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1] 선동과 민심의 사이, 이재명은 누구인가   
[심층분석1] 선동과 민심의 사이, 이재명은 누구인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6.08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별의 순간’은 확실하게 왔다. 남은 것은 그 별이 태양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나가는 혜성이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조각이 되어 추락하는 유성이 될 것인가만 남았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정치적 노선과 가치에 대한 해석들은 통일되지 않는다. 과거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러한 이재명 지사에 대해 ‘변신에 능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후보’라고도 했다.

실제로 이재명 지사의 말과 행동은 이중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는 철저하게 진보임을 내세우면서도 ‘가장 혐오하는 것이 3대세습 북한 정권과 종북’, ‘대한민국 주적 1호는 북한’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본격적인 대권 행보 개시를 알린 '2021 DMZ 포럼'에 친문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연합
이재명 경기지사의 본격적인 대권 행보 개시를 알린 '2021 DMZ 포럼'에 친문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연합

블룸버그, ‘이재명은 포퓰리스트’

성남시장 시절 경기도가 참전용사들에게 년 20만원 수준의 수당을 지급할 때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가가 너무 적다’며 3배나 많은 6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런 이재명 지사는 ‘내가 진정한 보수’라고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한 자주국방’을 주장하는가 하면 중국과의 관계를 위해 ‘사드 반대’라는 모순된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기본소득 정책을 위해 2021년 국가 예산에 맞먹는 300조 원의 기본소득증세를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그 방법은 말하지 않았다.

2016년 미국의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인터뷰한 보도를 내보내며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존중하고 버니 샌더스와 비교되는 것을 즐긴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포퓰리스트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장도 한국의 정치 타락과 일자리 부족으로 커진 분노를 활용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실제로 이재명 시장은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선출해 기득권층을 탄핵했다”며 “우리나라 선거도 미 대선을 그대로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커지는 소득 불평등이 내게 기회를 줬다”면서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가 아닌 힐러리 클린턴을 선택한 실수를 한국인들은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스티븐 워드 조선대 정치학 교수는 “현재 정치권에 불만족한 사람들은 포퓰리스트를 정권에 진출하게 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이 시장이 가장 적당한 인물”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으로부터 4년전 많은 한국인들이 이재명 지사의 ‘정의와 복지’론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일 때 블룸버그는 그러한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포퓰리즘임을 간파했던 것이다.

이러한 이 지사의 포퓰리즘 노선은 그의 성장과 정치적 배경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이재명 지사는 1964년 경북 안동시에서 태어났다. 원래는 5남 4녀 중 일곱째였으나, 누나 둘이 요절하면서 다섯째가 됐다. 그의 부친은 경북 영양군 사람으로 대구 청구대를 중퇴하고 순경, 교사 등을 하다 노름에 빠졌고, 이후 탄광 관리자 등을 전전하다가 안동군 예안면 산골 '지통마'에서 농사를 지었다.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방명록.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방명록.

그의 부친은 가산을 노름에 날리고 1976년 하산해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시장통에서 청소부 일을 했다. 어머니는 대구에서 시집와 온갖 고생을 다 했으며 성남에 내려와서는 시장통 공중 변소 앞에 앉아 하루 종일 요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재명의 초등학생 시절 꿈은 교사였다고 한다. 이유는 선생님한테 너무 많이 맞아 자신도 선생님이 돼 애들을 때려보겠다는 복수 감정 때문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성남시로 이사를 왔고 너무 가난해 남들 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 이재명은 성남 상대원 공단의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삶을 살았다. 첫 직장은 염산과 황동을 다루는 목걸이 공장이었고 2번째 직장은 붕산으로 땜을 하는 공장이었는데 사장의 야반도주로 월급을 떼였다.

여러 공장을 전전하다가 글러브 공장에서 프레스 기에 왼쪽 팔이 끼어 장애 6급 판정을 받았고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제2국민역(5급) 판정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1982년 중앙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당시 공장 월급이 8만 원 정도였는데 입학금, 등록금 면제는 물론 매월 20만 원 가량 용돈을 지원받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사준 제복을 입고 대학 입학식에 갔다가 대학에서 제복이 사라진 것을 알고 황당해했다는 일화가 있다.

1986년 10월 23일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8년 사법연수원생 시절 노무현 변호사의 강연에 감명받아 인권변호사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재명은 성남에서 인권변호사와 성남 시민단체 활동을 했지만 이 시기에는 이렇다 할 만한 행적이 없다. 2004년 이재명은 성남시민들이 공공 의료원을 설립하는 시위 사건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국내 최초로 2만 명이 주민 발의된 조례가 47초만에 날치기로 부결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이재명은 주민 대표 중 한명이였는데 이 당시 성남 시민들과 의회에서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회의 속개를 진행하고 의회를 나간 의원들을 붙잡으러 다니다 30여 명이 같이 연행되며 재판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손상죄가 선고됐다.

