨까.

바이든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1조 9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1조 9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을 발표했다.

단기효과, 그 후에는?

정부가 공공채권을 발행해 부채를 조달해서 재정을 확대하는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경제학계에서 상반되는 주장들이 있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경우 정부가 유동성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없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한다.

그렇기에 정부가 빚을 내서 직접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는 재정확대가 경기부양에 효과 있다는 케인지언의 주장이 있지만 이 주장에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중단하면 그 효과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재정승수효과라는 것 때문인데 쉽게 비유하자면 한겨울 야외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이는 뜨거운 물을 계속 끼얹어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이치와 같다.

만일 이 뜨거운 물이 더 이상 공급되지 않게 되면 체온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케인지언 식의 재정확대는 무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재원이 전제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경기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이후에는 재정확대로 풀어낸 유동성을 회수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만일 이를 하지 않게 되면 인플레가 초래된다.

이 과정이 가장 어렵고 위험한데 대부분 정부가 재정확대를 중단하고 긴축으로 들어가게 되면 자산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지재정 확대는 한번 늘리면 축소할 수 없다는 정치적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재정확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전반과 시장에 불안정성을 더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원리로 안고 있다. 한마디로 도박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정확대로 경기를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단기적 효과라는 것 뿐이다. 이미 금융계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확대 계획에 따른 경제성장률을 남김없이 계산해서 그러한 재정확대가 끝나는 시점까지 분기별 경제성장률 수치가 예고되어 있다.

남은 것은 시장의 예측과 실제 결과들 간에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에 따라 투자와 고용의 결정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미국 경제 주체들은 이미 바이든의 재정확대 효과를 예상해서 여기에 반응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원리를 ‘효율적 시장가설’이라고 한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확대 효과가 예상대로라면 시장은 반응할 것이 없다는 것이고 예상을 벗어나면 시장은 예상과의 차이에 반응해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계획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시장 현실이 예상과 같다면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고 현실이 예상보다 좋다면 정부의 계획이 틀려 인플레 우려가 있다는 것이며, 역시 현실이 예상보다 못하다면 그것도 정부의 계획이 틀려 재원을 낭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시장개입 재정확대는 그 자체로 쓸모없거나 도박이 된다.

이러한 주장에는 물론 반대의 입장과 논리들도 많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불황에 정부가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왜 우리가 불황을 걱정하고 두려워해야 하느냐 말이다. 경제 현실과 역사는 그렇게 되지 않았기에 우리가 불황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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