이 시절 음주운전이나 검사 사칭,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처벌을 받기도 했다.

2006년 지방선거 무렵 정동영계 추천으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단수 공천으로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하지만 전직 시장인 이대엽 한나라당 후보에 밀려 낙선한다.

2020년 2월 24일 신천지발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자 마자 이재명 지사는 과천 신천지교회 강제 시설폐쇄 명령을 내리면서 강한 행정가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경기도 제공
2020년 2월 24일 신천지발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자 마자 이재명 지사는 과천 신천지교회 강제 시설폐쇄 명령을 내리면서 강한 행정가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경기도 제공

이후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에서 조성준 후보에 밀려 공천 탈락하고 대신 성남시 분당구갑 선거구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인 고흥길 한나라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경기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해 51.2%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도 55.1%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특이하게도 보수정당 강세지역인 분당구에서도 승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2018년 6월 20년만에 민주당 소속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이재명의 살아온 삶이 밑바닥 탈출기였기에 그런지는 몰라도 그는 종종 싸움을 위해서는 진실을 던져버리는 선동 행태를 취해 비난을 자초해 왔다.  


이재명의 탈,탈,탈 

ⓛ 독일무상복지 논란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장관이 지자체장의 각종 사업들을 '포퓰리즘성 사업'이라 비판하는 와중에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8천만 인구인 독일도 예산이 380조인데 무상 등록금도 하고 있지 않느냐’라는 반론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8천만 인구인 독일도 380조로 무상등록금 하는데 왜 5천만 인구의 대한민국은 못하냐는 것이었지만, 이는 독일의 연방 정부 예산이었고 지방 재정 예산을 제외한 것이라는 팩트를 무시한 것이었다.

미 중앙정보국이 발간하는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독일의 총 예산은 대한민국의 5배에 달한다.

2015년 기준 독일의 1인당 GDP는 약 4만1000달러로, 약 2만7000달러인 대한민국에 비해 66% 높았으며 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독일이 10% 가량 높다. 이러한 차이를 이재명 지사는 싸그리 무시하는 기염(?)을 토했던 것이다.

② 주한미군철수 각오 논란

이재명 지사의 ‘주한미군 철수 각오로 방위비 분담금 불복’ 주장도 논란을 낳았다. 2017년 이재명은 민주당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독립국가가 어떻게 외국 군대에 자신의 국가방위를 맡기고 의존할 수 있느냐.  심지어 전시작전통제권까지 맡기고 있다”며 “자신의 군사적 이익 때문에 철수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활용해 이번 기회에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그에 대비해 자주국방정책을 수립해 진정한 자주국가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에 주둔하기 때문에 분담금 가지고는 철수할 수 없으니 이에 대해 불복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자는 것이었는데 한국이 미군의 전략자산을 이용하는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이해가 없는 주장이었다.

이재명의 주장대로라면 일본과 유럽은 자주국가가 아니라서 집단안보를 취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식의 포퓰리즘 선동이 이재명식 소통이라는 점은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③ 경기동부연합 의혹

이재명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김미희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야권연대 단일화 대가로 경기동부연합 쪽에서 운영하는 ‘나눔환경’이라는 업체를 성남시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여야 정치권과 재야·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주사파 혁명론과 민족해방(NL) 이론으로 무장한 구 통진당 인맥과 경기동부연합 운동권 세력이 이재명의 실질적인 정치 기반이라는 주장과 분석들이 있다.

경기동부연합이란 이재명이 시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경기도 성남시에 기반을 둔 정치단체로, 이석기의 내란음모 혐의로 인해 헌법재판소에서 해산 판결을 받아 해산된 구 통합진보당의 핵심 세력이었다. 

④ 베네수엘라 복지 옹호 논란

2020년 9월 베네수엘라는 복지로 망한 게 아니라면서 국가채무비율이 20%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이재명식 국정 운영은 베네수엘라 급행열차”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진실은 베네수엘라가 빚을 내 복지를 한 게 아니라 석유를 팔아 얻은 수입과 여기에 과도한 화폐 발행을 통해 복지를 한 것이다. 이로 인한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2018년 169만8488%, 2019년 7374%에 달했다. 이재명은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 복지를 두둔하기 위해 팩트를 교묘하게 감추는 언술을 발휘했던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남미의 포퓰리즘은 빚을 내는 방식이 아니다”며 “유가가 높을 때 일시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복지 지출을 늘린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베네수엘라 사례를 드는 것은 지속 가능한 복지 확대를 위해 재원 마련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라며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만 본다”고 비판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